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아나운서가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친척들의 박수세례가 이어졌다. 예능 신인상 수상 축하박수였다. 일가 친척이 잡힌 첫 화면이었는데 성인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잠깐씩 성인 여자들이 카메라에 잡힐 때도 있었다. 그들은 주방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누가봐도 종일 일한 몰골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넓은 마루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남자들과 대조적이었다.
어른 할아버지가 몇 대손을 기억하라며 강조할 동안 상차림이 시작됐다. 상차림이 시작되는 순간 그 말 많은 <나혼산> 패널들은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고 얼굴에는 당혹감이 어렸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모든 식구들이 일을 '분담'하기에 상차림이 빠르다고 해맑게 말했다.
말문이 막힌 패널들
얼핏 봐도 성인만 30명이다. 김대호 아나운서는 남자들이 접시 옮기는 화면을 보고 '분담'이 잘된다고 했다. 30인분 식사 준비를 하면서 고작 접시를 나르는 일을 '분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 많은 음식 중 한 가지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분담'했던 남자가 과연 있을까.
패널들이 입을 딱 벌린 채 다른 멘트를 못 찾고 있는데 김대호 아나운서는 또 해맑게 '가족들끼리 사이가 좋아서 명절을 기다린다'고 한 술 더 뜬다. 명절 당일 오후까지 주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들의 의견도 들어봤냐고 묻고 싶었다.
패널로 나온 코쿤이 며느리들을 보며 '진짜 영웅들'이라고 할 때 김대호 아나운서는 말이 없었다. 생판 모르는 남이 하는 역지사지를 정작 당사자는 못한다
해맑음이 다르게 보일 때
'그런 명절문화를 김대호 아나운서 혼자 만들지도 않았을 텐데 뭐 그리 예민하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당연하다. 아직 그는 중간 서열이라 집안 문화를 주도할 힘이 없다. 서열도 안 되는데 무조건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에게 문제 의식이 없었다는 게 아쉽다.
2024년에 남의 집 제사를 위해 내 집에 못가고 종일 일하는 여자들이 있었다. 이게 이상하다는 문제 의식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해맑은 모습으로 방송을 할 수 있었을까. 해맑음은 보통 긍정의 의미로 쓰이지만 이번 <나혼산>의 해맑음은 '문제의식 없음'을 증명한다.
진짜 마음 아팠어.. ㅠㅜ
기사개추
저걸 몰랐다는게 더 문제
기사 잘 쓰셨다! 원문가서 이모티콘도 누르고 옴ㅎㅎㅎ
아니 차례가 뭐라고 외할머니 혼자 집에 두고 온가족이 친가를 가는게...
간만에 진짜 글다운 글을 읽었네 개추~~
참기자님이시네요
기사 추천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