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힘들게 완주를 했다.
특히 마지막 3키로 미터가 힘이 들었다.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거행하는 마라톤 대회는 가급적 나가지 않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통으로 불편을 주는 것도 그렇고 도심을 달릴 때 뿜어져 나오는 공해도 그렇고....
출발부터가 순조롭지 못했다. 본래 9시 정각으로 예정되어 있던 출발시간이 20분이나 지나서 진행되었다. 더운 날씨에 스타트 라인에서 오래 동안 기다린다는 것도 주자로서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종합운동장 대로변에서 출발을 하여 롯데월드를 경유하여 송파대로를 달리다가 복정 역에서 다시 우회전하여 달려갔다. 복정역 근처까지 달릴 때만 해도 그런 대로 달릴 만 했다. 그러나 5키로 미터 지점을 지나면서부터 나는 심한 갈등을 하게 되었다.
원인은 두 가지 이다. 첫째는 새로 산 신발을 신었는데 발바닥이 아파서 도저히 달릴 수 가 없었다. 이 신발은 동아마라톤 대회를 대비하여 3월초에 구입한 것인데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동아대회에는 신고가지 못하고 최근에 훈련용으로 비포장에서 주로 연습을 하면서 신었는데, 그런 대로 괜찮은 것 같아 시험삼아 경향에서 착용을 해본 것이다.
말 그대로 나를 준엄하게 시험하고 있었다. 풀 코스 마라톤을 20회 가량 완주를 하면서 중간에 포기하거나 또는 신발 때문에 걱정을 한 적이 없는데, 오늘 혹독하게 신발이 주는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두 번째는 모자를 착용하지 않아 이마에서 흐르는 땀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달리다가 또 다시 인상을 찡그리면서 다시 눈을 뜨면, 땀이 눈에 들어가 따가워서 달릴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전 제천에서 달릴 때 중간에 머리가 화끈거려 모자를 벗어 허리춤에 넣고 달렸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늘 모자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고생을 할 줄이야....
포기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다. 끝까지 완주할 자신도 없을뿐더러 완주를 한다고 해도 후유증이 제법 오래 갈 것 같은 생각에 완주보다는 포기를 하는 게 더 실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돌을 던질(포기) 할 지점을 찾을 수 없었다.
회수차도 보이지 않고, 휴대한 돈이 하나도 없으니 돌아갈 방법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일 단 속도를 늦추었다. 몇 무리의 주자들을 보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렸다. 주자들이 곁으로 쉭-쉭지나 간다. 포기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게 달리는 자의 슬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출발을 했으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가.
속도를 늦추어 달리니 달리기가 그다지 힘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바닥은 여전히 따끔거리지만 그런 대로 참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때 한 주자를 만났다. 수원에 산다는, 작년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2분에 달렸다는 한 주자를... 함께 의기 투합하여 30키로 미터까지 함께 달리기로 했다. 발을 맞추어 달리니 제법 달릴 만 했다. 속도도 그렇게 느리지 않는 것 같고... 조금 있으니 우나기님이 옆으로 다가오며 발을 맞춘다. 그러다가 2키로 미터 정도 함께 달리더니 먼저 가겠다고 하고 앞으로 나간다.
그 뒤로 그 주자와 계속해서 달렸다. 이 주자는 호흡이 거칠다. 아무래도 자기의 속도보다 빠르게 달린다는 신호인데... 그래서 30키로 미터까지 함께 가지 못하고 27키로 미터지점에서 작별을 했다. 그 뒤로 나 홀로 달렸다. 힘이 비축되어서 인지 앞서간 주자들을 하나 둘씩 추월할 수 있었다. 이렇게 37키로 미터까지 잘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37.5키로 지점에서 더위로 인하여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탈수 증상이 나타났다. 너무 갈증이 나서 도저히 달릴 수가 없었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 이렇게 더운 날씨에 이 갈증을 어떻게 해소하라고 37.5키로 지점에서 물도 주지 않는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스펀지에 물을 적시려고 담아 놓은 물통에 손을 넣어 물을 퍼서 먹었다. '지저분하면 어떠랴?... 목이 마른데...'
그래도 탈수증상은 해소되지 않는다. 다시 39키로 미터 지점에서 급수를 하고 마지막 온갖 힘을 짜내 본다. 그러나 탈수로 인하여 몸은 경직되어 종아리에 쥐가 나고 온몸엔 힘이 없다. 그러나 걷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마지막 남은 거리를 조금씩 줄여간다.
이것이 마라톤 아닌가? 고통을 참아내면서 골인 점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잠실 종합운동장이 보인다. 힘이 없을 땐 언덕길이 너무너무 힘이 든다. 드디어 운동장. 바로 골인하면 좋으련만 운동장 한 바퀴를 돌아야 골인이다. 트랙 한 바퀴도 너무너무 먼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골인. 3시간 19분 19초. 기록은 형편없지만, 더운 날씨와 좋지 않은 신발을 고려하면 그래도 만족할 만한 기록이다.
골인하고 물품 보관소까지 걸어가는 것도 힘이 든다. 마라톤을 하면서 오늘처럼 힘이 들었던 기억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의 교훈... 마라톤은 기록이나 완주횟수와 관계없이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은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철저한 준비와 많은 훈련을 하고 늘 겸손하게 대회에 임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11일 경향마라톤 대회를 이틀 앞두고 사능 코스에서 마지막 훈련을 했다. 이번 주는 비도 많이 오고 또 중간 중간에 휴일이 많아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어제는 의무감으로 집에서 트레드밀을 5키로 달리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비온 뒤로 더위가 많이 꺾였다. 이 정도 날씨면 달릴 만 한데...
퇴근하여 사능 기술 센타 뒤 달리기 코스에 도착하니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하는 군인들을 의식하지 않고 복장을
갈아입고 가볍게 달려나갔다.
조금 달리다 보니 시청직원들의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거기에는 중대장님, 산성님, 팀장님도 보이고.... 첫 세트는 가볍게 올라간다는 기분으로 달렸다. 반환 점에서 시계를 보니 5분 24초이다. 목표시간보다 6초나 빠르다. 내리막길도 적당히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올 때 너무 힘들지 않을 정도로 힘을 배분하면서...
내리막길을 반환하여 시계를 보니 4분 34초. 그런대로 좋은 기록이다. 두 번째 세트는 올라갈 때, 5분 29초. 내려올 때는 4분 40초. 2세를 달리고 나니 3세트 째를 잘 달리면 코스 최고기록을 또 경신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힘이 들어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일단 호흡을 일정하게 하면서 꾸준하게 언덕길을 올라갔다. 호흡으로 속도를 조절하니 달리기가 힘들지 않다. 속도도 느려지지 않고... 반환 점에서 시계를 보니 5분 39초이다. 이제 내려갈 때 평상시의 기록으로만 달려도 코스 최고기록을 낼 수 있다.
보폭을 크게 하고 호흡을 일정하게 하면서 팔 치기를 힘차게 했다. 골인점이 보인다. 마지막 100여 미터를 전력질주 하여 달리니 드디어 골인이다. 4분 25초. 내리막코스 최고기록이다. 그리고 3세트의 기록도 30분 13초로 종전 30분 22초 보다 9초를 앞당긴 최고기록을 세웠다.
기록이 잘 나오면 달리고 나서도 기분이 좋다. 이제 30분 벽을 넘기까지 13초가 남았다. 아마도 7월 이전에는 이 기록을 넘어서야겠다.
내일은 휴식을 하고 모래 경향마라톤에서는 컨디션과 날씨에 따라 최고 3시간 10분 이내의 목표와 최저 3시간 20분 이내의 목표로 달릴 생각이다.
8일 5키로 미터 달림
*********************************************************
5월 4일 일요일(21km.29km)
제천 마라톤 대회에 참가를 했다.
제천 마라톤 대회는 거지왕초 김춘섭님이 클럽 회장으로 있는 제천
마라톤클럽에서 주관하는 대회이다. 거지 왕초와는 99년도부터 같은
런클 회원으로서 돈독하게 지내는 사이이다. 특히 2000년 전주 군산
마라톤 대회 때는 군산에서 대회전날 함께 여관에 투숙하여 같은 방
을 사용한 추억도 있다.
그 뒤 런클의 하계와 동계훈련에서 만나면서 더욱 친해졌으며 늘 만
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아쉬워하는 그런 사이이기도 하다. 제천 마라톤
대회는 거지 왕초가 제천지역의 달림이들을 모아 마라톤 클럽을 만들
고 회원들이 많아지자 지역주민들에게 달릴 기회를 열어주자는 의도로
오픈된 대회이다.
올해가 3회 째로 이제 좋은 대회로 거듭나고 있는 제천마라톤 대회에
런클식구들이 거지왕초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돼주자고 런클의 마당발
떼제베와 치우가 공동참가 공지를 하고 회원들을 모아 런클이 단체로
참가를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일정이 여의치 않아 1개월 전 참가신청을 하지 못했는데, 참가
신청을 해 놓고도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참가를 하지 못하는 회원이
몇 명 있어 버스의 좌석도 남고 달릴 기회도 제공되니 참가할 생각이
있으시면 망설이지 말고 오라는 떼제베의 반가운 말에 주저하지 않고
참가를 하게 되었다.
제천으로 향하는 단체버스가 출발하는 6시 30분 보다 10분 일찍 잠실 종합운동장 전철역 부근에 도착하니 제일먼저 이번 제 107회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고 돌아온 바이킹 임상호님이 나를 반긴다.
반가운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무면서 출발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회원들이 도착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오늘의 봉사자 치우와 떼제베는 바쁘게 회원들의 도착여부를 체크하고 있고... 출발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출발을 했다. 떼제베의 말에 의하면 주문해 논 떡이 늦게 와서 그랬다나...
제천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다. 제천까지 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연휴로 인하여 고속도로가 정체가 되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버스기사의 노련한 판단으로 국도를 이용하여 왔기 때문에 그나마 빨리 온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버스에서는 땡큐와 같은 자리에 앉았다. 런클의 인기선수 땡큐와
한자리에 앉아서 마라톤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의지력, 그리고 마라톤에 대한 애정, 또 러너들을 생각하는
봉사정신... 좋은 점을 많이 갖고 있는 멋진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뒷 자석에는 올해피가, 옆 좌석에는 루나와 반딧불이 그리고 앞좌석에는 소서노가 앉았다. 런클이 많이 젊어졌다. 그렇다.!!! 대단히 많이 젊어졌다. 특이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20대의 여성들이.....
이번 제천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서 단체버스에 몸을 실은
회원 47명중에 40세 이상 된 회원은 불과 10명도 되지 않은 것 같다. 대체적으로 마라톤에 참가한 연령비율을 보면 40대 이상이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데 비하면.....
그렇다고 짧은 거리를 달리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참가한 회원 대부분이 하프거리를 달렸으니까.... 그만큼 런클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달리기에도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
도하다.
날씨가 너무 덥다. 출발하기 전부터 온몸에 뜨거운 햇살의 열기가 느껴진다. 10시가 되니 출발카운터 다운이 시작되었다. 열, 아홉...
둘, 하나. 드디어 출발이다.
출발구호가 나자 빠르게 달려가는 주자들의 모습은 여느 대회와 다를 게 없다. 벌써 몇 백 명의 주자가 내 앞에서 달리고 있다. 다른 대회와 달리 10키로 미터 주자와 하프주자가 동시에 출발을 하여 앞서 달리는 주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대략 500여 미터 정도 주자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헤쳐 달리니 어느정도 달린 만 하다. 앞쪽 20여 미터 앞에 치우와 떼제베가 나란히
달린다. 뒤에는 붉은 하늘과 비바체, 그리고 아이젠도 달린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차안에서 먹은 떡이
덜 소화가 된 것 같고, 다리도 묵직하고, 신발도 발보다 커서 착지
동작이 경쾌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회에 나가기 전에는 최소 2-3일 전부터는 대회준비를 위하여 식사도 조절하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데 이번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회 접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런클 식구들과 제천으로 놀러간다는 느낌으로 참가를 했고, 오늘 아침까지도 그냥 10키로 미터나 대충 즐기는 마음으로 편하게 달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킹이 자기의 배번을 나에게 주면서 오늘 대신 달리라고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적어도 바이킹의 실력에 걸맞은 기록을 내야 된다는 그런 의무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실력 껏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고 최소한 1시간 30분 이내는 달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키로 미터 정도를 통과하니 어느 정도 달리는 주자들의 행렬이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내 뒤에 바짝 붙어 달리던 아이젠과 붉은 하늘은 이제 조금 뒤로 밀려난 것 같고 비바체도 발걸음이 둔탁해 보인다.
그러나 노란유니폼을 입은 치우와 떼제베는 앞서가는 주자들을 계속 추월을 하며 경쾌한 주법으로 나란히 달리고 있다. 대략 나와의 거리는 50여 미터가 차이가 난다. 거리를 좁히려고 노력해 보지만 역부족임을 느낀다. 속으로 '이제 저들은 분명히 나의 고수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5키로 미터지점을 400여 미터 남겨둔 지점에서 10키로 미터 1위가 턴을 하여 달리고 있다. 자세히 보니 런클의 깜상이다. 뒤이어 어린왕자도 달려오고.... 6키로 미터를 지나서 조금 더 달리다 보니 급경사의 언덕이 나온다. 의림지로 올라가는 길이다. 정말 힘이 들었지만 참고서 달렸다. 오로지 호흡에 의존하며 호흡박자에 맞추어 끝까지 올라갔다.
다시 달려 내려와서 세명대로 올라가는 코스 역시 오르막길이다.
이곳도 무척 긴 언덕길이다. 그 동안 언덕훈련을 많이 해서인지 같은 수준의 러너들에게는 밀리지 않았지만 역시 힘이 든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언덕길의 끝에 오르니 제천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여전히 치우와 떼제베는 내 앞에서 달리고 있는데 거리는 더 멀어져서 이제는 거의 200여 미터에 육박한 거리이다. 이제는 추월하기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은 지우지 않았다.
자세를 바로잡고 보폭을 크게 하면서 호흡의 리듬에 맞추어 경쾌한 발걸음으로 달리니 속도가 제법 붙는다. 앞서가는 주자들과의 거리도 좁혀지고....
12.5키로 미터 급수지점. 15키로 미터 급수지점을 통과하면서 앞서간 주자들 5.6명을 추월하니 이제는 노란유니폼의 치우와 떼제베가
바로 내 앞 50여 미터 앞에서 달린다. 갑자기 승부 욕이 꿈틀거린다. '제들을 추월을 해... 아니야! 추월을 하면 제들이 또 다시 나를 추월을 할꺼야. 그래 운동장에 거의 들어갈 즈음, 그러니까 약 500여 미터를 남겨두고 전력질주를 해서 꺽어 버릴까......
아니야! 저 인간들의 순간 스피드가 보통이 아니니 마지막에 붙으면 내가 질 수도 있어. 그래 약 2키로 미터를 남겨두고 추월을 하는 거야...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다 보니 그들과의
거리가 10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남은 거리는 4키로 미터. 드디어 그들을 추월을 했다. 힘을 외
치면서....!!! 추월을 하고 나서는 더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돌아보면 페이스에 지장이 생길까봐....
제천의 코스는 정말 꼬불꼬불하다. 그리고 10.5키로 미터에서 반환하지 않고 7.5키로 미터에서 반환해서인지 정말 지루하게 느껴진다. 거기다가 더위까지 한 몫하고...
치우와 떼제베를 추월하고 위풍당당하게 달려가는 천마산에게 마지막 1키로 미터를 남겨둔 지점에서의 오르막길은 정말 고통의 연속이였다. 오만상을 다 찌그리며 갈지자 걸음으로 언덕을 올라가는 나의 모습은 내가 생각해도 불쌍해 보였다. 아! 불쌍하다. 천마산!
왜 이렇게 됐나......^^*
그러니 인도에 나와서 응원하는 내 또래의 동네 아줌마들 눈에는
정말 가관이 아니었을 꺼다. 언덕을 넘으니 드디어 운동장이 보인다. 힘차게 달려 운동장에 들어가니 한 바퀴 돌고서 골인을 하라고 그러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더군.
드디어 골인. 1시간 28분 02초. 죽어라고 달렸는데 기록은 별로다.
아! 나는 언제나 1시간 22분이나 23분대를 달려 볼까나. 날씨가 너무 더우니 달리고 나서도 계속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는다.
운동장 선수 대기실에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주최측에서 제공한 국수와 막걸리를 먹으니 몸의 피로가 말끔히 가신다. 국수 먹기 전에 나의 애제자 반디를 마중 나가 함께 마지막 구간을 달려주는 봉사도 잊지 않았고 런클회원들이 한 명씩 들어올 때마다 응원의 함성과 박수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2시쯤 사우나탕으로 이동을 하여 몸의 피로를 씻은 뒤 제천 외곽의 고풍스런 정자가 돋보이는 동원가든으로 이동하여 닭구이와 백숙으로 여흥의 시간을 가졌다. 이 가든은 제 1회 런클 하계훈련을 영월 동강으로 다녀오면서 마지막 점심식사를 이곳에서 했는데, 그때 참가한 회원들은 한라산님의 '자연보호' 구호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그때처럼 온통 광란의 분위기이다. 그러나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그때는 알몸의 광란 이였고 이번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는 4-50대의 남성들이 많았고 이번에는 20대의 여성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노래 역시 '~~머나먼 남쪽하늘 아래~~~'에서 '~~~바꿔 바꿔 모든걸 다 바꿔~~~' 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영월에 함께 간 동지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것이 궁금하구나.... 정말 그때는 영월의 최장호님이나 부산의 치포치포 또 대전의 누구였드라.?
아무튼 헤어지가 섭섭해서 서로 부등켜 안고 한참을 얼굴을 비비고서도 부등켜 안은 손을 떼어놓지를 못했는데....!!!!!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이번에도 대구의 회원들... 단양사랑 손태진님, 그리고 아산의 장추삼님과의 이별은 정말 아쉬웠다.
런클 회원들과 모일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만나기 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늘 훨씬 즐겁다는 것..... 그리고 함께 마라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겁다는 것....
그래서 또 다른 만남과 또 다른 마라톤 여행을 기다리는 것 같다.
이번 제천에 함께 가신 회원님들 만나서 반가웠구요.
특히 이번 마라톤 여행을 주선한 치우와 떼제베에게 고생 많이 했습니다. 다음에는 7월중에 청평의 마라닉에서 또 한번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