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림 등 녹지대에서 형성된 찬바람이 도심으로 흐르는 통로인 '바람길'이 실제로 여름철 야간의 도심을 시원하게 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이는 계명대 환경학부 김해동 교수팀이 지난 20일 오후 2시부터 21일 오후 4시까지 '자동기상관측망'(AWS:Auto Weather System)을 이용, 대구의 바람길 효과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동기상관측망이 설치된 대구시내 7개 지점 가운데 도원중학교(달서구 도원지 계곡), 수성중학교(수성구 가창골), 화원여고(달성군 명곡리 계곡) 등 바람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점이 바람길 영향이 적은 경북대 사대부고(중구) 평리중학교(서구) 지점보다 야간 온도의 하락 폭이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것.
연구팀은 "같은 바람길에 있는 수성중과 사대부고 지점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나타난다"면서 "가창골에서 신천을 따라 도심으로 냉기류가 흐르는 야간(오후 7시~오전 9시)에는 수성중 지점에서 관측된 기온이 사대부고에서보다 2~3℃가량 낮았다"고 밝혔다.
또 야간에 발생하는 산풍(山風)의 풍속도 수성중은 2m/s인 반면 사대부고는 1m/s 정도로 2배의 차이가 나 수성중 지점에서의 체감온도는 더욱 더 떨어진다는 것.
연구팀은 그러나 낮시간동안에는 저지대에서 신천을 따라 가창골로 곡풍(谷風)이 흘러가는데 오히려 수성중 지점의 기온이 사대부고 지점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대구지역의 바람길이 앞산 가창골-신천, 팔공산 이언천-팔거천-금호강 주변으로 형성돼 있으며, 앞산 가창골-신천 일대의 바람길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바람길 효과는 야간에 시원해진 산 공기가 시내로 내려오면서 낮 동안 복사열로 뜨거워진 지면과 건축물을 식히기 때문에 생긴다"며 "여름철에는 2~3℃보다 더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또 "5월 하순쯤 신천에서 특별관측을 실시하면 가창골을 기점으로 하는 여름철 야간의 산풍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찬바람이 지나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때 바람길 통로 인근 지역에 대해 고층빌딩이나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는 시설의 입지를 제한하는 등 친환경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날 짜 200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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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003/07] 도시의 바람길, 제대로 트자
도시의 바람길, 제대로 트자
도시는 본래 자연환경이었던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들의 필요에 따라 건설한 인공환경이
다. 도시민과 자연환경, 인공환경은 도시공간을 이루는 세 가지 구성요소이다. 이들 세 요소간
의 상호작용 정도에 따라 도시의 건전한 발전이 지속될 수도 있고 단절될 수도 있다. 대체로 지
금까지의 도시 성장과 발전은 '인공환경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입지 시켰느
냐'와 '도시민의 삶의 편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느냐'에 비례했기 때문
에, 환경친화적 또는 지속가능한 개발과는 무관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도시건설에 따른 순기능
에 가려졌던 다양한 역기능에 대한 우려와 이를 줄이려는 시도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대표적
인 시도가 '도시기후의 쾌적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바람길 만들기'이다.
역기능 많은 도시화 과정
도시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기후변화는 도심을 중심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도심
의 기온 상승은 대기오염물질을 정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도시만의 특수한 기후변
화 요소들과 합쳐져 도시 열섬현상은 더욱 악화된다. 이러한 도시기후 악화의 요인들로는 △에너
지의 집약적인 대규모 소비로 인한 연소열 발생, △대기오염물질에 의한 온실효과, △고층화에
의한 마찰계수 증가, △고공대기의 열교환 감소, △도시 시설물의 열용량 증대에 의한 축열효
과, △불투수 면적의 증가에 의한 증발산 감소, △대기오염에 의한 일사량 변화 등이 있다.
도심의 기후변화 요인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도시열섬을 심화시키고 통풍불량과 대기
오염 피해를 확대시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도시의 지표면에서 10미터 지
상까지의 미기후(microcli- mate) 특성을 고려한 공간계획, 둘째, 도심녹지의 확충 등 도시 내부
의 대기 흐름을 좋게 하는 토지이용계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도시의 바람길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건물의 배치, 형태의 규제, 건물의 옥상 녹화, 건축물의 건축선 후퇴(Setback), 하천공간
의 활용 등 더욱 섬세한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도시열섬 완화와 대기오염 저감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이나 이산화탄소 삭감 등도 기대할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 시의‘바람길’계획
독일의 대표적 공업도시인 슈투트가르트 시는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온, 온도 등의 도
시 미기후를 조절할 수 있는‘바람길’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람길’ 계획은 바람
길을 포함하여 도심 녹지를 조성하고 녹지들을 연결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삼았다. 또한 도심
의 바람길에는 5층 이상의 건축물 축조를 제한하고, 건물 간격도 최소 3미터 이상으로 했다. 바
람길은 간선도로와 소공원의 폭을 100미터 이상 확보하고, 산림을 통과하도록 규정했다.
이 사례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 수도권의 바람특성을
공간규모로 구분해 살펴보기로 하자. 동북아시아라는 지역적인 관점에서 보면, 대륙으로부터 해
양을 향해 불어오는 대륙풍은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환경 여건이다. 마찬가지로
대륙으로부터의 바람에 실려 유입되는 황사와 월경성(越境性) 대기오염 역시 우리의 노력만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환경문제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수도권에 위치한 각각의 지역을 세분하여
그 지역의 지형이나 토지이용의 특성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바람길을 배려하는 것은, '환경친화
적 도시계획'으로 충분히 고려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바람길에 대한 배려가 필요
수도권을 광역적 관점에서 하나의 공간단위로 볼 경우, 지금까지 주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의
입지 결정과정에서 '도시기후나 바람길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
다. 수도권 서쪽에 자리잡은 화력발전소 등 전력생산시설들은 연료 공급비용 절감을 위해 서해안
에 입지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울과 근교지역에 위치했던 오염배출시설들조차 하필
이면 수도권의 인구밀집지역으로 바람이 유입되는 경로에 위치한, 인천과 안산에 집단 이주시킨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결국 집단 이주한 남동공단·시화공단·반월공단이 배출한 오염물
질들과 이들 공단을 오가는 화물차량들이 내뿜는 매연이 수도권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대기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평면적인 토지이용과 경제성만을 고려한 잘못된 입지정책의 전형이다.
산악지대인 서울 동부지역보다 평야지대인 서부지역은 오랫동안 손쉬운 개발의 표적이 돼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환경가치는 날이 갈수록 악화돼왔다. 지금껏 과도하고, 환경에 대한 고려
가 없는 개발행태가 반복되었기 때문에 지역의 환경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것이다. 이제 와
서 정부가 '현재의 환경가치만을 기준으로 보전지역과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을 선별하겠다'는
정책을 편다면, 수도권 서부지역은 '인천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이나 김포, 파주 신도시 건설과 같
은 개발사업'이 점점 확대되는 악순환에 직면하게 된다.
이처럼 수도권의 서부지역에 개발밀도가 높아질 경우, 기존 해안지역의 오염 배출에 의한 피해지
역에 더 많은 피해자 그룹을 신규 입주시키는 셈이 된다. 동시에 신규 개발지역의 오염 배출뿐
아니라 물류수송에 따른 오염배출에 의한 영향을 기존 인구밀집지역에서 떠안아야 하는 사태도
벌어지게 된다. 이처럼 서부지역의 개발밀도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높이는 쪽으로 도시계획이
결정될 경우, 수도권의 각 자치단체들이 개별적인 바람길 계획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게 될 가능
성이 있다. 왜냐하면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공급되는 공기의 질 자체가 나빠지므로 도심에 신
선한 공기를 불어넣는 바람길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도시기후는 도시 성장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공기후다. 도시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영위하기 위해
지금껏 해왔던 노력을 진행하면 할수록 도시기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내공간의 나쁜
공기와 불쾌한 열을 완화하기 위해 창문을 열고 싱그러운 공기로 환기할 수 있다면 에어콘이나
공기청정기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근래에는 바깥공기가 점차 오염되면서 실내공간의 오염물질
과 열을 인공적으로 내보낼 에어콘과 공기청정기를 찾게 됐다.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만, 에어콘과 공기청정기를 틀어 뜨겁고 더러운 공기를 도시공동체의 생활공간에 밀어내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키는 일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수도권의 도시들이 거대한 열섬지대가 되
고 나면, 몇몇 도시에서 아무리 바람길을 만들고 녹지를 확충해도 별반 효과를 볼 수 없게 될지
도 모른다.
도시민 건강을 위한 투자의 길
수도권의 바람길을 확보해주는 한편, △도심에 그늘을 제공하고 햇빛을 차단해주며 증발산에 의
해 공기를 식혀줄 식물을 심고 가꾸는 일과, △건물이나 포장재를 태양광선을 덜 흡수하는 소재
로 대체하려는 노력, 그리고 △도심의 '열섬'으로 확인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열섬을 저감하기
위한 도시계획과 건축은 중요하다. 기상특성을 고려한 도시계획과 도심녹지를 확충하려는 노력
은 전력낭비 없이 수도권 주민 모두를 쾌적하게 해줄 자연 에어콘과 공기청정기를 마련하는 일
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