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과학자이며 사제인 신부님을 뵐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에 재직 중이던 ‘뛰어난 물리학자가 사제의 길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 ’입니다. 사제의 길을 택하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도현 신부(이하 김 신부) : 제 생애 약 50년 중 30여 년간은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묻고 그분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그분을 실제로 만나서 같이 사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지난 1976년 아버지께서 갑자기 뇌종양 수술을 받으시고 기적적으로 살아나신 것을 계기로 부모님과 제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성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의 내면에선 인간은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죽음 이후 세상은 어떠한지 등의 질문이 밀려들었습니다.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중 가르멜회 수녀님으로부터 예수회 입회를 권고 받았지만 갈등도 했었고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카이스트 동기 중 가장 천재라고 평가받던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울며 기도하던 중 한 성경구절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마르 8,35) 순간 세상에서 무엇을 가진다한들 결국 하느님 품에서 제대로 죽는 게 가장 좋은 삶이고, 다른 이들 또한 그렇게 잘 죽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주님, 이제 저는 그냥 무조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김 신부 :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이 한 가지 수식만으로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법칙 하나로 많은 것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물리학에 저도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물리학만으로는 만유인력이 왜 그 정도의 크기인지, 왜 작동하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3차원이라는 것을 밝혀주지만 대체 왜 3차원이어야 하는 지는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시간이 왜 1차원이어야 하는 지도 알 수 없죠. 물리학은 시간과 공간, 질량 등등의 기본적인 것들이 주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각종 현상들을 잘 설명해주지만, 그 시간이나 공간 등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주지 못하는 거죠. 이런 부분에 답하기 위해선 철학에서 말하는 존재론, 형이상학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즉 신앙에 관련된 질문이 됩니다. 과학에도 신앙의 영역이 있고, 신앙도 과학 영역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과학은 신앙을 심화하고 하느님을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장 국장 : 이 질문도 아주 많이 받으셨을 듯 한데요. 인간은 창조됐습니까? 진화됐습니까? 또한 과학은 하느님을 증명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 신부 : 사실 가톨릭교회는 창조론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개신교회가 주장하는 것이지요. 가톨릭교회는 진화라는 과정을 거쳐서도 하느님께서 세상만물을 창조하실 수 있다는 열린 시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화법칙도 하느님께서 주신 거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교회는 21세기의 과학적 언어와 과학이 만들어낸 법칙 등을 수용하면서 얼마든지 우리의 신앙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화론은 완성된 이론이 아닌, 계속적으로 그 증거를 수집해서 발전하려 애쓰는 과학의 한 분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진화론의 입장이 100% 맞다는 전제로 질문을 해봅시다. 진화 단계 중 언제부터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인가요? 언제부터 영혼이 개입되나요?
교회는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받은 유일한 존재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순수하게 영적인 존재이시기에 자연과학의 범주 안에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요, 하느님께서 자신의 본성과 무관한 창조물을 만드셨을까요? 어느 물질들 어느 생명체들이든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하느님의 속성을 약간이라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네....?
와..
종교 막론하고 이런 사람들 보면 도대체 어떤 계기로 커리어 대신 신앙을 택한건지 궁금함..
나도 궁금해서 인터뷰 찾아옴!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 과학자이며 사제인 신부님을 뵐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에 재직 중이던 ‘뛰어난 물리학자가 사제의 길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 ’입니다. 사제의 길을 택하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도현 신부(이하 김 신부) : 제 생애 약 50년 중 30여 년간은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를 묻고 그분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그분을 실제로 만나서 같이 사는 과정이라고 할까요.
지난 1976년 아버지께서 갑자기 뇌종양 수술을 받으시고 기적적으로 살아나신 것을 계기로 부모님과 제가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성적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의 내면에선 인간은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죽음 이후 세상은 어떠한지 등의 질문이 밀려들었습니다.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중 가르멜회 수녀님으로부터 예수회 입회를 권고 받았지만 갈등도 했었고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카이스트 동기 중 가장 천재라고 평가받던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울며 기도하던 중 한 성경구절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마르 8,35) 순간 세상에서 무엇을 가진다한들 결국 하느님 품에서 제대로 죽는 게 가장 좋은 삶이고, 다른 이들 또한 그렇게 잘 죽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주님, 이제 저는 그냥 무조건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김평행선 헉 알려줘서 고마워!! 삶과 죽음은 인간도 과학도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철학적인 질문에 의미있는 답을 준게 이 분에게는 가톨릭이라는 종교이고 신이었구나..
와 대박
파더 프로페서 ㄷㄷ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인터뷰 보는 중인데 여시 댓글이랑 내용 거의 똑같아서 신기하다ㅋㅋ
▲김 신부 :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이 한 가지 수식만으로 우리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법칙 하나로 많은 것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물리학에 저도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물리학만으로는 만유인력이 왜 그 정도의 크기인지, 왜 작동하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 3차원이라는 것을 밝혀주지만 대체 왜 3차원이어야 하는 지는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시간이 왜 1차원이어야 하는 지도 알 수 없죠. 물리학은 시간과 공간, 질량 등등의 기본적인 것들이 주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각종 현상들을 잘 설명해주지만, 그 시간이나 공간 등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주지 못하는 거죠. 이런 부분에 답하기 위해선 철학에서 말하는 존재론, 형이상학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즉 신앙에 관련된 질문이 됩니다. 과학에도 신앙의 영역이 있고, 신앙도 과학 영역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과학은 신앙을 심화하고 하느님을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와 강론들어보고싶다
세상에 신기하다…
그러게 어쩌면 과학이랑 종교는 공존하기 어렵지 않나 싶은데 종교인이자 과학자시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도 진화론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했는데 이거도 인터뷰에 있더라고ㅋㅋ
장 국장 : 이 질문도 아주 많이 받으셨을 듯 한데요. 인간은 창조됐습니까? 진화됐습니까? 또한 과학은 하느님을 증명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 신부 : 사실 가톨릭교회는 창조론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개신교회가 주장하는 것이지요. 가톨릭교회는 진화라는 과정을 거쳐서도 하느님께서 세상만물을 창조하실 수 있다는 열린 시각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화법칙도 하느님께서 주신 거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교회는 21세기의 과학적 언어와 과학이 만들어낸 법칙 등을 수용하면서 얼마든지 우리의 신앙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화론은 완성된 이론이 아닌, 계속적으로 그 증거를 수집해서 발전하려 애쓰는 과학의 한 분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진화론의 입장이 100% 맞다는 전제로 질문을 해봅시다. 진화 단계 중 언제부터가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인가요? 언제부터 영혼이 개입되나요?
교회는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받은 유일한 존재라고 가르칩니다. 하느님께서는 순수하게 영적인 존재이시기에 자연과학의 범주 안에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요, 하느님께서 자신의 본성과 무관한 창조물을 만드셨을까요? 어느 물질들 어느 생명체들이든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하느님의 속성을 약간이라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김평행선 오 재밌다 고마워 여샤ㅋㅋㅋ
@김평행선 어떤생명이든 하나님의 속성이있다 이건 불교같네 그래서 불교랑 천주교는 사이좋나보다
@김평행선 완전 흥미로움
공존할수가잇구나....
인터뷰 내용도 너무 흥미롭닼ㅋㅋㅋㅋ
와 진짜 존멋이다…
와 짱이시다
댓글까지 흥미돋...
와 댓글도 너무 흥미로워
물리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신(창조주)이 있을수밖에 없다라는 결론이 나와서 그렇다고..
저 신부님이 그랬어
모든 걸 계속 기원이 무엇인지 찾다보면
결국 우연이다 vs 신의 창조다로 나뉘게 되는데 여기서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 다르다고
오 이 말 되게 종교적이면서도 논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