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꽃, 비바람 이겨 열매 맺고야 스러진다
요즘에도 신부가 시부모를 뵙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대추 고임상이 있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절을 받고 대추를 치마폭에 던져 자손을 이어줄 것을 당부하는 우리만의 민속이다. 또한 조상을 섬기는 제례상에도 대추가 오르는데, 이것도 자손 번성을 염원하는 뜻이 담겼다.
수많은 과일 중에 하필이면 대추를 혼례나 제례 때 꼭 올렸을까. [삼국사기] '가락국기'에는 인도에서김해 수로왕에게 시집오는 허황후가 "바다에 떠서 증조(蒸棗:찐 대추)를 찾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용안을 가까이 하게 됐습니다"는 유구한 기록이 있다. 또한 대추의 한문 글자를 풀어보면 대추 '조(棗)'는 묶을 속(束)' 자를 아래위로 포개놓은 형태여서 여자와 남자가 합한다는 의미 풀이도 된다.
제삿상에 대추를 올리는 건 대추꽃의 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작고 연약한 대추꽃은 강한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열매를 맺고 난 후에야 떨어진다. 이런 강인한 생리를 닮아 자손을 번창하게 해 달라는 염원을 담아낸 것이다.
대추나무는 갈매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열매뿐 아니라 나무와 잎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전기를 잘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번개를 피하는 피뢰침 대용으로도 쓴다. 그래서 마당 있는 옛집에는 집집마다 대추나무를 심기도 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하늘의 기(陽)를 듬뿍 받은 것으로 생각해 부적이나 도장 마스코트로 인기가 높다. 또한 4월에 돋아나는 새움을 따서 가마솥에 덖어 멍석에 비비고 또 한번 솥에 덖어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하고 생잎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대추씨 한알 물면 만병이 달아난다
[동국세시기]에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란 풍습이 있는데,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작은 돌을 끼워놓거나 나무줄기에 상처를 내 풍작을 기원하는 풍속이다. 나무줄기에 상처가 나면 잎에서 만들어진 탄수화물이 줄기에 많아져 열매가 많이 달리고 당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 과학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대추씨 한 알을 물고 있으면 만병이 달아난다는 속담이 있다. 얼굴색 좋은 사람이나 옛 신선도에 나오는 도인의 얼굴을 대추색에 비유한 것도 대추가 늙음을 막아주고 피부 미용에 좋은 식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대추는 음과 양 체질에 두루 조화를 이루고 한약재의 유해한 성분을 해독시켜 감초와 더불어 보약재의 필수로 친다. 삼계탕에 대추를 넣는 것도 기름기를 중화시켜 풍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대추차를 마시면 피로가 풀리고, 여성이 생리 때 대추차를 마시면 히스테리 증세를 없앤다는 [명의별록]의 기록도 있다. 특히 생대추에는 비타민 C가 60밀리그램이나 들어 있다. 그러나 생대추를 많이 먹으면 몸에 열이 생기고 소화 장애를 일으키기 쉬워서 말린 대추나 찐 대추를 먹는 것이 좋다.
대추 고를 때는 꼭지 부분이 상하지 않았나 살펴보고 윤기가 흐르며 검붉은 색이 나는 것이 좋다.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은 씨가 작은 것이다. 생대추는 수증기로 살짝 찐 뒤 햇볕에 말려 보관한다. 대추와 어울리지 않는 식품으로는 물고기와 파가 있다.
대추차 만들기
재료: 대추 100그램, 물 1리터
1. 대추를 깨끗이 씻은 후 솥에 넣고 준비한 물을 부어 은근한 불에 2시간 정도 달인다. 2. 불을 끄고 대추 달인 물이 완전히 식으면 불을 켜서 다시 2시간 더 달인다. 3. 이렇게 달인 대추차는 육질이 충분히 침출돼 단맛이 강하다. 다 달인 대추는 체에 받쳐서 한 번 더 끓여야 하는데 이때 맛을 보아가며 꿀이나 설탕을 넣는다. 4. 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마신다.
대추청 만들기
재료: 대추 1컵, 설탕 1컵
1. 대추의 주름 사이를 잘 씻어 가운데에 칼집을 낸다. 2. 씨를 발라내고 돌돌 만다. 3. 만 그대로 잘게 썬다. 4. 유리병에 대추 한 켜, 설탕 한 켜씩 담아서 밀봉한다. 5. 한 달 정도 숙성시키면 대추 시럽이 생긴다. 6. 마실 때는 찻잔에 시럽과 대추를 2찻술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잣을 띄운다. 잣은 기름이 풍부하여 마르고 거친 폐에 촉촉한 윤기를 준다.
<이연자님 글> |
출처: 오두막 원문보기 글쓴이: 아란야
첫댓글 밀양 산내-표충사 아랫마을-의 대추가 생각 납니다.굵고 맛있기로 유명한데 이곳으로 오고 부터는 맛보기가 쉽지 않네요.생 대추를 그냥 아삭 아삭...
제사가 많은 울집엔 늘 대추가 넘치죠--아무데나 썰어 넣어 먹는답니다ㅎㅎ
전 대추차를 아주 좋아하는데 몸에도 좋다니, 자주 해먹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