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2년째 공부하고 있는 강두만은 그 동안의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는 도중 서울서 왔다는 기자(최용갑) 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는다. 그는 두만에게 두만의 아버지가 1.4 후퇴 때 北에 남기고 온 이복兄(강택구) 이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시베리아로 내일 당장 출발하여 특종을 위한 멋진 상봉을 하자고 한다. 두만이는 이복형의 이야기를 믿지도 않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어떠한 血肉의 情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며 나가 달라고 한다. 이때, 신원불명의 러시아 사람들이 들이닥쳐 둘을 납치해 간다. 그들이 깨어난 곳은 창고 같기도 하고 지하실 같기도 한 폐쇄된 곳인데 아무도 없고 어디에 잡혀 왔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둘은 서로를 의심하며 어떠한 말도 믿지 않는 중에 그곳 구석에 쓰러져 있는 한 사내를 발견한다. 그들은 처음에 죽었다고 생각했으나 그는 곧 깨어난다. 그의 첫 마디 '동무들 뉘기야?' 라는 말에 두만과 최기자는 北韓으로 납치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내가 탈출 벌목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위부들이 마련한 벌목공 임시 수용소라고 판단 짓는다. 하지만 벌목공도 아닌 자신과 두만은 왜 잡혀 왔냐고 묻는 최기자의 말에 사내는 탈출한 벌목공 중에도 최용갑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아마도 오인 납치인 것 같다며 요즘 일손이 달려 러시아 사람들을 돈주고 사다보니 이런 일이 가끔 벌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보안을 위해 모두 북으로 이송되거나 소리도 없이 죽는다고 한다. 최기자는 자신은 절대 이대로 죽을 수 없다고 말하며 탈출구를 찾는다. 덩달아 붙잡혀 온 두만은 보위부 사람들에게 돈을 좀 주면 풀려날 수 있지 않겠냐고 그 사내와 상의한다. 그러는 도중 탈출구는 찾을 수가 없었고 만약 보위부가 며칠 이상 오지를 않는다면 그대로 이 안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까지 엄습한다. 실의에 빠진 두만은 기자에게 벌목공 동명이인이 있는지도 모르고 모스크바에서 날뛰며 특종에 눈이 멀어서 자신까지 여기까지 끌고 들어온 것을 탓한다. 이에 기자도 질세라 분단의 아픈 현실도 모르고 살아가는 X세대를 비판한다. 이러한 말다툼에 사내까지 끼여들어 벌목공 최용갑이 시베리아 현장에서 탈출하게 된 경위와 자신이 수색조로 발탁되어 그를 찾다가 보위부와 연락을 끊는 바람에 잡혀 버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셋은 말다툼도 하고 신세한탄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서로를 알아 간다. 그 와중에 사내의 이름이 강택구라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진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자신의 특종 거리를 잡은 최기자는 잡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취재에 열중이지만 두만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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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믿으려 하지도 않고 아무런 감정도 없다. 택구는 그렇게 그리던 아버지의 핏줄을 만나 감격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설움이 더 크다. 최기자는 특종을 온 세계에 알려야 한다며 다시 탈출구를 찾아 나서고, 두만은 울고 있는 택구에게 보위부 사람들이 오면 절대 형제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협박한다. 이에 참다 참다 화가 난 택구는 그의 뺨을 때리며 배가 달라도 형은 형이라며 동생의 비겁함과 버릇없음을 탓한다. 두만 역시 질세라 '당신의 어머니가 소중하듯이 북한에 두고 온 처자식만을 그리는 아버지 밑에서 평생 대접도 못받고 살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역시 소중하기에 당신을 형이라 부를 수 없다' 고 말한다. 그러는 가운데 최기자가 탈출구를 찾아내고 탈출을 종용한다. 북에 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강택구는 탈출을 하지 않는다. 이에, 기자는 그것까지 기사화하려고 하는데, 두만의 마지막 제안에도 불구하고 강택구는 최기자와 두만을 밖으로 밀어내고 자신이 그 탈출구를 폐쇄한다. 두만이는 어떠한 뜨거움에 복받쳐 '형, 잘 있어' 하며 떠나고 혼자 남겨진 강택구는 아래의 독백을 중얼거린다. --- 어마이 꿈에 아바이 나왔다 기래서 기때부터 제사 지내 왔는데 살아 계셨구만요. (사이) 살아 계신 거 알았으니 됐어요. (사이) 내, 갈 수도 있어요. 아바이한테 갈 수도 있다고요. 기렇지만 내래 남으로 가면 우리 북에 있는 가족들은 어드렇게 되는 데요? 또 리산가족 만들지 않아요. 기렇게는 난 못하겠다구--- 아바이 살아 계신 거 알았으면 됐어요. 내 어렸을 때 다른 동무들 아바이가 머리 쓰다듬어 주는 거 기래 부러웠는데--- 이제 아바이 있다는 거 알았으니 한번 불러 봐도 되겠지요? --- 아바이, 아바이!--- 아바이!!--- 아바이 !!! (소리없는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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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登場人物 □
강두만 (江豆萬) / 모스크바 유학생. 그는 서울서 대학 재학 중 아버지의 통장을 훔쳐 가출하여 사업을 시작하지만 바로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중풍을 만나셨다. 아버지는 두만을 용서하고 통일이 되면 러시아말을 할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며 두만을 모스크바로 보낸다. 밀려오다시피 모스크바로 유학을 온 두만은 별로 공부에 취미가 없어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서울에서 왔다는 기자가 자신을 찾아온 후 돌연 납치된다.
최용갑 (崔勇甲) / 특종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실수연발의 기자. 모스크바 유학생 두만의 아버지인 강진성씨가 6.25동란때 북에 두고 온 전처의 아들(강택구) 이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한다는 사실을 극비리에 알아내고 모스크바로 날아간다. 두만의 기숙사로 찾아가 극적인 상봉을 위한 구상을 제시하다가 돌연 납치된다.
사내 (강택구 江澤久) / 북한 벌목공. 폐쇄된 사회에서도 매우 개방적이고 밝게 살아온 한국 유행가를 좋아하는 남자. 어머님께 살아 생전 TV 한 대 사 드리기 위해 벌목공을 지원했다. 그러나 어머님은 곧 돌아가시고 동료 벌목공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탈출하자 그는 수색조로 발탁된다.
□ 場 所 □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창고같기도 하고 지하실 같기도 한 곳.
□ 時 間 □
1995년 4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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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열리면 캄캄한 무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때 돌연히 자동차 키홀더의 작은 불빛이 비친다. 무대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신음 소리.
[두만이] 으 으응-
[최용갑] (불빛을 강두만에게) 정신이 드나? 어서 일어나.
[두만이] (깨나며) 누구세요!?
[최용갑] 강. 두. 만. 맞지?
[두만이] ???--- 예!
[최용갑] (무섭게) 그래 바른대로 얘기해 봐. 왜 그랬어? 응?
[두만이] ??? 무슨 말씀이세요?
[최용갑] 야, 일부러 죄짓는 사람이 흔하냐? 다 순간적인 충동이지. 솔직히만 얘기하면 죄는 약해지는 거야. 무슨 사고쳤어? 엉?
[두만이] --- ???
[최용갑] (떠보듯) 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두만이] 몰라요.
[최용갑] 잘 알면서 왜 그래?
[두만이] --- 대사관 --- 아닙니까.
[최용갑] (태도를 바꿔 놀라며) 대사관? 무슨 대사관?
[두만이] --- 주 --- 러시아 --- 한국 --- 대사관 --- 아니예 --- 요?
[최용갑] (잠시 생각) 그럼--- 넌 내가 누구라고 생각 하냐?
[두만이] 대사관에서 학생 담당--- 저, 실례지만 불 좀 켜고 말씀하시면 안되겠습니까??
[최용갑] (혼잣말) 대사관--- ? (키홀터 라이트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책상 위의 스탠드를 발견, 켠다)
[두만이] (최용갑을 보고) ??? 아니, 아저씨!
((방안은 마치 창고 같고 지하실 같기도 한 침침한 곳이다. 사람이 산 흔적도 있지만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다. 둘은 다 내복 바람이다.))
[최용갑] 봐라 봐! 대사관이 이렇게 생겼냐? 그리고 어느 나라 대사관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냐? 엉?
[두만이] (바라보며) 아저씨가 날 이리로 데리고 온 거 아니예요?
[최용갑] 내가 왜 널 이런 델 데리고 오냐? 난 니 형 만나러 가자고 그랬지! 내 생각엔 여긴 러시아 경찰서야. 네가 유학생활 하면서 무슨 사고를 쳤으니까 널 강제구속 한 것 아니야? 이제 진짜 대사관 사람들이 올 지도 몰라. 감히 기자를 이렇게 대하다니!
[두만이] (경계하듯) 그럼 아까 그 덩치 큰 사람들은 누구예요? 그 사람들이 아저씨 이름을 댔잖아요.
[최용갑] (생각난 듯) --- 아참, 그렇지?
[두만이] (갑자기 알았다는 듯) 옳아! 이제야 알았다. 어쩐지 내 아까부터 의심했지. 아저씨 간첩이죠? 이런 식으로 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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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킨 다음 형을 만나게 해 주겠다 어쩌고 하면서 북한으로 납치하는 거죠? 나! 죽을 때 죽더라도 북한엔 안 가요!
[최용갑] 야야야야! 침착해! 이거 봐! 널 북한으로 데리고 가서 뭘 하려고? 난 기자야, 기자!
[두만이] 판 튀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얘기해! 무슨 지령을 받고 날 이리로 데리고 온 거야? 응!! 이 간첩 종간나 새끼! 죽어라! (때리려 한다)
[최용갑] (피하며) (갑자기 알았다는 듯) 오-! 이제 알았다. 너, 어떻게 그렇게 간첩이라는 말이 쉽게 나오냐? 북한얘기도 쉽게 나오고? 엉?? 그리고 너 방금 종간나새끼라고 그랬지? 남한엔 그런 욕 없다. 너너너너! 주사파지? 그래! 여기 학생들 중에 북에서 공작금 받고 학교 다니면서 사상운동 하는 놈들 있다더라. 벌목공 얘기 건드릴까 봐 너희들 소굴로 날 납치한 거지 그렇지? 다 알아!
[두만이] 내가 주사파라 치더라도 아저씨 같은 사람 납치해 다가 어디다가 쓰겠어요?
[최용갑] 야, 내가 어때서? 기자가 너 얼마나 쓸모 있는데? 납치된 기자의 펜대가 얼마나 무서운 지 보여주겠어! 그래 마음대로 해봐! 내 몸에 털끝 하나라도 상처내면 그땐 국제적인 문제야! 유엔에서 가만히 안 있을걸! 자 해 봐!
[두만이] (바라보다가) 정말 아저씨--- 간첩 아니예요?
[최용갑] 내가 너 같은 놈 납치해 다가 어따 쓰겠냐?
[두만이] 내가 어때서요? 내가 어때서요? 사람 붙잡아 온 거 아니에요?
[최용갑] (약간은 경계가 풀리며) 두만아, 저 친구도 잡혀 온 것 같아.(슬슬 다가간다) 아저씨, 한국말 알아요? Do you speak Korean? or English?
[두만이] (정신을 못 최용갑] 관둬,관둬! 여기 분명히 러시아 경찰서야.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애. 분명해. 난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서. 러시아 인권문제를 걸고 넘어가겠어. 마취를 시켜서 잡아와? 이 자식들이 기자를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최용갑은 투덜거리며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문을 발견, 두드린다.))
[최용갑] 이봐요!--- Hello! I'm a Korean pressman!--- Open the door!--- Hey!
((대답이 없다.))
[두만이] 비켜봐요. 여기 사람들 영어 잘 몰라요. (노어로) ܐܻܻܾ, ܐܻܻܾ! ܐܻܻܾ! ܞ݂ܾܹ݂ܺ݀ܵ ܾܻܹ݂ܿܶܰ݃݁ܰ, ܔܸܲܵ݀! ܝܵ ܾܾܺܳ ܝ݂ܵ ݂ܼܰ? (여보세요, 문좀 열어주세요, 밖에 아무도 없어요) ((두만이가 문을 두드리는 동안 최용갑은 방안을 둘러본다. 구석 어두운 곳에 시체 같은 것이 있음을 알고.))
[최용갑] (문을 두드리는 두만을 얼른 나꿔채며) 쉿! 조용해!
[강두만] 왜요?
[최용갑] 저길 봐!
[강두만] (발견) 시, 시, 시체예요?
[최용갑] 우리도 저렇게 될지 몰라, 일단은 조용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강두만] 그럼 여기가 도대체 어디예요?
[최용갑] 글쎄, 바람이 안 들어오는 것으로 봐서는 지하실임이 틀림없어.
[강두만] 저 사람은 누구예요?
[최용갑] 저 사람은 그냥 누워 있는 걸로 봐서는 죽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갑자기) 엎드려!
((둘은 살금살금 다가간다. 툭 건드려 본다. 뒤집어 본다.))
((이 순간 갑자기 그 시체는 벌떡 움직인다.))
[둘 다] 아악- !!!! (둘 다 구석으로 흩어진다)
[두만이] (겁나서) 살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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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갑] (놀래서) 뭔데 이렇게 사람 놀래게 만들어? 당신 누구야? Who are you? (보다가) 동양사람인데? 한국사람인가? 당신 누구야?
(대답 없다)
[두만이] ܚ݂ܾ ܲ? ܞ݂ܴܺ݃ܰ? ܚܸ݂ܹܰ?
[최용갑]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좀 물어 봐라.
[두만이] 벌써 물어 봤어요.
((그 사내는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지도 못한다.))
[두만이] 이거 술취한차리는 사내를 보고) 아저씨, 지금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최용갑] 아, 벙어린 가부다, 벙어리. (수화를 하며) 어버버 버버 버? 버버버법?
((사내, 말을 하려 애를 쓴다.))
[사내] --- 도---
[최용갑] 쉿! 옳지! 말한다.
[사내] --- 도--- 동--- 동무들은, 누구십네까?
((최용갑과 강두만은 갑작스런 북한 사투리에 잠시 멈춤. 서로 놀라 뛴다.))
[둘 다] -!! - 으악-!!!!!!!!!
[사내] (사내도 놀라) 거저, 목숨만 살려 주시라우요.
[최용갑] 다, 다, 다, 당신 누구예요?
[사내] (최용갑에게 머리를 크게 숙이며) 3대혁명 붉은 기 휘날리기에 앞장서는 주체인민입네다.
[최용갑] 여, 여, 여, 여, 여기 北이다, 부, 부, 북이야! 납치됐어!
[강두만] (사내에게) 여기가 어디예요?
[사내] --- ! 여긴 위대하고 평화로운 혁명의 땅, 주체의 내 조국강산, 됴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입네다
[두만이] (사내에게) 아, 아, 아저씨 이 사람 알아요? (최용갑을 가리킨다.)
[사내] (계속 고개를 숙이고) 아주 높으신 분입니다.
[두만이] 이거봐! 내 이럴 줄 알았어! 뭐? 기자! 이 간첩 스파이 새끼! 날 돌려보내 줘! 나가는 문 어디야!!! (이성을 잃었다)
[최용갑] 두만아, 두만아, 이성을 찾아! 오해하지마! 난, 아니야.
[사내] 거저, 저 때문에 다툼이 생겼다면 정말 죄송스럽습네다.
[최용갑] (되묻는다) 아저씨, 나 정말 알아요? (사내, 잠깐 멈춤) 그럼 저 친구는 누구예요? (두만이를 가리키며)
[사내] --- 역시--- 높으신 분입니다.
[최용갑] 이것 봐라, 두만아. 저 사람 무조건 다 높다고 그러는 거야. 이 사람도 잡혀 온 거야. 이럴수록 침착해야 돼. 침착, 침착! (사내에게) 아저씨도 잡혀 왔죠! 왜 잡혀 왔어요?
[최용갑] (겁에 질려) 저는 남한, 아니 남조선 인민이지만 군사정권에 반대했고, 림수경, 문익환 목사를 존경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 가훈도 '우리式대로 살자'예요. 주체사상 만세!!만세!!
[사내] ???이 에미나이래 무슨 소리를 씨부렁대나!
[최용갑] 사회주의 만--- ?!! (불현듯) 오! 이제 알았어! 이제 알았어! (두만에게) 안심해라 두만아! 여기 북한이 아니야. 이런 식으로 날 시험해? 너! 제 7국에 있지! (두만에게) 여기 대사관 지하야! (사내에게) 김국장이 이젠 별 수를 다쓰네. 두만아, 정신 똑바로 차려! 이러다가다 간첩누명 쓰는 판--- ??!! (불현 듯) 오-! 그래 다 알았어! (두만에게) 너 쁘락치지? 학생 쁘락치 있다는 거 다 알아! 내가 벌목공 만난다고 하니까, 너 있는 쪽으로 유인 한거야. 흥,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할 줄 알아! 공권력이 강할수록 펜대는 더욱 더 날카로워 진 다는 거! 이거 잊으면 안돼! 문민식 언론탄압! 세상에 다 알리겠어! ((최용갑이 사내에게 다가가자 사내는 두만을 인질로 잡고 위협한다.))
[사내] 한 발자국 만 더 움직이면 가차없이 대갈통 부셔 버리갔어. 너희들 누구야? 너희들 날 이런 식으로 납치해서 무슨 목적으로 쓸라고 그러네! 가까이 오지 말라우! 안기부 새끼들 다 죽여버리갔어!
[최용갑] 안기부 같은 소리하고 있네. 선수치지마, 이거! 김국장 수법인 거 다 알아! (싸우려 한다)
[사내] (두만에게) 똑바로 말하라우! 너희들 장본인이 뉘기야!
[두만이] 장본인 없어요!
[사내] --- !!
[두만이] 우리도 납치됐어요! 어떤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납치했단 말이에요! 아저씨도 납치됐어요? 제발 진정하세요! 들!
[사내] (보다가) --- 거짓--- 없지요?
[두만이] 난 한국에서 온 모스크바대학 유학생이고요, 저 아저씬 날 만나러 온 기잔데 누가 마취기절시켜서 데리고 왔어요.
[사내] 덩말--- 거짓 없지죠?
[두만이] 네! 정말이에요!
[사내] --- 이거 미안하게 됐수다.
[두만이] (보다가) 아저씨 정말 북한 사람이에요?
[사내] (순간적으로) 아니, 난 고려인이야! 장사 끝나고 다모이 (필자註 : 집으로) 가는데 누가 갑자기 빠스뽀뜨 (필자註 : 신분증) 를 보자고 하디 않가서? (필자註 : 없어요) 기리니끼니 여기 이렇게 마취수건을 대 귀신 몰래 끌고 와.
[최용갑] (보다가) 북--- 한사람--- 아니에요?
[사내] 거건, 조선 사람이라고 그러면 외국인이니까 봐줄 줄 알았지요.
[두만이] 그럼 여기 도대체 어디예요?
[최용갑] 러시아 경찰서라니까. 신분조사를 하고--- 신분이 확실하지 않으면---
[두만이] 참 내! 아저씨 이름을 그 덩치들이 물어 봤잖아요.
[사내] 이름을 물어 봤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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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갑] 그래요. 러시아 사람이 들어와서는 '최, 용, 갑,?' 그래서 난 '예 스' 그러구선 어디서 오셨냐고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마취수건을 대더라고요.
[사내] (말을 끊으며) 지금--- 최용갑이라고 했어요? 최용갑이를 압니까?
[최용갑] 이 아저씨 왜 이렇게 흥분을 해? 그래요, 최. 용. 갑.
[사내] 말해 보라우! 최용갑이를 압니까?
[최용갑] 알죠, 내 이름이 최용갑인데.
[사내] 이름이 같구나--- 연변에서 왔다는 최용갑이가 있는데 그놈 갈데 없다고 먹여주고 잠재워 줬더니 내 돈 띠먹고 달아난 놈이야! 나쁜 놈이지요.
[최용갑] 그래요? 혹시 어떻게 생겼어요? 얼굴 시커멓고 입술이 이렇게 두껍지 않아요?
[사내] (놀라며) 맞아, 맞아! 어떻게 알아요?
[최용갑] 그 사람 정말 연변에서 왔대요? 그 사람 시베리아에서 탈출한 벌목공이라고 그러면서 몇 달 전에 한국으로 귀환 요청했어요.
[사내] 어디 있어요? 말하라우요.
[최용갑] 지금은 안전한 곳에 있어요.
[사내] 남조선에 있어요?
[최용갑] 아뇨 아직, 입국절차가 복잡해서 모스크바 근교에서 대기 중이에요. 어딘지는 모르고. 대사관에서도 정말 벌목공인가 알아보나 봐요. 아저씨 말대로 정말 연변교포일 수도 있잖아요.
[사내] 여긴 탈출 벌목공들을 잡아 가둬 놓는 임시 대기소요, 모스크바 근교에--- 분명해.(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지금 수색조들이 어디 갔을 거요. (문 쪽에다가 크게) 동무들!!
((두사람 사내의 입을 막으며.))
[두만이] (흥분) 나하고 이 아저씨는 벌목공이 아니란 말이에요. 우리는 남한사람이예요.
[사내] 내, 생각엔 말이디--- 당신 이름이 최용갑이라고 했지요?
[최용갑] 네.
[사내] 어떤 사람들이 잡아왔읍니까?
[최용갑] 글쎄--- 그게--- 갑자기 당해서---
[두만이] 덩치 큰 러시아 사람들이요.
[사내] 옳아요. 바로 러시아 마피들이야. 보위부에서 돈을 주고 아새끼들을 산거디. 내 생각이 맞아요, 당신이 최용갑인데 벌목공 최용갑인 줄 알고 잘못 잡아 온 거요.
[최용갑] 아, 아니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무슨 말도 안돼는! 난 기자예요,기자! 어딜봐서 벌목공 최용갑씨하고 닮았어요. 그 사람은 얼굴도 시커멓고 입이 이렇게 두껍단 말이예요.
[사내] 들어 보라우. 요즘 들어 남조선 측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다 받아들인다고 발표했으니 보위부에서 신경이 안 곤두서겠어요? 그러니까 로씨아 건달들까지 사서 이것저것 조사할 것 없이 막 잡아들이는 거죠. 기래서 기렇게 된 것 같아요.
[최용갑] (약간 경계) 당신--- 도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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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솔직히 말하갔어. 난 고려인도 아니고, 최용갑이도 역시 연변교포가 아니요. 난 조선에서 파견된 로씨야 시베리아 지방에서 일했던 벌목공인데---
[최용갑] (놀라서) 아니 당신도--- 벌목공--- ?
[사내] 나는 탈출 벌목공을 잡아오는 수색조로 뽑히었죠. 거기엔 최용갑이도 잡도록 되어 있었지요. 연변교포라는 건 구실이고. 그래 장사를 하면서 동향파악하는 임무였지요. 그런데 장사가 잘 돼지않아 돈도 잘 못 갖다 바쳤고 탈출자들의 단서도 안 잡히고 이리저리 몇 달 방황하다 보니 보위부에서는 나도 도망했는 줄 알았나 봐요.
[두만이] 저 아저씨는 그렇다 치고 그럼 저는 요? 저는 왜 잡아 왔어요?
[사내] 왜 저딴 사람이랑 같이 있어요? 공부하러 왔으며는 거저 공부나 할 일이지 저딴 사람이랑 같이 있다가 덩달아 잡혀 온 것 아니요?
[두만이] 덩달아요?
[사내] 생각해 보라요. 벌목공들 잡을 때 누구랑 같이 있으면 잡기가 곤란하거든. 그래 항상 혼자 있을 때를 노린다구요. 그런데 혼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디. 기래서 이런 경우도 가끔 생기디요.
[두만이] ---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사내] (보다가) (혀를 차며) 아깝게 됐어요--- 젊은 사람들---
[두만이] 아깝게 됐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사내] --- 생각해 보라요. 특히 당신은 기자인데 누가 풀어 줄라고 하갔어요? 잘돼면 기브스해서 끌려간 다음 강제로동이고 안돼면 통조림이지.
[두만이] 기브--- 스 라니요?
[사내] 잡은 사람을 도망가지 못하게 발에 기브스하는 걸 말하는 거디요.
[두만이] 그럼--- 통조림은 뭡니까?
[사내] 조선으로 죄인들을 운반하는데 부피를 줄이기 위해서 말이디, 머리만 잘라다가 양철통에 집어넣어 가디고 가는걸 말하는 거지요.
[두만이] 으악! 사람 살려! 나 어떡해! (사내에 매달리며) 아저씨 날 살려줘요! 나 죽으면 않돼요!
[사내] 내가 어떻게 하갔네? 이거 놓으라우, 이 에미나이야.
[두만이] (갑자기 기자를 향해) 마!
[최용갑] 마? 너 지금 나한테 '마' 라고 그랬냐?
[두만이] 너 어떡할래? 너 때문에 내 인생 종치게 됐어! 이게 다 너! 너 때문이야!
[최용갑] 이거봐, 진정해. 그리구 너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반말하기냐?
[두만이] 시끄러! 죽는 판에 예절따지냐!
[최용갑] 두만아, 희망을 잃지 말자구.
((두만이 계속 흥분하자 최기자가 애써 진정시키며))
[최용갑]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아? 우린 탈출할 수 있을 거야.지금 수색조들은 바깥에 없는 것 같고, 출구를 찾아보자고! 기운을 내! (출구를 찾는다)
[두만이] 누가 도망가라고 문을 열어 놓고 나갔겠어요? 소용없어요.
[최용갑] 어이,벌목공 양반, 여기 출구가 어디요?
[사내] 모른다구. 잡혀 온 사람들이면 잡혀 온 사람들답게 조용히 앉아 자아비판하고 있으라우요!
[페이지] 010
[최용갑] (두만이에게 눈짓) (갑자기) 묶어!
[최용갑] 이거봐. 너 한패지? 솔직히 말해! 말 안해? 셋 셀 동안 말해! 하나! 둘! 셋! 정말 말 안해? (두만을 보다가) 야! 입을 풀어 줘야 말을 할 거 아니냐?
[사내] 모른다고 그러지 않아요! 그리고 이것 좀 풀어 주라우요!
[두만이] 안 묶었어요.
[최용갑] 아저씬 어떻게 되는데요?
[사내] --- 내 북조선 가서--- 죽기밖에 더 하갔어!
[최용갑] --- 난 탈출합니다. 그냥 죽을 수는 없어요. (출구를 찾는다)
[두만이] 그럼 나는 요?
[사내] 글쎄--- 어쨌든 풀어 주지는 않을 것이고--- 일단 평양의 보위부로 가서 여러가지 검사를 하지 않겠어요? 어쩌면 데리고 가는 인원이 많을 경우에는 그냥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두만이]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그럼 난 어떻해요? 예? (사이) 혹시 돈으로 빼는 방법이 없을까요?
[사내] 고인단 말이죠?
[두만이] 네?
[사내] 고인다구요.
[두만이] 고인--- 다는 게 무슨 말 이예요?
[사내] 고인다는 말 몰라요? 차가 감탕에 빠져서 못 움직이며는 바꾸에 뭘 고여 가지고 차가 떠서 목적을 이룬다! 그래서 고인다 그러지 않아요.
[두만이] 아! 하여간 수색조에게 고이면 풀려나지 않겠어요?
[사내] 두만이 학생, 돈이 많아요?
[두만이] 얼마면 되는데요? 기숙사에 한 2천달라 있어요.
[사내] 수색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얘기를 잘해 보지요. 선량한 학생이니끼니 풀어 주자고요.
[두만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방안이 너무 어질러졌네. (방안을 치운다)
[사내] (보다가) 조선 가기 그렇게 싫어요?
[두만이] 그걸 말이라고 해요? 거긴 자유도 없고, 못살고--- 어휴!
[사내] 두만학생 집에는 색테레비죤이 있어요?
[두만이] 색테레비죤이요? 칼라테레비 말하시는 거예요?
[사내] 그래 그래 그거.
[두만이] 거실에 하나, 안방에 하나, 두 대요.
[사내] !!! 그렇게 많이 있어요?
[두만이] 한국에 웬만한 집 다 그래요.
[사내] !!!! 정말이에요? 그럼 랭동고도 있어요?
[두만이] 참, 냉장고 없는 집이 어디 있어요.
[사내] (놀라며) --- 기래? 다 빚내서 샀갔지. 남조선엔 빚이 많다던데---
[두만이] (사이) 아니 근데 아저씨는 왜 벌목공으로 왔어요? 거긴 힘들다고 그러는데.
[사내] 힘들어두 돈을 많이 벌수있디요. 그리구 로씨야 색테레비죤도 사갈 수 있고, 시계도 사갈 수 있디 않아요? 조선
[페이지] 011
에서 시계 하나 사기가 얼마나 힘든데야.
[두만이] 북한이 정말 그렇게 못살아요? 막 굶는 다던데---
[사내] 물론, 주체 주체 하다 보니 점점 먹고사는 건 어렵디. 못 먹는 사람들 덩말 많아. 지금은 더 나빠졌을거야. 하지만 우리 식군 굶어 죽진 않았어. 난 운전기술 배와 가지고 공훈 운전사 칭호 받았지. 기레 쌀 배급 도 충분히 나오구. 아, 우리 딸이 평양 교예학교엘 다니는데 거기는 당의 온정이 특히나 좋다구.
[두만이] 아- 네- 따님이 교회학교에 다닌다구요, 제가 알기로는 북한은 종교에 황무지라던데요?
[사내] 우리 딸은 종교예가 아니라 수중 교예야.
[두만이] 수중교회요? 아니 북한엔 물 속에 교회가 있어요?
[사내] 아니, 지금 무시기 소리? 난 교예를 말하는 거이야, 교. 예. 교예를 모르네?
[두만이] 아, 교회가 아니고 교예요! 근데 교예가 뭐예요?
[사내] 교예를 모르네? 교예라는 건 말이디, (작은기침) 음!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교예예술은 사람들을 사상정서적으로, 체육문화적으로 교양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하시였디. 오늘의 주체교예예술이 오랜 력사적 시기를 거쳐 순수 취미본위적인 구경거리로만 존재하여 온 <곡예>에 종지부를 찍고 사람들을 사상정서적으로, 체육문화적으로 교양하여 시대와 혁명에 복무하는 참다운 예술로 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은 것은 오로지 예술의 영재이신---
[두만이] (말을 끊으며) 아저씨, 교예가 뭐냐고요?
[사내] 지금 말하고 있디않아. 가만있어 보라우. (계속한다) 오로지 예술의 영재이신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현명한 령도가 있었기 때문이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사랑의 년륜으로 아로새겨진 지난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영광의 년륜을 새겨갈 ---
[두만이] (말을 끊으며) 교예가 뭐냐니까요?
[사내] (보다가) ܦܘܠܚ.
[두만이] 아! 서커스요? 야! 아저씨 딸이 서커스 해요?
[사내] 왜 썩었다 기래요?
[두만이] 아, 이게 영언데요, Circus라고 말하는데 그냥 써꺼쓰 써꺼쓰해요.
[사내] 말이 참 쌍스럽구만.
[두만이] 그 써꺼쓰 얘기하는데 뭐 그렇게 서두가 길어요?
[사내] 주체예술전사의 아버지니끼니, 이런 거 다 외와서 얘기해야 해야 하디. 난 우리 딸이 자랑스러워. 원래 우리 딸은 헤엄선수였디. 그런데 다리가 길고 머리가 요만해. 평양 교예학교의 지도원 동무가 우리 딸을 보고 데려 간 거야. 정말 내 안해와 나는 눈물을 흘렸디.
[두만이] 딸이 서커스, 아니 교예를 하는 게 좋아요?
[사내] 그걸 말이라고 하네! 우리 북조선에서는 말이디. 주체교예전사가 된다는 것은 큰 영예야. 당에서 얼마나 지원을 아끼지 않는 줄 아네?
[두만이] 하긴 사회주의 국가가 그런 게 발달하죠. 여기 러시아도 서커스 잘해요.
[사내] 우리도 국제시합에서 1, 2등하고 그래야.
[두만이] 따님이 어떤 걸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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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아까 말했디 안하, 수중교예라고.
[두만이] 물에서 무얼 하는데요? 뭐 신크로나이즈같은 거 하는 거예요?
[사내] 내 얘길 해주지 음, (작은 기침) 평양에 가면은 말이디, 아주 큰 교예극장이 있어야. 거기서는 인민들을 위해 교예를 보여주는데 정말 재미있디. 동물교예, 빙상교예, 요술, 공중교예, 수중교예--- 난, 요술이 재미있어. 그리고 빙상교예를 할 때면 밑에 무대가 이러-듽게 빠지고 얼음 무대가 이러- 듽게 올라와, 또 수중교예를 할 때면 물이 담긴 무대가 이러- 듽게 올라 오고--- 이 사이 정말로 밑바닥의 한 부분이 천천히 올라온다. 둘은 놀란다. 최기자가 그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최용갑]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어떻게 된 거야? 제자리 아냐!
(두만과 사내는 그를 꺼낸다)
[사내] 어떻게 된 거네?
[두만이] (조금 흥분되어) 아저씨, 통로를 찾은 거예요? 네?
[최용갑] 아니, (뒤를 가리키며) 저쪽에 어떤 구멍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도로 이리로 나오잖아.근데, 여기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런 지하실이 있을까?
[두만이] 이 밑에는 뭐가 있는데요?
[최용갑] 캄캄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는데, 뭐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아.
[두만이] 다른 통로가 없어요?
[최용갑] 바람이 부는 쪽으로 나왔는데 다시 여기야. 밖으로 나가는 곳이 없는 것 같아.
[두만이] 내가 다시 한번 갔다 올께요.
[최용갑] 소용 없을 거야.
[두만이] (내려가며) 그래도 다시 찾아 볼께요. (내려간다)
[최용갑] 야, 두만아! 소용없어! 불 가져 가!
[사내] (보다가) --- 기자 선생---
[최용갑] 네?
[사내] --- 솔직히 말해서--- 만약에--- 당신네들이 탈출하면--- 난--- 좀 곤란하다구---
[최용갑] 걱정마세요. 같이 탈출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 사실을 온 세계에 알리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구요. 그 다음엔 아저씬 남쪽에 가서 사는 거예요. '붙잡힌 벌목공, 특급 기자와 함께 죽음과 도박을 건 극적인 탈출!'--- ! 이건 특종이다!
[사내] (쳐다본다) ---
[최용갑] 에이, 걱정 말아요. 절대 약속하는데 아저씨를 이용할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아저씨가 한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가 이곳저곳에 다리를 놓아 줄께요.
[사내] 절대 탈출은 못한다우! 당신들이 탈출하면 난 탈출 방조죄에 남조선 인민 접촉죄까지 겹쳐서 살아 남기 힘들다구.
[최용갑] 같이 탈출하자니까,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사내] 난 탈출할 생각 없다우. 내가 무슨 큰 죄를 졌다구? 그리고 조선에 내 가족이 있는데 당신 같으면 탈출하갔네? 절대 탈출은 않闥다우, 절대.
[최용갑] 이 아저씨 정말 이상한 아저씨네. 남들은 빠져나오지 못해서 안달인데 데려 가겠다는 데도 싫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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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누가 빠져나가지 못해 안달이라 그러네?
[최용갑] 벌목공 들이요.
[사내] 내 하나 묻갔어. 벌목공들 몇명이나 빠져 나왔는지 아네?
[최용갑] 글쎄요, 뭐, 한 이삼백명 된다고 그럽디다.
[사내] 기자가 이렇게 알고 있으니!--- 내 남조선 잡지나 방송을 봐서 잘 아는데 시베리아에 한 이 만명되는 벌목공들이 한꺼번에 다 빠져 나온 것 처럼 떠들어 대는 거 보면 내 거저 우습다구! 다른 사람 다 속여도 벌목공 어떻게 속여! 다 그게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려 하는 거 아니간!
[최용갑] 아니, 탈출 벌목공들은 뭐 언론 플레이 안하는 줄 알아요? 아저씬 자꾸 아저씨 입장만 생각하는데 남한 정부 입장도 생각을 해 줘야 돼요. 어쨌든 제발로 기어 나왔잖아요.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정치적 목적이든 기사든 생기는 거 아니에요?
[사내] 그리고 당신네 기자들, 한번 만나 보자 기래 놓고선 아무렇게나 써 내깔기면 그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는지 아네!!
[최용갑] 세상에 마이컨츄리 피알 안하는 나라가 어디있수? 그리고 프레스맨들이야 보도하는 게 임문데 그럼 가만히 있으란 말이유? 어쨌든 에스케이프잖수? 그걸 보도하는 게 미쓰테이크유? Why do you live? this is history! history is important! 언더스탠?
[사내] ? ? ? 야, 너 일부러 말을 어렵게 하는구나. 떡자루도 누르면 터져야!!!
((아래에서 두만이의 갑작스런 비명))
[두만이] 사람 살려!
[최용갑] (아래에 대고) 두만아! 두만아! 무슨 일이야? 응?
[두만이] (나오며) 이 사기꾼 같은 아저씨 아무것도 없다고 하구선!
[최용갑] 뭐가 있었는데?
[두만이] 왜 쥐때가 있다고 얘기 안했어요!
[사내] 그것보라우 이렇게 사소한데서 부터 허위보도를 하고 있지 않아!
[최용갑] 어어, 덮어씌우지 말아요, 이거. 야, 두만아. 내가 쥐때가 있다는 얘기까지 했어야 했냐? 그 상황에서? 사내자식이 그까짓 쥐를 보고 무서워서 발발 기냐?
[두만이] 그래도 난 쥐가 징그럽단 말예요.
[사내] (의미심장하게) 하지만 곧 먹음직스러워 질 거야.
[두만이] ? ? ? ? 무슨 소리예요?
[사내] 만약에 사나흘씩 아무도 이곳에 찾아오지 않는다면 앞으로 저 쥐는 우리의 식량이 될 거야.
[사내] 난 이렇게 흥분할 줄 몰랐디. 쥐가 그렇게 징그럽네? (두만이의 공포가 그치질 않자 사내는 달랜다) 뚝! 그래 쥐 잡아먹지 말자. 약속한다! 뚝! 다른 거 먹자.
[두만이] (멈추고)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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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최용갑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본다)
[최용갑] (겁에 질려서) 난 먹을 것 없어요.
[사내] (웃으며) 하하하! 너무 놀래지 말라우.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니끼니. 아마 내 생각에는 곧 수색조들이 올 거야. 그러면 굶기기야 하갔어? 그리고 혹시 아네? 잘못 잡아 왔다는 걸 알면 풀어 줄지?
[두만이] 정말 풀어 줄까요?
[사내] 저 사람이 신분을 숨기고, 그들도 인간이고 국제적인 최소한의 법은 아니까.
[최용갑] 어떻게 신분이 안 드러나요? 그리고 기자니까 더 풀어 줘야 되는 게 아니에요?
[사내] 그리고 어쩌면 기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풀어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죽일 수도 있고--- 아이구야, 내레 모르갔구나야.
[최용갑] 지금 놀려요? 예? 남은 죽느냐 사느냐 판에!!
[사내] 나 원, 생각 좀 해 줄라고 기랬더니--- !
[최용갑] 관둬요! 생각해 주지 말아요!
[두만이] (최용갑에게)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에요. 쓸데없이 무슨 형은 만나자고 그래 가지고--- !
[최용갑] 쓸데없다구? 네 혈육을 만나자고 하는데 쓸데없다구? 응?
[두만이] 혈육은 무슨 혈육이에요!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배다른 형이 형이에요? 나이도 마흔은 훨씬 넘었겠는데!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하겠어요. 그리고 아저씨가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거예요? 다 사리사욕이 있는 거 아니에요! 특종 하나 어떻게 잡아 볼까 해서 한 거 아니에요! 난 그따위에 희생되고 싶지 않다고요. 이미 잊혀진 과거를 들추어서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왜 상처를 건드려서 아픔을 주려고 하냐 이거예요? 우리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혈압으로 그 자리에서 돌아가실 거예요. 가뜩이나 고향 생각나실 때면 몸도 안 좋은데 술만 드신다구요. 그래요 어떤 의미에서는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주는 것 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요. 기분만 나빠요. 난 형 같은 거 보고싶지 않다고요!
[최용갑] 아무 의미도 없다구? 야 배가 달라도 혈육은 혈육이야! 넌 뭘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 같아! 예를 들어서 말이야, 언젠가 통일이 됐다고 하자. 그때 너희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너도 이미 자식을 낳아 어느덧 결혼을 시켜야 할 나이인데 그 자식이 너의 이복형의 자식과 결혼하면 어떡할래? 이런 해괴한 비극이 어디있냐 이거야? 너희 아버님 이제 얼마나 사시겠니? 그전에 뿌리들을 찾아야 하지 않냐 이거야! 속으로 썩어가는 상처를 안 보인다고 그냥 놔 둘 것이 아니라 남에게 알려서 빨리 치료해야 하는 거 아냐? (사내에게) 어떻게 생각하우? 내 말이 맞죠?
[사내] ??? 거--- 좋은 얘기들 하는 거 같은데--- 난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갔어. 무슨 말이네?
[최용갑] 그게 말이요, 이렇게 된 거예요.
((FLASH BACK))
Role Play (최기자-최기자, 강두만-강두만, 괴한-사내)
((모스크바 대학 기숙사 두만의 방))
((노크 소리))
[두만이] ܚ݂ܾ ܢܼܰ? 네 들어오세요.
[최용갑] (들어보며) 여기가 강두만씨 방이죠? 당신이 강두만씨구요.
[두만이]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페이지] 015
[최용갑] 네, 반갑습니다. 나는 강두만씨를 만나려고 서울서 어제 날아 온 사람이에요. 얘기 좀 합시다.
[최용갑] 1950년 6월 21일 육이오 발발 4일전, 아버지 강진성씨는 자신의 고향 함북 회령 두만강변에서 자신의 애인과 역사적인 작별이 있었습니다. 남행을 한 거죠. 곧 돌아오마고 헤어졌지만 4일후 전쟁은 터지고--- 그 여인의 뱃속엔 자신의 아이가 잉태되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지금은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이복형 강. 택. 구.
[두만이] --- ??
[최용갑] 매주 토요일이면 그는 식량 구입을 위해 띈다라는 인근 도시로 아침 8시에 화물차 편으로 나옵니다. (보다가) 갑시다, 시베리아로! 당신의 혈육과 역사적인 만남을 위해!
[두만이] --- ?
[최용갑] 처음엔 다 얼떨떨하겠죠. 하지만 이것이 다 현실입니다.
[두만이] 그런데--- 제가 왜--- 가야 하는 건지--- (사내의 매서운 눈매에 질려) 가야죠. 도움이 된다면 가야죠.
[최용갑] 아주 건강한 젊은이군. 맘에 들어요. 그럼 내일 밤 9시 50분 비행기로 예약을 해 놓았으니까. 신변보호를 위해서 이 기숙사에서 나가지 말고, 난 이것저것 준비하고 6시쯤 올께요. 무슨 일이 있으면 팔레스호텔로 연락하고. 자, 그럼.
[두만이] 저 선생님. 존함이라도---
[최용갑] 아,(명함을 준다) 나 사회부 기자 최용갑이예요. 선데이 서울.
[두만이] (어이가 없다) --- 선--- 데이 서울---
[최용갑] (영문을 몰라) 뭐 잘못 됐읍니까?
[두만이] 당신, 일 이렇게 처리해요. 왜 사람 겁주고 그래요?
[최용갑] 아, 겁 먹었읍니까?
[두만이] 이복형 얘기--- 사실이에요?
[최용갑] (웃음) 나 사회부 생활 10년째요. 산전수전 쓴물단물 다 먹었어요.
[두만이] 어쨌든 난 그런 삼류기사에 주인공 되고 싶지 않으니까 이 명함 가지고 나가세요.
[최용갑] (잠시 당황) 아니 지금 삼류기사의 주인공이라고 했읍니까? 지금 기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역사와 현실이 중요한 것이라고요. 한반도 역사의 흐름과 분단의 현실이란 말이에요.
[두만이] 역사고 현실이고 나가 주세요. 아니 그리고 벌목공이요? 벌목공이 내 이복형이라고요? 테레비에 나오는 유명인사도 많은데 하필이면 벌목공이야. 그리고 정말 우리 아버지의 아들이 맞아요?
[최용갑] 예, 확실한 거예요.
[두만이] 아이고- 우리 아버지 능력도 좋으시네. 난 관심 없으니까 우리 아버지한테나 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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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갑] 두만학생, 두만학생. 내 말을 잘 들어봐요. 저 한테 필요한 건 바로 당신입니다. 분단 2세대란 말이에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바뀌어져 가는 통일관과 이복형제의 상봉이 중요하다는 얘기예요.
[두만이] 이 아저씨 정말 말 안 통하네. 이렇게 통일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잖아요. 방해하지 말고 나가 주세요.
[최용갑] 아- 일 좀 쉽게 처리하려고 했더니--- 이봐, 학생. 나 오팔년 개띤데 인생선배의 말 좀 들어봐. 나, 형으로서 얘기하는 거야, 마음 열고. 북한 사람들이 남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더욱이 혈육이야. 핏줄은 아주 중요한 거라고---
[두만이] 아저씨, 나 육팔년 잔나비 띤데 훈계하시는 거예요? 관심 없으니까 나가 주세요.
[최용갑] 정말-, 너 강제로라도 데리고 간다이씨-
[두만이]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노크 소리))
[두만이] ܚ݂ܾ ݂ܼܰ? 누구세요?
[소리] ܧݍ ߖܽ ܓܰܿ (필자註 : 최용갑) !?
[최용갑] ?--- ! 아! 예스! It's me!
((괴한이 들어와 둘에게 마취 수건으로 기절시킨다.))
((FLASH BACK 끝))
[최용갑] (일어나며) 이렇게 된 거예요.
[두만이] (일어나며) 일이 이렇게 된 거 라구요. 그러니 내가 열 받지 않겠어요?
[최용갑] 아니, 근데 당신은 강택구씨를 몰라요? 최용갑씨는 잘 알면서?
[사내] --- 강--- 택구--- 동무--- 래, 죽었어.
[최용갑] 죽었다구요?
[사내] 기레, 죽었어.
[최용갑] 아니, 어떡하다 죽었데요? 언제요? 어디서요? 누가 죽였어요? 아니면 자살?
[사내] 최용갭이 때문에 죽었어.
[최용갑] 최용갑씨가 도대체 어떤 일을 했기예요?
[사내] 종간나 새끼--- 내 그놈 먼저 만나서 설득할라고 했어야. 들어보라우, 지난 초여름이야. 여름엔 벌목장을 오리목장이라고 기래요. 왜냐하면 전부 진흙탕이래서 장화를 이렇게 긴 걸 신어도 다니기 힘들다구. 기래 여름이면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운 좋으면 고향으로 휴가가는 거고 기래 재수 없으면 남아서 청소나 하고 정리하면서 모기때와 싸워야 하디. 혹 누구는 마을에 내려가서 채소밭을 일궈 주고 돈을 받기도 하고 말이야, 또 누구는 사냥도 해.
[최용갑] 아니, 강택구씨가 왜 죽었냐구요?
[사내] 지금 설명을 하고 있디 않아요! 왜 이리 급해! 가장 좋은 경우가 도시로 가서 장사하는 거이야. 기런데 벌목공들 사는 곳을 빵통이라고 기래요. 그 빵통에 강택구, 최용갑,그리고 온 지 얼마 안된, 기걸 생대라 기래요. 안종철이가 살았는데 그때 안종철이 없었고 강택구와 용갭이 있었지. 그런데 일은 이렇게 됐어야.
((FLASH BACK))
Role Play (강택구-강택구, 최기자-최용갑, 강두만-안종철)
[페이지] 017
((시베리아 벌목현장 숙소))
((벌목공 최용갑은 고향에 갈 짐을 싸고 있고 강택구도 도시로 나가 장사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다.))
[강택구] 용갭이 니 좋겠다. 고향도 가고.
[최용갑] 나만 좋네, 나만 좋아. 니는 더 좋지! 장사 나가면 색테레비 생기지 않아!
[강택구] 기래 나도 좋다.
[최용갑] 이거보라우, 택구. 내 래일 소대장에게 신고해야 하는데 잘하나 보라구. 떨린다야.
[강택구] 어디 한번 해 보라우.
[최용갑] 신고하갔읍네다. 3판 제 7빵통 혁명전사 최용갑은---
[강택구] 이거보라우. 우리 끼리나 빵통이지 소대라고 기래야지.
[최용갑] 아, 기리치. 3판 제 7소대 혁명전사 최용갑이는 1994년 6월 21일 부터 1994년 8월21일까지 두달간 당의 온정으로 고향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어떠네?
[강택구] 잘했다, 잘했어.
[최용갑] 거, 택구 자네가 한번 해 보라우 경험이 많으니끼니.
[강택구] 무시기 경험. 나도 이번에 처음 장사 나간다. 나도 떨린다.
[최용갑] 택구도 처음 나가네? 야- 축하한다우! 그나저나 우리 빵통에 그 생대녀석 남아서 고생 좀 하겠구만.
[강택구] 그래도 싸다우. 뺀질뺀질하던 놈 남아서 모기한테 뜯겨 봐야지.
((안종철 등장, 술병을 들고 있다.))
[안종철] 뭣들 하고 있었음매?
[강택구] 아, 왔어? 어디 갔다 왔네?
[안종철] 택구동무. 축하한다우요. 돈 벌러 간다면서요. 자 한잔 들어요.
[강택구] 이게 뭐야? 이 술 어디서 났네?
[안종철] 내 한잔 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죽 들기요. 용갑이 이리 오기요. 내 용갑이 때문에 한 잔 사는 거요.
[최용갑] 야, 종철이 이 노랭이가 술도 사고 어드렇게 된 일이네.
[강택구] 무슨 일이네?
[안종철] 내레 래일 고향 간다!
[둘이서] 고향 가네!!!
[최용갑] 야! 종철이 너도 고향엘 가네? 우리 빵통 경사 났구나! 택구는 돈벌러 나가구, 우리 둘은 고향엘 가구! 축하한다우!
[강택구] 아니 그럼 우리 빵통엔 누가 남아?
[안종철] 용갑이래 남지.
[둘이서] ?????
[강택구] 무시기 소리? 용갑이는 이미 결정이 났는데?
[안종철] 들어보라우. 이번 분기에 작업량이 제일 많은 순서대로 뽑히는 거 아니네. 기래 강택구는 제일 작업량 완수가 좋으니까 돈벌러 나가는 기고,그 다음이 나야 기러니끼니 난 고향 가는 기고.
[최용갑] 이거 보라우.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택구가 제일 작업완수가 높은 거 안다우. 그리고 그 다음이 나야.
[페이지] 018
알갔네
[안종철] 무시기 소리! 내가 너보다 20이 더 많아야! 의심스러우면 소대장 한테 물어 보라우.
[강택구] 우리가 애들도 아이고 세상 다 아는 일이 어드렇게 하루 아침에 번복이 된 걸 믿네?
[안종철] 난 모르니끼니 소대장 동무에게 물어 보라고 하지 않았네!
[최용갑] --- 너--- 고였네?
[안종철] (사이) 흥, 기래 나 고였다. 몰라서 묻네. 무슨 큰 잘못이라도 되네? 너도나도 다 하는 거 아니네!
[강택구] 종철이. 용갭이 오마니래 몹시 편찮으셔. 그래 다른 것도 아이고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오마니 보러 가는데 고걸 뺐아? 빵통에서 3개월 동안 같이 먹고자고 했었으면 요만큼에 정이라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니간?
[안종철] 너 지금 정이라고 기랬니? 기럼 택구, 너는 나에게 정이 요만큼이라도 있네! 내 그 동안 택구, 너 맘에 안 들었어야.
[강택구] 니 까짓께 맘에 안 들면 어떡할 건데?
[안종철] 요덕 (필자註 : 북한 수용소의 하나) 구경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라우.
[강택구] 뭐이가 어드래? 뭐이가 어드래? 이걸 그냥 콱 받아 버려!
[안종철] 그래 받아 보라우! 내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우리 아바이 로동당 간부야.알간? 자, 한번 받아 보라우!
[강택구] (보다가) 더럽구만, 아주 더럽구만.
[안종철] 더럽다구? 아바이 덕 좀 보겠다는 데 뭐 잘못 됐네? 그리고 용갭이 니 오마니래 당장 래일 돌아가시네? 오마니 핑계대고 소대장한테 잘 보인 거 다 알아! 말해 보라우 니 오마니래 래일 당장 돌아가시네?
[최용갑] 그래 말해 주갔어. (때린다. 안종철 쓰러진다.) 우리 오마니래 래일 안 돌아가신다. 내 너희 아바이한테 말해서 내년에 돌아가시게 해 달라고 할께.
[강택구] (말리며) (안종철에게) 거 보라우. 고향엘 가면 가는기지 약을 살살 올리니끼니 기렇게 맞지 않아? 일어나라우 기저. (종철, 움직이지 않는다) 이거 보라우 (흔든다) 이게 뭐이야? 피 아니야? (소리친다) 이거 보라우!!
((FLASH BACK 끝))
[사내] 이렇게 된 거이야. 알간?
[최용갑] 강택구가 아니잖아요, 죽은 건?
[사내] 아, 그 길로 최용갑이는 도망을 쳤디. 강택구는 도망친 용갑이를 찾으러 숲으로 갔다가 늪에 빠져 죽었어.
[최용갑] 정말이에요?
[사내] 기렇다구.
[최용갑] 아이고- 내 특종! 특종 다 날아갔다!
[사내] 뭐이가 어드래?
[최용갑] 강택구가 죽었으니 이젠 희망이 없다, 없어! 죽는 일 만 남았다. 야! 넌 네 형이 죽었다는데 슬프지도 않냐? 네가 더 슬퍼해야 되는 거 아냐?
[두만이] 생전 보지도 못한 이복형이에요. 어떤 연민도 없다고요. 단지 인간적으로 좀 안됐어요.
[최용갑] 하긴 그런 거 기대도 안했다. 원래 내가 바랬던 게 저런 거 였으니까. [분단 2세대의 통일관은?] '자기중심적이고, 무관심함.' 미안하다, 너 하나 가지고 전체를 평가해서. 에이고-
[사내] (두만에게) 이보라우, 두마이. 아버디--- 성함이래--- 강진성씨라구 했네?
[페이지] 019
[두만이] 네, 왜요?
[사내] 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물어 본거디. (다시) 아버디래 연세가--- 환갑이 넘으셨--- 디?
[두만이] 네. 재작년에요. 이젠 아버지도 이빨 다 빠진 호랑이예요. 그때 환갑잔치 때만 해도 오십 년은 더 사실 것 같았는데 그 이튿날 혈압으로 쓰러지시더니 이젠 한풀 꺾였어요. 그렇게 불같던 분이--- 내가 모스크바로 온 것도 순전히 아버지의 고집이에요.
((FLASH BACK))
Role Play : 두만-두만, 두만의 형, 대동이-최기자, 두만의 아버지-사내
((대한민국, 가리봉동, 두만의 집))
((아버지와 대동이는 가출했다가 들어 온 두만이를 앞에 놓고 있다.))
[아버지] (중풍으로 몸이 불편하다) 기래--- 두마이, 돈 다 썼어?
[두만이] --- 예---
[아버지] 집구석엔 뭐하러 들어와--- ?
[두만이] --- 배고파서요---
[아버지] 사내 자식이 배고프다고 집에 들어와--- .기래 이제 뭐할 거야--- ?
[두만이] --- 다시 사업--- 하겠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돈 말아먹고 또 사업을 하겠다고--- ?
[두만이] 한번 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아버지] --- 대동이---
[대동이] 네, 아버님.
[아버님] 경대 서랍에 가며는 축전지 밑에 통장 있으니 끼니 갖고 오라우.
((대동이 퇴장))
[두만이] (얼른 아버지에게 다가가) 아버지, 이번에 제가 한 록까페가요. 길목이 아주 좋아요. 석달만 지나면 본전을 뽑는다구요. 재수가 없어서 단속에 걸렸는데요,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제가 가져간 돈 다 드릴 수 있어요. 아버지, 너무 심려 마시고 맘 편히 가지세--- (대동이 등장) (두만 얼른 제자리로)
[아버지] 그 통장 두마이 주라우---
[대동이] ---
[아버지] 통장 두마이 주라고 했어.
[대동이] 아버님.
[아버지] 대동인 거 알아!
[대동이] (통장을 두만에게 준다)
[아버지] 이제 내가 하는 말 잘 들으라우. 오래 됐어. 꿈 속에서 내 거기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어딘지 알겠더라구. 그곳에서 그 여자가 쪼끄만 아새끼 손잡고 오라고 그러더라구--- 회색 건물 잔뜩 늘어서 있고--- 두만이 니가 가라구.
[두만이] ??? 어딜요?
[아버지] 모스크바로 가라구. 공부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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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이] 예??? 유학가라구요??? 나 참 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내가 어떤 놈인지. 그리고 미국도 아니고 무슨 모스크바예요?
[아버지] 거저 가라구.
[두만이] 아이 참,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공부할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제가 유학 간다고 그러면 친구들이 웃어요.
[아버지] 통일되면은 어떤 놈들이 일할 거야--- ?
[두만이] 통일되면요, 일할 사람 저 말고도 많아요. 전요, 사업을 해서 성공해야 한다구요. 아버지 정말 석달만 참아 주세요. 석달 만---
(대동이, 두만의 멱살을 잡는다)
[대동이] 야, 이 자식아! 아버님 말씀을 이해 못해!!!!
((FLASH BACK 끝))
[사내] 두마이, 내 한번도 두마이 아버지 본 적 없어서 더 이상은 못하갔어.
[두만이] 잘 하셨어요--- 이래서 내가 여기 오게 된 거 라구요---
[사내] 그래? 아바인 지금은 어떠시네?
[두만이] 이젠 걸으신 데요. 그래 요즘은 생전 안 가시던 약수터에도 가신다나 봐요.
[사내] 약수터?
[두만이] 왜 거 있잖아요. 산에서 샘물이 나오는 장소요.
[사내] 아! 기렇지, 기렇지, 산 샘물이 몸에 좋지.
[두만이] 아버지가 그 다음부터는 고향을 더 그리워하세요. 술 좋아하는 건 여전하셔서 고향생각 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취하시면 '내레 죽기 전에 갈 수 있간? 두마이, 말해 보라우! 내레 다시 두만강에서 멱감을 수 있간? 두마이, 두마이 ,말해 보라우. 죽기 전에 꼭 한번 만 이라도 가 봤으면 좋겠구나야.' 몇 번 이런 소리하세요. 제 이름도 두만이 잖아요. 날 그저 고향의 두만강 보듯이 보면 위안이 闥다나요? 그리곤 우세요. 그리곤 노래를 부르죠. 무슨 노랜지 아세요? 두마-아안 강 - ♪ 푸른 무을에- ♬ 노젓는- 배엣 싸고옹- ♬ 이게 우리 아버지 십팔번이에요--- (부른다) 두마-아안 강 -♪ 푸른 무을에- ♬ 노젓는- 배엣 싸고옹- ♬ 흘러간 그 옛날에-
((사내 천천히 따라 부른다.))
[두만이] 아니, 아저씨 이 노래를 아세요?
[사내] 기럼 잘 알지.
[두만이] 가만 이게 북한 노랜가? 아냐, 이건 남한 노랜데?
[사내] 북조선에도 남조선 노래가 많이 유행 한다구.
[두만이] 그래요?
[사내] 대부분 남조선 노래인지 모르고 연변가요인 줄 알고들 흥얼거려야. 그, 그토록-♪ 있지?
[두만이] 아, 사랑의 미로요.
[최용갑] 최진희!
[사내] 기래 고거이 북조선에서 굉장히 유명해야. 그 노랜 모두들 남조선 가요인 줄 알고들 부르디. 너무 유행을 해서 당에서도 통제를 못하고 가사를 좀 바꿔서 오히려 권장했디.
[강택구] --- 두마이--- ꁁꁁꁁ뭐--- 라고--- 얘기해야 하디?--- 遁遁난--- 아까 아버지 이름을 듣고 네가 내 이복동생인 걸 알았을 때--- 遁遁遁내 이름을 밝히려고 했는데, 니가 배다른 형 따위는 보고 싶기 않다, 라고 말하는 바람에 차마 그마--- 알이 못 나오고--- 엉겁결에 강택구는 죽었다고 했어. 나, 난 나중에, 나중에 수색조가 널 풀어 준다면 말하려고 했어. 괜히 네가 언짢은 기분이 들까봐. 그저 아바지에게 아--- 아안부나--- 조옴 전해 달라는 말만--- 두마이 기분이 언짢네? 미, 미안하다--- 이름을 밝힐 생각은 원래 없었다구--- 기분 풀라우. 두마이 내가 니 형이라는 게 믿어지간?
[두만이] 아니요.
[최용갑] 야! 너 잘 나가는데! 다시 합시다. 믿어지간, 여기서부터.
[강택구] 두마이 내가 니 형이라는게 믿어지간?
[페이지] 023
[두만이] --- 아니요.
[최용갑] (끊으며) 자,자, 가족간의 상봉이 이렇게 재미없어서야, 원. (자신이 막 연출한다.) (잘 안 闥다) 아, 이것 참- ! 한번에 갑시다. 그렇다면 내 분위기를 잡아 주지. 음악!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을 부른다. 2절부터 두만, 택구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마임으로 再現.))
[두만이] 참 나 살다 살다 별일 다 보네---
[최용갑] 야, 너 정말 왜 그래! 넌 가슴도 없어? 뭔가 찡하는 게 없냔 말이야.
[두만이] 정말 아저씨 왜 그래요!
[최용갑] (사이) 그래 관둬라, 관둬! 내 이런 거 기대도 안했다. 어이구, 인스턴트 세대들.
[두만이] (사이) 아, 아저씨 아버지가 정말 우리 아버지, 강짜, 진짜, 성짜, 맞아요?
[강택구] --- 맞다구---
[두만이]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강택구] 한번도 보질 못했는데 내레 아네? 거저 코가 매부리 코이고 키가 6척이 넘으신다는 거만 안다우. 맞네?
[두만이] 네.
[강택구] 아참, 그리고 혹시 물고기 나무조각 요만한 거 목에 걸고 다니시지 않으시네? 반 잘린 거?
[두만이] 네 맞아요.
[강택구] (사이) 기래, 우리 오마이도 나머지 반쪽 항상 걸구 다니셨지. 난 그거 보기 싫어서 내삐리라고 기랬는데--- 우리 오마이 나 시베리아 간다구 할 때 날 주셨는데--- 그날로 내뻐렸--- 울먹울먹 (갑자기 울음) 오마니! 아이고- 오마니! 오마니! 오마니, 오마니, 오마니이 -!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시라우요, 오마니! (한참 동안 흐느끼다가 거품을 문다)
[두만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아저씨, 아저씨 진정하세요. 아저씨!
((잠시 후 겨우 진정한다.))
[강택구] 고맙다우. 이젠 괜찮아야. 우리 오마니는 작년에 돌아가시었디. 내레 우리 오마니 텔레비죤 사드릴라구 벌목생활 시작했어. 기레 살아 생전 텔레비죤에 나오는 우리 딸, 문정이를 보는게 소원이셨는데 (훌쩍) 오마니-
[두만이] 아저씨, 진정하세요.
[강택구] 우리 오마니 새시집 안 가시고 거저 나만 바라보시면서 한평생 이제나저제나 통일이 될 날을 기다리시면서 (울먹) 아버디래 기다리셨는데--- 돌아가시었어. 오마니! 오마니의 묘도 못 찾아 가 본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시라우요! 오마니! 두마이, 아버지는 안녕하시네?
[두만이] (시큰둥) 네, 안녕하세요.
[강택구] 건강이 안좋으시다고 했잖네?
[두만이] 네, 안 좋으세요. (사이)
[최용갑] 봐라. 이게 바로 역사고 현실이야. 이런걸 모든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취재하듯) 네 솔직한 심정이 어때.
[두만이] (보다가) 솔직한 심정이요? (사이) 어쩌다 이렇게 꼬였냐.
[최용갑] 야, 정말 너 왜 그래? 진심으로 이러는 거야? 응?
[두만이] (갑자기 짜증이 난 듯) 아저씨, 이렇게 해서 뭐하게요?
[최용갑] 보도하지.
[두만이] 어디다 가요?
[페이지] 024
[최용갑] 몰라서 묻냐? 신문. 방송. 잡지.
[두만이] 어느 나라?
[최용갑] 몰라서 묻는 거냐? 한국말 쓰는 나라.
[두만이] 한국말 쓰는 나라 어디요?
[최용갑] 너 정말 몰라서 묻는 거냐? 한국말 쓰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나라 대한민국이지 어디냐?
[두만이] 또 하나가 있는데요?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최용갑]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냐?
[두만이] 아저씨, 우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최용갑] ---
[두만이] 우리--- (소리친다) 죽을지도 몰라요! 이런 현실도 모르고 지금 배다른 형제 상봉이 뭐가 중요해요!
[최용갑] 그건 만들기 나름인데 '죽음을 앞둔 남북간의 만남' 이렇게 헤드라인을 그어도 돼.
[두만이] 누가요? 누가 그 기사를 써요? 아저씨가? 아저씨는 무슨 수색조에 빽 뒀어요? 누가 한국으로 보내 준대요? 아저씨가 먼저 죽을지 몰라요. 아저씬 기자고 난 선량한 학생이고.
[최용갑] 걱정하지마. 난 이미 계획이 있어.
[두만이] 무슨 계획?
[최용갑] 흐흐흐- 나도 살고, 너도 살고, 네 형도 살고---
[두만이] 무슨 계획인데요? 빨리 말해 봐요!
[최용갑] 너와 난 영웅이 되는 거야. 알아? 아저씨도 영웅 비슷한 거.
[두만이] 뭔데요?
((음악. 평양축전의 노래))
[최용갑] 귀순하는 거다, 북으로.
[두만이] (멍-) 네에?
[최용갑] 생각해 봐. 난 형제간의 상봉을 위해, 그리고 민족통일을 위해 이런 일을 한 것이 되고, 넌 그리운 북의 혈육을 찾아 벌목공인 형을 만나 주체국가의 품 안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 왔다고 하는 거지. 그리고 넌 그곳에서 평생 먹을 거 걱정 안하고 사는 거고. 난 기자 영웅이 되겠지. 자본주의 병폐를 다룬 기사를 많이 썼으니까, 점수는 따는 거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서 명성을 날리겠지. 내 선배 하나도 지금 북에 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골치 아픈 일 없어서 좋대. 서로서로 남을 내려 누르고 자신이 올라서는 경쟁도 없고. 사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문제가 많냐? 너 중고등학교때 정말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을 해? 이젠 북한도 김일성이 죽었으니 많이 달라 질 거야. 미국자본도 들어가고--- 김일성 신격화만 없다면 그 나라는 훨씬 깨끗한 나라야. 난 그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겠어! (음악 고조) 너도 가는 거야.
[두만이] --- 아, 아저씨 --- 지금 도대체 무슨--- 정신이 나갔어요? 혹시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미친 거 아니에요?
[강택구] 그, 그래! 두마이. 우리 같이 가자. 우리 딸이 삼촌이 있다면 좋아 할거야. 그리고 넌 로씨야어를 할 줄 아니까, 중학교 로씨야어 선생을 해도 되지 않아? 그리고 우리 딸이 일하는 교예극장에 예쁜 여성동무들이 많아. 네가 주선해 줄께. 아주 착한 여성동무들이라구.
[두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난 죽으면 죽었지 북한은 안 가요. 그리고 아저씨 딸이 왜 내 조카예요! 난 그렇게 생각 안해요! 난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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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택구] (사이) --- 두만아--- 사실 내 이런 얘기는 안하려고 했는데--- 니가 수색조에게 형을 만나러 왔다고 그래야--- 내 목숨도 살아 난다우--- 두마이, 그래 좋아, 내가 니 형이 아니라도 불쌍한 한 생명을 살려 주어야 하디 않아? 두마이 부탁 한다우. 내 딸을 생각 해서라도 두마이, 부탁한다우. 두마이!
[두만이] (용갑에게) 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기회주의자!
[최용갑] 기회주의자? 간 쓸개? 너 어디가 간이고 어디가 쓸개냐? 왜 한 핏줄을 간 쓸개로 나누냐? 이건 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니라 교육에 문제야. 아직도 국민학교 교과서엔 북한사람 빨간 손에 늑대얼굴이냐? 그리고 한국에 가면 뭐 뚜렷이 할 거 있어? 가리봉동에 있는 쪼만한 연립주택에 그 많은 식구가 다닥다닥 붙어서 조카애들은 울지, 너 지금 그 나이에 회사에 취직도 못해, 그렇다고 아버지가 돈이 많아, 형이 돈을 잘 벌어? 그 돈 다 아버지 약값 쓰고 빚까지 졌잖아. 막내자식 유학가서 금의환향하라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서 보내 줬더니 러시아 년이나 꿰차고 놀기만 하고! 지금 니 아버진 임마! 고향생각보다 니 생각을 더 많이 해!
[두만이] 조용히 해요! 씨발! (헉헉)
[최용갑] 흥분하지마. 사실을 보도하는데 왜 폭력을 쓸라 그래? 5공이냐?
((흥분한 두만이를 강택구가 진정시킨다.))
[강택구] 두마이, 이거보라우 두마이! (기자에게) 기자동무! 말이 너무 심하지 않아! 남의 사생활 아니간? 사생활을 간섭하네? 이 동무 정말 근본이 틀렸구만! (두만이게) 두만아, 괜찮아. 이 형이 혼내 줄 테니까 흥분하지 말라우. (기자에게) 기자동무, 두만이에게 너무 심하게 얘기 하디 말고 잘 달래서 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안하? 잘 좀 얘기 하라우,나도 잘 얘기해 볼 테니까.
[최용갑] 이 냥반이 지금 남 열받아 죽겠는데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가 처자식 놔두고 왜 북으로 넘어가? 미쳤어? (혼잣말) 내가 지금 이렇게 노닥 거릴 때가 아닌데--- 강택구씨, 수색조가 몇 명이나 올 것 같소?
[강택구] (사이) 모른다구.
[최용갑] 아저씬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
최용갑, 다시 출구를 찾는다.
[두만이] (사이) 이봐요, 아저씨. 당신이 정말 내 형이라면 부탁 한가지 합시다.
[강택구] ---
[두만이] 수색조가 오면 당신, 내 형이라는 거 말하지 말아요. 알았어요?
[강택구] (사이) 알았다구---
[두만이] (사이) 됐어요.
[강택구] (사이) (갑자기 두만을 때린다) 잘 들으라우. 북조선에서는 동생의 교육이 잘못 됐으면 이렇게 때려서래두 교육 시킨다구. 난 애비없이 자라서 기렇다 기래두, 넌 애비에미 다 있어논 놈이 어째 이 모양이야. 아바이도 정신없으시지 이런 놈을 무슨 돈 쳐 발라 유학을 보내. 야 이 새끼야, 배가 달라도, 한번도 본 적이 없어두, 형은 형이야.
[두만이] 당신! 다 좋은데 내 앞에서 잘난 형 노릇 하려 들지마! 메스꺼워! 당신이 정말 내 형 노릇 한다면 저 살자고 북에 데려 갈 수 있어?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시겠소! 아버지가 곱게 키운 막내자식이 제 이복형과 북에서 먹을 것도 못 먹고 고생하고 있다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형 노릇 하려 들지마! 알겠어!
[강택구] 내 이 새끼를! (덤비나 두만에게 이내 쓰러진다)
[두만이] 잘 들어!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왜 죽었는지 알아? 우리 엄마가 왜 죽었는지 알아? 우리 엄마, 한번도,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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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아버지에게 정을 받아 본 적이 없어! 당신 엄마 때문에 한번도 사랑 못 받고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어! 내가, 내가 당신에게 형이라고 부르면 우리 엄마는 뭐가 돼!
[강택구] 똑바로 들으라우! 우리 오마이, 우리 오마이 역시 아바이만 평생 기다리다 돌아간 죄 밖에 없어!
((긴 사이))
((천장에서 육중한 문소리와 함께 약간의 눈(雪) 이 떨어지며 밧줄(혹은 사다리) 이 내려온다))
[최용갑] (위에서) 이거 봐요! 강택구씨! 두만아! 빨리 올라와!
[강두만] (처음엔 좀 얼떨떨) (갑자기) 아저씨! 거기가 바깥이에요?
[최용갑] (위에서) 그래 바깥이야! 지금은 한밤중인 것 같아! 여긴 어떤 별장의 마당이야. 여긴 별장에서 연결된 지하실이고, 가까운 곳에 기차 소리도 들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민가도 있는 것 같아. 빨리 올라와! 빨리!
((강두만, 강택구 서로 쳐다본다. 두만이 사다리를 잡는다. 강택구 두만을 잡는다.))
[강택구] --- 아바이한테 가서--- 아무 말 하지 말라우---
[최용갑] 뭐해? 안 올라오고?(내려온다) 아니 강택구씨 안 가요? (보다가 취재하듯) 왜 안 갈 생각을 했죠? (사이) --- 그래요--- 알았어요--- 기사 안 쓸께요--- 그리고 꼭 살아요! 가자! 두만아!
((최기자 퇴장))
[두만이] (사이) 정말--- 안 가요--- 내가 말한 것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마세요. 진심은 아니니까--- 정말 이런 일---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정말 안 가요?--- 아버지가 좋아할텐데--- 가면 죽는다면서요---
[강택구] --- 가라구---
[두만이] --- 관둬요, 그럼. (올라간다)
((강택구 혼자 남는다. 사이. 한참 후에 밖에서.))
[두만이] (멀리서) 혀엉- 잘 있어-! 꼬옥 살아아아-!
[강택구] (소리를 듣고 멋쩍은 웃음) --- 아바이--- 우리 문정이 인민학교 졸업할 때 오마이 꿈에 아바이 나왔다 기래서 기때부터 제사 지내 왔는데 살아 계셨구만요. (사이) 살아계신거 알았으니 됐어요. (사이) 내 갈 수도 있어요. 아바이 한테 갈 수도 있다구요. 기렇지만 내 남으로 가면 우리 북에 있는 가족들은 어드렇게 되는 데요? 또 리산가족 만들지 않아요. 기렇게는 난 못하겠다구. 아바이 살아 계신 거 알았으면 됐어요. 내 어렸을 때 다른 동무들 아바이가 머리 쓰다듬어 주는 거 기리 부러웠는데--- 이제 아바이 있다는 거 알았으니 한번 불러 봐도 되겠지요? --- 아바이, 아바이!--- 아바이!!--- 아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