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는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항공(진주·사천)과 나노융합(밀양), 해양플랜트(거제) 등 3개 국가산업단지를 동시에 지정받았다. 3개 업종 모두 신성장산업으로 이 같은 성과는 향후 50년 이상 경남을 먹여 살릴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가산단이 지정된 지역이 진주·사천, 밀양, 거제 등 도내에 고루 분포하면서 지역 균형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국가산단이 계획대로 조성되려면 기업과 자본의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져야 하고, 동시에 산단을 잇는 도로·항만·물류 등 기반시설도 제때 갖춰야 한다. ‘산업동맥’인 함양~울산 고속도로를 시작으로 모두 4차례에 걸쳐 경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 사업을 진단한다.
함양~울산 고속도로는 함양, 거창, 합천, 창녕, 밀양 등 경남 중북부권을 가로질러 울산과 바로 연결되는 산업동맥이다.
경남에서 상대적으로 교통오지에 속하는 이곳에 고속도로가 뚫리면 경남 서북부 낙후지역의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정부와 경남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광주·목포·군산·울산·부산 등 영호남에 소재한 산업단지와 항만을 이어주는 제2동서고속국도망으로써 향후 영호남의 인적·물적 교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경= 함양에서 울산으로 가는 길은 도내에서 가장 먼 길이다.
양 지역 모두 서울 가는 길보다 멀다. 우회로를 통해 함양에서 울산으로 가는 길은 예전에 비해 수월해졌지만 아직까지 어떤 길을 가더라도 3시간 정도는 걸린다.
울산~함양(또는 함양~울산)은 88올림픽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과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 등 두 가지가 있다.
88올림픽도로는 울산~대구~거창을 경유하는 코스로, 도로는 경부고속도로(98.5㎞)→중부내륙고속도로지선(15.0㎞)→88올림픽고속도로(87.2㎞) 등을 거치며 총거리는 224.48㎞에 달한다.
남해고속도로의 경우, 울산~양산~진주를 경유하는 코스로 경부고속도로(27.1㎞)→남해고속도로(93.3㎞)→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57.3㎞) 등을 지나며 총연장은 220.56㎞에 이른다.
두 길 모두 꼬박 3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함양~울산 고속도로는 144.8㎞로 현재 차량이 다니는 2가지 도로보다 80㎞가량 짧다. 도로가 준공되면 운행시간이 60~90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황= 이 도로는 함양~거창~합천~의령~창녕~밀양~울산 등 7개 지역을 경유한다. 총 연장은 144.8㎞, 폭은 23.4m(4차로)이다. 총 사업비는 5조8862억원이며, 국비가 2조121억원(40%), 한국도로공사 부담이 2조8742억원(60%)이다.
도로 건설을 위한 계획과 관리는 국토교통부가 맡고, 시행은 도로공사가 한다.
국토부는 지난 2004년 8월~2005년 12월까지 타당성조사를 했으며 사업기간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지난 2008년 9월 광역경제권 발전 선도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됐다. 지난 2009년 1~2월 기본설계가, 실시설계는 2010년 9월부터 시작해 2014년 말 완료됐다.
고속도로 개설에 대한 요구는 지난 2000년 이전부터 있었고 2002년 예비타당성 조사가 시작됐지만 실제 공사는 지난해 3월 10일부터 시작됐다.
도로공사는 공사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함양~창녕(15개 공구, 73.7㎞), 창녕~밀양(6개 공구, 25.9㎞), 밀양~울산(9개 공구, 45.2㎞) 구간 등 모두 3구간 총 30개 공구로 나눠 설계했다.
그러나 ‘함양~울산 고속도로’라는 명칭과 달리 울산 쪽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인구와 물동량 등 교통수요가 많은 울산 쪽부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사업비 부족으로 전체 구간에서 동시에 착공하지 못하고 울주군 청량면에서 밀양시 산외면까지 45㎞가 먼저 건설되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1조8000억원. 울산~밀양 특정 공구만 공사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구간 내 지역별로 터널을 뚫고 다리도 만들고 터를 닦고 있다.
용지에 대한 보상작업도 동시에 진행되고 잇다. 이 구간은 당초 설계 때 9개 공구로 나눴으나, 설계를 하면서 10개 공구로 나눠 공사하고 있다.
현 공정률은 1%에 불과하다.
◆올해 공정= 경남도는 올해 이 사업에 국비 4000억원을 요구했으나 295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경남도와 노선에 해당 지역구가 있는 조해진(밀양·창녕) 새누리당 도당 위원장과 신성범(거창·함양·산청) 국회의원, 해당 지역 단체장 등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국회사무처 국토교통위 등을 수차례 방문하며 국비 지원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예산 확보에 주력했다.
이들은 “함양~울산 고속도로 전 구간 동시개통을 위해 창녕~밀양, 함양~창녕구간 조기착공이 필요하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올해 지원된 예산은 2014년 697억원에 비하면 괄목한 증액이지만 요구액 4000억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2950억원에 그쳤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올해 예산이 확정된 뒤 “함양~창녕, 창녕~밀양 구간 착공을 앞당길 수 있게 되어 경남내륙 낙후지역 개발 촉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의 이 같은 의미 설명에도 예산 사정을 보면 함양~창녕, 창녕~밀양 구간은 올해도 착공할 수 없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올해 예산은 전액 밀양~울산 구간 공사에 투입된다”며 “창녕~밀양 구간은 오는 2017년 공사 발주를 할 계획이며, 함양~창녕 구간은 2017년 이후에 공사 발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추진하면 올 연말 공정률은 7%까지 올라간다. 당초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공사는 2019년 또는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국비 지원 등 전체적인 예산확보 상황을 볼 때 완공 시기는 이보다 훨씬 늦춰질 전망이다.
◆과제=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경남도와 경남의 정치권은 △함양~창녕 △창녕~밀양 △밀양~울산 구간 등 3개 구간 동시 착공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경남의 시장·군수와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7월과 9월 함양~울산 고속도로 공사가 예산 부족으로 차질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함양~울산 고속도로 동시착공 건의문’을 전달했다.
특히 익산~장수 고속도로와 연계해 영호남을 연결하려면 함양~밀양 구간을 조기에 착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경남도는 올해도 국비 2950억원을 확보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낙후된 경남서북부 발전뿐만 아니라 영호남의 산업과 관광을 연결하는 국가동맥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국비 지원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동시에 경남과 울산, 호남의 정치권이 연대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