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캐디백을 메는 아버지
황중곤 선수와 캐디 아버지. KPGA제공
지난 10일 대전 유성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 투어 매일유업오픈. 초대 챔피언에 오른 황중곤(22)은 경기 후 아버지에 대해 각별한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아버지(황병원)가 나흘 동안 캐디백을 메고 함께 고생했기 때문이었다. 대기업 부장이던 아버지는 황중곤이 고2 때 회사를 그만두고 아들의 성공을 위해 골프장에만 따라다녔다고 했다. 같은 시각 경북 경산의 인터불고 경산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허니 레이디스오픈에서는 김보경(28)의 아버지 김정원(58)씨가 딸의 백을 메고 연신 땀을 훔쳐내고 있었다. 연장전 끝에 김보경이 준우승에 그치자 아버지 얼굴에 드리운 안타까움은 선수 자신보다 더한 듯했다.
골프대디·골프맘이 흔한 세상이지만 캐디를 자청하고 나선 부모는 그중에서도 다소 특별하다. 우선 캐디백을 메는 것은 보통 중노동이 아니다. KLPGA 신인 백규정(19)의 아버지(백진우)는 지난해까지 딸의 백을 메다 올해부터 힘들어 그만뒀다. 하지만 부모가 백을 멜 경우 캐디피를 아낄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도 숨어 있다. 전담 캐디를 쓸 경우 지불해야 할 대회당 150만원, 연간 3000만원이 넘는 캐디피를 절약할 수 있다. 또 우승에 따른 보너스(우승상금의 10%)를 주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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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전 탁구 국가대표 안재형(49) 선수도 2009년 8월31일 미국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아들 안병훈(23) 군 때문에 은퇴 후 한 대기업에서 탁구 감독으로 재직 중이던 안재형 씨는 2007년 아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길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백을 메고 다니며 아들을 뒷바라지해왔다.
안병훈은 지난 7월 제143회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26위(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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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미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지은희(28. 한화) 선수 뒤에도 역시 든든한 ‘알파대디’가 있다. 전 국가대표 수상스키 감독이었던 지은희의 아버지 지영기(59) 씨는 딸이 학생 시절부터 캐디백을 메고 다니며 뒷바라지를 해왔다.
▲ 2007년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지은희가 이글상을 받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2008년 웨그먼스 챔피언십(사진 위)과 2009년 US여자오픈(사진 아래) 우승 당시의 지은희. 사진 | LPGA 홈페이지
지은희는 메이저 퀸에 올랐지만 2010년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그해 '톱10'에 한 번도 입상하지 못하면서 상금랭킹 5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1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2년과 지난해에도 톱10 입상은 각각 2회와 1회에 그쳤다.
2014년에 들어와 KIA클래식 공동 7위, 에어버스LPGA클래식 공동 7위, 그리고 7월 전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는 공동 5위를 차지하며 서서히 과거의 영광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은희가 7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지는 두고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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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정(23. 볼빅)은 지난 2월16일(한국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골프클럽(파72/6,47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두 번째 대회 'ISPS 한다 호주 여자 오픈'(총상금 120만 달러/우승상금 18만 달러) 에서 2오버파 74타로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최운정의 아버지 최지연씨(55)도 2007년 직장을 정리하고 그 퇴직금으로 최운정과 함께 미국 올랜도로 떠나 캐디백을 메고 딸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LPGA투어에서 대표적인 골프 대디로 알려진 최운정 아버지에 대한 주위의 평도 좋다고 한다. 우승에 욕심내거나 무리한 훈련 대신, 컨디션 완급 조절과 정신적으로 최운정에게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골프 대디의 긍정적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운정도 자신의 캐디백을 메는 아버지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하며 “우승하면 아버지에게 캐디백을 그만 메시라고 했는데 하루 빨리 우승해서 아버지가 은퇴하시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4월 28일 취리히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를 기록하며 총 19언더파를 기록하며 PGA 첫 우승의 영예를 안고 세계랭킹 88위로 '껑충' 뛰어 오른 노승열(23.나이키골프)도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채를 잡은 노승열은 테니스선수출신인 아버지 노구현(51)의 지도 아래 집에서 3분 거리인 바닷가를 훈련장으로 삼아 매일 4㎞ 거리의 모래사장을 뛰었다. 아버지는 어릴 적 아들의 캐디백을 직접 메는 등 열성적으로 지원했고 노승열이 미국생활을 할 때도 함께 하며 힘이 돼 줬다. 아들이 프로가 된 후에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캐디를 자처했다 .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의 대세남 김태훈(29)의 아버지 캐디백을 메는 아버지 김형돈(53)도 캐디백을 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