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베이를 다녀오다
신성범
몇 년 만인가? 아니 몇십 년만인가? 참으로 오래간만에 캐리비안베이를 찾았다. 국내 워터파크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캐리비안베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바다를 가지 않아도 바다를 느낄 수 있는 모래사장과 비치파라솔과 눕는 의자가 있었다. 그곳에 누워서 한껏 바다에 온 기분을 가질 수 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서 그냥 물에서 놀기만 했다. 그렇게만 해도 시간은 잘 흘렀다.
나는 차가 막힐 것을 감안하여 오전 7시 일찌감치 집에서 출발했다. 오전 9시가 안 되어 캐리비안베이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시각에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았다는 게 놀라웠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대학생들이 유난히 많았다. 나처럼 중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락커룸에 옷을 보관하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그것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락커가 꽉 찾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빈자리를 찾았는데 고장 난 락커였다. 그렇게 락커 찾다가 30분이나 시간을 소모했다. 워낙 더운 날씨였기에 땀이 계속 흘렀다. 일단 물에 들어가는 게 급선무였다. 파도풀을 찾으니 완전히 콩나물시루였다. 온통 사람들이 꽉 찼다. 거기서 수영을 한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조금 여유 있는 공간을 찾았다. 깊은 곳이니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그래도 구명조끼가 있으니 아무 문제없었다. 그때 파도가 거세게 일었다. 내 몸이 출렁였다. 마치 바다에서 파도를 맞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맛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풀에서 파도와 씨름하다 보니 배가 출출했다. 풀에서 나와 핫도그와 주스를 먹었다. 먹거리 장소에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먹고 노는 맛에 그곳을 찾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추가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버터구이 오징어도 사 먹었다. 그곳에서 사 먹는 간식은 왜 그렇게 맛있을까? 아마도 야외에서 마음껏 놀다가 먹기 때문일 것이다.
캐리비안베이 하면 미끄럼틀을 타는 맛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는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그곳에 갔다. 그랬더니 장난이 아니었다. 미끄럼틀 한 번을 타려면 1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했다. 뙤약볕 아래에서 미끄럼틀 한 번 타려고 그만큼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파도풀을 한 번 더 다녀오는 게 나았다. 파도풀을 타려고 이동을 하다가 뜻밖에도 온천을 봤다. 나는 한여름에도 온천을 좋아한다. 온천에 몸을 담그니 시원했다. 뜨거운 물이 온몸을 데워 주니 기분이 상쾌했다.
3시간 동안 그곳에서 놀다 보니 벌써 몸이 지쳤다. 마음 같아서는 쉬면서 더 놀고 싶었지만 에버랜드도 가보고 싶은 생각에 좀 일찍 나왔다. 나와서 에버랜드로 향했는데 햇볕이 장난이 아니었다. 캐리비안베이에 있을 때는 물에 있어서 잘 몰랐는데 나와 보니 폭염경보가 내려질 만큼 무더운 날씨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무더위에 걷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아서 에버랜드에 가는 것은 포기했다.
점심때도 되었으니 뭔가 먹고 싶었다. 그때 돈가스 생각이 났다. 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캐리비안베이 부근에 있는 맛있는 돈가스집을 검색했다. 그러자 수제 돈가스집이 차로 5분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을 찾아 치즈돈가스를 시켜서 먹었는데 입에서 살살 녹았다. 아마도 지금껏 먹어본 돈가스 중에서 가장 맛있는 맛이었을 것이다.
캐리비안베이는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사람들이 없어서 망하는 여는 워터파크와는 확연히 달랐다. 물론 가장 피크 때에 본 모습이지만 다른 때도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고객을 위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돋보인 데서 찾을 수 있다. 일단 안전요원이 상당히 많았다. 혹시나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다. 오래된 시설이지만 철저한 개보수로 최근에 생긴 워터파크보다도 더 깨끗하고 안전했다. 샤워실에는 샴푸, 린스는 기본이고 바디로션까지 비치해서 말끔하게 씻을 수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편의시설 덕분에 입장료, 음식값이 비싸도 많은 사람들이 캐리비안베이를 찾는다. 비싼 만큼 제 값을 하는 곳이 캐리비안베이였다. 철저하게 외부 음식물과 돗자리 반입을 금지해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한 것도 좋은 모습이었다. 외부 음식은 입장 시 철저한 검색으로 반입을 금지했다. 외부 음식을 가지고 온 사람들을 위한 보관소가 있어서 집으로 돌아갈 때 찾을 수 있는 배려까지 했다.
캐리비안베이를 찾으면서 다음에 또 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것은 캐리비안베이가 철저하게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한다는 사실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었다. (2019.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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