순수이성 비판
나는 신앙을 받아들일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서 순수이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형이상학의 독단론인 순수이성을 비판하지도 않고 형이상학에 있어서 성과를 거두려는 편견은 도덕성에 위배되는 모든 불신의 원천이 되는 것이며, 또한 언제나 심히 독단적인 것이다.
----칸트, {순수이성비판}에서
하나님도 존재하고 있고, 영혼도 존재하고 있다. 천사도 존재하고 있고, 악마도 존재하고 있다. 지옥도 존재하고 있고, 천국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존재론은 기독교의 진리이며, 중세기까지는 어느 누구도 이 진리를 부정할 수가 없었다. 만일 어떤 신학자나 논리학자가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역설했다면 곧바로 그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거나 산채로 화형을 당했을 것이다.
이 무신론자들의 공격으로부터 기독교의 진리를 수호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말이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구체적인 실상이며 증거”라는 형이상학적인 독단론일 것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이 기독교적인 진리에 대한 비판이지만, 그러나 그의 형이상학을 체계적이고 학술적으로 완성시켜야겠다는 꿈은 결코 이루어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거꾸로 그의 가장 날카롭고 예리한 비판철학의 칼날에 의하여, 형이상학은 그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유물론자인 마르크스도 칸트의 후예이고,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도 칸트의 후예이며, 신의 사망선고를 내렸던 니체도 칸트의 후예이다.
----반경환 {명언집 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