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릉]
ㅡ동명이릉ㅡ
오늘도 어제처럼 하늘을 구름으로 채운다. 우중충하고 추적거리는 비가 때 없다. 어느 쪽이 직무유기인가. 비가 잠시 멎은 듯한데 겉옷을 걸쳐야 하는 기온이다. 동명이릉同名異陵인 김포 장릉章陵으로 가기 위해 장거리 전철을 탔다.
송정역 1번 출구에 내려 60-3 버스로 환승해 사우고(김포시청) 앞에 내렸다. 이미 점심 시간이 지났다. 시청 앞 안동국밥집에서 국밥으로 점심을 때운다. 오후 한 시가 넘어간다. 김포 시청 바로 뒷산이 장릉章陵이다.
김포 장릉은 선조의 여덟 부인 중 네 번 째 인빈 김씨 소생인 정원군(추존 원종) 능이다. 파주 장릉長陵에 누운 인조의 아버지다.
ㅡ효자ㅡ
정원군은 임란 때 피난처에서 아버지인 선조를 극진히 모셨다. 선조 둘째 계비(인목)의 아들 영창대군과 셋째 비(공빈 김씨) 아들 광해군이 배다른 형제다. 비운의 자식이 된 두 아들 삶은 평탄치 않다.
재실과 왕릉 갈림길에서 연지를 만난다. 못에는 우산만한 연잎이 쓰러질 듯 물 위에 떠있다. 이재상이 1850년 연지 수리 후 지은 시 한 구절 읽는다.
"능침 아래 황폐해진 연못 줄곧 그대로 두었는데/ 열 장부가 일하여 이십일 만에 완공하였네."(하략) 속전속결로 마친 연못이다.
홍살문 지나 향ㆍ어로는 경사가 있어 중간에 네 개의 계단을 만들었다. 다른 왕릉에서 못 본 모습이다.
ㅡ원에서 릉ㅡ
정자각 옆에서 쌍릉과 석물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다른 능에 비해 낮게 만들었다. 양주에 있던 원종의 흥경원과 인헌왕후 육경원을 왕릉 형식으로 조성해 (인조10년) 흥경원이 된다.
인조의 수고로움으로 원園이 능陵으로 바뀌었다. 능 주위는 깔끔하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해설사가 한가하다.
능 맞은편 저수지엔 물오리가 한가롭게 노닌다. 능의 경계인 울타리 넘어 주택가엔 공사하느라 기계 소리가 요란하다.
ㅡ음택 위기ㅡ
'한방향 걷기' 산책 숲길을 새소리 들으며 걷는다. 김포 장릉은 자칫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에서 제외될 위기라고 한다.
김포 도시가 팽창하면서 능 주위의 난개발로 몸살이다. 장릉산 앞 경관을 고층 건물이 가린다는 이유다. 3천 4백여 가구 단지의 공사가 중단 상태라고 한다. 1천여 가구는 다시 헐어야 할 형편에 직면했다. 행정 착오가 큰 화를 불렀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으로는 문화재 반경 500미터 이내에 높이 20미터 이상 건축을 할 땐 사전에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규정이 있다.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자는 문화재청의 의견과 맞서있다. 음택과 양택이 서로 피해가 없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정문을 뒤로하고 전철역으로 향한다. 사우(김포시청)역에서 두 량의 '골드라인' 지하철에 올랐다. 김포공항에서 환승 후 하남을 향해 달린다. 흐린 날 반나절, 다섯 시간의 일정을 접는다.
2021.10.07.
첫댓글 김포장릉은 잘 모르고 있던 곳이었습니다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