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m.fmkorea.com/6701685433
우리는 페라리 하면 "빨간색"이 딱 떠오른다.
그리고 벤츠를 생각해보면 대부분 "은색"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부가티의 사진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파란색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고급 브랜드의 차량들의 색이 트레이드마크처럼 있는 것도 다 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과거인 약 70~80년 전으로 돌아간다.
이 당시 40~50년대에는 F1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이 당시에도 그랑프리 레이스는 있었는데,
당시 그랑프리 레이스를 운영하는 단체인 국제자동차협회는 한 가지 규정을 내걸었었다.
"얘들아 니네 참가하는 건 좋은데, 색은 니네 팀 국적마다 다 정해줄게"
즉 참가하는 팀의 국적에 따라 색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에 그랑프리 레이스에 참가해왔던 이탈리아의 알파로메오도,
F1이 공식적으로 발족된 1950년부터 참가한 페라리도,
하다못해 마세라티도 모두 빨간색이었다.
그렇다.
즉 이탈리아 국적의 팀에게는 빨간색이 배정된 것이다.
독일 국적의 팀에게는 은색이 배정됐다.
그래서 당시에 F1에 참가했던 메르세데스는 은색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벤츠에 대해서 하나 잘못 알고 있는 소문이 있는데,
이걸 들어봤을지는 모르겠다.
이 당시에 메르세데스가 레이스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흰색 페인트를 칠한 무게 규정인 750kg에서 1kg 초과해서 참가할 수 없었으나,
그 자리에서 페인트를 다 벗겨내고 은색으로 만든 메르세데스가 딱 최고중량에 맞아서 시작 직전에 참가할 수 있었고, 거기서 날라다니면서 메르세데스의 별명이 "실버 애로우" 즉 은빛 화살로 됐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건 사실 거짓말이다.
이 당시 메르세데스가 참가한 대회는 포뮬러 리브레라는 대회였는데 리브레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 굉장히 규정이 자유로웠다.
즉 무게 규정도 없었다.
거기에다가 페인트를 벗기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
이 이야기를 퍼트렸던 장본인이자 당시 메르세데스의 수장이었던 알프레트 노이바우어가 직접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야기한 내용이다.
그냥 원래 은색 차량을 제작했고, 그냥 빨라서 이긴 것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승리에 극적인 서사를 녹여냄으로써 메르세데스를 향한 환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60년대에 잠깐 참가했던 포르쉐도 은색의 차량으로 출전했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F1 최강팀으로 인식되는 현재의 메르세데스도 계속 은색으로 도장을 해왔다.
이 때 메르세데스는 실버 애로우가 아니라 실버 불릿이라는 별명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화살만큼 빠른 정도가 아니라 탄환처럼 빠르다 해도 될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수년간 이어왔다.
물론 2021년에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검은색 리버리를 사용했고, 2022년에는 다시 은색이었다가 2023년에는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갔다.
2022년에 성적이 너무 안 좋았기에 다시 한번 21년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23년엔 다시 검은색을 선택했으나 아직은 시원찮았다.
지금은 레드불이 너무나도 압도적이기에 저 미쳐날뛰는 황소를 진정으로 위협할 만한 은빛 화살이 다시 한 번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리고 영국은 초록색이 배정되었었다.
F1을 라이트하게 즐기는 팬들이라면 잘 알기 힘들지만, 과거에 쿠퍼라는 팀도 참가했었는데, 영국 국적이었기에 보다시피 초록색으로 도장을 했다.
낯선 이름이지만 그래도 드라이버 챔피언까지 거머쥐었던 팀이 쿠퍼다.
그리고 쿠퍼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올 팀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반월(Vanwall)이다.
보다시피 반월도 초록색으로 칠했다.
반월은 익숙한 이름이 아니기에 그냥저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F1 역사에서 꽤나 의미가 있는 팀이다.
바로 F1 역사상 첫 컨스트럭터 챔피언이라는 점이다.
F1 자체는 1950년부터 출범했으나, 각 팀들의 드라이버들의 점수를 합해서 그 값이 가장 높은 팀에게도 컨스트럭터, 즉 제조사로써 우승팀의 지위를 부여하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은 1958년에 처음 공식적으로 생겼다.
반월은 1958년 컨스트럭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F1 역사상 첫 공식 위닝 컨스트럭터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영국 팀 사상 첫 우승팀이기도 하다.
그랑프리 레이싱이든, 챔피언십이든 모든 첫 영국 팀의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반월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있는데,
이 당시 반월에 있었던 인재들이 F1 역사에 미치는 영향은 말그대로 영국 모터스포츠 역사를 바꿨다 해도 될 정도다.
자타공인 60년대 최고의 팀인 로터스 F1 팀의 창립자인 콜린 채프먼
항공기의 공기역학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로터스의 발전에 기여한 프랭크 코스틴
당시 스포츠카 시리즈에서 활약하던 재규어의 XK 엔진을 개발한 당대 최고의 엔진 개발자 중 하나인 해리 웨슬레이크까지
이러한 영국 모터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인재들이 모두 반월에서 몸담은 바가 있다.
영국 모터스포츠의 근본 그 자체가 반월이다.
물론 이제는 수많은 영국 국적의 팀들이 나와 이들의 업적이 묻히지만, 반월이 초석을 다져놨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애스턴 마틴도 1959년부터 1960년까지 짧게 참가했었는데, 당연히 초록색이다.
물론 로터스도 예외없이 초록색으로 치장해서 트랙을 달렸다.
이 당시에 특유의 짙은 초록색으로 도장한 영국 팀들이 꽤나 강력했기에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영국 레이스카는 초록색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고,
그 덕분에 저 특유의 짙은 초록색은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British Racing Green)이라는 명칭까지 붙었다.
그리고 지금 F1에 참가하고 있는 애스턴마틴도 이러한 역사를 의식해 자신들의 차를 초록빛으로 도장해서 참가하고 있다.
물론 지금 애스턴마틴은 완벽한 오리지널 애스턴마틴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그들의 이름을 간판에 내걸고 있기 때문에 애스턴마틴이 F1에서 행했던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사실 애스턴 마틴은 본드카의 이미지 때문에 은색도 유명하지만 모터스포츠에서는 애스턴 마틴이고 자시고 영국 팀은 초록색이 상징적인 색이다.
프랑스는 위의 부가티에서 알 수 있듯이 파란색이었다.
이 차는 부가티가 그랑프리 레이싱 시절 참가했던 타입 54이다.
이 당시에 부가티는 굉장히 강력한 팀이었는데, 이 시절 부가티의 드라이버 중 한 명의 이름이 바로 루이 시롱이다.
시롱이라는 이름에서 감이 올 수도 있는데, 바로 부가티 시론의 그 시론이 바로 루이 시롱이다.
지금의 페라리가 빨간색이었던 것도 의도했던 건 아니다.
엔초 페라리가 페라리라는 독립적인 회사를 만들기도 전에, 알파로메오에서 스쿠데리아 페라리라는 팀을 만들어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있어온 규정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규정이 그들의 헤리티지로 바뀌면서 어떤 브랜드의 상징을 넘어 스포츠카, 레이스카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페라리나 메르세데스나 모두 F1의 원년멤버이고 숱한 전설들을 써온 최고의 팀들이다.
그런데 요즘은 시원치 않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가 레드불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무슨 일이 생기든 저 미친 황소들을 제압할 수 있는 건 이탈리아의 마굿간에서 나오는 야생마들과 독일제 은탄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면 맥라렌에서 만들어내는 재빠른 키위새들 정도?
차량의 색마저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없던 시절부터 신화와 역사를 써온 이들이 다시 왕좌를 놓고 싸울 날이 오기를 바란다.
첫댓글 우와 신기하다
와 신기하다 ㅋㅋㅋㅋㅋㅋ 오.. 나도 뭔가 영국차는 녹색이다… 라는 알 수 없는 선입견이 잇엇는데 여기서 시원해지네
오 신기하다ㅋㅋ 그래서 여전히 그런색을 유지하는구나ㅋㅋㅋㅋㅋ 레드불을 막아줘요... 메르세데스 페라리 힘 내봐!!!
너무조은글이다ㅠㅠ 레드불 제발 저지해줘 페라리야ㅠㅠㅠㅠㅠㅠ
너무너무 재밌는 글이야
와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