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間隙)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크로노스)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카이로스)이 있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여 기억하여 기념하면 중요한 사건이나 현상의 시간이 된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매 순간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힘쓰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기념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오늘 갑자기 오른손의 약지가 누르면 뜨끔거리며 아프다. 왜 그런지 흘러간 시간을 더듬어 추적해보니 두 달이나 지난 일이었다. 그때 양로원에 봉사하러 갔는데 아카시아 나무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었다. 왼손으로 나무를 잡고 오른손의 낫으로 나무를 내리쳤는데 가시가 손가락을 찔러 장갑에 피가 은근히 젖었다. 시큰거리고 아팠으며 특히 악수를 할 때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다음날은 붓기가 빠지고 아픔도 사라져 대수롭잖게 넘겼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오늘 만지면 통증이 있고 주먹을 꽉 쥐면 아프다. 그동안 테니스 운동할 때 약간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괜찮은 게 아닌가 보다. 손가락은 오늘 갑자기가 아니라 두 달 전부터 염증을 키웠는가 보다. 괜찮겠지 하면서 수술이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서 동네 의원을 찾았다.
나는 소염제나 진통제의 처방을 기다렸는데 의사는 사진을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 순간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하로 내려가 사진을 찍어보니 뼈에는 이상이 없다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처방을 내려 조마조마한 마음이 사라졌다. 내 몸은 오늘을 살고 있는데 지체인 손가락은 두 달 동안 염증과 싸우며 오늘에야 그 징조를 보이며 간극을 나타냈다. 그래도 수술하지 않고 약으로 치료할 수 있어 다행이다.
요사이 ‘코로나19’가 우리 지역에까지 넘어왔다. 하루 사이에 13명이 확진을 받았다고 하니 두렵기도 하다. 조용하던 도시가 온통 두려움에 휩싸여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이번 바이러스 사건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에 저장되지 않을까. 지나온 1월과 2월, 다가오는 3월이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 저장되어 잊히지 않는 카이로스가 되리라.
요사이 바이러스로 마음이 비루한 삶의 연속이며, 거기에 손가락마저 더하고 있다. 지금이 고통이 아니고 단지 비루할 뿐이라면 참고 견디면 다 지나가리라. 또다시 시간은 흘러가고 다시 오니까. 손가락 아픔의 염증이 사라지고 ‘코로나19’의 바이러스가 물러가는 그날이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나도 그날로 건너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