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헝다, 아시아 챔피언으로 등극
(광저우 헝다가 2013년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했다.)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의 왕좌는 중국클럽인 광저우 헝다에게로 돌아갔다. 광저우 헝다는 아챔 결승전에서 K리그의 서울과 홈&어웨이 경기를 치뤄서 1차전에는 2대2, 2차전에는 1대1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거하여 상암원정에서 2골 넣은 덕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차전의 화력전과 달리, 2차전에는 쉽게 골이 나지 않았다. 2차전이 마지막 경기였기에 양 팀 다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전반전까지 무득점으로 끝났다. 후반전이 되자, 광저우의 엘케손이 팽팽한 균형을 깨는 선취득점을 올렸고, 이에 응수하여 서울에선 데얀이 동점골을 넣으면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였고, 광저우 입장에선 비겨도 우승이었기에 서울에게 불리한 판세로 돌아갔고, 결국 행운의 여신은 광저우의 손을 들어주었다.
광저우는 중국 슈퍼리그와 FA컵에서도 이미 우승을 한 상황이었는데, 아챔 정상까지 올라섰으니 중국클럽 최초 트레블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그들은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다음달에 열릴 클럽월드컵에 출전하게 되었고, 거기서 바이에른 뮌헨 등 각 대륙 챔피언들과 자웅을 겨루게 되었다.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다른 때와 다르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남달랐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2가지로 크게 분석해보려고 한다.
2013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가져다준 2가지 의미
1) To 중국축구 - '아시아 변방축구'로 분류되었던 그들의 23년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
(광저우의 우승은 중국축구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3년만의 중국클럽의 아시아 제패였기 때문이다. 사진참조 mydaily)
국내 일부 팬들은 광저우 헝다의 우승에 그리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광저우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서 뛰어난 선수들을 사들이고, 그 효과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선 게 축구의 로맨틱함을 부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번 결승전 구도가 한국 vs 중국 국가대표팀이라 착각할 정도의 분위기를 한국과 중국, 양 측 다 만들어낸 탓도 적잖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수많은 돈을 쏟아부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그러한 행동을 폄하할 자격이 없다. 그들이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자신들의 돈을 가지고 투자했고, 그에 상응하여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현지는 축제 분위기이다. 광저우 헝다가 속한 광저우 지역은 물론이겠거니와, 중국 전역이 우승 분위기에 물들었다. 중국 클럽이 아시아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 정확하게 23년만이었기 때문이다.
15억명의 방대한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다른 스포츠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면서 석권하지만 유독 축구와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올림픽에서는 주연급이지만, 축구에서 중국의 입지는 조연, 아니 엑스트라에 가까웠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서아시아에선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 이렇게 4개 국가가 아시아 축구패권을 나눠가지는 판국이었고, 중국은 변방으로 밀려나있었다. 그들이 최초로 아시아 정상에 올라선 것도 1990년 아챔의 전신대회였던 아시아 클럽 챔피언쉽에서 랴오닝FC(현재는 랴오닝 홍윈)가 결승전에서 닛산FC(현재는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홈&어웨이에서 최종 스코어 3대2로 격파하며 우승한 것이 유일했고, 그 이외에 아시아 대회에서 뚜렷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영향력은 국가대표경기에서도 미쳤고, 그들은 2004년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우승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2010년에 몰아닥친 중국축구의 막강한 자금력, 이것이 그들을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렇게 변방에 머물러있던 중국축구는 2010년부터 갑작스러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슈퍼리그로 재창단과 함께 2부, 3부리그가 생겼고, 몇몇 클럽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해외에서 유명한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광저우 헝다였다. 2010년 헝다 부동산개발이 팀 스폰서를 맡아 2부리그에서 우승하여 승격한 뒤인 이듬해인 2011년에 브라질 세리에A 슈퍼스타인 다리오 콘카와 한국대표팀 출신인 조원희, 그리고 중국에서 유명한 선수인 양하오, 펑샤오팅 등을 영입하면서 이적시장의 큰 손이 되었고, 그 투자효과로 승격하자마자 2011년 슈퍼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광저우 효과로 상하이 선화나 광저우 푸리 등 다른 클럽들도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너도나도 슈퍼스타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우리가 익히 들었던 슈퍼스타인 디디에르 드록바, 니콜라스 아넬카, 프레데릭 카누테 등도 중국무대를 밟았고, 유벤투스와 이탈리아를 각각 챔스와 월드컵 우승으로 인도한 마르첼로 리피 감독까지 중국무대로 왔다. 그만큼 중국축구는 기형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에서 광저우 헝다의 행보는 정말 무섭다. 그들은 단순히 외국인 선수들과 코치들을 영입하여 즉시전력만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와 유소년 아카데미 협약을 체결한 만큼, 미래 청사진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그저 돈으로 트로피를 샀다고 볼 순 없는 부분이며, 이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만큼 수확을 거두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축구는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건 셈이다. 이게 핵심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2) To 한국축구 -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대회가 아니다.
(서울이 아챔 준우승에 머물면서 우리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만만한 대회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중국축구와 달리, 한국축구에게 있어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번 대회를 통해 더이상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라는 무대는 한국클럽들의 손쉽게 우승하는 그런 만만한 대회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서울이 결승전까지 올라간 것은 분명 한국축구에 있어서는 고무적이고, 2009년부터 이번 연도까지 5년 연속 K리그 클럽들이 결승전 무대를 밟았다. 이것은 분명 기록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간에 우리는 전부 아챔을 정복하지 못했고, 아시아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게 되면, 그 기회비용으로 하나를 잃어왔다. 이것이 한국축구의 현주소인 셈이다.
이번 아챔에 출전한 K리그 4개 클럽들은 서울, 전북을 제외한 나머지 클럽들(포항, 수원)은 16강 진출도 못해본 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씁쓸함을 맛보고 일찌감치 떠났다(전북도 16강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았다). 사실 서울이 결승전까지 올라온 것도 어찌보면 기적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분명 그들은 결승전에 올라올 만한 실력은 되지만, 문제는 상대팀이었던 광저우에 비해 아챔과 리그 전체를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얇은 스쿼드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주전 선수들과 로테이션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너무나도 컸기에 주전 선수들의 혹사가 자연스레 이어질 수 밖에 없었고, 주전 중 한 명이라도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에 빠지게 되면 겉잡을 수 없이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결승전만 보더라도 몰리나의 부진으로 서울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리그에서도 그러한 영향을 보여주었다). 서울 이전에 아시아 챔피언을 맛보았던 울산도 스쿼드 두께가 탄탄치 못하여 작년 시즌에 아챔을 차지하는 대신에 리그 경쟁을 눈물을 흘리면서 포기했고, 성남이나 포항 또한 당시 리그 성적이 들쭉날쭉했었다.
(한국 클럽들도 이제 아챔 우승과 K리그 모두 석권하려면, 막대한 투자를 해야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광저우의 자금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투자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의식을 느끼고, 그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아챔에서 한국 클럽들이 계속 우승했기에 마냥 아시아 무대가 만만하게 보였겠지만, 올시즌은 그러한 인식을 확실히 깨뜨렸다. 광저우도 200억원이나 투자해서 겨우겨우 얻어낸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이다. 우리도 아시아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려면, 구단 투자에 프론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스쿼드를 단단하게 구축해야 아챔이든 리그든 기복없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 매번 소망만 해오던 더블, 트레블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것이다. 현재 2014년 아챔 진출이 확정된 팀은 FA컵 우승한 포항과 리그 우승의 5부능선을 넘은 울산 뿐이다. 나머지 두 장을 놓고, 전북과 서울, 그리고 수원이 불꽃튀는 경쟁중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줍잖은 정신승리와 위로가 아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K리그 클럽들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서아시아 클럽들은 이미 오일머니를 통해 자신들의 클럽을 키우고 있고, 동아시아에 위치한 중국과 일본 클럽들도 자신들의 클럽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아시아 패권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아시아의 선수수출리그라는 별칭을 벗기 위해, K리그는 이제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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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북은 16강에는 진출했지만 가시와 레이솔에게 패해서 떨어진걸로 기억합니다
작년 울산과 올해 서울이 리그를 포기하거나 리그에서 부진한 건 스플릿이라는 워낙 빡센 제도도 한몫 했다고 봅니다. 4강과 결승 이후로 울산 수원 등 줄줄이 빡센 상대들을 상대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함. 풀리그였다면 중간중간 중하위권 팀이 섞여있을 테니 더블도 충분히 노려볼만 했다고 생각되고요...
어쨌든 향후 아시아 클럽축구에서 중국의 상승세가 엄청날듯 싶네요.
베이징 궈안과 산동 루넝이 광저우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준비중이라던데, 광저우급 팀이 3팀이라면 K리그도 점점 어려워질 테고...
전북은 제가 실수로 잘못써서 수정합니다. 스플릿도 스플릿이지만, 그 이전인 2009년과 2010년에 포항과 성남 사례를 보더라도 스쿼드가 두텁지 못했던건 부정할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