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이 자외선을 반사할 뿐 아니라 흡수도 한대요
선크림
이동훈 작가·'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 저자
날씨가 따뜻해지면 공원이나 바닷가, 운동장처럼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한낮에 오래 밖에 있으면 햇빛 때문에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따갑게 느껴질 때가 있죠. 심하면 피부 껍질이 벗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출하기 전 피부를 보호해 주는 선크림을 발라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궁금하지 않나요? 로션처럼 피부 위에 얇게 펴 바르는 선크림이 어떻게 강한 햇빛을 막아주는지 말이지요. 어떤 선크림은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변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투명하게 발리기도 하죠.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일상에서 바르는 선크림에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그래픽=유재일
선크림에 써 있는 ‘PA’ ‘SPF’는 무슨 뜻일까?
선크림이 어떻게 피부를 지켜주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햇빛 속에 들어 있는 ‘자외선(UV)’을 알아야 합니다. 햇빛은 자외선과 가시광선, 적외선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 중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은 피부를 자극하거나 손상시킵니다. 여름철 야외 활동을 한 뒤 피부가 빨개지거나 따가워지는 것도 자외선에 오래 노출됐기 때문이죠.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서 크게 ‘UVA’와 ‘UVB’로 나뉩니다. 바다에서도 천천히 움직이는 큰 파도가 있고, 짧은 주기로 쉴 새 없이 출렁이는 작은 파도가 있는 것처럼 빛도 비슷합니다. UVA는 파장이 길기 때문에 피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주름이나 피부 노화 등을 유발할 수 있어요. 반면 UVB는 파장이 짧은 대신 에너지가 강해서 피부 표면을 자극해 피부를 타게 만들죠.
선크림 용기를 자세히 보면 ‘PA++++’ ‘SPF 50’ 같은 표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PA(UVA 차단 등급)와 SPF(UVB 차단 지수)는 각각 UVA와 UVB를 막아주는 정도를 알려줍니다. +가 많거나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 효과가 더 크다는 뜻이에요.
자외선을 튕겨내는 ‘무기자차’
그런데 선크림 역시 자외선을 막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답니다. 바로 ‘무기자차(무기 자외선 차단제)’와 ‘유기자차(유기 자외선 차단제)’예요. 이름 그대로 무기물 성분으로 자외선을 막는 선크림과, 유기물 성분으로 자외선을 막는 선크림이라는 뜻이지요. 보통 탄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물질을 유기물, 그렇지 않은 물질을 무기물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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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기자차는 피부 위에서 자외선을 반사하거나 흩뜨려 막아주는 방식의 선크림이에요. 무기물 입자들이 피부 위에 얇은 막을 만들어 자외선이 피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무기자차는 산화아연(ZnO)이나 이산화티타늄(TiO2) 같은 금속 산화물로 만들어지는데요. 현미경으로 확대해보면 입자들이 서로 촘촘하게 퍼져 있대요. 그래서 빛의 알갱이인 자외선이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것이죠. 이 같은 현상을 빛이 흩어진다고 해서 ‘산란’이라고 불러요. 마치 거울이 빛을 반사하는 것처럼 자외선을 튕겨내는 거예요.
무기자차 선크림을 바르면, 얼굴이 하얗게 보이는데요. 선크림이 빛을 여러 방향으로 흩뜨리기 때문입니다. 이를 ‘백탁 현상’이라고 부르지요. 눈밭이 아주 밝게 보이는 것도 쌓인 눈이 햇빛을 여러 방향으로 반사하기 때문인데, 무기자차도 비슷한 원리를 이용하는 셈입니다.
무기자차는 피부 표면에서 바로 자외선을 막아주기 때문에 피부 자극이 비교적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외선을 흡수하는 ‘유기자차’
유기자차는 무기자차와 달리 자외선을 흡수해 막는 방식입니다. 무기자차가 피부 위에서 자외선을 튕겨내는 방패라면, 유기자차는 자외선을 받아들인 뒤 힘을 약하게 만드는 스펀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자외선이 피부에 닿기 전에 선크림 속 유기물이 먼저 붙잡는 방식이죠.
유기자차는 탄소를 중심으로 수소, 산소 등으로 구성된 화합물인데요. 자외선이 유기자차에 닿으면 안에 있는 분자들이 먼저 자외선의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그 영향으로 이때 평소보다 에너지가 많아지면서 ‘들뜬 상태’가 되는데요. 이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흡수 후 남아 있는 에너지를 약한 열에너지로 바꿔 밖으로 내보낸답니다. 피부에 해를 줄 수 있는 자외선을 선크림 성분이 대신 흡수한 것이지요.
유기자차는 피부에 비교적 투명하게 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기자차처럼 입자가 빛을 많이 흩뜨리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백탁 현상이 적은 편이고, 부드럽게 펴 바르는 제품이 많아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자차는 땀이나 물에 쉽게 지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발라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특히 여름철처럼 땀을 많이 흘리거나 물놀이를 할 때는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선크림도 여러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외선을 반사하는 무기자차 성분과 자외선을 흡수하는 유기자차 성분을 함께 사용하는 ‘혼합 자차(혼합 자외선 차단제)’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혼합 자차는 백탁 현상은 줄이면서도 피부에 부드럽게 발려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막아주지요.
여름철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자주 사용하는 ‘워터프루프(방수)’ 선크림도 있습니다. 이런 선크림에는 물을 튕겨내는 성분들이 들어 있어 피부에 발린 선크림이 쉽게 씻겨 내려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마치 비가 오는 날 우산 위에서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모습과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지요.
정해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