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이 치마를 벗을 때처럼 흘러내려서 나는 H와 H에게 한 장씩 그걸 나누어주었다 약속이나 한 듯 이들은 동시에 그걸 이불처럼 덮었다 파도가 계속해서 살갗에 닿았다 나는 해변에서 뛰어노는 큰 개가 되었다 개처럼 후드득후드득 물기와 모래를 털어냈을 때에 개가 된 걸 알았다 그날 내가 혹시 왈왈왈- 하고 짖었나요 우어우어우우우아우- 하고 하울링을 했나요 두 발로 기었나요 꼬리는요 꼬리를 너무 흔들어서 엉덩이가 아프다고 말했나요 그날 우리가 같이 누런색 플라타너스 낙엽이 되어서 커다란 재활용 비닐봉투 속으로 찌그러져 들어가서 너무 똑같이 찌그러져 있는 플라타너스 잎들이 반가워 킥킥킥 웃어댔나요 그날 수세미처럼 까끌까끌한 목소리가 창밖에서 들어올 때 누가 문을 닫아주었지요? 나였나요? 찻물이 끓을 때 나는 지하철 플랫폼 속에서 막차가 이미 지나가버린 줄도 모르고 서 있었어요 기다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지하철이 왔고 기차에 타자마자 차 향기가 코끝으로 들어왔어요 그날 내가 혹시 자장가를 불러드렸나요 자장가를 서로 불러주겠다고 티격태격했나요 자장가를 그래서 합창했나요 누가 자장가를 그렇게 불러요 우렁차서 잠이 다 깨버리잖아요 두 팔을 휘저으며 자장가를 부르다니 어깨를 들썩이다 헤드뱅잉을 하고 에어기타를 치며 자장가를 부르다니 그래도 잠이 잘 왔어요 우리는 겨우 서로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했군요 뭘 해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지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노래를 불러주었으니 노래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그날 티티새가 잠든 H와 H의 콧잔등에 날아와 앉았다가 잠시 깃털을 다듬고 창 바깥으로 날아갔는데 나는 새들이 열려 있는 창문을 잘 찾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했다 두 번 접은 종이처럼 납작하게 누워 까끌까끌한 카펫에서 잠이 든 H와 H가 이불이 부드럽다고 말했다 우리의 머리맡에는 우리가 벗어둔 신발들과 칫솔들이 있었다 나는 H와 H가 가고 난 후 칫솔모 속에서 잠이 들었다 이불보다 부드러웠다
- 웹진〈같이 가는 기분〉VOL.16/2024 겨울호 / 21인의 신작시
Mama Ocean Mantra- Channelling For Unity And Whole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