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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양말이죠?^^"
탐조여행에서 만난 분들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입니다.
"양말 맞습니다^^" 라고 솔찍하게 대답해 드리면 대부분 한참 쳐다보며 웃다가 저마다 한마디씩 감상평을 내놓습니다!
"혹시 신던거 아니에요?"라고 의혹의 눈초리로 유심히 살펴보시는 분에서 부터 "멋지다"라고 감탄하시는 분까지 반응은 무척 다양하지만 결국엔 다시 한 번 묻게 됨니다.
"그런데, 왜 망원경에 양말을 씌웠어요?"
Leica APO-Televid 77 굴절형 망원경
제가 사용하는 Leica APO-Televid 77 굴절형 망원경의 원래모습입니다. 세련된 디자인이 멋스럽기는 하지만, 유선형의 자극적인 은청색의 몸체는 언듯 대포나 총처럼 보여서 새들에게 위협을 느끼게 합니다.
대부분의 새들은 고도로 발달된 눈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보다 수십배나 시력이 좋으며, 시각적인 자극에 무척 민감합니다. 그래서 위장 없이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면 새들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미처 초점을 맞추기도 전에 달아나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협을 느끼고 경계하는 쇠기러기들
일반인들은 새들이 놀라서 날아오르는 것이 그저 멋있기만 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사실 놀라서 날아오르는 새들은 먼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몸속에 저장한 지방을 소모해 버려 생존을 위협받게 됨니다.
환경파괴로 서식지와 먹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람들로 인해 방해를 받게 되면 위의 사진속에 쇠기러기들처럼 새들은 초긴장상태로 목을 바짝들고 경계를 합니다. 이렇게 경계를 하는 상황에서는 먹이를 먹을 수 없으며, 많은 수의 무리에서 어느 하나가 놀라 날아오르면 전체 무리가 함께 달아나 버리게 됨니다. 그러므로,이렇게 새들이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면 날아오르기 전에 천천히 물러서야 합니다.
새들이 위협적인 물건이나 사람의 접근으로 인해서 놀라서 날아오르는 상황이 자꾸 반복되면 결국엔 이러한 새들의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기섭박사님이 말씀하셨듯이 야생동물이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인류를 위협하는 에이즈나, 광우병, 가금인플루엔자 등은 모두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동물들에게서 사람에게 전염된 질병들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기역하면서 우리들은 탐조를 할때도 새들을 배려하고 그들이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장비를 잘 위장 해야 합니다.
Leica 망원경전용 소프트케이스
Leica 에서 나오는 전용 소프트케이스가 있긴한데, 역시 검은색이라 새들에게 총처럼 보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따로 나오는 연녹색 커버는 별도로 외국에 주문해서 구매를 해야 하고 가격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 할 만큼 너무 비싸기 때문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시세로 연녹색 커버만 대략 20만원 이상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망원경커버에 까지 구태여 외화를 낭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Leica 에서 나오는 망원경 커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망원경의 앵글을 자유자재로 기울일수 없고 고정한 상태로만 관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위장을 하면 새들에게 위협을 주지 않고, 망원경도 보호하고 화면앵글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양말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구입한 고탄력 갈색양말
망원경의 굵기가 사람의 발과 비슷한 점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색깔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여 위장을 하기에는 안성맞춤 이죠.^^
저는 일년내내 사용할 수 있는 갈색을 골랐습니다. 다음에 새것으로 교체 할 때는 얼룩무늬 국방색 양말을 구해볼까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망원경에 양망을 씌우는 방법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1.망원경의 각부위에 맞도록 양말 자르기
망원경의 각부위를 덮을 수 있는 크기로 가위로 잘라 놓은 모습입니다.
왼쪽부터 망원경의 후드부분과 몸통, 접안렌즈 아랜부분에 맞도록 제단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3부분으로 나누어 씌우면 망원경을 사용하고 앵글을 조절 할 수 있어서 무척 유용합니다.
2.양말을 씌울 때는 중간 몸통부터
망원경에 양말을 씌울때는 맨 먼저 몸통부분의 삼각대 고정나사선이 있는 부분을 고려해서 원래크기 보다 약간 작게 가위로 잘라냄니다. 그리고는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끼워 넣으면 됨니다.
3. 한부분 한부분 씌워 보면서 크기에 맞게 자르기
제가 찎은 사진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을 벗겨서 촬영한 것입니다. 눈대중으로 잘라내는 것과 실제로 씌웠을때 모습과 각 부위의 길이는 달라지기 때문에 길이와 늘어나는 정도를 감안해서 크기에 맞게 한부분씩 잘라서 만드는 것이 중요 합니다.
한번에 딱 맞도록 잘라서 몸통에 씌우려고 하지 말고 조금 작게 만들어서 수정을 해서 정확하게 각부위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4. 후드부분 씌우기
망원경의 후드부분은 후드 끝부분에 양면테잎을 붙여서 대물렌즈 앞으로 양말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해 두면 좋습니다. 그리고 대물렌즈쪽을 2중으로 덮어서 후드를 빼더라도 망원경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 더 효과적으로 위장을 할 수 있습니다.
양말이 2중으로 겹쳐진 모습
양말은 "ㄴ" 자 모양으로 꺾인 모양이기 때문에 길이를 고려해서 처름 자를 때 각부위 길이를 참고해서 자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망원경의 후드를 뺐을때 길이를 감안해서 속이 보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잘라내야 합니다.
5. 접안렌즈부분 씌우기
접안렌즈에 맞도록 구멍을 낸후에 양말을 쓰위보면 깨끗하게 끝부분을 처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됨니다. 이럴때는 천으로된 고무밴드를 접안렌즈와 망원경 몸체가 만나는 지점까지 내려서 잘라낸부분을 고무밴드 안쪽으로 말아 넣으면 깔끔하게 정리가 됨니다.
고무밴드로 잘라낸 부분을 정리한 모습
이렇게 고무밴드를 이용할때는 어는 정도 여유를 두고 양말에 구멍을 내어야 합니다. 고무밴드를 꽤매면 완벽하겠지만 사용하다 보면 움직임으로 인해서 정리한 부분이 삐져나오기 쉬운것이 단점입니다^^
6. 전용케이스에서 렌즈뚜껑 떼서 줄로 묶기
꼭 전용케이스가 아니라도 대물렌즈와 접안렌즈의 크기에 맞는 뚜껑을 만들어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망원경이 렌즈캡이 있기때문에 없어도 큰 불편은 없지만, 렌즈캡은 이동시에 분실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대물렌즈에 맞는 커버가 있다면 양말을 씌울때 같이 묶어서 붙이면 야외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7. 삼각대에 장착하고 점검하기
망원경에 양말을 씌우고 대물렌즈커버와 접안렌즈 커버를 묶은후 삼각대에 장착하고 작동에 불편한 곳이 없는지 점검합니다. 앵글을 기울이고, 초점을 맞출때에 양말이 걸리거나 하면 조금 더 잘라내서 미리 정리를 해 놓으면 야외에서 사용 할 때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 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습니다.
8. 판초우의로 몸을 숨기고 옷으로 삼각대를 위장
위장텐트 같은 전문적인 장비가 없더라도 국방색 판초우의로 촬영자의 몸을 숨기는 것은 생태사진 촬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새들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이니까요! 특히 사람의 눈을 몹시 의식하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게 되면 거의 대부분 새들은 극심한 두려움에 도망치게 됨니다. 그래서 저는 위장을 했더라도 사진을 찍으면서 직접적으로 새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유난히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또한 망원경과 삼각대도 새들에게는 낮선 물체이므로 주위색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다가 이럴때 장비를 위장하는데 활용합니다.
이렇게 위장을 한다고 해서 새들이 촬영자가 있는 것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덜 위협적으로 보여서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장을 하고 움직이지도 않고 말을 하지도 않으면 아주 가까운 거리에도 새들이 평소 모습대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망원경에 호기심 많은 진박새가 망원경 위에 올라 앉거나, 뒤집어쓴 판초우의 위로 검은등 할미새가 앉아서 걸어다는 등 재미 있는 경험도 많았습니다^^
장비를 위장한 후에 촬영한 박새 수컷
평소에 산새들이 물을 먹고 목욕을 하는 곳에 새들일 좋아하는 먹이를 놓아두고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 처럼 몸을 위장하고 촬영을 하는 경우에는 새들이 찾아오는 장소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햇볕이 드는 시간대와 새들이 찾아오는 시간을 고려하여 사전에 촬영계획을 세우고, 예상시간보다 빨리 와서 준비를 하고 기다리면 더 생동감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첫댓글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고, 반사도 없고.. 실용성이 돋보입니다^^
와 ! 정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군요. 박새 깃털의 젖어 있는 모습이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가락지의 경우 자라면서 조여지지는 않나요?
대부분의 새들은 다리가 가장 빨리 성장하고 굵어 지기 때문에 가락지가 조여지는 일은 없담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탄력이 줄어들어 헐렁해 지거나 빠지기 쉽죠^^
사진 찍는 학생... 대물 뚜껑도 안빼고 사진찍고 있다.
아 그거 뚜껑 아니야! UV필터야, 라이카 정품이래나 뭐래나 너무 비싸더라 그당시에 10만원이나 했는데, 첨 망원경 살때 멋모르고 그냥 사버렸어. 라이카는 UV필터 끼우면 콘트라스트가 너무 심해져서 사진찍을 땐 되게 안조아 0T.T0 다른 망원경도 마찬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