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 제품의 대명사인 레이저프린터가 가정용 시장을 넘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레이저프린터 공급업체들은 올 하반기 들어 10만∼20만 원 대로 가격을 대폭 낮춘 저가형 레이저프린터를 속속 출시하고 마케팅 대상을 기존 기업용 시장에서 가정용 시장으로 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침체로 올 들어 사무기기 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기업들을 대상으로 60만∼100만 원 대의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기존 레이저프린터 마케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개인 사용자가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는 저가형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문서출력은 레이저프린터로, 사진 등 컬러출력은 잉크젯프린터를 이용하라는 `1인 2프린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출시된 저가형 레이저프린터가 출력속도가 느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것과 달리, 최근 출시된 제품은 분당 12∼20장의 `충분한 출력속도를 제공하고 있어 각 업체들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가정용 레이저프린터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이 달 초부터 2달간 자사의 저가형 레이저프린터인 `ML―1720을 19만9000원에 보상 판매한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마케팅이 구형 제품을 반납해야 하는 보상판매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사실상 19만원대 레이저프린터를 출시한 것과 다름없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판 모델인 ML―1720과 사양이 동일한 분당 16장급 `ML―1710의 소비자 가격은 35만 원 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본격적인 가정용 레이저프린터 수요가 열릴 것으로 본다"며 "올 하반기에는 고가형보다는 가정용 수요를 겨냥한 저가형 제품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HP(대표 최준근) 역시 이 달 초 가정 수요를 겨냥한 2종의 레이저프린터 `HP레이저젯 1010/1015를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기존 제품과 비교해 크기를 절반 수준(208×370×230㎜)으로 줄였으며, 분당 최고 14장을 출력할 수 있다.
가격도 기존 제품에 비해 크게 저렴한 28만5000원(HP레이저젯 1010ㆍ부가세별도)으로 책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은 크기와 저렴한 가격을 갖춘 만큼 레이저프린터 구입을 주저하던 개인 사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리코(대표 우석형)는 삼성전자와 한국HP의 공세에 맞서 보상판매를 통한 가격 인하 등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출시한 30만원대 모델인 `블랙풋 LP1900e을 앞세워 가정 및 소규모 기업용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블랙풋 LP1900e는 분당 20장을 출력할 수 있어 경쟁 제품에 비해 성능이 높다"며 "치열한 가정용 레이저프린터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상판매와 같은 다양한 판매 촉진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리코는 이미 지난 4월 보상판매 이벤트를 통해 이 제품을 25만원대에 공급한 바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해 30만대를 기록한 국내 레이저프린터 시장은 올 들어 가정용 수요가 늘면서 올 상반기 18만여대 규모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하반기 들어 저가형 제품 출시 및 제품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등 가정용 시장 선점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