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루 법회가 열린 산사에서
작열하다시피 뜨거운 햇살로 연일 폭염 경보가 내려지는 삼복염천이다. 팔월 초순 주말을 맞아 어제 토요일은 용제봉 숲으로 들어 이즈음 참나무 고사목에 붙는 영지버섯을 찾아냈다. 무더위 속에 삼림욕으로 여긴 숲을 빠져나오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땀을 씻으니 자연인이 부럽지 않았다. 오후 늦게 구름이 뭉쳐 소나기가 내렸는데 달구진 대지를 식히기는 감질날 양이었다.
열대야로 에어컨을 가동해 밤을 보내고 맞은 이튿날 일요일이다. 어제 이어 숲을 찾아 더위를 잊고 영지버섯을 찾는 내 나름의 ‘1+1’ 피서 전략에 나섰다. 기본이 될 1은 서늘한 숲을 누비는 삼림욕이고, 여기다 영지버섯을 찾아내는 +1이 더해짐이다. 숲에서 나올 때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그냥 나오지 않고 이마의 땀을 씻고 발을 담그는 탁족까지 하기에 사실은 1+2에 해당한다.
날이 밝아와 음용하는 약차를 끓이며 아침밥을 해결하고 현관을 나섰다. 지상 주차장만으로 된 아파트단지에 오가는 주민이 아무도 없는 시간이었다. 경비도 보이지 않은 그 시각에 이웃 동에 사는 한 사내만이 뇌출혈 후유증을 극복하는 새벽 산책이 눈에 띄었다. 내보다 연상으로 도청에서 퇴직한 그는 평소 약주를 즐겼는데 예기치 못한 병마와 맞서는 힘든 시간을 보내 안쓰러웠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팔룡동에서 진해로 가는 151번 버스를 타려고 정류소로 나갔다. 일요일임에도 어딘가로 출근하는 부녀 둘과 같이 첫차 운행 버스를 탔다. 승객이 많지 않은 버스는 시내를 관통하면서 두 부녀는 상남동 상가 밀집 지역에 내렸는데 무더위 속에 이른 시각 출근해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남산동 터미널에서 공단을 거쳐 안민터널 입구 사거리에서 내렸다.
남천 상류 천성동 수문당 당산을 지나 제2 안민터널에서 성주동 수원지를 돌아 곰절로 향했다. 산문으로 들어 돌층계를 디뎌 법당 뜰에서 손을 모으고 고개를 드니 화분에 자란 홍련이 눈에 띄었다. 바로 뒤 설법당 전각의 기둥과 문살이 배경이 되어 사진만 보고도 절집에 핀 연꽃임을 알 수 있었다. 하얀 등이 추녀에 내걸린 지장전 지붕 너머로는 불모산 정상이 아스라이 보였다.
어느 절에서나 백중이면 우란분절 법회를 연다. 우란분절은 구천에 떠도는 조상의 영가를 위무하는 법회를 여는 대중공양으로, 백중을 한 달 앞두고부터 매주 제를 올리는데 오늘이 음력 칠월 초하루로 보름 뒤 백중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절 경내에는 야외용 천막만 쳐 놓고 신자들은 보이지 않은 때였다. 관음전을 돌아 불모산 숲으로 드니 계곡에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등산로를 벗어나 가랑잎이 삭은 부엽토 숲 바닥을 누볐다. 참나무가 삭은 그루터기를 살펴 아주 드물게 붙은 영지버섯을 몇 조각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산등선을 넘어가 비탈로 내려서니 아까보다 수량이 많은 계곡에서 물소리가 더 뚜렷하게 들려왔다. 바위틈을 비집고 흐르는 맑은 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배낭을 벗어두고 이마의 땀을 씻고 발을 담가 더위를 식혔다.
배낭에 넣어간 술빵을 꺼내 먹으며 한동안 더위를 잊고 지냈다. 무척 이른 시각 숲으로 들어 아직 아침나절이라 숲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배낭은 물가에 둔 채 숲으로 들어 고사목 그루터기 붙은 영지버섯을 더 찾아봤다. 숲을 누빈 보람은 있어 자색으로 갓을 펼쳐 딱딱하게 여문 영지버섯을 찾아 보탰다. 물가 쉼터로 돌아와 배낭을 추슬러 짊어지고 개울 건너 황톳길을 지났다.
계곡을 빠져나간 곰절에 이르자 법회를 마친 불자들은 공양간으로 향했다. 길게 늘어선 행렬 끝에 나도 서서 배식 차례를 기다려 공양했다. 법회에 참석한 많은 불자를 위해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공양간에서 수고한 분들 덕택 숲을 찾았던 사내는 한 끼 점심을 잘 먹었다. 신도들이 삼삼오오 흩어지는 속에 산문을 나서 성주동 수원지를 돌아 안민터널 입구 사거리에서 버스를 탔다. 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