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3(수) 사순절 스물다섯째 날 묵상(출애굽기 17:7)
므리바와 맛사
이스라엘 자손이 거기에서 주님께 대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 곳의 이름을 므리바라고도 하고, 또 거기에서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가, 안 계시는가?” 하면서 주님을 시험하였다고 해서, 그 곳의 이름을 맛사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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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리바와 맛사는 지명(地名)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지명이 ‘다투다’, ‘시험하다’라는 히브리 단어들과 발음이 비슷하여 이 지역을 지날 때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광야 생활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립니다.
광야는 물이 부족한 곳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에서 비록 노예로 살았지만, 풍부한 수량의 나일강에서 마음껏 물을 마시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자유를 찾아 나온 광야에서는 물 부족이라고 하는 새로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으로 가시겠지만, 그 여정에서 물이 없다는 것이 늘 시험거리가 됩니다.
백성들의 첫 번째 반응은 모세에게 대들고 하나님께 불평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애굽하자고 우리들을 부추겼던 모세, 네가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아니고 함께 나서보자도 아닙니다. 모세 탓, 하나님 탓을 합니다. ‘스스로 말미암는다’(自由)라는 말이 보여주듯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에서 완성됩니다. 하나님은 백성들이 스스로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구현할 때까지 이들을 돌보십니다. 나일강을 피로 만들었던 그 지팡이로 반석에서 물이 나오도록 하십니다. 스스로 우물을 팔 줄 알 때까지 하나님은 이들 곁에 계십니다.
물 부족의 현상으로 인한 불평과 불만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의심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가, 안 계시는가?” 신앙인들의 삶의 여정에서 늘 겪게 되는 일입니다. 아예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지만,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려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의 부재 경험은 매우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독, 부족함, 연약함, 실패와 실수가 사실은 우리의 신앙 역량을 키웁니다. 광야를 거치지 않고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자유의 백성으로 사는 길은 광야의 훈련이 반드시 요청되는 것입니다. 때때로 우리 또한 므리바와 맛사를 지나가겠지만, 거기를 거쳐야만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대듦과 의심이 더 깊은 신앙의 바다로 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기도: 하나님! 우리가 우리 내면에서 스스로 생수를 길어 올릴 때까지 주님과 광야를 동행하게 하여 주소서. 모래 바람도 맞아보고, 더위와 추위를 오가며,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부단히 땀을 흘리며 신앙의 열매들을 맺게 하여 주소서. 쌀 한 톨에 들어 있는 천둥과 바람, 비와 햇살을 기억하게 하시고, 우리 또한 그렇게 영글어 가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사순절 평화 발자국 : 내가 먼저 다가가기
* 사순절 탄소금식(3/10-16. 에너지 금식) : 먼 거리는 대중교통 이용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