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의 서오릉] 정병경.
ㅡ동에서 서로ㅡ
날씨가 연이어 비와 흐림의 반복이다. '코로나19' 확진자 1749명 기록 보도다.거리두기와 방역을 철저히 해도 연일 이어진다.
서오릉을 가기 위해 3호선 녹번역 4번 출구에 내린다. 다시 702A 시내버스에 올랐다.
집을 나서 서오릉 입구에 내릴 때는 점심시간이다. 가을비가 추적거린다. 매표소에서 표를 받고 명릉으로 향한다.
ㅡ명릉ㅡ
명릉明陵은 쌍릉과 단릉으로 조성했다. 34세에 생을 마감한 두 번째 인현왕후(민유중의 딸)는 숙종과 나란한 쌍릉에 누웠다.
70세까지 장수한 세 번째 왕비 인원왕후(김주신의 딸)의 능은 서쪽 언덕에 단릉으로 약간 높다. 두 왕비에게는 자녀가 없어 애가 탄다.
숙종은 현종과 명성왕후 김씨(1남3녀)의 외아들이다. 14세 때 왕좌에 앉은 후 45년 10개월간 재위한다.
향ㆍ어로 양옆에 신하가 다니는 변로를 설치했다. 다른 능보다 향ㆍ어로가 넓다. 비석이 두개다. 왼쪽은 숙종과 인현왕후, 오른쪽엔 인원왕후가 새겨져 있다.
'서오릉 재실 개방기념 사진전'을 9월 14일부터 10월 17일까지 《조선왕릉의 가을》 이란 제목으로 재실 안 마당에 전시 중이다. 비가 자주 내리면 관람객이 줄어들까 걱정된다.
재실 밖 고목 은행나무 두 그루는 왕릉의 역사를 대변한다.
졸졸 흐르던 넓은 계곡엔 빗물이 더해 줄줄 흐른다. 가을매미와 새소리, 풀벌레 소리는 빗소리와 함께 장단음이다.
ㅡ수경원ㅡ
수경원綏慶園엔 영조의 후궁 영빈 이씨가 누워있다. 사도세자와 6명의 옹주를 낳고 68년을 지낸다. 의열묘ㆍ선희묘였다가 사도세자가 장조로 추존과 동시에 수경원으로 바뀐다.
비석은 노천에서 비를 맞고 있다.
ㅡ익릉으로ㅡ
서쪽의 익릉翼陵으로 걸음을 옮긴다. 숙종의 조강지처인데 애석하게도 공주 셋을 일찍 잃고 후사가 없다. 홍살문과 정자각 거리가 짧아 보인다.
향ㆍ어로는 경사가 있어 김포 장릉처럼 네 계단으로 조성되었다. 길게 이어진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비오는 왕능길 솔향에 취한다.
"조선의 기를 품은
왕릉은 세계유산
역사를 이어가며
청청한 소나무숲
세상사
일장춘몽을
오릉에서 새긴다."
ㅡ순창원ㅡ
순창원으로 이어진다. 높은 언덕길을 오른다. 홍살문과 능의 거리가 짧다. 비각이 눈에 안 띤다.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외아들 순회세자와 세자빈 공회빈 윤씨가 합장한 단봉이다. 13세에 생을 마감해 명종의 후손이 끊겼다.
중종의 서손자 하성군(선조)이 16세에 14대 왕으로 등극해 왕의 대를 잇는다.
ㅡ경릉ㅡ
경릉으로 발길을 돌린다. 홍살문에서 정자각의 거리가 먼 편이다. 능은 남서방향이다.
능을 정자각 뒤 양쪽으로 배치했다. 능 사이가 확 트여서 경관이 좋다. 양 옆으로 소나무가 울창하다. 왕릉의 소나무는 관리를 잘 한 덕에 가는 곳마다 무성하다.
비에 젖은 마사토는 밟으면 아사삭 소리를 낸다. 숲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우두둑한다. 비오는 왕릉 산책은 다양한 소리의 조화로 귀가 즐겁다.
ㅡ장희빈묘ㅡ
남향으로 조성된 대빈묘는 앞의 큰 숲에 가려 답답하다.경종 어머니인 장희빈의 묘다. 숙종 때 대왕대비(장렬왕후 조씨)를 모신 궁녀이다.
숙종의 세 비에 후사가 없었다가 장씨가 맏아들 경종을 낳아 희빈에 봉해진다. 경사에 마가 낀다(호사다마). 기사환국과 갑술환국으로 정가는 소용돌이 친다.
왕비와 폐비를 거듭하다 끝내 묘에 묻히는 불운의 여인이다. 서오릉의 제일 서쪽 좌측에 묻혔다. 아들 경종은 선의왕후와 서울 의릉에 있다.
소나무 산책길을 들어선다. 한참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왔다. 혼자 거닐기가 섬짓하여 발길을 돌린다. 홍릉과 창릉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
ㅡ홍릉ㅡ
능길 오른편에 홍릉弘陵이 멀리 보인다. 능이 높아 시야가 트였다. 영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첫 번째 왕비로 책봉된 정성왕후 서씨의 단릉이다.
영조는 부인이 6명인데 자식이 귀했다. 정빈 이씨 사이에 난 효장세자가 안타깝게도 10세에 세상을 떠난다. 영빈 이씨에게 사도세자를 얻었지만 28세 때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다.
능이 많은 탓인지 잔디에 잡초가 많다. 모두 제거하기에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방대한 숲이 열대지방의 밀림지대 같다.
ㅡ창릉ㅡ
예종과 안순왕후가 묻힌 왼쪽길 창릉으로 향한다. 서오릉 서쪽의 마지막 능이다. 창릉은 서남향이다. 정자각 양쪽에 배치했다.
왼쪽은 예종의 능이다. 오른쪽 능이 안순왕후의 안식처다.
왕릉의 형식으로는 서오릉에 처음 조성된 창릉이라고 한다.
소나무숲길 1.08킬로와 서어나무숲길 1.92킬로미터를 1시간이면 돌 수 있는 거리다. 시간이 부족해 접는다.
창릉을 마지막으로 2시에 발길을 돌린다. 정문까지 40분간 발품을 팔아야 한다. 능과 원, 묘까지 있는 초대형 서쪽 오릉에서 클래식한 자연의 소리를 담는다. 반나절 동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일기장에 남긴다. 왕릉 입구의 사과밭에는 붉은 사과가 가을을 장식한다.
3시반 녹번역 정가네집에서 제육볶음으로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네 시가 넘어서 전철에 오른다. 퇴근 무렵이라 승객이 많다. 우산으로 하늘을 가리고 다닌 날의 행복이다. 서오릉 관람과 숲 산책 세 시간으로 일과를 접는다.
2021.10.08.
첫댓글 우중에
서울의 서쪽 경계에 위치한 오릉(창릉, 익릉,명릉, 경릉, 홍릉)을 다녀오셨네요...
글과 사진을 자료로 올려주셔서 큰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릉의 탐방기
잘 조성된 숲길의 클래식 자연음에
몸과 마음 가을 정취 만족하신 시간
행복한 시간 되셨네요
더블어 역사의 페이지를
복습하게 해 주신 수고 감사합니다
정병경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개인 사정있어 좋아하는 산을 길게는 일년 짧게는 칠개월 가지 못하는데, 능이나 좋은 기행문과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어디 다녀 오셔서 올려 주 실까 궁금 합니다 하지만 건강하세요
멀지않은 곳에 있는데도 선뜻 나서지지않는 곳들인데 덕분에 사진과 글로나마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