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토동 돼지 접붙이기¤
아지랭이 아른아른
개나리 누런 자태 뽐낸
화사한 봄날
분토동 황톳빛 마당
보았다.
암퇘지 낄낄대고
숯놈 애써 부르면
그놈 까만 눈알 부라려
냇물 흐르듯 오줌 질질
갈겼다
암놈 지그시 감으면
폭풍처럼 박차고 올라
하이얀 이빨 드러내어
히히히 좋아라 소리쳐
웃었다.
꿈결 같은 신방 치러
부부 인연 맺은 돼지
조곤조곤 훗날 기약해
말이 살찌는 가실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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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때 분토통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봄날 하교길에
우연히 지금 기만씨 공장이 있는 옆집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낄낄대는 돼지 울음 소리와 시끌벅적한 사람들 음성이
들려 친구들과 함께 그곳으로 갔다. 그 집이 누구 집인지는 정확
히 모르지만 분토동 친구 동석이네 집 옆집으로 사람들 말에 의
하면 집채만한 숯놈 씨돼지가 있어 주변 마을에서 암퇘지가 암내
를 내면 접붙이로 온다고 했다.
우리가 그 집에 가니 옆마을에서 암퇘지를 가지고 와서 나무로 만
든 어떤 기구에 암퇘지를 올려 네다리를 새끼줄로 묶어놓고 우리
안에 있는 씨돼지 수컷은 소리를 꽥꽥 지르고 있었다.
잠시 후 우리에서 나온 씨돼지는 순식간에 암퇘지를 보고 평소 하
던 방식대로 돌진하여 암 퇘지를 덥쳤다. 한 40여분 만에 내려온
수컷은 만족스러운 듯 낄낄 대며 웃었고 암퇘지는 수줍은 듯 꼬리
를 내려 부끄러워했다.
이렇게 해서 수정이 되어 4달 정도 지나면 암퇘지는 많게는 십여
마리 새끼를 낳아 집 주인을 기쁘게 했다. 다시 가을 무렵이 되면
암내를 내서 씨돼지를 찾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에 그저 호기심으로 본 이런 장면이 동물이라면 갖게
되는 종족 유지 본능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오늘 우연히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다가 분토동 신작로
옆집 돼지 접붙이는 장면이 아련히 떠올라 그 영상을 하나하나
엮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