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이 할매
『 천식이 할매/정임표
느티나무에 올라가 까치 새끼를 꺼냈다가
천식이 할매에게 된통 혼이 났다
‘새끼 밴 산 짐승은 잡으면 안 된다고’
천식이 할매는 극락에서 살지 싶다. 』(2008. 9.3)
세상의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서 부터 오직 존재하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그 존재를 존재토록 배려하는 것이 사랑이다. 천식이 할매 택호는 기동할매다. 천식이는 내 소꼽친구다. 우리는 궁금하고 신기하고 또 내 손으로 키우고 싶어서 까치 새끼를 꺼냈다. 새끼를 빼앗긴 까치가 종일 천식이 할매가 사는 초가집 마당으로 날아내리며 시끄럽게 울었다. 우리는 할매에게 크게 꾸지럼을 듣고 다시 그 새끼를 느티나무 꼭대기 까치 집에 올려 주었다.
고교시절 내 자취방으로 전도자들이 찾아 왔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간다고 하였다. "예수가 전도되기 전에 이 땅에 살았던 천식이 할매도 지옥가 있겠네?" 하고 물으면 전도자들은 자기도 모르면서 자기 체제를 수호하려고 자기가 듣고 배운 대로 위에서 시키니까 아무 생각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들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천국을 다녀 왔다는 목사님의 말을 듣고 그가 너무나 확신에 찬 말을 하는지라 긴가민가해서 예수의 가르침이 뭔지를 알고 싶어서 신학교를 다녔다. 작은 학교였지만 학생회장까지 했다. 뭣도 모르면서 북을 치며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라고 외치며 전도하러 다니기도 했다. 성경의 가르침을 일점일획도 가감하지 말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길 강요하는 사람들과 내심에서 크게 갈등했다.
예수의 가르침은 오직 생명 사랑이다. 내가 곧 길이요 부활이요 생명이라는 말씀은 내 가르침이 참 가르침, 바른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생명은 생명을 의지해서 살아 갈수 밖에 없으니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뜻이다. 나는 이걸 문학적 표현 기법을 이해하고 나서 스스로 깨우친다. 우리가 생명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예수는 자신이 베푼 최후의 만찬을 영원히 기념하라고 하셨다. 떡과 포도주를 나누면서 "이는 내 몸이요 이는 내 피다!"고 하셨다. 내 가르침을 기억하고 너희 몸과 너희 피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양식으로 기꺼이 내어 주어서 성스러운 마음 가짐으로 그들을 살리라는 뜻이다. 그래야 이 땅에 평화가 깃들고 사랑이 충만해지고 모든 생명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는 뜻이다.
"죽은 자로 저희 죽은 자를 장사케 하고 산자는 나를 따르라."
세상의 모든 가르침은 살아 있는 자에게 필요하지 죽은 자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오늘도 지구촌 곳곳에는 먹지도 않는 사람 사냥에 정신이 미쳐버린 전쟁이 횡횡하고 있다.
전쟁을 지시하는 자여!
사람이 사람을 저리도 처참하게 죽이는 전쟁이 정말로 필요한 선택이라면 뒤에서 지시만 하지 말고 그대가 최전선에 서서 총을 매고 싸워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