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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기(名妓) 소춘풍(笑春風)의 풍자(諷刺)와 사랑
궁중연회에서의 헌주가(獻酒歌) 학문과 풍류를 아울러 좋아했던 성종은 문무백관과 더불어 연회를 자주 베풀었고, 그때마다 소춘풍이 불려 나와서 풍자(諷刺)와 해학(諧謔)이 넘치는 노래와 춤으로 주흥을 돋우었는데 이날도 성종은 소춘풍에게 행주(行酒: 임금을 대신하여 술잔을 돌리는 일)를 명했고 소춘풍은 명을 받아 삼공육경(三公六卿: 3정승 6판서)에게 차례로 술을 올리며 헌주가를 불렀다. 성종대왕에게 태평성대(太平聖代)로다. 어즈버 태평년월(太平烟月)이로다. 격양가(擊壤歌) 드높이 울려오니 이 아니 성세(聖世)인가 순군(舜君)도 계시건만 요(堯)야 내 임금인가 하노라. 먼저 성상께 잔을 드리고 헌주가를 올렸다. 온 백성이 풍년을 맞아 격양가를 부르니 요순시대에 비길 태평성대이고 상감께서는 순임금보다도 요임금에 견줄 만한 성군이시라고 한껏 칭송을 하였으니 성종의 용안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그 다음으로 삼정승을 지나 육조판서에게 차례로 헌주를 하는데 서열로 봐서 예조판서가 앞이건만 괄괄한 무관출신의 병조판서가 서열을 무시하고 그 앞에 앉아 있다. 장난기가 동한 소춘풍이 병조를 건너뛰어 예조에게 먼저 잔을 권하며 헌주가를 부른다. 예조판서에게 당우(唐虞)를 어제 본 듯, 한당송(漢唐宋)을 오늘 본 듯, 통고금(通古今) 달사리(達事理)하는 현철사(賢哲士)를 어데 두고 저 설데 역역히 모르는 무부(武夫)를 어이 좇으리. 중국의 이상세계(唐虞: 요순시대)와 가장 찬란했던 문화(漢,唐,宋)가 이 땅에 재현된 듯한 성세임을 강조하고 이는 고금의 사리를 통달한 현철한 문신(文臣)들의 업적임을 은연중에 암시하면서 그토록 훌륭한 문신을 옆에 두고 어찌 제자리도 모르는 무부(武夫)를 따르겠느냐. 고 하여 문신을 한껏 치켜세우고 무신을 깎아내리는 노래를 불렀으니, 잔 올리는 차례를 건너뛴 것도 괘심해서 앙앙불락하던 병판대감의 노기가 어전(御前)만 아니었으면 벌서 폭발하였을는지도 모른다. 이는 소춘풍이 의도적으로 연출해 낸 것이었으니 이를 달래고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할 소춘풍이 아니었다. 병판대감 쪽으로 머리를 돌리어 잔을 권하고 노래를 부른다. 병조판서에게 전언(前言)은 희지이(戱之耳)라 내 말씀 허물 마소. 문무일체(文武一體)인줄 나도 잠깐 아옵거니 두어라 규규무부(赳赳武夫)를 아니 좇고 어이리. "먼저 한 말은 웃으려고 한 것이니 내 말을 허물치 마시오. 문신과 무신이 모두 한 몸인 것을 나도 압니다. 이토록 헌헌장부(軒軒丈夫)인 대감을 어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하고 병판을 치켜세우며 그쪽으로 기우니
조그만 등국(國)이 간어제초(間於齊楚)하였으니 두어라 하사비군(何事非君)이리오, 사제사초(事齊事楚)하리라. 등나라 문공이 맹자에게 물었다. "등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큰 나라인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었으니 제나라를 섬기리까? 초나라를 섬기리까?” 맹자 양혜왕장구(孟子 梁惠王章句)에 나오는 말이다. 이 고사를 인용하여 자기의 처지와 심경을 자유분방하게 거침없이 표현한다. "예판대감도 훌륭하고 병판대감도 훌륭한데 미천한 소첩이 두 대감 틈에 끼었으니 이를 어찌합니까? 모르겠습니다. 어느 임을 모신 들 임이 아니겠습니까? 예판대감도 모시고 병판대감도 모시겠습니다.’ 이러한 뜻이었으니 한때 긴장했던 연석엔 폭소가 터지고 열락(悅樂)의 흥취가 한껏 고조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재치와 해학으로 소춘풍은 성종으로부터 호피(虎皮) 한 점을 상으로 받았고 그의 총애를 받기에 이른다. 12세에 등극하여 아깝게도 38세에 승하할 때까지 26년간 재위하면서 경국대전(經國大典)을 비롯하여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동국통감(東國通鑑),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을 편찬 하여 찬란한 문화정책을 펼쳤던 임금 성종은 또 한편으로는 술과 여색을 좋아했던 임금이기도 했다. 임금과 기생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 여색을 좋아했음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38세에 요절하면서도 28자녀(16남 12녀)를 두었던 성종은 "주요순 야걸주(晝堯舜 夜杰紂)’ 라는 말도 들었다고 하니 아마도 폐비윤씨(연산군 모)사건을 비롯하여 소춘풍과의 염문도 한 몫을 하였을 것이다. 어느 날 소춘풍이 성종의 부름을 받았다. 연회도 없이 조용하기만 한 궁중의 어느 별전(別殿)에는 성종이 홀로 술잔을 기우리고 있었다. 소춘풍에게 술잔을 건네며 "오늘 밤은 너와 함께 하고 싶은데 너의 뜻은 어떠하냐.’ 고 물었다. 군왕과 기생 사이에 오직 명령과 복종만이 있을 것이로되 성종은 명령대신 의견을 구했다. 소춘풍도 성종을 흠모했다. 군왕으로서가 아니라, 한 사나이로서도 풍류를 아는 당대의 한량이요 헌헌장부였으며, 한갓 기생에게까지 한 사람의 여인으로 대해주는 그 풍도가 좋았다. 그러면서도 소춘풍으로서는 선뜻 대답할 수 없는 고민이 있었다. 당시의 법도로는 임금을 한번이라도 모시면 평생을 임금의 여인으로 살아야 했으니 한평생 독수공방의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그래서 머리만 숙이고 있는데 성종이 "너는 내가 싫으냐?" 하고 채근한다. 소춘풍은 황급히 "아니옵니다. 소첩도 마마를 흠모해 왔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성 종 그러면 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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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야총백년한이라...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감사합니다!
그시대에 살아 보고픈...
一夜寵百年恨......소춘풍소춘풍 한다더니 음악도 좋고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