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뜻을 품고 올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주부 권인아(30.가명.성남 분당신도시 구미동 거주)씨. 마음 먹은대로 시험성적이 나오지 않았 지만 마음을 도사려먹고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시험을 보겠다고 결심한 후 권씨가 찾은 것은 경제신문에 게재 된 아파트 시세표다. 학원가가 많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아파트 로 1년간만 보금자리를 옮겨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수능이 어려워지면 명문학군 인근 아파트값.전세금도 오른다는 통설 때문에 마을 졸이던 권씨는 의외로 전세금이 예상보다 싼 것을 보고 이사를 결심했다.
전세금이 추석이후 8주째 내리 떨어지고 있다. 더이상 올해 최저가 단지를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락폭도 크다. 거래가 가장 활발하 다는 입주 2~3년차 아파트 전세금도 내린 곳이 많다. 때문에 아파트 매매값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값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몰라도 공급사정이 좋을 때 전세집을 잡으라고 조언한다. 12월에 들어서면 다시 겨울 이사철 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좋은 학군 주변으로 이사가기를 원하는 수요자, 입주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 집을 원하는 수요자 모두 지금 움직일 때라는 이야기다.
■명문학군 주변에도 싼 전세매물 많아■
`명문대학을 가려면 대치동을 보라`는 말처럼 학군수요로 항상 전세 가 부족한 대치동. 최근 이곳에서도 전세금이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 한 곳이 많다.
유명학원가가 밀집한 선경, 미도아파트에도 시세가 떨어진 곳을 찾기 가 쉽다. 대치동 선경1차 아파트 48평형의 경우 최근 호가가 4억2500 만원으로 올 연초보다 6000만원이나 떨어진 가격에 전세매물이 나와 있다.
이웃한 미도아파트도 비슷한 평형대인 46평형대에서 3억6500만원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청실 1차 아파트 43평형은 3억3000만원가량이 면 전세를 구한다. 분당 신도시 40~50평형대 전세금과 비슷한 수준이 다.
황대선 붐타운공인중개 사장은 "매매가 상승폭을 뒤따른 전세금 상승 이 부담스러운데다 아파트도 낡았다는 이유로 전세수요는 많지 않았 던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신도시 명문학군 주변도 전세금 싼 곳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분당 신도시의 명문고인 서현고로 전학을 갈 수 있는 서현동 주변에도 싸 게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 시범 우성아파트 22평형은 1억2500만원에 거래가 가능하다. 올 초 하한가보다 1000만원가량 더 빠진 가격이다.
■입주 2년차 단지 매물 쌓여■
입주시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인 입주2년차 아파트는 전세거래가 가 장 많은 단지로 통한다. 비교적 신규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수요가 항 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오기가 족족 거래되기때문에 매물구 하기는 쉽지않다. 하지만 최근 2년차 아파트에도 전세매물이 쌓이는 중이다.
지역별로는 성동구와 마포구에 입주한 지 2년이 지난 아파트가 많다. 이 중 대단지에서는 몇 달 동안 전세가 나가지 않아 물건이 쌓이고 전세금도 1000만~2000만원 정도 내린 곳도 상당수다. 일부 전세물건 이 많이 쌓여있는 대단지에서는 시세보다 싸게 나온 `급전세`도 어렵 잖게 발견할 수 있다.
성동구 금호동에서는 재개발 대단지가 전세를 구하기 편하다. 5호선 신금호역과 3호선 금호역이 모두 가깝고 고층에서 한강이 보이는 등 나름대로 주거여건이 좋은 편이지만 전세수요가 부족하다.
2900가구 규모 벽산아파트는 42평형 전세금이 여름철 2억3000만원까 지 갔는데, 요즘은 2억~2억1000만원선에 거래된다. 1700가구 규모 대 우아파트도 평형별 전세금이 여름철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내 렸다.
금호동 벽산공인 관계자는 "전세수요자들이 부동산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있어 선뜻 계약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공덕동과 신공덕동 일대 삼성단지에 전세물건이 많다. 신공 덕동 삼성1,2차가 입주 2년이 지났고, 올해 입주한 삼성3차와 공덕동 삼성싸이버도 아직 전세물건이 남아있다.
공덕동 부동산뱅크공인 관계자는 "두세달 전부터 나온 전세물건 가운 데 거래가 되지않은 게 많이 남았는데 수요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전세금은 25평형이 1억7000만원, 43평형이 2억4000만원 안팎으로 여 름철에 비해 1000만원 정도 내렸다.
9월로 입주 2년이 지난 광장동 현대10차도 아직까지 전세물건이 상당 수 쌓여있다. 이에 따라 전세금도 약세다. 33평형 로열층이 여름철에 비해 2000만원 정도 내려간 2억~2억20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1500가구 대단지인 이문동 쌍용아파트와 2600가구 규모 노량진동 신 동아리버파크도 여름철에 비해 수요가 줄어 전세가 적체돼있다.
신동아리버파크는 현재 33평형에 전세가 많이 있는데, 전세금은 1억7 000만~1억9000만원선이다. 노량진동 부동산랜드공인 관계자는 "8,9월 에 거래가 많이 돼 요즘은 1억6000만원에 나온 급전세도 잘 안나간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