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나 지금이나 작은 것도 쌀 한 가마니 값을 넘으니,이보다 더 비싼 음식이 드물지요."
해양수산부장관이 지정한 전통식품 명인인 김광자(80.전남 영암군 영암읍 '어란의 집')씨가 만든 햇 어란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씨의 어란은 가장 작은 편에 속하는 무게 200g짜리 한 편(한 쌍)이 백화점이나 고급 음식전문점 등에선 17만원 안팎에 팔린다.김씨에게 직접 사도 10만원을 줘야 한다.
현재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어란 가운데는 한 편의 무게가 900g에 이르는 것도 있다.
김씨는 "워낙 크다 보니 공력이 배 이상 들어가 50만원은 받아야 할 것 같다"며 "벌써 서울에 있는 한 백화점이 점을 찍어 놨는데,포장을 잘 해 내 놓으면 100만원은 너끈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급 안주.반찬인 어란은 산란 직전의 숭어 알로 만든다.보통 보리 이삭이 패는 4월 중순에 작업을 시작하며 한달 가량 걸린다.알이 큰 것은 응달에서 꼬득꼬득해질 때까지 말리자면 두달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
김씨는 남해안에서 잡은 참숭어만을 골라 쓰고 있다. 먼저 배를 따 한 쌍의 알을 끄집어 낸 뒤 소금물에 대여섯 시간 넣어 둬 핏물을 뺀 다음 조선 간장을 푼 물에 하룻동안 담가 간이 배게 하고 빛깔을 낸다. 이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천천히 말리며 사나흘 동안 돌을 얹었다 내렸다 반복해 모양을 납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하루에 두세번씩 참기름을 바르고 배어 들면 다시 바르기를 20일 이상 반복해야 어란이 완성된다.
김씨는 "성질 급한 사람은 어란을 못 만든다"고 말했다. 한달 여를 뒤집어 주고, 돌을 올렸다 내리고,참기름을 바르는 등 말랑말랑한 알이 단단하게 되기까지는 손이 수백번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란의 맛은 이런 정성과 손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김씨가 해마다 4월과 5월에 만드는 어란은 300편 안팎이며, 어란 맛을 아는 미식가들이 주로 찾고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
어란은 만드는 방법 만큼이나 먹는 법도 독특하다.
1.5 ̄2㎜ 두께로 얇게 썰어 앞니 위에 얹고 조근조근 씹으면 고소한 맛과 향이 입 안에 퍼진다. 칼도 불로 데워 썰어야 기름이 배어 나와 제맛이 난다.
김씨는 열여덟살 때 시집 와 시어머니에게 어란 만드는 법을 배웠다.올해로 60년이 넘는다.
김씨는 이제 며느리(이옥란.50)와 딸(박만자.61)에게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그는 "돈 욕심을 부리지 말고 옛 방식을 따라 정성을 들여야 어란이 진맛을 지킬 수 있다고 자주 이른다"고 말했다.
글=이해석 기자,사진=프리랜서 장정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