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는 그저 신화전설상 인물로 학문적 연구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국 학계에서 치우를 재야학자들의 관심 주제로 치부하는 것이 내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내가 치우를 주제로 책을 쓰게 된 것은 특별한 경험 때문이었다.
첫 번째 사건은 나의 첫 책 《소호씨 이야기-산둥 다원커우 동이족의 탐색과 발견》(2009)을 출판한 이후에 벌어졌다. 당시 필자는 중국 산둥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한국의 A씨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A씨는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출판인이었다. A씨는 "B씨가 당신의 책을 간행물 위원회에 추천해서 서평을 쓰기로 하였다."고 전해주었다. B씨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A씨로부터 놀라운 서평 내용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소호씨 이야기》에서 치우가 동이족이 아니라고 하였는데 이로 보아 필자는 수준이 매우 낮으며 이러한 책을 출판한 출판사도 문제가 있다." 사실 《소호씨 이야기》는 산둥성 일대에 거주한 신석기인의 삶을 다룬 것으로, 치우 관련 내용은 1~2쪽 정도 언급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A씨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나를 몰아 붙였다. 마치 민족 반역자나 되는 것 처럼.〕
책 머리말 ~006페이지
정리: 저자의 경험담의 서평에 치우=동이족이라는걸 안썼다고 저자의 수준을 비방당함.
[...두 번째 사건은 한국으로 귀국한 후 2011년 일이다. 나는 "치우는 동이족이 아니라 창강 중류 지역에 거주한 삼묘 계통"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하기 위해 모 학회에 심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심사자 중의 한 명인 C씨의 평가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C씨는 평소 치우는 동이족이며 현재 한국인과 먀오족의 조상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치우는 그저 고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인물일 뿐인데 왜 이토록 흥분하는 것일까? 나는 이런 경험들을 통해 치우가 단순히 학문적인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인 믿음마저 띠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치우를 주제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구체적인 계기는 2013년 타이완 방문이다. 타이완의 유심성교라는 종교단체에서 한국의 치우학회를 초청해 자신들의 종교행사에 참여시키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그들의 논리에 의하면 "치우는 동이족으로 화하족인 황제와 전쟁에 실패하여 한국으로 가서 나라를 세워 한국인의 조상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인 또한 중화민족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치우가 동이족이라 생각하지만 각자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중국은 칭는 동이족으로 중국 사람이며, 한국인이 스스로 치우의 후손이라 하니 한국인 또한 중화민족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동이족인 치우는 한국인의 조상으로 고토를 빼앗기고 한반도로 이주했기 때문에 산둥성 일대는 고대 한국인의 영토라는 것이다. 한중 양국은 같은 사안에 대해 자기중심적 해석을 하며 역사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
정리:
-치우에 대한 저자의 논문에 대해 C씨는 치우는 동이족이며 한국인과 먀오족의 조상이라며 저자의 논문에 불쾌해함.
-타이완의 유심성교라는 종교단체에서 한국의 치우학회를 초청. 그들의 논리 "치우는 동이족 즉 한국인 또한 중화민족의 일원."
-한중간에 치우에 대한 동상이몽
[.......한국의 경우 이전에 재야학자들이 《규원사화》나《환단고기》를 근거로 치우가 한민족의 조상이라는 견해를 주장한 바 있으나 본격적으로 치우를 한민족의 조상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학자들에 따라 견해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인 견해는 치우는 동이족으로 한국인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재야학자들의 경우 치우가 황제에게 패배하였다는 중국 문헌의 내용은 부정하고, 《규원사화》나《환단고기》의 내용을 신봉하여 치우가 황제를 물리쳤다고 주장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치우는 한 명인데 어떻게 동시에 중화민족, 먀오족, 한국인의 조상이 될 수 있었단 말인가? 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기억은 강화하고 불리한 기억은 망각함으로써 역사를 '창조'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해 중국, 먀오족, 한국은 치우를 자신들의 영웅조상으로 만들었다.
치우에 대한 기록은 춘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등장한다. 실제 문헌상 치우의 모습은 시대별로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춘추시대 문헌에서는 황제黃帝가 황제皇帝와 전쟁을 치르며, 전국시대 문헌에서는 드디어 황제黃帝와 기주에서 전쟁을 한다. 한나라에 이르면 탁록에서 황제와 전쟁을 하고, 당송시대에는 소금호수에서 관우와 전쟁을 한다. 이와 같이 치우의 모습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당대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며 치우가 변신을 거듭하였기 때문이다.]
정리: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치우를 한민족의 조상으로 만들기 시작.
-대체로 재야학자들은 중국문헌을 부정하고 《규원사화》나《환단고기》를 인용해서 치우가 이겼다고 믿음.
-치우 1명이 중화민족, 먀오족, 한국인의 조상이 되는 황당함.
-중국 문헌에 시대부터 다양한 치우에 대한 기술을 설명 당송 시대에는 소금호수에서 관우와 전쟁을 하는 내용도 있다고 함....
이 책 읽으면서 좀 피씩하는 부분이 있고 하나하나 내용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지 저자분이 느끼는 어처구니 없어하는 문구들은 경험에서 우러난 거구나!'하는게 간접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건 이런게 종교나 정치와 개인적 믿음에도 관련있구나 싶지만 그건 뭐... 국내 종교도 마찬가지다.
가령 상생방송에서 전,현직 정치인이 나오거나, 덕일이횽이 나오거나 하는것 말이다..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