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만 초콜릿 먹던 가난한 아이 찰리, 어떻게 초콜릿 공장의 주인이 됐을까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 지음 l 지혜연 옮김 l 출판사 시공주니어 l 가격 1만2000원
만약 우리나라 최고 부자가 전국 편의점에 깔린 초콜릿 중 단 다섯 개에 재산을 물려줄 ‘황금빛 초대장’을 숨겨놓았다고 발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초콜릿은 순식간에 동나고 사람들은 인생을 바꿀 기회를 잡으려 혈안이 될 것입니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이러한 기막힌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이 작품이 반세기를 넘어 세계적인 고전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달콤한 판타지 속에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쓰디쓴 통찰이 숨어 있기 때문이죠.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배고픈 소년 찰리의 앙상한 얼굴입니다. 찰리와 부모님은 쓰러져가는 낡은 집에서 한 침대를 쓰는 네 명의 조부모님과 함께 살며, 찰리는 일 년에 단 한 번 생일에만 초콜릿을 맛볼 수 있습니다. 찰리가 기적처럼 마지막 황금 티켓을 쥐는 순간은 오래 굶주린 아이가 겨우 숨통을 트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마침내 초콜릿 공장의 문이 열리고, 티켓을 찾은 다섯 아이의 신비로운 견학이 시작됩니다. 공장 안은 그야말로 꿈의 나라지만 실은 아이들의 밑바닥을 비추는 잔인한 거울이자 시험장입니다. 찰리와 함께 입장한 네 명의 아이들은 공장의 경이로움 앞에서 오직 ‘소유’와 ‘소비’에만 집착합니다. 식탐을 참지 못하는 아우구스투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고 믿는 버루카, 1등에 집착하는 바이올렛, 늘 자신을 과시하려는 마이크는 차례로 우스꽝스럽고도 통쾌한 벌을 받으며 후계자를 찾는 시험에서 떨어집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공장의 발명품은 당장 입에 넣고, 남에게 자랑하고, 혼자 독차지해야 할 물건일 뿐이었습니다. 반면 찰리는 눈앞의 신비로운 세계를 함부로 탐내지 않고 온전히 바라볼 줄 알았습니다. 생일 선물로 받은 귀한 초콜릿 한 조각을 한 달 내내 조금씩 아껴 먹던 인내심처럼 말이지요. 경이로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찰리의 태도는 공장 주인 웡카가 찾던 단 하나의 정답이었습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유명 초콜릿 회사가 학교로 보낸 시식용 신제품을 맛보며 이 기발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그는 자극적인 미디어 중독과 과잉 소비, 돈이면 다 된다고 믿는 욕망을 동화라는 형식을 빌려 날카롭게 비틀어 냈습니다. 난쟁이 일꾼 ‘움파룸파’의 노래를 통해 아이들을 망친 진짜 범인은 무조건 다 들어주기만 한 부모들이라고 꼬집기도 하지요.
찰리가 공장을 물려받는 결말은 현실에선 좀처럼 일어나지 않을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가난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한 아이의 맑은 품위와 욕심을 이겨낸 순수함은 오래 남습니다. 눈부신 환상 한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살아남는가를 묻는 이 이야기는, 진정으로 부러워해야 할 것은 화려한 초대장 그 자체보다 그것을 손에 쥐고도 타인을 밀치지 않을 다정한 마음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이진혁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