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성 장례 관련 ‘훈령’ 무엇을 담았나
화장 후 유해를 가정에 두면 안돼
산골장 금지… 수목장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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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죽은 이들의 육신을 소중히 다루며 성스런 장소, 특히 교회나 묘지에 매장할 것을 장려한다. 죽은 자를
고이 묻어주는 것은 교회의 7가지 자비의 육체적 행위에도 포함된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10월 25일 발표한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Ad resurgendum cum
Christo)는 이 같은 교회의 입장을 견지한다. 훈령은 “교회는 시신의 매장을 우선적으로 선호하지만, 선택사항
으로 화장도 허용한다. 단 유골을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것은 금지한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교회는 1963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반영해 화장에 대한 규정을 정한 바 있다. “장례는 그 지역에서 사용
하는 예식에 따라 거행하되,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땅에 묻히시고자 하셨으므로, 죽은 이의 몸을 화장하는
것보다는 땅에 묻는 관습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장례예식서」 제15항) 등이 대표적인
지침이다. 한국교회도 “장사는 매장으로 함이 원칙이나 화장 또는 기타 방법도 허용될 수 있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130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교회는 화장하고 남은 유골에 대한 처리에 관해서는 특별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 화장이 위생적이면서도 경제적인 장례 방식으로 선호되고 유해 보관 및 처리에 대해 다양한 방법들이 제기
되자 각국 주교회의는 신앙교리성에 관련된 지침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신앙교리성은 교황청 타 부서 및 각국 주교회의, 동방교회 주교시노드 등의 의견을 취합해 이번 훈령을
발표했다. 새 훈령은 화장이 그 자체로 영혼 불멸과 육신의 부활에 대한 교회의 신앙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훈령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매장을 하든 화장을 하든 죽은 자가
마지막 머무르는 장소에는 꼭 이름표를 달아 죽은 이가 누구였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따라서 화장을 한 후 유해를 흩뿌리는 산골은 금지한다. 또 매장의 경우에도 묘비 없이 익명으로 묻는 것은 교회의
신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뮐러 추기경은 이미 산골을 한 경우에는 교회나 적절한 장소를 이용해 이들의 이름을
적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죽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죽은 자나 산 자나 세례 받은 모든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한다는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를 표현하는 것이다. 위령의 날과 모든 성인의 날을 정해 기도하는 것도, 가톨릭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서다.
교회는 같은 이유로 화장한 유해를 가정에 보관하는 말라고 당부했다. 고인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슬픔과 고인에
대한 사랑을 이해하지만, 고인이 전체 신앙 공동체에서 사랑받는 일원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유해를
공공의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훈령에 따르면, “유해는 묘지나 공공시설에 보관돼야” 하고,
‘특별한 경우’에는 각국 주교회의의 승인 하에 유가족의 가정에서 보관할 수 있다. 유해를 성스러운 장소에 보관
하도록 당부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밝힌 지침이다.
다만 한국교회에서는 수목장이 산골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견 등이 분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망자 5명 중
4명이 화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수목장을 하는 사례도 급속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뮐러 추기경은 기자회견에서 수목장이 늘어나는 것에 관해 “수목장의 경우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 달라”고
당부 했다. 이러한 조언은 신앙교리성 훈령을 바탕으로 한국의 실정에 맞는 사목지침을 마련 중인 한국교회에도
도움이 될 듯 하다. 주교회의의 사목지침은 이르면 11월 중순이면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