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종일 구중 거리면
집 앞 바닷가로 달려 나가던 때가 있었지
바람 속 사이사이 종알종알 내리던 빗살에
어깨가 축축한 것도 잊은 채
바다를 쳐다보노라면
가슴 속 가득 바닷물이 차오른다.
그렇게 안팎을 물기로 흠씬 적시어
선득하다 싶으면
근처 찌개 집에 들어가 앉는다.
시커멓고 입이 넓은 냄비에
넘치도록 끓여 내오는 생선탕
횟감 뜨고 남은 거 던져 종일 끓여 사골을 만든
국물에 생선을 넣어 끓여 내 오면
생선은 밀쳐내고 국물에만
코를 빠트리고 퍼 먹던 그 맛
생선기름이 푹 익어 구수하면서 얼큰한
대파 마늘 양념이 충실하게 기쁨조 역할을 해주던 찌개
그날따라
국물이 입에 쩍쩍 달라붙을 정도로 진하다 싶으면
어느 자리에서든 꼭 나오던 말
“주문진댁아! 오늘 고급 손님 왔다 갔는가?
국물이 좋다야!“
돈 안 들고 힘 안 드는
치사 한 마디 하다보면
국물 한 대접 더 떠다 냄비에 부어 주던
주문진댁
육지에 비바람이 불어 정신 사납게 하더라도
바다는 순할 때가 많다
내가 살던
그 해변 가 동네
이제는 궁전 같은 횟집들과
서양식 커피숍들이 많이도 세워져 밤이면 별천지다
어린 시절 돌멩이로 납작하게 눌러 놓고 살았던
우리의 거처를 떠올리면
괜히 부끄러워서 죄인 같이 고개 숙이고 싶도록
너무도 휘황하게 변했다
나와 같이 자란 여자애들은
미역과 고동, 진두아리 태박을 줍던
그 시절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밤새 파도에 밀려온 바다 풀 속에서
골라낸 태박 무더기
사카린 섞은 밀가루에 태박을 넣어
둘둘 묻힌 다음
밥 잦을 때 밥 위에 얹어 쪄 놓으면
모자란 양식대신 먹었다
마른 밀가루의 터벅하던 맛
태박의 끝 맛은 혀에 남아 미끌 거리던 기억뿐
젼혀 맛있지 않았다
미역보다 두꺼우며
색이 붉고 넓적하던 미역 닮은 바다 풀
사카린의 독한 단 맛에다
바다 풀 특유의 향만 진하게 나던
바다....
납작한 집들
검은 피부의
거칠고 높은 음성으로 말하던 사람들
내게 바다는 너무 익숙해져 버려
소 닭쳐다보듯 무심한 존재지만
그나마 마음 내려놓고 앉았다 오는
장소로는 바다뿐,
종일
비가 구중거리는 날이면
첫댓글 '밥 한술에 이야기 반찬ㅡ멸치젓갈' 읽는 중
운선님 새글 알림이가 반갑네요~^-^
비도 바닷가 비린내도 반가워요~
읽고 싶은 글 감사드려요!!
회뜨고 남은 뼈국물 서더리탕이라 하죠.
횟감 생선이 크면 국물도 우족국물처럼
보기좋던데 글맛이 바다내음 난듯합니다.
어제 비를 맞으며 집옆
방죽에서 붕어를낚고
지금도 붕어낚시중
댓글 다는 순간 붕어 한마리 올라 왔네요.
각 지역마다 나름데로의
부족한 식량 보충하는 방법이 있었나 봅니다.
비오는 날 바닷가 허름한
식당에서 매운탕 먹는 맛도 좋울것 같네요.
불을 은은하게 하여 푹 끓여 낸 진국 서더리탕은 저도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에 속합니다. ^^~
통리와 동해.
기차로 불과 둬 시간 남짓인데
저는 산에 파묻혀 살았고 운선님은 바다의 여인이었군요.
비내리는 바다.
온통 물투성이겠어요.
낭만이 가득한 그곳 바다에서 자라셧구랴.
해선지,
글 마디에 바다추억이 출렁거리는 듯ㅡ
마음 자락 내려 놓고
앉아 있다 오는 곳이 바다라니
바다여인 맞으십니다..
그런데,
첫줄-여섯째 줄까지는
시심 넘치는 수려한 문장이네요
시도 맘먹으면 잘 쓰실듯요~
오늘도 글 잘 읽었어요~^^
바닷가 삶이..읽혀지는 글입니다
내륙지방살던 사람으로서
흔하지 않던 생선 생일이나 명절때만
맛보던 그맛을--구수한 국물들이
전 부럽네요
글속에 (태박)-이 무엇인지.요??
말해도 모릅니다 ㅎㅎ 난해한 바닷풀이라
미역같이 생긴 파도따라 흘러오던 것들이 모두 미역인줄 알았답니다
걸죽한 생선잡탕이 생각나는 날씨네요 ㅎ
오늘 아침처럼
삶방 글 하나 읽고 몹시 언짢아 질때는
밖과 안 모두 짠내나는 바닷바람 푹 씌우고 싶지요
비린내 나던 뜨겁고 진한 생선국 한사발 들이키면 조금은 풀리려나, 에고 어리석은 사람들 ㅉㅉ
그러게나 말입니다.ㅡ
어서 잊으세요.
바다앞에 서면
그냥 가만히 있게 되지요
가만히 있다 보면 절로 시끄럽던 속도
더 시끄러운 파도소리에 잠재워지는 듯하고...
어릴때 부터 바다가까이 살아서
생선이란 생선은 다 친근해졌는데
어쩌다 보니 바다에서 먼
내륙지방에 살게 되어
바다를 그리워하다 보니
바다가 더 좋아지고 있는 노년이 되어가고 있어요
글이 너무나도 푸근하고
정감이 있네요....^^
하얀 쌀밥 한 수저에
뜨끈 얼큰한 생선국물
오늘같이 비오는밤에 후~후~불어가며
들이키고 싶어요^^
잘 보고 갑니다
삶방 글 하나에 짜증이 나던게
운선님 글에 씻겨져 내려갑니다...
늘 잘 읽고 있답니다
고급 손님 왔다간
그 국물
맛보고 싶어요
저는 늘 바다가 고파서
대구 살적에는
훌쩍 동해도 자주 갔건만
갈수록 나서기가 더 어려워지는
할미네요
빗소리에 스르르 잠이 오는거나,
바다를 쳐다보면
가슴 속 바닷물이 차오르는거나
엄마의 배속 양수의 태아적 경험의 무의식에서 오는게 아닌지... ㅎ
여튼
고혹스런 바다여인
아니, 코를 빠트리고 퍼 먹는
바다여인을 그려보고 갑니다.ㅎㅎ
서울서 태어난
서울내기는
첨 들어
보는 글소리 군요ㆍㅎ
정감 있는
글솜씨
또한 매력 있어요~~ ㅎㅎ
저도 매일 바닷가를 배회하건만...
국물 시원한 생선탕은 기대해볼 수도 없고.
바닷가 수많은 맥주집 중 하나만 탕집이라면 살만할텐데...
인천 앞바다가 사이다면 뭐하냐고요,
고뿌가 없음 소용없다더니
바다가 다 같은 바다가 아니니
바닷가 살면 뭐하냐고요. ㅎ
오늘같이 스산한 날엔 바닷가에서 국물 뜨끈한 탕을 허벅지게 퍼먹고 싶네요.
넓고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한채 노랫말도
생각나네요. 그 너른바다를
늘 눈에담구서 살아오셔서
그렁가?? 자그마하신 운선님
덩지시지만 매음평수는 한
없이 넓구 깊게 보입니다.
그래서 좋은글 매음 울리는글
들이 끝도없이 쏟아져 나오는건지? 글에서 미역냄새
어탕 냄새 짭쪼롬한 소금냄새
바다냄새가 물씬 풍겨집니다.
오늘도
바닷가 푹 우려낸 생선탕보다
더 깊은 맛이 나는
운선님 글 맛에
행복하게 읽고 갑니다^^
또르르님 좀 보고 삽시다 ~^^
@운선 네 저도 그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