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작가
염상섭)
'나'는 불규칙한 생활과 삶의 권태로 고통과 갈등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중학시절 해부한 개구리의 형상이 떠오르고
해부할 때의 메스가 생각나 책상 속에 넣어둔 면도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신경 과민에 불면증까지 겹쳐 죽음의 유혹까지 느꼈다.
H가 평양 방문에 동행할 것을 권유하여
'나'는 밀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에
허락은 하였으나 여러 번거로운 일로 망설이다가 기차를 탔다.
대동강 가에서 기괴한 차림의
장발객(長髮客)을 보고
'나'와의 동질성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풍광 속에서 마음의 전환을 느끼며
H와 남포로 Y를 방문하여 김창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일행들과 함께 그를 방문했다.
그는 삼 원 오십 전으로 삼층집을 짓고 산다는 정신 이상자였다.
그 광인 김창억은 굴지의 객주집에서 태어났으며 신동으로 불렸으나
부친이 주색잡기로 재산을 날리고 죽자 공부를 중단하게 되고
모친마저 죽은 후 기회가 와 교편을 잡았으나 첫 부인이 죽게 되고
후처를 얻은 후
불의의 사건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고 무죄로 방면은 되었으나
부인은 도망가고 없었다.
집에 돌아와 집안에만 있던 그는 정신이 이상해지며 괴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는 철학자연하였고 유유자적하는 자유인과도
같았다.
우리 모두의 욕구를 채워 줄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일종의 영감에 사로잡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세계 평화를 위한 모임을 조직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남포를 다녀온 지 두 달쯤 되는 어느 날 Y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김창억이 집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우울한 심정이 되어 늘 거닐던 절벽 길을 걸었다.
그날 밤 김창억에 대한 생각과 대동강 가에서 본
장발객의 신경질적인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 후 김창억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싫어하는 평양에 살고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후처의 친정이 있는 평양의 보통문 밖 짚더미 속에 살면서
걸식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가 김창억이라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