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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미 없이 네 이름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들려오는 노래 한 곡에 문득 목을 꺾는 이 밤. 바라보니 내 손이 허벅지 살 한 줌 움켜 뜯고 있다. 언제인가. 그 해 늦여름 억세진 풀줄기가 발목을 감던 산길에 내가 고꾸라져 죽어도 좋을 추억 하나 아직도 묻어두고 있건만, 생각지도 못했던 눈물이 왈카닥 쏟아지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그 늦은 여름날, 흩뿌리던 비에 머리칼 적시며 스테인리스 대접에 소주를 나눠 마시던 그 여 시인은 낡은 운동화짝 구겨 신고 어디로 도망갔나. 벌써 오래 전, 그 산골의 노총각은 여자를 만나 새끼를 까고, 어느 날 티브이의 오지를 찾아서란 프로그램에서 새끼 두 놈을 데리고 그 산길을 가는 모습을 보았지. 확실히, 빗속에 앉아 소주 나눠마시다가 그 여자가 젖은 채 도망친 건 잘한 일이야. 덕분에 우리만 남겨져 몇 날 며칠 풀잎에 살을 베고 또 베이고, 풀독이 올라도 좋았지만. 그날들이 가고, 그 여자가 쓴 시 몇 편이 인터넷에 떠도는 이 도시 한 구석에 처박혀, 아무리 퍼덕여도 헛날갯짓에 무위의 시간만 떠 간다. 다시 여름은 오고 있는데, 얼마나 더 살아가야 너의 이름 아무 의미 없이 부를 수 있게 되려나.♧
전남 구례군 오산에 위치한 사성암.
대한불교 조계종 19교구 화엄사의 밀사다
촉촉한 여름비가 반기는 날 새벽에 나를 찾는 사찰이
너무나도 멎저 보였다
기암괴석과 절벽위에 자리 잡은 사찰과 운무들이
환상 그자체였다
아침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굽이굽이
내려다 보이는 섬진강의 파노라마는.
보지 않고는 그 아름다운 자태는 느끼지 못한다
또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고 계절마다 풍기는
맛과 멋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스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
가을에 다시 사성암을 찾는 여행자가 되어 보기로 했다.
사성암에서 내려다본 섬진강
첫댓글
추억은 아름답습니다
아이코여
스텐 대접에 소주 한 그릇으로의 추억을 그려 주신 작품
두고두고 산행의 여러 경로의 추억은 평생의 주마등처럼의 추억이지요
이제 더위는 좀 수 그러 드는 듯합니다
올여름 고생 많으셨지요
저는 에어컨 냉방병에 함께 겹쳐서 죽을 번 할 고비를
잘 넘기는 중입니다
너무 찬 바람 쐬지 마세요
산골의 자연 바람이 최곱니다
산골일기,,,,,운우에 세월은,
산골의 팔월이면 계곡을 따라서 으름이
제철이라 좀 따서 효소를 담아야 겟다고
장화를 신고 토시도 끼고서 완전 무장을
하고 나서지만 올해는 해걸이를 하는지
별로 눈에 띄지를 않는 구먼요~^^
후덮지근한 날에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리
고 거미줄에 덩굴의 까시가 앞을 가리고
한시간이 넘도록 땃 는데도 별로 인것이
너무 높은 곳에 달려 있어서 파란 색깔에
나뭇잎 비슷한 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에
바로 눈 앞에 있는데도 띄지 않으니 지나
칠때도 있지만 잘 봐야 되는 구먼요!
정글같은 덩글속에 두시간이 다 되도록
헤메어서 딴것이 맘에는 차진 않지만은
으름이고 머고 도저히 더워서 숨이막힐
지경인디 이러다가 아무도 없는 산골에
서 숨이 넘어가면 꼼짝없이 인생 종치는
것이 아니냐고 모지란건 담에 채운다고
벗어 부치고 냇가에 뛰어 들어 누워버린
나는 ''아,이런, 세상에 무릉도원이'' 여기
인것을 그늘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흘러가고 그 구름 위에
나도함께 실려서 둥둥 떠 다니며 운우에
세월 속에 오늘도 저물어 가는 산중에서
여름날을 잊어 보는 나, 입니다~~~
# 금산의 군북마을의 팔월입니다,,,
@행운
아...
계신 곳에도 으름이 있어요
으름 하면 강원도 산골에만
있는 줄 알았지요
어려서 듣기만 했던 그 이름 으름을요
저쪽 카페 활동할 때
접사방에 어느 회원분이 일산 호수에 으름터널을 찍어 올려서 얼마나 신기하던지
명세기 일산 산다고 자처했지만...
정말 그 회원분에게 자세히 물어서
일산호수의 으름 넝쿨을 차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잘 나가던 클래식의 카페말입니다
요즘은 회원이 오히려 15년 전보다 많이 줄었더구먼요 ㅎ
집 관리가... 영
그래서 일산 호수에 으름넝쿨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나저나 올핸 못 가볼 것 같아요
모르지 가을에나...
지금도 그 두툼한 허리 보호대를 업고 있답니다
마음으로 군북마을에 마실 다녀 갑니다
점심 잘 드셔요
@행운
올해 여름엔
병원생활로
비가 얼마나 내렸지를 잘 모르고 넘어갔어요
병원 휴게실에 가 보면 전부 환자들의 모습에
한 번도 방송을 안 봐서
2024년의 여름은 그렇게 보냈습니다
비가 얼마나 왔는지
행운 님의 농장엔 피해가 없이 무사한지요??
늦은 안부지만 궁금합니다
하여 병원생활을 감옥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ㅠ
기와능선이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