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 트럭이 우리나라 땅 방방곡곡을 누볐다.
짐을 잔뜩 싣고도 꼬불꼬불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과 가파른 고갯길을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쏜살같이 달리는 그 놈들이 신기한 괴물처럼 보였다.
기어가듯 한데다 야트막한 고개도 제대로 넘지 못해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
맥없는 일본 트럭에 비해 엄청난 괴력을 지녔으니 어찌 아니 그랬겠는가.
하긴 목탄이 가솔린을 당할 수 있었겠는가.(당시 일본 트럭의 연료는 목탄)
그런데 이 트럭을 사람들은 GMC라 불렀다.
트럭의 앞뒤 양옆 사방에 큼지막한 'GMC' 석자가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지엠사(General Motors Corporation)라는 제작사 이름의 약자일 뿐인데
화물차라는 뜻으로 받아드린 것이다.
그래서 크고 작은 모든 화물차를 트럭이라 하지 않고 GMC라 불렀다.
심지어는 트럭은 일본말이고 영어로는 지에무씨라 한다고 우기는 촌로가
있을 정도였다.(당시 더러는 truck을 일본 발음인 '도락꾸'라 하며 화물차의
일본말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타사(他社)제작의 트럭을 타고서도 GMC 타고 왔다고 할 정도였다.
(당시엔 대중교통수단이 극히 열악했기 때문에 트럭도 많이 이용했다)
1958년 미국 동부의 델라웨어(Delaware)주에서 한 회사가 설립되었다.
훗날 방수성, 방풍성, 투습성이 탁월한 기적의 기능성 신소재로 평가받게
되는 GORE-TEX Fabrics를 만든 W.L GORE & Associates, Inc.다.
이 직물의 자신만만한 보증 문구가 Guaranteed To Keep You Dry다.
1969년 미국 최초의 달착륙 우주선에 고어의 케이블이 채용된 것을 비롯해
이 신소재 직물은 우주복 원단으로 사용되는(1981년)등 고어제품은 산업,
전기, 우주항공과 메디칼에 이르기 까지 인기있는 최고제품 반열에 계속
오르고 있다.
최초의 방수, 투습 패브릭이 1976년 세상에 나온 후 발전을 거듭한 GORE-
TEX Fabrics는 등산용 의류와 신발 분야를 석권했다.
등산복과 등산화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등산복이나 등산화를 구입할 때 "고어텍스 주세요"가 일쑤다.
고어텍스는 고어가 생산하는 원단일 뿐인데도.
의류, 신발의 완제품은 고어와 제조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회사의 공장에서
고어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원단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GMC가 트럭의 대명사가 아니듯이 GORE-TEX 또한 등산복이나
등산화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고어텍스는 원자재일 뿐 완제품 회사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디자인과 부자재의 관리, 기술지도 등 긴밀한 관계하에서 각종 테스트를
거친 후 GORE-TEX의 Hang-Tag과 Label을 부착함으로서 품질의 보증과
신뢰도를 고양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함에도 불구하고 모순의 법칙은 상존한다.
방수, 방풍, 투습 효과의 결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효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다.
이것이 가장 비싼 최고 원단의 한계다.
그렇다면 힐텍스, 하이포라, 하이플렉스, 프로엑트 등 버금가면서도 저렴한
국산 원단의 제품은 어떨까?
어차피 오십보 백보의 문제를 안고 있다면...
GORE-TEX 없이는 등산이 불가능한 듯 고어의 마술에 걸려 든 고어 매니아
(mania)들에게 하곺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