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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후 정순은 방옥에게 지나가는 말로
“수동이 색싯감을 구해야 하는데,”
했더니 방옥이 반색을 하며.
“가만있자 시골 처 삼촌네 시집안간 처녀가 둘이나 있는데.”
“그래요 그럼 중신 한번 서 보세요.”
“그러죠.”
“성이 뭐래요.”
“무안 박 씨고 딸만 다섯인데 셋째 넷째가 혼기가 됐어요.”
수동이는 정순이 전해 주는 이야기를 듣고 큰엄마 윤희를 생각했다.
큰어머니는 무안박씨 양반이고 성품 또한 좋은 분이 아니신가, 그런 말이 오간지 얼마 후 수동이가 마침 쉬는 날이라 다락에 올라가 책을 보고 있는데 문밖이 소란스럽더니 색싯감 아버지가 왔다고 했다.
그리하여 수동이는 티셔츠 차림으로 다락에서 내려와 방옥의 방으로 가서 절을 했다.
천복이 천천히 사윗감을 살펴보았다.
첫인상은 험 잡을 때 없게 생겼구나 하고 생각하고 어려서 어머니가 돌아가고 계모 밑에서도 바르게 자라고 무릎을 꿇고 조용히 앉아 있는 품이 가정교육은 제대로 받은 듯싶었고 단지 시어머니짜리가 계모에다 줄줄이 시누이들이 많은 대다가 젖 떨어져 걸음마를 막 시작한 시누이 까지 있으니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외삼촌 장가 드리면 따로 살림을 내준데요,”
하는 방옥의 말에 생각을 해보니 벌써 셋째 영자의 혼기가 상당히 지나 있어서 아무래도 시집을 보내야 갰다는 생각에.
“그렇다면야 나는 괜찮다고 보내 당사자 들이 문재지.”
하며 반승낙을 했다.
“그러면 내가 딸 전화번호를 줄 테니 선을 보도록 하게.”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 내촌 사는 방옥의 처 명옥이가 저녁 무렵 자그마하고 얼굴이 통통한 아가씨를 데리고 나타났다.
첫눈에 반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장소가 어색하여 수동이는
“저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네”
영자는 대답을 하면서 잠간 수동이의 얼굴을 보았다.
눈이 크고 매우 반짝 거렸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보아 언니가 예기한 대로 성실해 보였다.
둘이서 길 건너에 있는 대동다방으로 갔다.
처음 만난 초면에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기도 그렇고,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아가씨 취미는 뭐에요.”
“저는 음악을 즐겨들어요.”
“저는 장기를 좋아 합니다.”
잠시 후 다시 수동이가
“무슨 색을 가장 좋아 하세요.”
“보라색이요.”
이런 젠장 색깔에 대한 공부를 해서 나올걸 그래야 대화가 슬슬 풀리는데
“저는 초록색을 좋아 합니다.”
별로 할 말 없이 앉아 있기도 뭐해서
“오늘은 그만 일어나실까요.”
다방 문을 나서는데 영자가 아가시아 껌을 까서 밑 부분 종이는 잡기 좋게 벗겨서 건넸다.
“다음에 다시 만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네”
작은 목소리의 대답을 끝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영자는 고종사촌 언니 명옥이와 나와서 버스를 타고 나와서 영자는 근무하는 숭인동 미장원으로 떠났고, 명옥이는 저녁에 집에 혼자 있을 효순이와 상묵이 광묵이가 걱정이 되어 바로 청량리에서 내촌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
결과가 궁금한지 방옥이 수동이에게 물었다.
“어때 맘에 들어”
“글쎄요”
“싫지 않으면 되는 거지 뭐 만날 약속은 했어.”
“다음에 한 번 더 보자 고 하긴 했는데 확실한 시간과 날짜는 정하지 않았어요.”
몇 칠 후 용동이가 막내 연동이의 결혼 문제를 의논하기 위하여 삼양동 영동이네 집에 왔다가 작은 아버지 집에 들렀다.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작은아버지 재덕이나 정순은 영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박수에게 옆방을 세를 놓고 그나마 타지에 나가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수동이가 출 퇴근을 한다고 하지만 야근을 할 때는 집에 없지 않는가?
정순이 용동이를 반갑게 맞았다.
어릴 때 친구 만석의 동생에서 이제는 작은어머니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어서 부자연스럽지만.
“작은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네 어서 와요. 어쩐 일이예요?
“동생네 들렸다 내려가는 길에 들렸어요.”
“다들 무고하시고요.”
“예”
“우리 수동이 이번에 선 봤어요.”
“그래요 어떤 아가씨인데요.”
“응 원주가 집이고 무안 박 씨 셋째 딸이래요.”
그날은 수동이가 야근을 하고 돌아와 다락방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 내려와 용동이를 맞았다.
“형님 오셨어요.”
“그래.”
“큰어머니도 평안하시고요.”
“그래.”
“형수님께서도.”
“음 그래 자내 선 봤다며 어때?”
“글쎄요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네요.”
“웬만하면 해. 사람 속에서 사람을 고른다는 게 쉽진 않지 특별한 홈이 없으면 어른들이 원하는 데로 수긍하고 넘어가게.”
“네”
그리로 얼마 후 쉬는 날을 잡아 신설동 돌 다방에서 선본 아가씨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한 장소에 정순과 효순 아버지가 따라 나왔다.
한참 후에 영자는 나타났다.
영자는 형부와 시어머니감이 함께 온 것을 보고 적이 놀랐다.
그러나 이내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한잔씩 하고 효순 아버지가 식사를 하자고 부근 일식집으로 갔다.
조기매운탕으로 점심을 했다.
그리고 바로 부근에 있는 사진관으로 정순과 효순 아버지가 가자고 했고 수동이는 잠바차림 그대로 영자는 진한 초록색 원피스 차림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로서 정혼한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둘이는 버스를 타고 종로 3가 단성사 극장으로 가서 금발의 나타샤를 봤다.
수동이는 영화를 보던 중 슬픈 장면에서 이 여자는 과연 눈물을 보일까?
궁금하여 살짝 곁눈질로 엿보았다.
영자는 손수건을 눈가에 가지고 가지 않았고 눈물이 고였는지 안 고였는지 어두워서 알 수가 없었다.
영화를 보고나니 밖을 나와 보니 벌써 날은 어두워 져 있었다.
4가에 있는 버스정류장 부근 중국집에서 수동이는 짬뽕을 영자는 자장면을 시켜서먹고 나올 때 영자는 이번에도 아카시아 향이 나는 껌을 벗겨서 건넸다.
“저 아가씨 이름이?”
“영미에요.”
영자는 영자라는 이름이 너무 흔한 게 창피 했는지 얼른 동생 영철이가 쓰고 있는 가명인 영미라고 둘러댔다.
“저는 김수동 이예요.”
참 웃기는 게 약혼 사진을 찍어놓고 다음에 이름을 물어보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둘이서 버스를 타고 오다가 영자는 신설동에 내려서 숭인동 미장원으로 향하며 약간의 실망을 감출수가 없었다.
아니 무슨 남자가 쪼잔 하게 첫 데이트에 버스를 타고 다니고 저녁을 사주는 게 자장면?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성실하고 낭비가 없는 걸로 보자.
그런가 하면 정순은 3층 영숙이네 빌려 주었던 40만 원 중 우선 20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 돈으로 약혼 준비를 해 나갔다
우선 금반지 세 돈 목걸이 닷 돈 알반지 시계 합해서 12만원이 들었다.
그리고 우선 약혼식에 입고 갈 신랑 양복은 신부 측에서 마련하고 결혼식 때 까지 입기로 했다.
예물은 영자와 정순이 같이 가서 고르고 따로 양복은 영자와 수동이가 동대문 시장에 가서 옷감을 끊어서 동내 양복점에서 맞추기 위하여 치수를 재고고 몇 칠 후 가봉을 하러 들렸다.
어깨에 뽕을 넣으며.
“손님 역도라든지 그런 운동하세요?”
“아니요.”
“그렇지 않으면 뭘 하시기에 어깨가 다른 분에 비하여 많이 쳐져 있네요.”
수동이가 생각해 보니 어려서부터 지개를 많이 져서 어깨가 처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위에 걸쳐 입을 오버코트(overcoat)는 정순과 수동이가 평화시장에서 사 입었다.
그렇게 약혼 준비가 다 되서 영자는 미리 집으로 내려가고, 수동이는 약혼 전날 D/P점에서 카메라를 빌렸다.
그런데 그날 저녁 정자를 따라서온 보영이가
“오빠 나랑 약혼하고 결혼해.”
했다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라.”
하면서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기로 돌려 버렸다.
정자가 그의 동생 학내와 사귀고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애가 덜 떨어진 애 같았다.
그러나 재덕은 정자의 연애에 대하여 일언반구의 이야기도 없었다.
방임인지 아니면 정순의 적극적인 보호 때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냉정한 잣대로 본다면 수동이가 연애를 했으면 노발대발 했을 법 한데 지방에 내려가 있어서 인지 아니면 학내가 부잣집 아들이어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동이가 나서서 너 연애 하지 말아 한 일도 없고 말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약혼식 당일 수동이는 재덕 정순 재운 연순 방옥이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 삼층에 인순이 까지 일곱 명이 청량리에서 부산으로 가는 중앙선 첫차를 다고 떠났다.
완행이라 세 시간 가까이 걸려서 동화역에 내려서 보니 그제 내린 눈이 녹지를 않아 사방이 하얀 게 보기 좋았다.
버스를 타고 반계리에 도착해 보니 정성껏 차린 음식이 준비돼있었고 친지들과 이웃이 많이 와 있었다.
영자는 분홍색 한복을 입고 있었고, 명옥이도 전날 내려와 있었다.
방옥의 사회로 약혼식이 진행되었다.
“신랑신부 인사”
“찰칵”
“예물 교환”
그때 수동이가 당황 했다.
목거리를 걸어주려고 꺼냈는데 줄로만 되어있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어디로 열어서 걸어주어야 하는지 헤매다가 영자의 도움으로 찾아서 걸어줬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하면서 수동이가 술을 한잔씩 따라서 드리면서 재운의 얼굴을 보니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연순의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고여 있었다.
그렇게 약혼식이 끝나고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삿갓봉을 넘어오는데 옆에 앉은(아마 의도적으로 재덕 정순과 떨어져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지만) 수동이에게 작은 목소리로.
“수동아 결혼식 때에는 어떻게든지 알려야 할 것 아니냐?”
“그래야 하겠지만 어디에 사는 줄도 모르고 방법이 없네요. 다만 외당숙이 황골에 사시니까 거길 통해서라면 모르지만요.”
“그래 네가 잘 알아서 해라”
그러는 사이에 버스에 도착해 직행버스를 타고 마장동 터미널에 아홉시가 거의 다 되어서 도착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카메라를 D.P 점에 돌려주고 주고 필름현상을 맡겼다.
사흘 후 필름을 보고 인화할 사진에 표시를 해 놓고 사흘째 되는 날 사진을 찾았다.
사진을 보니 인사를 할 적에 영자는 고개를 살짝 숙였는데 수동이는 90˚ 가까이 숙여서 민망 했다.
그리고 수동이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편지를 보냈다.
설을 얼마 앞두고 영자가 문막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청량리역에서 수동이가 원주행 급행인 통일호기차표와 입장권을 사가지고 플랫폼(platform)에서 영화처럼 손을 흔들며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 후 설날 다음날 수동이는 정순이 사준 과일 바구니와 복숭아 샴페인 한 병을 들고 반계리 처갓집을 방문 했다.
다음날에는 영자 와 영자의 동생 영철이와 함께 저수지 로 데이트를 나갔다
하얀 눈이 덮인 저수지는 수동이가 어릴 적 영동이 형 결혼식을 보기위해서 남이섬 을 끼고 걷던 고향 가는 길 같이 아름다워 추억에 젖게 했다.
다음날 올라오는 길에 양평 정자의 남자친구 진수네 집에 들려 진수 아버지를 만나 보았다.
진수 어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큰아버지는 주유소를 하고 진수는 조그만 정비공장을 운영하는데 큰 아버지는 아들이 없어 진수가 입양을 가게 되어있어 부잣집이었다.
진수 아버지를 만나보니 빨리 결혼을 시키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있다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 하자 진수 아버지는 진수를 시켜서 청량리 가는 급행열차표를 끊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수동이는 재덕과 정순에게 양평에 들렸던 이야기를 하고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재덕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손사래를 쳤다.
수동이는 접근을 잘 못한 것이었다.
모든 일에 실권은 정순에게 있어서 정순에게 잘 이야기해서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다면 가능했는지도 몰랐다.
얼마 후 영자는 다시 올라와 종암동 미용실에 취업을 했다.
영자는 보름이 가까울 무렵 세배를 왔다.
재덕은 벌써 지방으로 내려가고 집에는 정순을 비롯한 식구들이 있었다.
정순에게 절을 하고 나서 저녁을 먹고 나서 가려고 하는 영자에게 정순은.
“애 머리 커트(cut) 좀 해줄래?”
정순은 시어미 감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말을 했다.
“예”
영자는 바쁘고 가야겠다고 감히 말을 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경자야 새언니가 머리 잘라 준단다. 빨리 와.”
나도 나도 하여 금자 은자 까지 머리를 잘라주게 되었는데, 예비 며느리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덤으로 삼층 인순이 딸 경옥이까지 덤으로 잘라 주어야 했다.
“예 늦었는데 자고가렴.”
정순이 말에 영자는 시계를 보니 벌써 아홉시가 지나 열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예.”
영자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영자의 고종사촌 형부 방옥은 수동이가 자고 생활 하는 안방 다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정순은 방옥이 세 들어 살고 있는 건넌방으로 이부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조금 후 수동이가 들어왔다.
“저 여기서 같이 자요?”
“내 여기서 같이 자래요.”
영자는 적이 당황스러웠으나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한 이불을 덮고 누우니 누구랄 것 없이 가슴이 콩닥거려서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영자의 손을 잡고 있던 수동은 고민을 해야 했다.
이 밤을 곱게 보내야 하나 아니면 일을 치러야 하나 하다가 그래 반응을 보자는 생각에 슬그머니 몸을 위로 하여 영자의 입술위에 입술을 얹었다.
가슴은 방망이질 치고 있었다.
“잘 자요.”
그 소리에 얼굴을 향해 쏟아져 내리던 별들이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여전히 가슴은 콩닥거려서 겨우 고개를 끄떡여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이는 손을 맞잡고 한참 후 수동이가 잠이 들었고 영자도 한참 후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쑥스럽기는 했는데, 벌써 수동이는 세수하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넌 이따 우리 하고 같이 먹자.”
“네”
식사를 마친 수동이가 손을 흔들며 일을 나가고 나서, 같이 상을 차리고 식사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하고 인사를 하고 황망히 나와서 미장원으로 출근했다.
그런데 영자는 시누이 금자와 은자가 자기가 일하는 고려시장 앞을 지나 숭례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줄은 몰랐다.
한 달 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금자와 은자가 가게 앞에 수건을 가지러 나온 영자를 발견하고.
“새언니!”
하고 부르는 바람에 시누이 둘이 학교 다니는 길목 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매주 편지를 보내다 시피 하던 수동이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으나 찾아가면 일하는 데 지장이 있을 까봐 찾아가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용동이는 윤희의 환갑잔치를 한다고 연락을 해서 재덕과 수동이가 황골로 내려갔다.
윤희는 서른일곱에 혼자되어 오 남매를 키우고 시집장가 보내다 보니 벌써 환갑이 된 것이다.
용동이는 그런 어머니를 위하여 많은 손님들을 초청했고. 많은 친척들이 환갑이 된 윤희를 축하해 주기위해 모였다.
음선이도 음전이도 불렀다.
그러나 재덕의 첫사랑 음전은 올 리가 없었다.
재덕이 약간의 아쉬움을 감춘 채 음선이와 인사를 하면서 보니 음선이는 철원에서 유복하게 살고 있어서 물골안에서 고생을 하며 살 때보다 더 늙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를 수행하고 온 아들은 태후였다.
수동이를 본 태후가.
“수동형.”
“어 이게 누구야 태후 아냐?”
둘이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태후는 지난달에 결혼을 하고 영등포에 살면서 종로에 있는 신신 백화점에 있는 양복점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수동이가 보고 싶어 했던 윤희의 외손자이자 수동이의 당질 태해는 오지 않았다.
새벽에 재명의 지방을 써 붙이고 제사를 지낸 다음 윤희는 환갑잔치 상을 받았다.
그리고 절은 받는 윤희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아들 손자가 모여서서 어머니의 은혜를 합창을 부를 때에는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고 윤희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 냈다.
여흥시간에 연동이는 비 내리는 고모령을 부르다 목이 메어 중간에 그만 두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수동이는 영일섬유를 그만두고 창문여중 부근에 있는 대진섬유에 부기사로 갔다.
정기사가 있고 각조를 책임지는 부기사로 간 것 이었다.
기계는 5대가 이어서 부기사 밑에 편직공이 각 한 명 인대 사무실에는 사장처남인 우상무가 있었고 과장이라는 사무 보는 사람에 우상무 여동생이 검단 보조, 그리고 미스 리 라는 검단사 한 명에 직원들 밥을 해주며 검단사 일을 배우는 아가씨 까지 모두 10명이 일을 하고 있었다.
봄 무렵 수동이는 정순에게 물었다.
“지금 영숙이네 빌려준 돈 이 얼마나 남았나요.”
“그 돈이 어디 있니 약혼할 때 다 쓰고 없어”
“아니 약혼할 때 예물이 십오만 원도 안 들었잖아요.”
“그럼 그 돈을 내가 다 먹었단 말이냐. 내가 입을 만한 옷이 없어 옷 사고 너 처갓집 갈 때 빈손으로 갔냐?”
수동이는 기가 막혔다.
월급 타서 꼬박꼬박 갖다 주고 아버지 재덕이 힘들어도 대전까지 내려가서 돈 벌어다 두는데 어렵게 모아놓은 결혼자금이 다 쓰고 하나고 없다고 하니.
막막했다.
정순은 정순대로 화가 났다.
여태 까지 돈에 대해서는 한 번도 물어도 보지 않던 녀석이 따지고 든다.
화가 난 수동이는 문밖을 나와 한참 걸었다.
그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고 집으로 들어와 다락으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질 않는다.
아 잘 못 했다 애초에 계를 타서 꾸어주지 말고 그 돈으로 전세 끼고 집을 살 것을 사십만 원이면 지금 이 시민아파트가 팔십 만원 이니까, 살 수 있었는데,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화가 났는지 정순은 밥도 해놓지 않았다.
수동이는 걸어서 출근을 했다.
야간 조와 교대를 하고 일을 시작 하는데 같이 일하는 손원일이
“김기사님 오늘 기분이 우울해 보이네요.”
“그래 보여 안 좋은 일이 좀 있지.”
“그러면 이게 약인데 한번 피워 보실래요.”
하면서 신탄진 담배 한대를 내밀었다.
말없이 받아서 입에 물었다.
친절하게 불까지 붙여줬다.
처음 담배를 피워보는 천회는 기침을 했다.
“김기사님 천천히 조금만 마셨다 내뿜으세요.”
시키는 대로 해보니 기침은 안 나는데, 몇 번을 그렇게 하고 나니 어지러웠다.
그렇게 반 개피 정도를 피고 나니 머리가 어지러워서 더 이상 딴 생각은 하지말자 하면서 자기 채면을 걸었다,
점심은 공장에서 제공하니 그냥 먹으면 되었고. 저녁도 공장 기숙사에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퇴근을 해서 다락에 올라가서 자고 일어나 보니 정순은 조반을 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날을 일찍 공장에 가서 이제부터 아침을 먹겠다고 상무 여동생에게 이야기 했다.
수동이는 그래도 아침이면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인사는 빼 놓지 않고 공장에 일을 하러 갔다.
그렇게 생일날 아침 수동이는 출근을 하면서
‘아 오늘이 생일이구나.’
쓸쓸한 생각에 고개를 숙이고 부지런히 걸어서 공장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미역국이 나왔다.
“여기서 생일 미역국을 먹네요,”
“오늘이 김기사님 생일 이예요?”
“예 감사 합니다.”
그리고 영자도 바뿐지 연락조차 없었다.
얼마 후 재덕이 대덕연구단지 공사장에서 한 달 만에 집에 왔다.
“아버지 저 말씀 드릴게 있는데요.”
“그래 들어 보자 할 말이 뭐냐”
“아버지 집에 돈이 없나 봐요,”
“그래”
“영숙이네 빌려 줬던 돈이 하나도 없나 봐요.”
“그래서”
재덕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다만 20만 원 짜리 적금이라도 들어서 결혼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알았다.”
재덕이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승낙이나 다름없었다.
수동이는 그달 월급의 대부분을 적금에 넣고 반에 반도 안 되는 돈을 내놓았다.
월급봉투를 받아본 정순은 수동이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왜 이것뿐 이냐?”
그동안 한 달 가까이 말 한마디 없다 한 말이었다.
“적금을 붓기로 했어요.”
둘 사이는 는 더욱 냉랭해졌다.
재덕이 집을 다녀 간지 근 한 달 만에 집에 다니러 왔다.
“여보 수동이가 월급을 내놨는데 반에 반도 안 되게 내 놓데요.”
“그거 수동이가 적금 부어서 결혼 때 쓴다고 해서 내가 그러라고 했소.”
“그럼 저번에 부자가 앉아서 작당을 해서 그랬단 말이 예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 돈이 그 돈이지.”
“어디 맘대로들 해요.”
그리고 정순은 방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마침 수동이는 야근조라 집에 없었다.
재덕은 생각해 봤다.
부자는 열심히 사는데 큰 딸년은 늙은 애비를 생각해서 한 푼 이래도 벌어서 시집갈 생각 않고 발탄강아지처럼 싸돌아다니고, 마누라라고 아껴 쓰고 모아서 아들 장가들일 생각은 않고 속이 터졌다.
한 때 잠깐 좋아서, 희상을 버린 것이 후회도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그리고 내내 부어 있던 정순은 잠자리마저 거부 했다.
다음날 재덕은 새벽에 내려가야 하는데 가지 않았다.
아침에 야근을 끝낸 수동이가 퇴근을 해서
“다녀, 왔습니다.”
“그래”
“아버지 오셨어요.”
“그래”
재덕의 인사를 받는 목소리에서 수동이는 집안 분위기가 냉랭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순이 수동이의 인사조차 받지 않는걸 보니 재덕은 화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정순에게 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만큼 재덕도 늙어서 젊은 아내에게 한 풀 꺾여 가고 있었다.
“수동이 너 이리 오너라.”
수동이가 재덕에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집안 분위기가 왜 이렇게 됐냐! 이래가지고 가족이라 할 수 있겠냐? 이 골 을 보고 예비가 타관에 가서 편하게 일할 수 있겠냐?”
이럴 때는 말대꾸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아는 수동이는
“내 잘 알았어요.”
하고 밖으로 나와서 가계에서
“신탄진 담배 한 꽉 주세요.”
“네.”
“성냥도 한 꽉 주시고요.”
그렇게 수동이는 처음으로 담배를 사게 되었다.
그동안 원일이가 한 대 피워보세요, 하면서 가끔씩 권하는 동냥 담배만 피웠었는데, 구두쇠 수동이가 드디어 담배를 산 것이었다.
아파트 뒤 축대에 앉아 윗부분을 뜯어서 한 개피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깊게 들이마셨다.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끝까지 다 피웠다 세상이 노래졌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다락으로 올라가서 잠을 자고 저녁 무렵 일어나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야근을 위해 공장으로 향했다.
이튿날 퇴근을 해서 집에 온 수동이는 통장과 도장을 꺼내서 정순 앞에 내놓고.
“해약해서 쓰세요.”
하고 다락으로 올라갔다.
정순은 속없이 그 통장을 가지고 방옥이와 인순에게 은행에 적금해약 하러 간다고 하자.
“이왕에 넣은걸 붓게 두지 뭘 해약을 해.”
하고 인순이 말했고,
“이왕 붓던 거 그대로 붓게 해요.”
하는 방옥의 만류에 그만두고 말았다.
그렇게 휴전이 되었고 평화가 찾아오자 수동이는 어느 쉬는 날 교외선 열차를 타고 편직공 이승훈이와 함께 일영 유원지에서 동자개를 잡아다 라면을 넣고 끓여서 먹었다.
그리고 공장 식구들이 모두 사장이 차를 내어주어 팔당땜 아래로 놀러 가서 수영도 식당에서 매운탕에 점심까지 사주었다.
모처럼 쉬는 날 수동이와 영자는 만나서 덕소 위 도곡리에서 배를 타고 미사리로 건너가 군데. 군데 골재를 체취해간 웅덩이가 있어서 거기서 수영을 하였다.
영자는 배영을 할 수 있다고 하더니 물이 출렁이는 바람에 물을 골각, 골각 먹어서 수동이가 들어가 밀어내면서.
“영미씨, 날 잡지 말고 몸을 돌리고 물장구만 쳐요.”
그래도 영자는 다행히 수동이 말대로 몸을 돌리고 발로 물장구를 쳤고 수동이는 영자를 가장자리고 밀어 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내촌에 갔다가 언니 명옥이 로부터 지난달 정순과 수동이의 갈등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결론은 시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가 언제 정순이 머리라도 자르러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시집 식구들이 언제 찾아올지 몰라서 결론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났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알아보았다.
마침 구의동 미용실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가서 만나보니 전에 같이 일했던 언니가 주인으로 있어서 그리로 가기로 했다.
종암동에서 일은 마치고 내일 구의동으로 가기 전날 저녁 오랜만에 수동이와 영자는 나란히 걷다가 영자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봐요 신경 쓰지 말고 어른들 하는 대로 해요.”
“알았어요.”
그리고 말없이 또 한참을 걷다가
“나 다른 곳으로 가요”
“어디로”
슬그머니 놀려주고 싶었다.
“멀리 아주멀리,”
무슨 이별을 앞둔 사람처럼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수동이는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의 전후사정을 알고 정말 떠나려는가?
이렇게 밤늦게 까지 데이트를 해본적도 없는데?
이게 마지막 데이트 인가 하면서 수동이는 고개를 숙이고 심각한 듯이 걷고 있었다.
옆에서 곁눈질로 수동이를 보니 어두워 얼굴 표정은 볼 수 없었으나 풀이 콱 죽어있는 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둘이는 걸어서 종암시장에 있는 종암극장 앞에서 수동이는 잠깐 망설였다.
‘이런 삼류극장을 들어가자고 하면 싫어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발걸음은 극장을 지나쳐 시장 앞 육교 옆을 지나고 있었다.
어디 뾰쪽하게 갈 곳이 없는 연인은 만양 걸었다.
그러다 미아리 대지극장 앞에서.
“영미씨 영화 보실래요?”
수동이의 물음에 영자는 고개를 체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가다가 이젠 돌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에 뒷길로 걸어서 일을 다니는 쪽 골목으로 걸으면서 수동이의 머리에는 복잡하게 여러 가지 환상을 하고 있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기에 떠난다고 할까?
지난 정월에 키스만 하고 보내주어 성불구자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여인숙 간판이 보이자 수동이는 충동적으로 쉬어가자고 했다.
싫다고 몇 번 버티던 영자는 창피 했는지 마지못해 들어갈 수 밖 없었다.
다음날 아침 수동이는 공장에 있는 동료 태호에게서 돈을 빌려서 숙박비를 내고 아침을 시켜서 먹고 출근을 위해 여인숙을 나왔다.
수동이는 돈이 별로 없는 터라 이브자리에 남겨진 사랑의 흔적에 미안함의 표시인 세탁 비를 놓고 나오는 것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의도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영자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수동이가 매일 아파트 편지함을 살펴보아도 편지는 오지 않더니 이 주일이 넘어서야 왔다.
수동씨 안영.
그동안 잘 있었어요?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아버님 어머님도 안영하시겠지요.
어린 시누들도 잘 있으리라 믿어요.
모쪼록 부모님을 믿고 기다리세요.
그리고 부모님이 하자는 대로 하세요.
그래야 내 맘도 편하고 수동씨도 맘 편할 게 아니겠어요.
제가 그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 한건 정리 할게 많아서 그랬어요.
그럼 할 말은 많으나 이만 줄일게요.
구의동에서 영미가.
바로 그날로 수동이는 답장을 썼다.
사랑하는 영미씨.
영미씨의 편지를 기다리다 목이 빠질 뻔 했어요.
영미씨 사랑해요.
영미씨 염려 덕분에 모두 잘 지내고 있어요.
영미씨 우리는 나는 당신에게 하늘에서의 비익조 땅에서의 연리지이기를 원 합니다.
우리 서로는 같이하지 않으면 날 수가 없는 새입니다.
그리고 뿌리가 다르지만 한 몸이 되어 버린 나무입니다.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갈 운명입이다.
그러니 하나 되어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사랑해요 영자씨
이글을 쓰고 있는데 벌써 열 시가 넘어가고 있네요.
그럼 다시 만날 날을 기약 하면 이만 종 종.
당신을 사랑하는 수동이가.
그리고 얼마 후 태희가 만나자고 해서 수동이는 청계천 동신상가로 찾아갔다..
태희는 제대 후 상가에서 화물을 모아다 지방에 붙여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까지 수동이는 술을 배우지 않아서 술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었고 누구와도 술을 나누며 이야기 한 적도 별로 없었는데 태희는 만나자 마자 근처 술집으로 수동이를 끌고 들어갔다.
그날 수동이는 태희가 억지고 권하는 소주 서너 잔을 받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는데 배가 댕기고 몸씨 아파오기 시작했다.
다락방에서 아픈 배를 움켜쥐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신음소리를 냈다.
그런데도 정순은 지난 일에 대한 앙금이 남았는지 아침까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수동이에게 어디가 아프냐?
약을 지어오래 하는 말조차 없었다.
“저 어머니 오늘 아파서 회사에 못 간다고 전화해 주세요.”
하고 부탁을 해서야. 마지못해, 회사에 전화를 해서 수동이가 별안간 아파서 못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두 시간쯤 지나서 복통이 가라 않았다.
수동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배가 댕겼던 증상이 전부터 앓고 있던 탈장이 문제인 것 같았다.
수동이는 내과로 가지 않고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 있는 김도형 외과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으면서
“탈장이 문제인 것 같은데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데요.”
“그게 문제를 일으킨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수술을 하는 게 났겠지요.”
“수술비는 얼마나 되나요?”
“일주일 입원해야 되고 구만 원입니다.”
“선생님 인술을 깎는 것은 말이 안 되겠지만 제가 가진 돈이 팔만 원 밖에 없습니다. 5일만 입원 할 테니 팔만 원에 어떻게 안 될까요?”
“그럼 6일 만 입원 하고 팔만원에 하세요.”
그래서 마침 공장도 한가한 때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회사에 통보를 하고 그 때가지 부었던 적금을 해약 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이 끝나고 공장직원 몇 명이 문병을 왔다가고 사흘 후 걷기 시작할 무렵 영자는 면회를 왔다.
우측 음낭 위 수술 부위를 보여주며 여기를 수술해서 아이를 못 낳는지 몰라 하며 놀렸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퇴원해서 이틀을 더 쉬고 공장에 나갔다.
그리고 이틀 후 잠깐 시간을 내어서 실밥을 제거 했다.
정순은 퇴원하고 닭은 사다가 닭죽을 쑤어주었다.
정순은 적금으로 들어갈 돈이 안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씩 마음이 풀리는 기색 이었다.
그러나 수동이는 다시금 초초했으나 정순이는 걱정도 되지 않는지 아니면 돈에 쪼들리지 않게 되어서 그런지 표정이 명랑하게 바뀌었다.
수동이가 생각하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추석을 앞두고 재덕은 회사가 홍능 수목원에 과학기술원을 짓게 되어서 올라와서 근무를 하게 되어서 올라왔다.
그날 저녁 상구가 정순을 찾아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울면서
“어 흐흐 누님 앞이 안 보여요. 어쩌면 좋아요 누님 어 흐 흐.”
정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옆방 방옥이 급히 나와서 상구를 방으로 부축해 들어갔다.
상구는 술에 취해 있었다.
방옥이 몇 년 동안 상구를 보았지만 술을 먹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뭔 속상한 일이 있는지 방옥의 방에서
“형님, 어떡하면 좋아요, 눈이 안 보여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정순은 마음이 불안했다.
상구가 뭔 말이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약국으로 달려가 술 깨는 약을 사가지고 와서.
“자 이거 먹여 봐요.”
하면서 알약과 병에든 물약을 방옥의 방에 밀어 넣었다.
“여보게, 여보게 이약 먹어봐 이약 먹고 정신 좀 차리게.”
“어 흐 흐 병 주고 약 줍니까? 어 흐 흐.”
정순은 뜨끔했다.
그리고 안방에선 기척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보니 재덕이 보이지 않았다.
정순은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 시간 재덕은 포장마차에서 현장소장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집 가까이 오셔서 좋겠습니다.”
“아무렴 은요.”
“아무튼 잘해 봅시다.”
“예 소장님만 믿겠습니다.”
“제가 뭐 도움이 되겠습니까? 김씨가 열심히 하시니까 부른 것이지요.”
“그래도 소장님이 찾아주셔서 올라오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집안 살림이 말이 아닙니다.”
“하기야 가장이 집에 있어야 지요. 저도 공사장 따라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애들이 언제 컸는지 모르게 훌쩍 커 버렸더라고요.”
“맞는 말씀입니다. 집에는 가장이 있어야 하고 말구요. 저도 삼 년 동안 대덕에 내려가 있는 동안에 집구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몇 순배의 술잔이 오가고
“내일 출근을 해야 하니 그만하고 헤어져야하겠네요.”
재덕이 돌아왔을 때는 상구는 방옥의 방에서 곯아떨어진 다음이었다.
다음 날 아침 상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삼베 고쟁이에 방구 빠지듯 방옥의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추석이 다가 왔으나 정자는 양평 진수네 집에 갔는지 코빼기도 볼 수가 없었다.
추석날 점심 전 진수는 인삼주 한 병을 들고 나타났다.
재덕은 학내가 따라 올리는 인삼주를 마시며 한껏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수동이는 영자가 왔으면 하고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다
영자는 추석이나 설 명절에는 몹시 바쁘다는 걸 수동이는 몰랐었다.
결국 영자는 열 여드렛날 점심 무렵에 다니러 왔다.
재덕은 모처럼 한복을 꺼내 입고 진수가 가지고 온 카메라 앞에서 영자와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결혼식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가 하면 재덕은 밤이면 밤마다 어깨가 아파서
“아이고 어깨야, 아이고 어깨야,”
하면서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하루 종일 정을 들고 망치질을 해대니 무쇠인들 견디겠는가.
그런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수동이는 영자와 화창한 가을 날 태릉 푸른동산에서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수동이는 만식이가 만들었다는 물레방아를 가리키면서 이게 외삼촌이 만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사격장에서 돈을 주고 공기총을 쏘았는데 수동이보다 영자가 명중률이 더 높았다.
그러던 재덕에게 설비와 전기 공사를 하는 사장이 밥을 먹을 만한 데가 없으니 점심을 해 주면 보름마다 심을 볼 때 밥값을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정순이 밥을 해 주게 되었다.
정순은 돈을 가지고 시장을 보아오는데 맛이게 먹여야 한다면서 분수없이 장을 보아왔다.
무슨 생일잔치 하듯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냈다.
밥상 앞에 앉은 인부들은 싱글벙글 하면서 정순의 음식솜씨를 칭찬했다.
신이 난 정순은 앞뒤 계산도 없이 장을 보아다 점심을 마련했다.
때마다 고기가 떨어지지 않았고, 고등어 갈치 이면수어 꼭 생선도 한 가지씩 해서 올렸으니 이익이 남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영자는 시월에 시아버지 재덕의 생일은 토요일이라 바빠서 오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조금 섭섭한 마음이 있었지만 벌어먹기 바뿐데 뭘 오느냐 하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정순의 생일은 공교롭게도 노는 셋째 일요일 이여서 영자는 정순의 생일 선물로 예뿐 스웨터를 사가지고 왔다
정순은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 겨우내 밥을 해 날을 줄 알고 김장을 담갔는데 여느 해의 배가 넘게 김치를 해서 아파트 앞 화단을 파고 김칫독을 묻었다.
그런 반면에 수동이는 지금 집에서 돈 나올 구멍이라곤 없는데 집에 돈이 저축되거나 하지 않고 그달그달 생활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초조했다.
그나마 아들 장가 들이면서 그나마 마련했던 집마저 팔아 잡수면 어린 동생들 하고 어떻게 살아가실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과장이 부르더니 일이 줄어서 그만두어 줘야 하겠다고 해서 영린이 취직을 해서 다니는 해외섬유에 가려고 영린을 찾아갔더니 영린이 반겨주며 자신이 편직과장으로 있지만, 기술이 딸려서 직원들 한태 약점이 이라도 잡힐까봐 걱정이라며 꼭 힘을 써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최종 학력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해서 수동중학교에서 졸업증명서를 뗄 수가 없어서 재학 증명서를 떼어가지고 이력서를 써서 가지고 가니 중졸 이상이여야 한다며 아라비아 숫자로 1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삼학년이라고 변조를 해서 서류를 내고 기다리다가 다시 영일섬유로 갔다,
그러는 사이 정순은 인순이 큰 딸 순애를 시골에 불당골에 사는 수동이의 친구 을선이와 맛선을 보게 하였다.
그리고 둘의 약혼식이 있었다.
답답해진 수동이는 다락방에 누워서 있다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산이라면 넘어주마 물이라면 건너 주마
인생에 가는 길이 산길이냐 물길이냐
손금에 쓰인 글자 풀길 없는 내운 명,
인심이나 쓰다가자 그럭저럭 살아가자.”
재덕이 아픈 팔을 꾹꾹 참아가며 일을 마치고 돌아와 누워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을 하면서도 ‘에이그 저 녀석이 시위를 하는구나.’ 하면서 꾹꾹 눌러 참고 있는데.
“얼 라면은 얼어주마 녹으라면 녹아주마.
인생에 가는 길에 봄철이냐 겨울이냐
그님도 참사랑도 믿지 못할 세상에
속는 데로 속아보자 그럭저럭…….
“시끄러.”
재덕이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그렇게 그해도 지나고 설이 몇 칠 앞두고 수동이는 편지로 영자에게 초사흘 쯤 세배를 오면 좋겠다고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영자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미장원 일이 정초에는 워낙 바쁘니 짬을 내기가 어려운데 참으로 수동이는 철부지에 지나지 않았다.
설날 아침 수동이가 차례를 지내고 재덕에게 세배를 하고 나서
“저 아버지 머리도 아프고 해서 바람을 좀 쐬고 오려고 해요, 그러니 구정 떡값으로 나와서 드린 것 중 만 원만 좀 주세요.”
“그래?”
한참을 생각하던 재덕은 만원을 수동이에게 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수동이는 청량리역에서 원주까지 동일호 열차표를 사서 기차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니 온갖 시름이 사라지고 마냥 가고 싶어졌다.
원주에 도착하니 날을 어두워지고 있었다.
수동이는 망설였다.
이 밤에 문막으로 갈 수도 없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가 그래, 바다가 보이는 부산으로 가자 자고 내일 완행열차를 타고 마냥 가서 바다를 보는 거야, 그러면 막힌 속이 확 뚫릴 거야. 그래 바다로 가자.
그리고는 역전 여인숙에 들어갔다.
여인숙 주인 여자가
“아저씨 혼자 주무실 거예요.”
“네.”
“예뿐 아가씨 있는데.”
수동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음날 여덟시에 부산가는 완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얼마쯤 가니 말로만 듣던 똬리굴에서 밑에를 보니 지나온 굴이 보였다.
눈 덮인 산하를 지나기도 하고 산이 높아 오르는데 힘이 들어 앞뒤로 움직여서 산을 오르는 곳도 있었다.
점심때가 지날 무렵 영주역에서 기차의 전기기관차를 디젤기관차로 바꾸어 달고 갔다.
그렇게 하루 종일 기차를 타고 마냥 창밖을 내다보며 가니 땅거미가 질 무렵 부산에 도착했다.
여관간판이 보였지만 수동이는 허름한 여인숙에 들었다.
이튿날 영도다리부근을 걸어 봤지만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낭만적이 바다를 보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기차를 타고 왔지만 정작 바다다운 바다는 보지도 못했다.
괜히 어슬렁거리고 거리를 거닐고 있는데 길에서 약을 파는지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었는데, 한 사십 정도 된 사람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고 조그마한 소녀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는데 춤을 잘 못 추자 소녀에게 막 화를 내고 있었다.
약을 파는 게 아니고 앵벌이였다.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주물럭거리다가, 이내 그냥 돌아섰다.
부산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통일호 차비를 보았다.
좌석과 입석차이는 별로 없었으나 좌석은 매진이 되고 없었다.
할 수 없이 입석을 사가지고 차에 올라서 보니 빈자리가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고 났는데도 좌석주인이 나타나지를 않아서 앉았다.
그렇게 동대구에 오니 사람들이 타는데 좌석주인이 나타나서 자리를 내어주었다.
서서 오다 지치면 의자팔걸이에 염치불구하고 걸터앉았는데 가끔씩.
“삶은 계란 있어요. 심심풀이 땅콩이나 오징어 맥주 있어요.”
하면서 지나가는 홍익회 판매 손수레에 짜증스럽지만 일어나 길을 내 주기위하여 일어나야 했다.
그러다 대전을 지나면서 삶은 계란 세 개를 사먹으면서 올라왔지만 설을 쇠고 올라오는 중이라 내리는 사람이 없어서 임자 없는 좌석은 없었다.
이럴 땐 완행을 타는 게 나은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서울역에 도착하니 9시가 넘었다.
버스를 다고 집에 10시 쯤 도착하여.
“다녀왔습니다.”
대답이 없이 싸늘했다.
물론 저녁은 먹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이튿날 아침에 재덕이 물었다.
“어디 갔다 온 거냐?”
“부산이요”
“부산?”
“네”
“너 혼자 말이냐?”
“네”
더 이상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날 공장에서 퇴근해오는 수동이에게 재순이
“수동아 나 좀 봐”
“네 왜요?”
“너 정말 아무데도 안 갔다 온 거니?
“부산에 바람 쐬러 같다 왔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맞지, 그런데 느 아버지가 코피를 한 요강이나 쏟아다는 구나.”
그 때 까지 수동이는 천 원도 아까워서 놈이 만 원 씩이나 쓰고 와서 화가 나 있는 줄만 알았다.
“니친 엄마한테 갔다 온 거 아니지?”
“어디 사는 줄도 모르는데요.”
그 제서야 수동이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오늘 새벽녘에 재덕의 코푸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고 아침에 급히 출근하느냐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방문 앞에 놓여 있던 걸레가 생각났다.
그 말을 듣고 집으로 들어와 보니 방문 앞에는 피 묻은 걸레가 놓여 있었다.
그날 밤 재덕은 연신 코를 풀어 뎄고 정순이
“또 피나오네 코 좀 고만 풀어요.”
“답답해서 그래, 이러다 죽기밖에 더 하겠어, 흥 응 흐 응.”
다락방에서 듣고 있던 수동이는 더 답답했다.
버선 같아야 속이라도 뒤집어서 보여줄 수 있지 다락에서 방으로 통하는 문인 아닌 창문을 열고 바로 마루로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여 빨아드린 다음 하늘을 향해 천천히 내뿜었다.
‘어느 하늘아래 살며 이 고통을 알기나 하실까?’
수동이가 몇 날을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재순을 비롯한 방옥이로부터 수동이가 친엄마한테 갔다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지만 재덕의 아들에 대한 시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정순은 방치 하는지 아니면 어디 까지 가나 보자는 심보인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괜히 장가지 만간지 들려고 하다가……’이젠 장가 다시 들라고 하면 장가 안가고 혼자 늙어 죽는 게 났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아 이 방법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야간 조로 근무가 바뀌어 야간 근무를 하고 숭인동 김사장을 찾아갔다.
“저 사장님 제가 월급을 타던지 아니면 일을 해서라도 갚겠습니다. 만원만 빌려 주십시오.”
만원을 빌려서 집에 온 수동이는 중매를 한 방옥을 불러들였다.
방에 들어가 재덕에게 절을 한 다음 시계와 약혼반지를 앞에다 빼어놓고 단호하게.
“아버지께서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제가 안 갔다 온 것을 믿으신다면 병원으로 가시고 갔다 왔다고 믿으신다면 병원에 안 가셔도 좋습니다.
제가 이렇게 불효를 하면서 까지 결혼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저씨 중매하시느냐고 수고 하셨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이것좀 전해주세요.
그리고 미안하다고 전해 주시고 어떤 책임을 물어도 지겠습니다.”
“그럼 지금 파혼을 하자는 이야기 아니여”
“네”
“지금 수동이가 저렇게 까지 예기 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갔다 온 게 분명한데 또 같다 왔다 해도 파혼은 안 되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러니 고집 고만세우시고 병원에 가세요.
“그래요 여보 병원에 가십시다.”
그렇게 해서 재덕과 정순 그리고 수동이는 택시를 잡아타고 경희의료원으로 가서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코 속을 들려다 보던 의사가 말했다.
“환자분 뭐에 찔렸어요?”
재덕이 가볍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상하내 팥알 만 한 구멍이 있는데 뭐에 찔리지 않으셨어요.”
재덕은 대답이 없었다.
“약을 사흘 치 처방해 드릴 테니 잡숴 보시고 낫지 않으면 또 오세요.”
그렇게 해서 봉합이 되었다.
그리고 몇 칠 후 수동이는 영자가 일을 하는 구의동 미용실로 밤늦게 찾아 갔다.
그렇게 수동이는 속을 끓이고 반찬이라고는 지난 초겨울 공사장 인부들 밥을 해주겠다고 담은 신 김치가 많이 남아있어서 그게 전부이다 시피 했다.
그나마 인부들이 겨울에는 반도 되지 않고 일이 끝나 버려서 김치는 엄청 남아서 식당을 하는 사람에게 팔기 까지 하였다.
그러다 보니 신 김치에 야간에 라면, 설상가상으로 속까지 끓였더니 새벽에 일어나면 속이 쓰리고 아팠다.
그러던 초봄 인순의 딸 순애는 청량리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정순은 효순 아버지에게 결혼식 날이 언제가 좋을지 물었다.
날은 5월 1일로 정해지고 수동이와 영자는 반계리로 내려가서 결혼날짜를 천복과 진에게 알리고 건넌방에서 자고 이튿날 서울로 올라오는 왔다.
식장을 알아보러 미도파 청량점에 있는 장미예식장에 가서 날짜를 예기하니 다 차고 없어서 청량리 시장 옆에 신라예식장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 안마산 재수의 딸 유화의 결혼식이 있다는 청첩장을 받았지만 날 받고는 가지 않는다는 풍습에 따라서 신라예식장에서 있었던 유화의 결혼식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주례를 부탁하러 수동이는 초등학교 때 담임을 했던 신종희를 찾아갔다.
얼마 전 신문에서 교사 인사이동 난을 보았는데 배명중학교 교사로 발령이 난 것을 보고 왕십리 배명중학교를 찾아갔다.
교무실에서 한참 기다리니 신종희가 수업을 끝내고 들어 왔다.
아니면 어쩌나 했는데 담임을 했던 신종희가 맞았다.
“선생님”
“김수동 여길 어떻게 알고 왔어”
“얼마 전에 신문에서 이곳으로 발령이 난걸 보았습니다.”
“그래 반갑다 벌써 못 본지 십년이 넘었네.”
“저 선생님 제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축하 하내 언제 어디서.”
“오 월 일 일 열두 시 청량리 신라예식장에서요,”
“그래 내가 꼭 가지”
“그리고 부탁드릴게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주례를 좀 서주시면 해서요.”
“나 보다도 주임선생이신 이홍규 선생님한테 부탁하는 게 나을 덴데.”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 해서 다음날 물골안에 가서 주임선생님집이 있는 방골로 가는 길에 도림개말 경환이네 가계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주임선생을 만나서 주례 부탁을 하니 쾌히 승낙을 했다.
그리고 정순은 방은 같은 동내 양자내 옆방을 30만원에 전세를 계약했다.
양자 엄마는 수동이를 잘 아는지라 다른 사람보다 싸게 방을 준 것이었다.
정순은 적게 시작해서 부자가 되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재덕은 말끝 마다 집 팔아서 나누어 버려야지 했지만 수동이는 다행스럽게도 어린 동생들 하고 어떻게 살려고 집을 파느냐고 하면서 월세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결국은 정순은 수동이의 의견이 약간 반영해 그 동안 보증금 없이 살던 방옥이 삼층 인순이네로 이사를 가고 옆방 전세로 놓아 전세를 얻어 준 것이었다.
방이 깨끗해서 도배를 하지 않고 살림을 사들였다.
영자는 두 짝 자리 하얀색 장롱과 초록색 쌀통 석유곤로와 작은 양은솥 조그마한 냄비 등을 사왔다.
밥그릇은 집에서 수동이가 받아먹던 것을 쓰기로 하고 조그만 플라스틱으로 만든 동그란 상을 사왔다.
양복은 신신백화점 양복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태후를 동대문시장에서 만나서 옷감을 사기로 하고 셋이서 만났다
감색에 가늘게 흰 줄이 들어간 양복감을 태후가 골라주면서
“형 혼방이라야 손질도 쉬워요. 그리고 와이셔츠를 두 벌 할래요. 아니면 와이셔츠 한 벌에 바지를 두 개 할래요.”
“와이셔츠 두 벌이 났겠네.”
그래서 흰색과 하늘색 옷감을 끊어서 태후를 주었더니 예쁘게 지어주었다.
결혼식 전날 천복 진이 부부와 문자 부부 성증 영애 부부 수양아들 강구민이 이불을 가지고 하루전날 올라와 신혼 방에 짐을 풀고 보니 다 잘 수 가 없어서 몇 사람은 근처 여관에서 자기로 하고 함은 신혼 방에서 받기로 했다.
저녁때 수동이의 초등학교동창인 진승이 태희 호석이가 함을 팔러 가고 회사에서는 병조 와 형순이가 와서 같이 갔는데 함을 팔고 나서 동창들과 회사 동료 하고 시비가 붙어서 옥신각신 하는 일이 있었다.
수동이는 아침 일찍 목욕탕을 다녀와서 식사 후 동내 이발관에서 이발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예식장에 도착했다.
많은 손님이 와 있었고 접수는 성동이가 보고 재덕 정순 부부는 한복을 차려 입고 손님을 맞았다.
신종희는 카메라를 들고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영자는 신부화장을 근무하던 미용실에서 하는데, 늦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해 택시를 잡으려고 애를 태우다 겨우 택시를 타고 오는 중인데 벌써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예식장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기는 수동이도 마찬가지였다.
12시 5분쯤 예식장 도우미가 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신부가 아직 도착을 못해서 그래요.”
“열두시 반에 다음 예식이 있으니 서둘러주세요.”
12시 10분쯤 도우미가 와서 신부가 도착했으니 식을 진행하라고 했다.
사회자 진승이가
“지금부터 신랑 김수동군과 신부 박영자양의 결혼식이 있겠습니다,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께서는 들어오셔서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신랑 입장”
수동이가 음악에 맞춰 입장을 했다.
“신부 입장”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신부가 입장을 하여야 하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신부가 입장을 하지 않았다.
예식장 안은 술렁이고 있었다.
종희는 접수대에 앉아 있는 순영에게 신부를 찾아내라고 닦달을 하니 순영은 나감했다.
사촌 누나 결혼식 날 멱살 잡히게 생겼다.
이때 영자는 겨우 도착을 하고 있었고, 곧바로 드레스실로 들어가 드레스로 갈아입고 있었다.
수동이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서 있었고 주래 이홍규 선생도 웅성거림을 주례석에서 보고 있었다.
진승이가
“지금 신부가 드레스가 작아서 입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러니 내빈 여러분께서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내 조금 조용해졌고 잠시 후.
“신부 입장”
신부 영자는 형부 성증의 손을 잡고 입장을 했다.
아버지 천복은 바지저고리차림의 한복이라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게 어색하여 그렇게 정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으로 결혼식이 끝나고, 친구들 사진을 찍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 까지 정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자는 그동안 사귀던 진수와의 갈등으로 가슴이 아픈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정순은 수동이의 결혼식 때문에 딸 정자에 대하여 신경일 쓸 여력이 없었는지 아니면 몰랐는지 하긴 이별 통보는 진수 보다 정자가 했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진승이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또 한 대의 택시를 잡아타고 남산 드라이브를 나섰다.
들러리는 사촌 처남댁 현숙이와 미용실사장 진승이 호석이 신종희 태희 경만이가 같이 갔다.
남산에는 연산홍이 한참 이었다.
남산 타워호텔에서 커피를 한잔씩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처남댁 현숙이와 미용실사장은 중간에 내려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폐백을 올렸다.
제일 먼저 재덕 정순 부부 가 절을 받았고, 다음은 순례가 다음은 재운 연순 부부가 받았다 연순 부부에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신혼 방에서 피로연 비슷하게 식사와 음료를 한 후 모두 가고 나서 둘이는 택시를 타고 북악스카이웨이 드라이브를 한 다음 정능에 있는 한 여관에 들어갔다.
각기 목욕을 마치고 나란히 누워 수동이는 영자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 잠옷을 벗기던 수동이가.
“헉 헉”
어께가 들썩 거리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으으 흑, 흑 흑.”
“이제 그만 울어”
영자가 수동이를 끌어않고 달랬다.
이해 할 만 했다.
‘죽은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으면 저리 슬피 울까?’
“자 이제 그만 울고 얼굴 닦아요.”
수동이 고개를 끄덕이며 영자가 건네준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흑 흑 흑 흐 흑 흑 흐.”
그렇게 흐느낌은 잦아들면서 한 참이 지나서 수동이가 입을 열었다.
“이제 결혼했으니 당신은 집터요 주춧돌인 거요, 나는 기둥이 되고 자식을 석가래 삼아 우리의 집을 지어 나갑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주춧돌이 움직이면 안 돼요, 주춧돌이 움직이면 집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마는 법이요”
“나 또한 기둥으로서의 소임을 다 하겠소.”
영자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 첫날밤을 보냈다,
신혼여행도 못가고 이게 뭐야, 그러나 힘들어 했을 수동이를 생각하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침에 집에 도착해서 잘 지냈다는 인사를 하고 식사 후 곧바로 황골로 사당제를 지내기 위해 떠났다.
재덕은 집에서 양묵에게 사당제를 올리기보다 황골에 가서 할아버지 아버지에게 사당제를 올리고 싶어 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는데 작은 마찰이 있었다.
정자가 영자의 가방을 챙겨주면서 한삼을 빼려고 해서 수동이가.
“그냥 놔둬 왜 가방을 열고 그래?”
“이걸 뭐러 가지고 가?”
“필요하니까 가지고 가지?”
그걸 순례가 보아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해 수동이가 저지 한 것이었다.
순례가 양묵에게 사당제를 지내지 않고 재덕의 황골 친가에 사당제를 지내러 가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마장동에서 버스를 타고 망우리 고개를 넘으니 산자락에는 하얀 배꽃이 흐트러지게 피어있었다.
그렇게 교문리를 지나고 나서 간간히 보이는 과수원 마다 배꽃이 한창이었다.
수동이는 영자에게 등선 폭포를 보여줄 요량으로 등선폭포에 내려서 구경을 하고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에게 사진을 찍고 돈을 주고 주소를 불러 주었다.
그리고 가정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털털 거리면서 차는 소주고개가 아닌 추곡고갯길을 덜컹거리며 넘는데 산자락에는 철쭉이 띄엄띄엄 피어 있었다.
그렇게 꼬불꼬불 덜컹덜컹 거리며 소암다리를 건너서 내려서 들어가니 윤희가 달려와 수동이와 영자의 손을 꼭 감싸 쥐며 맞아들였다.
둘이는 윤희에게 절을 했다.
윤희도 뒤돌아 맺힌 눈물을 훔쳤다.
그날 저녁 사당제를 올리고 이튿날 버스를 타고 춘천으로 가서 원주 가는 직행버스를 타고 원주에 도착해서 다시 반계리로 가는 완행을 타고 반계리에 도착하였다.
천복의 집에서는 사위를 맞이하여 음식을 만드느냐고 분주 했다.
만두를 빚으며 사촌 처수 민자와 현숙이는 새 신랑을 골려 준다고 고춧가루를 잔득 넣은 만두를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고춧가루가 들어간 만두는 수동이의 국그릇에 들어가지 않고 영자의 국그릇에서 나왔다.
한입 베어 물던 영자가.
“이게 뭐야”
하면서 고춧가루가 들어있는 만두를 뱉어놓자 수동이가 자기 국그릇에 넣어서 섞자 장모 진이가.
“아이고 매울 텐데 먹지 마.”
하면서 다른 국을 주려고 했지만.
“아닙니다. 사랑하는 영미씨 입에 들어갔던 거 딴 사람이 먹는 거 못 봅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지내고 수동이와 영자는 여주로 해서 서울로 올라와 재덕와 정순에게 다녀왔다는 인사를 한 후 신혼 방에 들어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첫댓글 우여곡절 끝에 수동이가 결혼을 했군요
사람이 가장 괴로울때 가장 슬픈게 아니라 기쁠때 가장 기뻐해야 할 사람이 없을 때 가장 슬픈 것을 자 표현하고 있네요
나도 눈물이 나서 혼났어요
어찌 되었거나 정순과 같이 안 살게 된 영자는 행운일까요 불행일까요
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 합니다.
괘로울때 생각이 나고 기쁠때 잊었다고 하는 것은 말짱 개똥 철학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