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릉과 정릉] 정병경.
ㅡ도심 정릉ㅡ
강남의 선ㆍ정릉과 다른 지역 왕릉을 비교해본다. 조선의 임금 중에 누가 명당 자리에 누웠을까!
오늘은 선ㆍ정릉으로 발길을 돌린다. 비는 오락가락한다. 해와 구름이 숨바꼭질이다. 세 시 반 쯤 선릉역에 내리니 구름이 덮여있다. 비온 뒤여서 쌀쌀함을 느낀다.
관람표를 받고 먼저 중종이 묻힌 정릉靖陵으로 향한다. 어로 옆 잔디밭 길은 관람객들의 보행으로 잔디가 닳았다.
정자각으로 오르는 신계神階를 밟지 못한다. 임금이 다니는 어계御階로 오르내려야 한다.
비각의 나무 기둥은 나이 든 테가 난다.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종의 정릉은 정남향이다. 숲은 까치를 포함한 새들의 합창으로 귀를 찢는다.
소나무를 비롯해 잡목들이 무성하다. 상수리나무는 연신 도토리를 떨군다.
야생화와 잡초, 거목들이 한자리에 모인 숲의 왕릉이다.
조선 제11대 중종(진성대군)은 바로 옆 서편 선릉宣陵에 묻힌 성종(자을산군)과 정현왕후의 장남이다. 이복 형인 연산군(폐비 윤씨 아들)의 폐위로 1506년 임금 자리에 앉아 38년간 정사를 보게 된다.
ㅡ중종 비ㅡ
중종 세 비妃의 능은 각기 흩어져 있다.
조강지처인 단경왕후 신씨는 온릉(장흥)에 묻혔다. 후사가 없어 외로운 신세다.
연산군 축출에 반대한 친정아버지 (신수근)로 인해 중종 즉위 때 폐서인이 된다. 궁궐 떠난 신씨는 중종 승하 후 13년이나 더 살다가 70세에 생을 접는다. 타고난 운명이다.
서삼릉에 중종의 두 번째 왕비인 장경왕후(희릉)가 묻혀있다. 애처롭게도 24년이 생의 전부다. 사후에도 위로를 받아야할 인물이다.
서삼릉 서편에 중종의 정릉靖陵이 있었다. 문정왕후의 뜻으로 선릉 옆 지금 위치(정릉)로 이장했다. 비가 오면 물이 고인다는 이유다.
강남 전입으로 장경왕후(희릉)와 멀어졌다.
64년을 살아온 세 번째 왕비 문정왕후는 도시화가 된 서울 태릉에 혼자 누웠다. 아들 명종과 며느리 인순왕후가 묻힌 강릉康陵 옆이다. 어린 아들을 대신해 섭정으로 정사를 이어준 여장부다.
ㅡ선릉으로ㅡ
성종의 조강지처는 공혜왕후 한씨다.
폐비 윤씨(셋째 비.연산군 모후)를 비롯해 총 12명의 부인을 두었다. 가지 많은 나무다.
성종 비妃 정현왕후 윤씨(둘째 비. 중종 모후)의 선릉宣陵은 남서방향이다. 성종릉보다 서쪽으로 꺾였다. 궁금하다. 능으로 이어지는 정현왕후의 신로神路가 정자각에서 1백미터 거리 쯤 된다. 지형상 성종왕릉보다 높은 곳에 자리했다.
성종대왕의 선릉宣陵은 정남향이다. 능옆의 노송은 곡장 넘어 능을 내려다본다. 강남의 비둘기떼가 왕릉 잔디밭 주위에 모인다. 배설물이 걱정된다.
성종과 정현왕후릉은 곡장 모서리에서 병풍석과 석물, 석상도 모두 볼 수 있다.
세세히 보느라 시간을 지체했다.
제 9대 성종은 임금을 하기 위해 태어난 인물이다. 세조의 장남 의경세자(덕종 추존)와 소혜왕후(한확의 딸)의 둘째 아들이다.
숙부인 예종이 승하하고 열세 살에 등극한다. 7년간 정희왕후(조모)의 섭정을 포함해 25년간 왕좌에 앉는다.
나이를 더하는 고목들은 정원수로 제몫을 한다.
정자각 뒤에서 왼쪽 성종릉까지 깔린 신로는 짧은 거리다. 정현왕후릉까지 휘어진 신로가 숲 사이로 길게 이어진다.
왕릉 관리팀에 신로神路 길이를 물었는데 모른다고 대답한다.
ㅡ도시 풍광ㅡ
성종릉 바로 뒤에 라마다서울호텔 간판이 보인다. 왕릉 맞은편에도 호텔과 업무용 건물이 빽빽히 들어섰다.
선릉 정자각 앞에 대형 무대를 설치했다. 10월 7일부터 8일까지 공연한다.
'2021 선ㆍ정릉 야외 뮤지컬'《성종의 노래》 (악학궤범) 출연진들이 리허설 중이다. 왕릉에 소음이 않되길.
능길 주위엔 나뭇잎 색깔이 변해간다. 비온 뒤 땅의 흙냄새가 상큼하다.
역사문화관은 '코로나19'로 오래전부터 관람 중지다. 숲속의 새소리는 종일 요란하다.
재실옆 모과나무와 대추나무, 감나무엔 열매가 익어간다. 한시간 남짓 능주위를 돌았다. 강남의 광대한 선ㆍ정릉 땅 면적을 상상한다. 누대로 역사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반나절 관람 후 지하철을 타기 위해 선릉역으로 향한다.
2021.10.06.
정릉靖陵 가는 길.
정릉靖陵 (중종릉)
향ㆍ어로.
정릉 정자각.
신계ㆍ어계.
선릉 주변.
예감.
정릉 비각.
선릉 가는 길.
정순왕후릉.
선릉(성종릉)
정현왕후릉 신로.
선릉 비각.
예감.
성종릉 신로. 좌측.
정현왕후릉 신로.우측.
선릉 향ㆍ어로.
선릉 홍살문.
뮤지컬 공연 리허설 중.
재실.
선ㆍ정릉 정문.
첫댓글 선릉과 정릉에 다녀오셨군요..
강남 도심의 휴식처...
성종과 중종의 자취를 잠시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