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태화강 변에 위치한 태화강 국가 정원을 첫 방문지로 꼽는다. 아름다운 태화강을 따라 십리 대숲이 어우러져 멋진 정경을 연출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정원 2호로 인정받을 만큼 멋진 자연주의 정원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는 울산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 30년 전쯤 울산에 여름 교사 강습을 위해 방문했을 때 울산은 공해에 뜨거운 열기, 그리고 무엇보다 더럽고 냄새나는 태화강은 정말 극혐이었다.
그런 태화강을 기적처럼 바꾸고 한강의 기적에 이어 태화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신 분이 박맹우 전 울산광역시장(3~5대)이다. 박맹우 시장은 당시 개발 이권에 관계된 수많은 민원을 극복하고 오늘의 태화강과 국가 정원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지금은 맨발 걷기 울산 국민운동 본부의 고문으로 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의미 있는 일에 힘쓰고 있다.
태화강 국가 정원 대숲 길옆으로 1km 정도의 맨발 황톳길이 조성되어 있다. 십리 대숲 아름다운 경치와 국가 정원 그리고 황톳길이 잘 어우러져서 울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맨발 체험도 하고 친자연주의 정원에서 맨발로 걸으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신토불이를 체험하곤 한다. 사실 필자는 태화강 국가 정원에 맨발 황톳길을 최초로 제안한 제안자다. 울산시청 다듬이 방을 통해 국가 정원에 황톳길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고 맨발 걷기 시민운동 본부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지금의 황톳길이 조성되었다.
국가 정원 황톳길이 더 매력적인 까닭은 바로 옆으로 대숲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손만 뻗으면 대나무를 만질 수 있어서 좋고 그 싱싱하고 푸른 대나무의 자태를 관찰할 수 있어서 좋다. 어제는 대나무의 마디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간격이 넓어지고 대는 더 가늘어진다. 그리고 새순 즉 죽순은 새파랗고 만져 보면 부드럽다. 손으로 나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가는 대나무가 십 미터까지 자라는데도 부러지거나 휘어지지 않는 비결이 중간중간 마디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마디가 대나무로 휘어지지 않고 곧게 자라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마디가 필요하다. 시련과 고난의 마디, 실패와 낙방의 마디가 사실 우리를 세우고 붙들어주는 힘이다. 시험에 낙방하기도 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기도 한다. 때론 예상치 못한 사고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패배가 패배가 아니고 시련이 시련이 아니란 뜻이다.
인생의 마디마다 눈물과 회한 그리고 한숨이 섞여 있지만 나무의 옹이처럼 더 단단해지고 굳어져서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지지해 준다. 마디가 없는 인생은 멋지고 부러워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바람이 불고 시련이 오면 결국 꺾여버리고 만다. 그래서 잔바람, 작은 시련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겪어 보는 것이 득이 된다.
혹시 울산에 올 기회가 있다면 태화강 국가 정원에 있는 대나무 숲 은하수 길과 그 옆으로 난 황톳길을 걸어보라 권하고 싶다. 봄이면 화려한 양귀비 피어나고 수레국화 흐드러진 정원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연인들의 웃음소리와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 빛도 녹여 낸다는 진 붉은 백일홍의 어깨춤이 진기하게 어울리는 그곳에서 하루 정도 지내보는 소중한 여행을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악보의 쉼표처럼, 대나무의 마디처럼 그렇게 우리 인생에 새겨 넣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