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때 “모방범”을 읽었다. 지난번 “용의자 X의 헌신”을 읽고 재미있어서 내 손으로 산 첫 번째 일본 추리소설이다. 책은 3권으로 권당 500페이지도 넘는 것 같다. 꼭 읽어야 할 추리소설을 찾다 선택했는데 너무 긴 장편이라 망설이다 샀다. 사 놓고도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요즘 읽는 책들이 전부 사이언스 계열이라 머리를 식힐 겸 짬짬이 읽자며 샀는데, 결국 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일본적이었고 재미있었고 생각하게 했다.
작가와 소설은 막강한 찬사와 수상 경력의 책이었다. 『『일본 최고의 대중작가로 손꼽히는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모방범』은 50편이 넘는 그녀의 작품 중에서도『화차』 『이유』와 함께 작가를 대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2001년 출간 이후 일본에서만 300만 부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고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등 6개상을 석권했으며, 국내에서도 독자들의 강력한 지지 속에 2011년 알라딘 선정 지난 10년을 빛낸 장르소설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나 문학적으로나 추리소설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 걸작』』이라며 칭송이 넘친다. 이 또한 자본주의의 한 단면임을 알기에 씁쓸했다.
소설의 내용은 단순히 공개 연속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뿐이다. 독자는 범인도 알고 있다. 결국 범인은 잡힐 터인데 범행의 목적을 모르는데서 깊은 생각을 유도한다. 공원의 쓰레기통에 여자의 오른팔과 핸드백이 발견되고, 범인은 사건에 대한 정보를 방송국에 흘린다. 공개된 범인의 목소리에 일본 사회는 경악과 분노에 휩싸인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작가의 치밀한 내공이 드러난다.
그런데 “모방범”에서 그려지는 범죄는 원한이나 금전이 개입되지 않은 범죄이다. 특별한 이유가 전혀 없는 범죄임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범인은 젊고 약한 여성들만을 납치해 살해하고, 피해자의 가족들을 괴롭히고, 경찰을 농락한다. 방송을 통해 자신의 범죄를 공개하고 매스컴의 대대적인 관심을 유도하고 즐긴다. 왜 이런 범죄가 실재로도 일어나는지 사회병리학적으로(뜬금없이) 궁금했다.
작가의 복심은 범인을 찾아내는 데 있지 않는 게 분명하다. 추리와 반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방식보다는, 그냥 사실인양 진정성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끌고 가는 내공이 있다. 범인과 경찰의 두뇌 싸움에 중간에 르포 기자를 넣어 사건을 객관화하는 작가의 글 솜씨에 그가 찬사 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사실 예전의 추리소설은 독자가 먼저 추리를 하고 생각을 할 대목이 미미했다. 뻔 한 전개에 뻔 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가 원하는 대로 내용이 진실이 되고 독자는 그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살인과 술수와 잔인함이 넘쳐 불쾌하기 조차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생각하게 한다.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흡인력 있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이었다.(실재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한번쯤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첫댓글 나날이 깊어지고 있구만.
부럽수^^
난 늘 제자리 걸음인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사람도 기분좋게 한다우.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