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어차피 이 책에서는 1권에서 탐구하기 시작했던 삶의 개인적 요소들을 재음미하면
서, 행성 범위에서 더 큰 삶의 측면들을 논의하고 있던 터이니, 환경에 대해서 좀
물어보고 싶습니다.
네가 알고 싶은 게 무엇이냐?
일부 환경주의자들이 주장하듯이, 진짜로 지구가 멸망하는 중입니까? 아니면 이런
사람들은 단순히 삐딱한 시야를 가진 과격파거나, 자유주의 공산당 빨갱이들이거
나, 버클리대를 졸업하고도 마약이나 흡입하는 자들에 지나지 않는 겁니까?
두 질문 다에 그렇다가 내 대답이다.
예-- ???
그냥 장난이었다. 좋다 첫번째 질문의 대답은 그렇다이고, 두번째 질문은 아
니다이다.
그럼 오존층이 고갈되고 있는 겁니까? 열대우림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요?
그렇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뚜렷한 사안들하고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뚜렷
하지는 않지만 너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들이 있다.
더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예를 들면 너희 행성에서는 빠른 속도로 토양이 줄어들고 있다. 다시 말해
곡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토양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된 건, 토양을 복원하자면 시간이 걸리는데, 너희 기업농들에게는 그럴 시간
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쉬지 않고 생산해낼 땅을 원하기에, 계절에 따라
경작지를 번갈아 사용하던 옛 농사법을 포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그리고는
토양의 복원력을 보상하기 이해 작물이 더 빨리 자라게 하는 화학제품인 농
약을 땅에 들이붓는다. 하지만 모든 일에서 그러하듯이 이 경우에도, 너희는
'어머니인 자연'을 대신할 인공제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 자연이 제공하는
것을 비숫하게나마 대신 제공할 수 있는 인공제품을.
그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자양분이 담긴 쓸만한 상층토(上層土)라고는 이삼
인치에 불과할 정도로 토양이 부식되고 있다. 달리 말해, 너희는 갈수록 자
양분이 더 적은 토양에서 더 많은 곡물을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철분도 없
고 미네랄도 없으며, 통상 흙에서 제공되다고 여기던 어떤 것도 없다. 더 나
쁜 것은, 토양을 복원하려는 필사적인 시도로 땅에 들이부었던 화학약품들로
가득찬 음식물들을 너희가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기간에 몸에 뚜렷한 해
를 끼치지는 않더라도, 결국에 가서 너희는 이 잔류 화학약품들이 몸에 백해
무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슬퍼할 것이다.
경작지의 빈번한 갈아엎기로 인한 토양부식이라는 이 문제가 널리 알려진 문
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작 가능 토지의 급속한 축소가 다음번에 유행시
킬 대의명분을 찾고 있는 여피(yuppie) 환경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환상은 아
니다. 어느 지질학자나 붙잡고 물어보라. 그러면 그에 관해 넘칠 만큼 들을
것이니. 그것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현상이어서, 재난을 초래할 정도
의 문제이다.
이것은 너희 어머니이자 모든 생명을 주는 지구를 위태롭게 하고 고갈시키는
허다한 방식들 중 단지 하나의 예에 지나지 않는다. 너희는 지구의 필요와
그것의 자연스런 과정을 완전히 무시한다.
너희는 너희 욕망을 만족시키고, 당장의(그리고 대체로 부풀려진) 너희 필요
들을 충족시키고, 더 크고 더 좋고 더 많은 것을 쫓는 인간의 무한한 갈증을
식힐 때 말고는, 너희 행성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너희 역시 한
생물종으로서 충분함이 정녕코 충분해질 때가 언제일지 자문해보는 것이 마땅
하지 않을까?
왜 우리는 환경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요? 왜 우리는 그들의 경고에 무
심할까요?
너희 행성의 생활양식과 삶의 질에 영향을 주는 진실로 중요한 모든 문제들에
서처럼, 이 문제에도 쉽게 분간할 수 있는 원형이 있으니, 너희는 이미 그 질
문에 완벽하게 대답하는 신조어(新造語)를 주조해낸 바 있다. "돈의 자취를
쫓아라."
그처럼 강력하고 교활한 측면과 싸워야 할 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꿈
이라도 꾸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간단하다. 돈을 제거하라.
돈을 제거하라고요?
그렇다. 아니면 하다 못해 그것의 불투명성이라도 제거하라.
이해가 안 되는군요.
사람들은 부끄럽거나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들을 숨기기 마련이다. 너
희 대다수가 자신의 성행위를 숨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너희 대다수가 자
신의 돈을 숨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너희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
는다. 너희는 재산문제가 대단히 사적인 문제라고 여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만일 모두가 모두의 금전 상황에 대해서 모조리 다 알게 되면, 너희 나라와 너
희 행성에는 여지껏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심한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인간사의 운영에서 공평함과 평등, 솔직함과 선(善)에 대한 참된 우선시(優先
視)는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을 터이고.
지금의 경제에서 공평함이나 평등, 솔직함이나 공동선을 가져오기란 불가능하
다. 돈을 감추는 게 너무 쉽기 때문이다. 너희는 받은 돈을 실제로, 다시 말
해 물질적으로 감출 수 있다. 또한 창의적인 회계사들이라면 온갖 수단 방법
을 동원해서 기업의 돈을 '숨기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돈을 숨길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남들이 정확히 얼마를 갖고 있는지, 혹은
그들이 그걸 가지고 뭘 하는지 알 방도가 없다. 눈속임은 말할 것도 없고 과
다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업들은 똑같은
일을 해도 전혀 다른 액수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는
연봉 5만7천불짜리의 일거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연봉 4만 2천불짜리 일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한 쪽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은 앞의 직원이 뒤의 직원에겐
없는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뭔데요?
페니스(男根)
맙소사!
그렇다. 정말 맙소사이다.
하지만 그건 당신이 이해를 못하신 겁니다. 페니스를 가지는 건 앞의 직원을 뒤의
직원보다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거든요. 더 재치 있고, 더 솜씨 좋고, 그리고 확
실히 더 능력 있게요.
흐으음. 그게 너희를 그런 식으로 만든다는 걸 깜빡했구나. 그게 능력에서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걸 말이다.
그럼요. 당신이 그걸 모른다는 게 오히려 놀랍군요. 이 행성 사람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요.
이 문제는 여기서 그만두는 게 좋겠다. 안 그랬다가는 사람들이 우리가 진짜
로 그런 줄 알 것이다.
당신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우리는 그래요! 우리 지구 사람들은요.
이게 바로 여성들이 로마 가톨릭교나 몰몬교의 신부가 될 수 없고, 예루살렘 통곡
의 벽 앞에 설 수 없으며, 포츈지가 선정하는 500대 기업의 최고 책임자나 여객기
기장의 지위에 올라가지 못하는 까닭이죠. 또--
그렇다. 우리는 논점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만일 모든
돈거래가 투명해진다면, 어땠든 임금 차별 같은 건 무사히 넘어가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리란 점이다. 어떤 기업이나 직원 전체의 봉급 일체를 강제로 발표해
야 할 때, 지구상의 모든 일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있겠느냐?
특정 직급들의 급여 수준이 아니라 각 개인에게 주어지는 실제 보수를 발표해
야 한다면 말이다.
음, 배후에서 '양쪽을 들쑤셔 어부지리를' 취하는 일은 없어지겠죠.
그렇지.
그리고 "모르는 게 약이다"도 없어질 거구요.
그렇지.
그리고 "이봐, 여자 한명 쓰는 데 2/3 값이면 되는데, 왜 더 많이 줘야 하지?"도
사라지겠지요.
으~ 흠
그리고 비위 맞추기라든지 상사에게 아부하기, "잘 나가는 자리"라든지, 사내(社
內) 정치 같은 것들도 없어지겠죠. 그리고--
그러고도 아주 많은 것들이 일터와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돈의 자취를 벗기
는 간단하 조치 하나로.
생각해봐라. 만일 너희 모두가 각자가 지닌 돈의 액수와, 너희 산업체와 기업
과 그 임원들의 실소득액만이 아니라, 각 개인과 기업들이 가진 돈을 어떻게
쓰는지까지 정확하게 안다면, 이것만으로도 상황이 바뀌지 않겠는가?
네 생각에는 상황이 어떤 식으로 바뀔 것 같으냐?
확실한 건,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진행되는지 안다면, 그들은 그
중 90%는 참아내지 못하리란 사실이다. 사회는 엄청난 불균등 상태인 부의 분
배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부를 얻는 방식이나 더 많이 얻기 위해서 그 부를 사
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전혀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들이 세상 사람들 모
두에게 자세하고 신속하게 알려진다면.
합당한 행동을 양산하는 데 있어 공공의 점검이라는 빛을 쬐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은 없다. 소위 너희의 '양지법(Sunshine Laws)'이라는 것이 너희 정치체계
와 통치체계의 가공할 추잡함을 일부나마 청소하는 데 그토록 큰 역할을 해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청회와 공개 청문회는 20년대와 30년대, 40년대,
50년대에 너희 시의회와 교육위원회와 지역구들만이 아니라 주정부들에서까지
횡행하던 밀실놀음들을 제거할 만큼 큰 역할을 했다.
이제 너희 행성에 이루어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보수를 다루는 방식에도 약간의
'양지'를 가져올 때가 되었다.
당신이 제안하는 건 어떤 겁니까?
이것은 제안이 아니다. 이것은 도전이다. 나는 너희에게 너희의 모든 돈, 너희
의 모든 지폐와 동전과 주(州)의 통화를 내던지고 다시 시작할 테면 해보라고
도전한다. 널리 공개되고 완전히 투명하고 금방 추적되고 완벽하게 책임지는
국제통화제도를 발달시키고, 남들에게 봉사한 서비스와 생산한 생산물에 대해
서는 '채권(Credits)'을, 사용한 서비스와 소비한 생산물에 대해서는 '채무(
Debits)'를 받는 '세계공용 보수체계(Worldwide Compensation System)'를 세울
테면 세워보라고.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투자수익과 상속재산, 시합 상금, 봉급과 임금, 사례
금과 사은금 따위의 모든 것이 이 '채권 채무 방식'에 근거할 것이다. 그래서
이 외에 달리 유통할 수 있는 통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니, '채권' 없이는 아
무 것도 구입하지 못할 것이고, 모든 사람의 채권채무 제표는 다른 모든 사람
들에게 공개될 것이다.
그 사람의 은행거래 내역을 알려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노라
는 이야기가 있다. 이 체계는 그런 시나리오에 접근한다. 사람들은 지금 너에
관해서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거나, 적어도 알 수 있게 될 것
이다. 하지만 너희가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은 단지 서로에 관해서만이 아니다.
너희는 매사를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너희는 기업들이 얼마를 대금으로 지
불하고 얼마를 쓰는지도, 각 항목별 가격만이 아니라 각 항목별 비용이 얼마인
지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만일 기업들이 모든 가격표에 가격과 그것의 비
용이라는 두 가지 금액을 기입해야 한다면, 기업들이 어떻게 할지 상상할 수
있겠느냐? 당연히 가격이 내리지 않겠는가? 경쟁이 심해질 테니 공정거래를 부
추기지 않겠는가? 너희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새로운 '세계공용 보수체계' 하에서 채무와 채권의 이동은 즉석에서 이루어
질 것이며, 완전히 투명할 것이다. 즉 누구든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언제라도
다른 사람이나 단체의 회계를 감사(監査)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것도 비밀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며, 어떤 것도 '사적'이지 않게 될 것이다.
이 '세계공용 보수체계'는 그 같은 공제를 자발적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의 수입
에서 매년 전체 소득액의 10%를 공제할 것이다. 소득세나, 신고서류나, 공제
계산서나, '도피처' 만들기나, 애매하게 꾸미기 같은 건 일체 없다! 왜냐하면
모든 내역들이 공개될 것이고,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누가 전체의 공동선을 위
해 10%를 내놓는지, 그리고 누가 내놓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자발적인 공제금은 국민들이 투표로 결정한 모든 정부 정책과 공공사업을 지원
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그 체계 전체가 지극히 단순하고, 지극히 투명할 것이다.
세상은 절대 그런 일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너는 그 이유도 아느냐? 그 이유는 그런 체계에서
는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
다면 왜 너희는 일을 그런 식으로 하고 싶어할까? 내가 그 까닭을 말해주지.
그것은 너희가 현재 '유리함'과 '우세함'과 '최대한의 이용'과 소위 '적자생존'
에 근거하여 상호작용하는 사회제도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인의 생존과 만인의 평등한 이익과 만인을 위한 행복한 삶의 제공이 너희 사
회의 주요 목적과 목표가 될 때(진실로 계몽된 모든 사회들이 그러하듯이), 보
안과 은밀한 거래와 탁자 밑 조작과 감출 수 있는 화폐에 대한 너희의 필요도
사라질 것이다.
너는 그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정도가 덜한 불공정과 불평등은 말할 것도 없
고, 좋았던 구식 부정부패들을 얼마나 많이 제거할지 실감할 수 있겠느냐?
여기서의 비결, 여기서의 슬로건은 투명성(visibility)이다.
* 음악 - 자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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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예..
전 세계 공동화폐와 통화 단위를 만들어라. 채권과 채무단위. 감사합니다.
전 세계 공동화폐와 통화 단위를 만들어라. 채권과 채무단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