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수당을
영혼처럼 품에 꼭 껴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새벽길,
영혼보다 더 사랑스러운
내 지상의 먹이,
장갑 낀 손으로 소중히 들고 가지만
손은 시리고 따갑다
여기저기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들의 키보다 그림자가 더 길다
땅에 닿은 부분이 너무 닳아 있다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설 때,
내 앞에서 줄이 끊어지고
떠나 버리는 차,
그를 용서해준다
밤 이슥히
그 버스는 돌아온다
그가 나에게 화해를 청할 것이다
시인의 〈품사론〉을 외우던 때가 생각납니다. 시인은 가고 없지만 시는 살아서 지금도 우리의 거리를 바라봅니다. 삶이란 곧은 것도 휘어진 것도 녹록치 않습니다. 내 앞에서 끊어진 줄, 그러나 다시 돌아와 화해를 청할 것을 알기에 용서해 줄 수 있습니다. 살아있어 살아야 하는 자들의 비애를 향해 가난이 기다리는 집으로 데려다줄 버스가 돌아옵니다. 아무리 추워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것들.
힘든 야근 때문에 새벽에서야 길 위에 서 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일이 없어 여기저기 폐업소식이 들립니다. 바닥을 딛고 서 있는 그림자마저 닳아있다는 고단한 시구 앞에서 올해는 힘들어도 일이 많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