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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공군력의 불균형 문제 임박!
공군은 평균 매 13년마다 "차세대전투기(FX)사업"을 추진해왔다. 1980년대 초에는 F-5기 68대를, 1980년대 후반에는 F-16기 140대를, 그리고 지금은 ‘F-15기’급 전투기 40대를 획득하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도 40억 달러의 예산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이제까지 공군은 ‘가장 최신의 무기’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은 매우 달라져야 한다. 최근 북한은 카자흐스탄으로부터 50대의 미그기를 구입함으로써 총 900여대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570대를 가지고 있다. 전투기는 아무리 성능이 우수해도 양적인 우세를 극복하기 어렵다. 2대1 이하의 수적 열세는 매우 곤란하다는 게 공군의 상식이다. 그래서 한국은 최소한 550대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수자는 공군의 신앙이기도 하다.
수의 열세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2차 대전에서 입증되었다. 미군에는 두 개의 기종이 있었다. P-51기는 단수엔진이었고 P-38기는 2.5배나 비싼 복수엔진이었다. 개전 초 미 조종사들은 값이 비싼 P-38기를 선호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 조종사들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체공대수가 많은 P-51기를 선호하게 되었
다. 체공대수란 결정적인 시각에 공중으로 들 수 있는 전투기 수를 의미한다. 당시 독일의 ME-262기는 그 어느 연합군 기종보다 훌륭했다. 그러나 그들은 염가의 P-51기의 수적 우세에 의해 불과 몇 일만에 제압당했다.
공중전은 적기 한대와 우군기 한대와의 게임이 아니다. 다수대 다수와의 기동전이다. 한국공군은 지금 기동성보다는 무장력에 중점을 둔 나머지 F-15기와 같은 덩치 큰 전투기를 선호하고 있다.
1대1식의 공중전만 생각했지 다수대 다수의 기동전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공중 기동전에서 체공대수의 우세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소위 ‘유령전투단’(Phantom Fleet)개념에 집약돼 있다. ‘얼마나 많은 수’의 전투기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시 뜰 수 있는 전투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Phantom이라는 말은 유령이라는 말이다. 떠야할 때에 뜨지 못하는 전투기수는 유령전투단(Phantom Fleet)이며 필요할 때에 즉시 뜰 수 있는 전투기수만이 실전투단(Real Fleet)이다. 전투기의 설계가 복잡할수록 정비빈도가 잦으며 정비시간도 길다.
설계가 복잡한 F-15기와 설계가 간단한 F-5기를 비교해 보자. F-15기 중에서 떠야할 때에 뜰 수 있는 전투기 수는 F-5에 비해 40%에 불과하다. 금액 면에서 볼 때, F-15기 한 대 값으로 네 대의 F-5기를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체공대수로 계산하면 F-15 한 시간의 체공시간을 살 돈으로 10시간의 F-5 체공시간을 살 수 있다. 기종 가격을 비교하면 1:4이지만, 체공대수의 가격으로 비교해보면 1:10이다. F-15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F-15 1대와 F-5 10대와의 공중전 결과는 뻔하다. F-15 조종사는 처음부터 전의를 잃게 된다.
F-15기는 한 번에 한 대씩의 F-5기를 조준해야 한다. 한 대의 적기를 컴퓨터로 조준하는 데에는 10초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F-15기가 한 대의 F-5기를 조준하는 동안에 그는 다른 9대의 F-5기에게 대책 없이 노출된다. 한반도 공중전에서는 서로가 순식간에 가시거리로 접근하게 된다. 더구나 한국은 산이 많고 대부분의 북한전투기들이 낮은 고도를 선택함으로써 대부분의 공중전은 가시거리 내 조우전이 될 것이다.
남북한간 전쟁에서는 F-15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개념적으로 F-5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F-16기 같은 날랜 기종이 다수 필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전에서는 F-15기와 같은 重전투기는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결코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또한 한국군은 지금 F-15급의 비싼 전투기를 살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한국이 보유한 570대의 전투기 중에서 신 기종은 170여대의 F-16기뿐이고 나머지 400대 정도는 주로 F-4와 F-5 등으로, 모두가 10년 이내에 도태될 운명에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에 도태되어 수리부품 구하기도 어렵고 또 구한다해도 부르는 게 값일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이제까지 570대의 전투기를 보유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군이 중고품 350대를 거저 주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우리가 우리 돈으로 조금씩 더 보탠 것이 지금의 570대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은 전투기를 거저 줄 국가가 없다.
F-15기의 문제점
우리 군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도태될 380대의 전투기 수를 무슨 기종으로 채워 넣느냐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웬 일인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드러난 고민이 없다. 만일 지금 공군이 가지고 있는 F-X 예산 40억 달러를 가지고 40대의 비싼 전투기를 산다면 우리가 10년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전투기는 190여대에 불과하다. 그러면 그 때까지 도태될 380대의 빈자리는 무엇으로 메운단 말인가?
군이 현재 검토중인 대상 기종은 공식적으로는 4종이었다. F-15, EF-2000, RAFALE, SU-35(37)들이다. 이중 EF-2000은 아직 야전에서의 성능이 증명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되지 않는 것 같고, 러시아 기종은 안전성과 군수지원 측면에서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 눈치다. 그래서 실질적인 대상 기종은 F-15과 프랑스 제품인 RAFALE이었다.
많은 이들이 RAFLE의 상대적 우수성을 주장하지만 선택은 기종의 우수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라는 2개국의 국력에 의해 결정될 것이 뻔하다. 설사 프랑스제가 좀 유리하다고 해서 40억 달러를 프랑스에게 넘기면 이는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전투기 성능에 약간의 차이가 우리에게 주는 이익은 별로 크지 않다. 하지만 우방인 미국의 감정을 상하게 하면 엄청난 것을 잃는다. 따라서 FX사업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F-15기를 선택할 것이 뻔하다.
만일 F-15기가 결정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F-15기종은 1970년대 전투기로 3세대 기종으로 불린다. 옛날에 김지미가 예뻤다고 해서 지금도 그런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 날렸던 F-15기는 지금 미공군에서도 퇴역하고 있는 기종이다. 아마도 5년 후에는 굉장한 희귀품이 될 것이다.
수리부품 제조 업체는 이미 F-15기 부품 생산라인을 폐쇄한지 오래다. 폐쇄하기 전에 미공군의 부품 소
요를 예측해서 사놓은 부품들이 창고에 들어 있을 뿐이다. 한국이 F-15기를 구입하면 창고에 쌓아둔 부품으로 조립하게 된다. 한국이 이번에 사주지 않으면 조립생산라인이 폐쇄될 모양이다. 만일 우리가 F-15기를 구입하면 불과 몇 년 이내에 수리부품 고갈에 직면하게 되고, 희귀한 만큼 구하기도 어렵고 부르는 게 값일 것이다.
더구나 미군은 앞으로 3-4년 후에 제5세대 전투기로 무장할 모양이다. 하나는 단가 1억불을 상회하는 단가 F-22기이고, 다른 하나는 단가 3,000-4,000만 달러 짜리 JSF(Joint Striking Fighter)라는 기종이다. F-22는 너무 비싸서 우리가 가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전투기이지만 JSF는 미공군이 F-16기 대체기종으로 만들고 있으며 벌써 전세계에서 받아놓은 주문이 4,000대를 넘고 있다.
불과 3-4년만 기다리면 우리도 제5세대 전투기를 매우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는데 어째서 어렵게 확보
한 예산을 단종되는 늙은 기종에 쏟아 부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사실상 F-15기는 공중전에서는 적합하지 않는 기종이다. 미국에서는 F-15기와 F-5기와의 공중전을 시켜보았다. 공중전에서는 F-15기가 번번이 F-5에 패했다. 1970년대에 미국 언론들은 F-15기를 떠야 할 때에 제대로 뜨지 못하는 ‘공룡’이라고 공격한 적이 있었다. 설계가 복잡하여 정비 빈도가 높고 정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
문이다.
선택을 왜곡하고 있는 요소들
1960-70년대에 미국에는 3인의 전투기 마피아가 있었다. 보이드 대령, 리치아니, 스피니였다. 이들은 전투 조종사로도 유명하지만 공중전 이론의 대가들이었다. 이들은 F-15기에 대해 혹평을 가했다. 공군의 전투기 개념이 잘못돼 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F-15기는 몸체가 크고, 무거운 전자장비와 대량의 무장을 싣고 다니는 공중의 항공모함이라는 것이다. 적의 공격에 취약한 데다가 공중기동이 우둔하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미국방성은 이들 3인의 전투기 마피아들에게 “그럼 당신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전투기를 설계 해 보시오”하고 주문을 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F-16기가 나오게 됐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 공군은 웬일인지 F-16기를 폄하했다. F-16기는 미공군의 주력기다. 미공군이 보유한 모든 항공기의 57%가 F-16기이다. 공중전, 정밀폭격, 전파교란 능력에 있어서는 F-15기를 훨씬 더 상회하고 있다.
과거에 F/A-18기와 F-16기가 7년간 경쟁했다. 그 때 공군은 F-16기를 MIG-29기에 대적할 수 없는 열등한 기종으로 폄하했다. 그러나 대유고전에서 F-16기는 MIG-29 킬러임이 증명됐다. 미국에서는 최고의 전투기가 왜 한국공군에서만 폄하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공군에게는 가격과 가격에 상응하는 성능에 대한 분석이 결여돼 왔다. 공군이 그토록 갖기를 원했던 F/A-18기는 지금 미해군도 1억달러씩에 구매하고 있다. 이는 F-16기 가격의 3배에 해당한다. F/A-18기가 비싼 것은 생산 대수가 적고 항공모함이라는 좁은 갑판에서 이착륙해야 하고, 짠 해수에 견뎌야 하기 때문에 비싼 것이지 성능이 우수해서 비싼 것이 아니었다.
F-15E기와의 비교에서도 마찬가지다. F-15기는 오래 전부터 단종될 계획 하에 있었기 때문에 그 동안 돈이 많이 드는 성능개량은 별로 하지 않아 지금은 F-16기보다 전투성능이 오히려 떨어져 있다. F-16기는 JDAMS라는 2,000파운드 신무기를 장착하고, 최신의 전파교란기 및 자동생존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도록 성능이 향상됐지만 F-15기에는 이러한 능력이 없다.
그러면서도 F-15E기의 무기체계 비용은 F-16기의 3배 이상이며, 운영비도 2.5배나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계통의 제4세대 전투기(유로화이터) 역시 성능면에서는 F-16기와 대동소이하지만 가격은 소수의 생산량으로 인해 F-16기의 3배나 된다.
공군이 주장하는 작전반경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에겐 아직 전혀 필요가 없는 내용을 가지고 전투기 선택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F-16기와 F-15는 공히 3개씩의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할 수 있다. 연료가 소모된 탱크는 공중 투하되기 때문에 드롭탱크라고 부른다.
3개의 연료탱크에는 F-16의 경우 1,040 갤론이, F-15기의 경우 1,830 갤론이 들어있다. 단거리 미사일 2개, 중거리 미사일 2개, 외부 연료탱크 3개씩을 장착하고 작전 고도인 15,000피트 상공에 누가 얼마나 더 오래 날아다닐 수 있는가? F-16기는 2.5시간, F-15E기는 3.2시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똑같은 것들
을 장착하고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F-16기는 1,3335 km를, F-15E기는 1,528km를 나를 수 있다. 작전거리상 사실상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공군은 독도에까지 나를 수 있는 전투기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F-15E기를 선호한다고 하지만 F-15E기도 외부 드롭탱크를 사용해야만 독도를 갈 수 있다. 드롭탱크를 사용하면 F-16기도 독도가 아니라 일본 본토에까지도 왕복할 수 있다. 그러나 독도에 대한 국민감정을 전투기 구매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과 일본이 신방위전략을 채택했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통제하에 주변사태에까지 일심동체로 개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간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독도에 전투기를 날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발 엔진이냐 쌍발 엔진이냐에 대한 왜곡된 시각도 선택을 왜곡하고 있다. 이번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기종을 쌍발엔진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F-16기는 경쟁 자격마저 상실했다. 쌍발엔진과 단발엔진의 신뢰성 차이는 얼마나 되나? 최근 5년간 미공군 자료가 보여준 매 10만 시간당 사고 손실율은 쌍발엔진인 F/A-18기가 3.2대, F-16기가 2.9대로 F-16기가 오히려 적은 손실율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출현하는 최신 기종들은 거의 단발엔진으로 개발되고 있다.
엔진의 신뢰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백업 수단은 가벼운 두 개의 쌍발 엔진에보다는 무거운 단발 엔진에 장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 때문이다. F-15기는 비교적 신뢰성이 낮은 PW엔진 두 개를 달고, F-16기는 신뢰성이 높은 GE엔진 한 개를 달고 있다. 또한 전투기 손실 원인 중에 엔진 결함으로 인한 손실율은 25-30%에 불과하다. 따라서 쌍발 엔진을 낮은 손실율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선택을 왜곡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로비이다. 정부는 생산라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대의 F-16기를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언론들은 대다수 공군 조종사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정부의 결정을 업체의 로비 결과인 것으로 호도했다. 그러나 로비가 있다면 그 의혹은 오히려 F-15E기를 주장하는 쪽에 있다고 본다. F-16기를 추가 생산하는 것은 계속사업이고 계속사업에는 로비가 있을 수 없다.
로비 의혹은 언제나 새로운 사업에서 강력하게 제기된다. 더구나 미국측 제조업체인 록히드마틴사는 100% 방산업체이기 때문에 군공무원들이 업체에 파견되어 일일 회계결산을 하고 있고, 한 때 해외부정법에 저촉된 관계로 인해 미감사원(GA0)의 밀착 감시를 받고 있다. 50달러 이상의 비용항목에 대해서는 일일이 GAO에 보고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로비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A-18기와 F-15기를 생산하는 보잉사는 민항기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회계의 자유가 보장돼 있고 GAO의 밀착 감시도 받지 않는다.
최근 일간지는 만일 FX사업이 지연되면 그 돈으로 공중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를 살 것이라는 기사를 썼다. 조기경보기는 즉시라도 필요한 것이지만 공중급유기는 적어도 20년 이내에는 불필요한 장비다. 당장 사다 놓고 어느 나라 상공에 가서 급유를 한단 말인가? 들여오자마자 박물관에 보관할 것이다. 공중급유기 역시 보잉사 제품이다. 보잉사와의 유착을 의심케 할 수 있다.
지금 미국정부와 한국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는 데 대해 외무장관을 긴급 경질함으로써 미국에 외교적 선전포고를 했다. 한미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FX사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 지연되면 F-15 조립라인은 폐쇄된다. 사실상의 포기다.
2월 4일, 국방장관이 기자들과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한미관계를 생각해서 예산을 더 배정해서라도 FX사업을 진행하여 F-15기 구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이는 2월 5일자 일간지에도 보도됐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오판이다. F-15기를 지금 사 준다 해서 미국의 대북 정책과 대한 정책이 바뀌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프랑스 제 RAFALE을 구입하면 한미관계는 그야말로 악화된다.
지금까지의 글은 앞으로 공군 전투기의 전력 문제에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200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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