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이런 경고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을 “재편(remaking)”해 유럽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놈 주지사는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강경파다. 도널드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처음 든 생각은 이랬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균 수명을 5,6년 늘리려고 한다는 건가? 물론, 맥락을 보면 의도는 분명했다. 놈 주지사는 유럽을 이민자가 몰려든 난장판이라고 믿고 있거나, 아니면 적어도 대중이 그렇게 믿기를 바라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나는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며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대혼란은 없었다. 물론 유럽 곳곳이 이민자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고, 이민이 뜨거운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유럽의 경제 회복이 미국보다 더딘 것도 맞다. 하지만 유럽 대륙이 이민자 때문에 완전히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
그런데 이 같은 망상은 현재 미국 우파 전체에서 통용된다. 트럼프주의는 경제적 불안감이 불러왔다고 한때 전문가들이 진단했던 적이 있다. 아무리 경제가 호황이어도 불안은 많을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불평등하고 불안정하며 불공정투성이다. 그러나 마가(MAGA)가 주도하는 불안은 현실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실제 경험과는 무관한 디스토피아적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시점 공화당의 정치 전략은 비교적 잘 지내는 유권자에게 다른 이들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며 겁을 주는 방식이다. 근거는 공식 통계가 아니라 그들의 주장이다.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2023년 미국 경제를 이야기할 때도 잘 드러난다.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전반적인 예측은 철저히 빗나갔다. 경제 성장을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인플레이션은 급락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원하는 수준 가까이 갔다. 현실에서 쉽게 느껴진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미국인 63%는 자신의 재정 상황이 좋거나 아주 좋다고 답했다.
그런데 며칠 전 선거 유세에서, 니키 헤일리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는 “경제는 파탄 났으며 인플레이션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 말을 믿었을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YouGov)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약 72%는 성장률 약 3%와 인플레이션 2%의 지표를 보이는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고 답했다. 좋아지고 있다는 답변은 6%를 조금 웃돌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부정 평가는 경험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지난 12월 유고브는 미국인들에게 2023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해 달라고 했다. 공화당 지지자 76%는 국가적으로 끔찍한 해였다며 2023년이 나쁘거나 끔찍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수치인 공화당 지지자 69%는 개인적으로는 괜찮거나 좋거나 아주 좋다고 응답했다. 아주 이상한 일이다.
-
그러나 마가(MAGA)의 세상은 이성적이지 않다. 미국인들은 국가 범죄가 감소하고 있고 자신이 사는 지역 범죄가 줄고 있다는 것에 수긍한다. 동시에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불일치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당파성과 상당히 밀접하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이 아닌 것을 기꺼이 믿으려 한다.
첫댓글 와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