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비 논개비
근래 며칠 소나기가 내려 달구어진 대지의 복사열을 식혀주어 다행이다. 한낮을 지난 늦은 오후 적란운이 뭉치면서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졌다 “삭혀둔 그리움은 칠석날 한 번 모아 / 오작교 상봉으로 회포 푼 견우직녀 / 감격은 눈물이 되어 소낙비로 내린다 // 계사년 진주대첩 의암에 서린 충절 / 그날이 돌아오면 하늘도 잊지 않아 / 고혼은 비 되어 그쳐 무지개로 솟는다”
앞 단락 인용절은 자고 난 금요일 새벽 남긴 ‘칠석비 논개비’ 전문이다. 일 년을 기다린 견우와 직녀가 상봉하는 날인 칠월 칠석이 내일로 다가왔다. 이 무렵이면 서부 경남에 내리는 소나기를 ‘논개비’라고도 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 계사년 치열한 진주성 전투에서 성이 함락당했다. 전승을 축하는 왜군이 베푼 연회에서 관기 논개는 왜장을 껴안고 남강 의암에서 순절했다.
날이 밝아와 이른 아침밥을 해결하고 자연학교 등굣길에 나섰다. 원이대로로 나가 월영동으로 가는 5000번 버스를 타고 창원역 앞으로 나갔다. 창원역을 기점으로 유등으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평소 1번을 자주 이용하다 2번은 드물게 타봤다. 운전대를 잡은 기사는 여성으로 전에도 타봐 얼굴이 익은 분이었다. 다른 승객과 주고받은 인사에서 간밤에 내린 소나기가 화제였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을 거쳐 용강고개를 넘어간 용잠삼거리를 지나면서 승객이 불었다가 다시 줄었다. 주남저수지를 거쳐 들녘을 지난 가술에서 승객은 모두 내려 혼자만 남아 모산을 거쳐 유등으로 향했다. 종점 못 미친 유청에서 내려 아침 산책 기점으로 삼았다. 마을 안길에서 4대강 사업 자전거길 강둑으로 올라섰다. 나이테를 보태 자라는 벚나무 가로수가 그늘을 드리워주었다.
25호 국도가 지나는 의창구 대산 강변에는 수산대교가 걸쳐 낙동강 강심을 가로질러 밀양으로 건너간다. 북면 마금산 온천장에서 김해 생림에 이르는 낙동강 물길 강변 따라 국가 지원 60번 지방도가 뚫리는 중이다. 모산리에서 북부리를 거쳐 유등리 들녘 일대는 공사 진척이 더딘 구간이다. 그 아래 한림면 시산에서 화포천을 가로지른 사장교는 완공되어 부분 개통을 앞두었다.
유청에서 강둑을 거슬러 북부리로 향하니 둔치에는 무성한 갯버들과 물억새들로 원시림을 연상하게 했다. 지난 늦은 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금계국이 노랗게 피어 금빛 세상을 펼쳐 보인 적 있었다. 귀화종 금계국은 여러해살이라 가을에 잎줄기가 되살아나 겨울을 넘겨 봄이면 파릇해져 꽃봉오리를 맺을 테다. 4대강 사업 이후 다른 식생보다 우점종으로 무성하게 자라 꽃을 피웠다.
북부리에 이르니 재작년 여름 어느 방송사 드라마 배경으로 나와 주목받은 노거수 팽나무가 우뚝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전국 각처에서 탐방객이 몰려왔는데 이제는 발길이 뚝 끊어졌다. 마을 회관 앞에 부랴부랴 주차장이 생겨나고 당국에선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다. 북부리는 야트막한 동산을 기준으로 동쪽은 동부마을이고 서쪽은 서부마을인데 팽나무는 동쪽에 서 있다.
동부마을에서 둑길이 끝나 둔치로 내려 자전거길을 따라가자 파크골프장이 나왔다. 한때 특정 단체가 국가 하천을 무단으로 점용 잔디밭을 조성해 골프 동호인들과 갈등을 빚어 운영을 중단했다가 당국에서 수습해 재개장했다. 이른 아침부터 자동차를 몰아온 동호인들이 운집해 운동을 즐겼는데 혹서기 한낮 3시간은 휴장이라 인근 식당이나 카페로 몰려가 지역경제를 살려주고 있다.
파크골프장에서 강둑 너머 죽동천이 흘러온 서부 배수장에서 송등마을을 거쳤다 초등학교 곁을 지나다 독립가옥 농가 한 아낙이 고추를 말렸는데 그 고추는 사연이 있었다. 술을 즐겼다는 남편이 올봄 고추 모종을 심어두고 별세했다는데 올해 나이가 일흔둘이었고, 그 아주머니는 예순여덟 살이었다. 불과 서너 달 만에 고추는 자라 열매를 맺어 붉게 익어 따서 말리는 중이었다. 24.08.09
첫댓글 씨뿌린 이와 거둔 이가 다르니,결실에 눈시울 붉어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