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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조단은 1번이 선명하고 부식이 안 된 것은 강철에 부식방지용 은색 페인트를 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쪽을 보면 좌우에 녹이 핀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1번이 쓰인 원판과 그 뒤쪽은 줄용접을 해 붙인 것이다. 원판 주변에 줄용접 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금속 용접은 같은 재질의 금속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1번이 쓰인 원판이 강철이라면 용접해 붙인 뒤쪽판도 강철이다.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합조단 관계자는 “1번 글자가 새겨진 부분은 어뢰가 물속에 있을 때 해수가 유입되는 부분”이라면서 “이 부분이 부식되면 어뢰의 방향을 조정하는 방향타가 조종되지 않기 때문에 부식 방지용 페인트를 칠한다”고 말했다.
합조단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1번이 새겨진 내부에 모두 은분을 칠했을 것으로 판단되고, 철강업계 전문가의 지적대로 은분을 칠했는데 어디는 녹이 슬고 어디는 안 슬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또 “방청(녹 방지)을 위해서는 보통 우레탄 도장을 하지 은분을 칠하지는 않는다”라며 “방청을 위해서는 은분만 칠하고 끝나지 않고 마감페인트로 ‘하도’, ‘상도’라고 해서 도장을 두 번 덧칠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분에는 펄이 들어가 있어 광이 나는데, 사진을 보면 (광이 없어) 은분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정축 주변 녹 자국은 유성 녹 제거제 자국이 확실하다”
“WD-40 같은 유성 녹제거제를 사용해 녹을 제거한 것”
이 전문가는 결정적인 의문도 제기했다. 1번 좌우 아래로 두 개의 고정축이 보이는데 그 축 주변의 녹 자국과 관련한 것이다. “고정축 주변의 저 자국은 유성의 녹 제거제 자국이 확실하다. 녹 위에 글을 쓰면 유성펜이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스텐크리너나 WD-40과 같은 유성의 녹 제거제를 사용해 먼저 녹을 제거한 후 글씨를 쓴 것으로 보여진다.”
▲ 양쪽 고정축 주변에는 녹 자국이 선명하다. 철강업계 전문가는 유성 녹 제거제를 사용해 녹을 제거한 흔적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
이 전문가는 “기름 성분으로 추정되는 저 액이 건질 때부터 있었다고 답변한다면 어뢰 폭발 시 형성되는 고열로 인한 유성 성분의 기화현상으로 인해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또 “근 50일 바닷물 속에 내부 전체가 잠긴 상황에서 저렇게 차별적으로 녹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유속의 흐름이 제한된 공간에서의 녹은 바닷물에 완전히 잠긴 상태에서 아주 고르게 녹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녹 발생은 수분과 관계가 있다. 수분이 차단된 상황이라면 녹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어뢰 내부가 완전 방수였다면 녹이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바닷물에 노출이 됐었기 때문에 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녹은 또 유속이 빠른 곳보다는 유속이 느린 곳에서 더 잘 발생한다. 1번이 적혀 있는 부분은 유속의 흐름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곳이어서 녹이 고르게 일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애초에 합조단이 1번 글씨는 스테인리스강에 적혀 있어 부식이 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데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스테인리스 부식 상식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이 들어간 스틸류 중에서 가장 녹이 안 나는 게 스테인리스지만, 스테인리스도 무조건 녹이 난다. 스테인리스는 합금인데, 크롬과 니켈 함량이 증가하면 녹이 잘 안 슬고, 크롬과 니켈 함량이 적으면 녹이 잘 슨다. 스테인리스 매뉴얼을 보면 쓰지 말라는 곳이 있는데 바로 바닷가와 대기오염이 극심한 지역이다. 스테인리스가 염과 황산에 약하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가 녹이 잘 안 나는 이유가 크롬이 산화를 해서 겉 표면에 피막을 입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롬이 바닷물과 황산을 만나면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금속 성분 바꾸는 것 자체가 넌센스”
“은분 칠한 철판 덩어리인지 뭔지도 모르고 발표한 거 아니냐”
이 전문가는 “(스테인리스에서 강철로) 금속 성분 자체를 바꾸는 게 넌센스”라며 “합조단은 은분을 칠한 철판 덩어리인지 뭔지도 모르고 (발표)한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철강)쪽은 포스코연구소가 최고 (실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쪽에서 누구도 (합조단에) 불려간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15일에 건졌고 20일에 발표했으니까 시간적으로 금속성분 조사할 시간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성분 조사하려면 적어도 보름 정도 걸린다.”
이 전문가는 “시료를 채취해서 분석하면 스테인리스 수십 가지 강종(강도에 따른 종류) 중에서 정확히 무엇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면서 “과학자나 연구원 교수들이 데이터를 갖고 과학적으로 따지면 답은 뻔히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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