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2023.12.23.토요일 12월23일 말라3,1-4.23-24 루카1,57-66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늘 오늘 지금 여기서 따뜻한 “봄의 사람”이 되어 삽시다-
“오! 임마누엘
우리의 임금이시오, 입법자이시며 만민이 갈망하는 이요 구속자이시니,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 주 하느님!”
대림 제2부 마지막 7일째 12월23일 “O후렴”도 간절합니다.
만민이 갈망하는 구원이자 만민이 갈망하는 주님께서 오실 날도 가까왔습니다.
오늘은 이런 저런 따뜻한 일화들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여기 수도원만 오면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사람한테 한 번도 느끼지 못한 뜨거움입니다.”
“주님 사랑을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멀리 김포에서 인천에 들려 친한 자매를 태우고 오전에 별내성당에 도착하여10시 미사후
주님이 차려주신 동지 팥죽을 먹고 수도원 따뜻한 성전에 와서 오후 내내 머물다 고백성사를 본후
끝기도를 하고 간 자매의 고백입니다.
왕복 4시간 거리에도 불구하고 주님 만날 뜨거운 기쁨에 특별히 시간을 내어 주님의 집, 수도원을 찾은 것입니다.
“신부님, 어제 고해본 자매입니다. 고해성사의 기쁨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따뜻한 면담고해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갑자가 방문하여 면담고백성사를 분 두분의 메시지입니다.
“따뜻한” 이란 말마디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연일 강추위가 계속됩니다.
본능적으로 따뜻함을 찾는 사람입니다.
따뜻한 집, 따뜻한 방, 따뜻한 밥, 따뜻한 사람, 따뜻한 대화, 따뜻한 위로, 따뜻한 공동체,
따뜻한 책등 끝없이 따뜻함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어제 참 따뜻한 고전을 발견했고 모두 들어다 집무실에 놓았습니다.
좋은 책만 보면 마음이 뜨거워지고 마냥 행복해 집니다.
모든 욕심은 비워지고 충만한 기쁨에 따뜻한 마음이 됩니다.
비매품으로 “그리스도교 신앙 원전” 15권 까지 시리즈로 나왔는데 12-14권까지 지니게 되었고
원장수사와 메시지를 나눴습니다.
“12-14권 까지는 있는데 1-11권까지는 없네요. 구입할 수는 없는지요?”
“구입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책보기 위해서라도 오래 살고 싶네요.”
“그러면 책을 컨테이너로 사드려야겠네요.ㅎㅎㅎ”
이 말이 얼마나 제 마음을 따뜻하게 했는지요!
순간 떠오른 생각에도 감사했습니다.
“주님을 더욱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오래 살고 싶다!”
정말 날로 주님 사랑하고 싶은 청정욕淸淨慾 하나뿐 다른 욕심은 하나도 없습니다.
살아있을 때 사랑이요 기도요 공부요 봉사요 회개이지 죽으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아까운 시간 부수적인 일들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질적인 일에 써야 하겠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 생각없이 많이 만나기 보다는 좋은 사람을 만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이런저런 쓰레기 같은 책들을 닥치는 대로 보기보다는 정말 따뜻한 고전같은 책을 선별해 보는 이치와
똑같은 사람들간의 만남입니다.
참 좋은 사람이나 참 좋은 책은 만날 때 마다 늘 좋고 새롭고 따뜻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 원전” 책권마다 표지 글도 깊고 좋고 따뜻했습니다.
“오래고도 새로운 아름다움!(Pulchritudo amtiqua et nova!)"
-교부문헌이 탄생한 자리는 책상머리가 아니라,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로 누벼진 민중의
애달픈 삶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교부들의 많은 가르침은 단순하면서도 감동적이고, 힘이 있으면서도 따뜻하다.
특히 사회교리나 교회생활에 관한 탁월한 가르침은 현대교회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시고, 교회는 어머니이시니, 우리는 형제입니다.”
성 아구구스티누스(설교56,10,14)의 간명한 이 아름다운 말씀도 얼마나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지요!
이 한마디 안에 모든 답이 다 들어있네요!
아주 오래전 "제비꽃"이란 자작시도 불현 듯 떠오릅니다.
“자리 탓하지 말자
그 어디든 뿌리내리면
거기가 꽃자리이다
하늘만 볼 수 있으면 된다
회색빛 죽음의 벽돌들
그 좁은 틈바구니
집요히 뿌리내린
연보랏빛 제비꽃들!
눈물겹도록 고맙다
죽음보다 강한 생명이구나
사랑이구나
절망은 없다”-2001.4.18.
계속되는 강추위 겨울인데 벌써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가 꽃자리입니다.
그러니 강추위속에서도 따뜻한 봄같은 사람이 되어, 겨울속의 봄을 사는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신뢰를, 희망을, 사랑을 둘 때 신망애信望愛의 사람이 되어 살 때,
그때에 맞게 “봄의 사람”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참으로 기다리고 참아내며 일상의 일에 깨어 지극히 충실하며 살 수 있습니다.
모두가, 모든 시간이 하느님 손안에 있습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은 아닐지라도 하느님 허락없이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라기 예언은 어김없이 다시 오는 엘리야인 세례자 요한을 통해 실현됩니다.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
말라기 예언은 그대로 복음의 참 따뜻한 사람, 즈카르야-엘리사벳 부부를 통해 실현됩니다.
때가 될 때까지 자기 꽃자리에서 일상에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충실하며 묵묵히 견뎌내고 버텨낸
두 부부가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작명 문제로 의견이 분분한 때, 때가 되자 글 쓰는 판에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쓰는 순간
즈카르야는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니,
바로 우리가 날마다 아침성무일도때 마다 바치는 즈카르야의 찬가입니다.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셨다!”
바로 요한의 이름뜻은 얼마나 좋습니까.
말그대로 하느님이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엘리사벳이 해산달이 차서 때가 되어 아들, 세례자 요한을 낳았을 때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모두 함께 기뻐했다니 모두의 마음이
참 밝고 따뜻해졌을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야 말로 주님의 희망과 기쁨의 표지가 되어 밝음과 따뜻함의 샘이 된 것이지요.
이런 분위기를 접한 사람들은 주님의 손길이 그 아기를 보살피고 계심을 느꼈고 이구동성으로 고백합니다.
“이 아이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이 은총의 대림시기, 아기 예수님의 탄생에 앞서 오늘 출생한 세례자 요한은 물론 우리를 향한
물음일 수 있습니다.
“나는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묵상하며 오늘의 때에 맞게 겨울속의 봄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 사시기 바랍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의 우리 모두 강추위속에서도 따뜻한 봄의 사람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