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극단 연극 놀이가 만들고자 하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그것을 해치고 나가려는 교사와 학생들의 눈물어린 노력을 주된 모티브로 하여 우리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우리네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입시. 사랑 등의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 작품은 연극 놀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무대를 통한 '가르침'의 실천이라는 카테고리에 가장 잘 부합되는 작품이라고 본다. 원작의 인물. 배경을 우리네 교육 현장으로 옮김으로써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막연하게나마 그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자 함이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보다 훨씬 값지게 우리 학생들에게 다가가길 기대하며 이 작품을 준비한다. 특히, 교육 일선에 서 있는 교사들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사제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이 작품은 공연으로써 만의 성과뿐 아니라 청소년 창작 희곡 발굴이란 더 큰 의미가 있어 우리 청소년 문화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교원 극단 연극 놀이의 4번째 정기 공연으로 1998년 8월 10일 ∼ 12일까지 국립 중앙 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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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이재성 선생님의 요청으로 '톰 슐만"의 "죽은 시인의 사회"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창작한 작품이다. 극의 커다란 줄거리는 위 작품을 따라 가고자 한다
Sponsored by : 한국 연극 협회 한국 국제 아동 청소년 연극 협회 한국 청소년 연맹
production : 교원 극단 연극 놀이 인터 C&A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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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이일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다. 교지 편집부)
오시샘 (이일의 절친한 친구)
김순진 (소극적인 성격, 이성 문제로 고민한다)
민소심 (부모가 이혼을 했다)
윤기찬 (학생 대표, 부유하고 현실적이다. 아버지가 육성 회장이다)
이경도 (검도부, 검도 대회에서 폐하여 좌절하며 고민한다)
민병태 (검도 부원)
박종이 (같은 반 학생)
편집부장 (선배)
선배 (교지 편집 부원)
이연희 (경도의 애인)
줄리엣 (극중 극 등장 인물)
교장 선생님
김광 (국어 선생)
이현린 (연극을 지도한다)
오신심 (종교에 심취한 선생)
이일 아버지
이일 어머니
기찬 아버지
소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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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두 개의 동시에 처리될 수 있는 복합적인 구조이면서 상징적으로 표현됐으면 한다. 영화의 이미지를 연출해서 적극적으로 활용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객석 조명이 꺼지면 opening 음악이 흐르고 슬라이드 필름이 투시된다. opening 음악이 끝나면 슬라이드 out되고 무대 apron에 학생 부장이 등장해서 관객을 상대로 정렬을 시킨다.
# 1.
[부장] 차려! 열중 쉬어! 차려! 야, 거기! 조용히 해, 이 까마귀들아. 조선 놈들은 '팽이'라니까. 매를 들고 치지 않으면 말을 안 들어요. 자 이제 강당에 들어가 교장 선생님과 내빈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도록 정숙을 유지한다.
부장 퇴장하면 막이 오르고 이어 행진곡과 함께 기수단이 들어오고 선생들과 학생 입장. 태극기와 교기 그리고 '전통' 과 '명예' '규율' '최상'의 교훈이 적힌 깃발들이 보인다.
[부장] 조용! 열중 쉬어, 차려! 지금부터 새 학기를 맞아 교장 선생님이 말씀이 있겠습니다. 교장 선생님에 대하여 경례.
[학생들] 최상!
[교장] (근엄하게) 쉬어.
[부장] 쉬어! 열중 쉬어!
[교장] 친애하는 학부 형님과 학생 여러분. 우리 학교는 90년 가까운 전통을 이어오면서 이 나라에 많은 인재를 양성한 명문교입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을 바치신 선배님들이 계신가 하면 이 나라가 전란에 휩싸였을 때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신 선배님들이 계셨고 최근에 와서는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계의 중요한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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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는 선배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여러분은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더 나은 학교생활을 하기 바랍니다 그럼 '명예'란 무엇일까요? 학생.
[학생1] 명예란 '위엄을 갖고 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뜻합니다!
[교장] 좋아. 그럼 '규율'이란 무엇일까?
[학생2] 그것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이 사회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틀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장] (약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럼 '최상'은 무엇인가, 이일군.
[이일] 최상이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최상이란 것은 가능한 모든 성공의 열쇠입니다.
[교장] 좋아. 우리 학교는 항상 최상의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는 졸업생 94%가 일류 대학에 입학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는 모두가 교육에 전념하시는 선생님들의 노고와 또한 학부모님들의 협조, 그리고 학생 여러분의 학구열이 없이는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선배들의 전통을 이어 받아 더 많은 학생들의 일류 대학에 입학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부장] 차려! 다음은 새로 오신 선생님 소개가 있겠습니다. 국어과 김광 선생님!
김광, 강단에서 내려와 재미있는 자세로 인사하나. 이현린 손뼉을 친다. 그러나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는다. 멋적게 웃는 두 사람, 오순심이 피식 웃는다
[교장] 김광 선생님은 여러분의 선배입니다. 국내 최고의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뜻하신 바가 있어 우리 학교에 자원하셨습니다. 후배들을 사랑으로 이끌어 주실 겁니다. 여러분도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 일류 대학에 진학하길 바랍니다
[부장] 다음은 교가 제창
오신심 선생 나와서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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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백두대간 정기를 받고
한강으로 울을 두른 긴요한 이 곳
우리는 모였다 최상을 지향하며
명예와 규율을 존중하는 우리들
이 나라 기상, 이 땅의 인재들이 자라난다
우리의 목표는 최고,
이 땅의 최고가 되고자 한다.
교가 간주에 선생들 퇴장하고 학생들이 책상을 갖고 적당하게 배치하자 무대는 교실이 된다 교가가 끝나면 1, 2, 3교시 수업.
#2-1. 1교시
[선생1]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모두]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선생1] 유봉자원방래면 불역열호아
[모두] 유봉자원방래면 불역열호아
[선생1] 소년이노 학난성이니 일촌광음 불가경이라
[모두] 소년이노 학난성이니 일촌광음 불가경이라
수업 종
#2-2. 2교시
[오신심] 오늘의 수업은 질서와 윤리 생활이다. 질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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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화 구성원 모두를 위해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며 규범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 사고방식으로 질서와 규율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무 규범의 상태에 빠져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무책임한 행동이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아니, 너! 지금 뭐하고 있니? 주님이 주신 신성한 수업 시간에 졸고 있어? 아니, 자라는 밤에는 잠 안 자고 무슨 짓하고 수업 시간에 자냔 말이다. 너의 부모님도 이 사실 아시냐? 이런 널 위해 뼈빠지게 일 하시며서 마치 네가 서울대라도 갈 것처럼 기대하실 것 아니야. 우리 모두 가엾은 부모님을 위해 용서의 하나님께 기도하자꾸나. 사랑이 충만하신 주여, 이 사악한 마귀의 시험에 빠진 어리석고 불쌍한 어린양이 참회하여 부디 모두가 대학문에 나란히 서서 주님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채찍질하여 주시옵소서. 사랑이 가득한 주님께 간절히 기도 올리옵나이다. 아멘.
수업 종 울리면 학생 부장의 방송 멘트
[부장] (소리) 2학년 3반 지금 곧 바로 운동장에 집합한다. 실시!
#2-3. 3교시 - 체육 수업이다
학생들은 정렬하고 있고 부장 등장
[부장] 좌로 번호.
[학생] 하나, 둘, 셋, --- 일곱, 번호 끝!
[부장] 일곱? 한 놈은 어디로 갔나? (병태 졸다가 뒤늦게 뛰어 온다) 흥! 정신 상태 불량이다. 아 잠깐, 복장 상태 봐라! 미친 놈! 지랄하고 있네. 신성한 수업에 대한 예의가 없다. 오늘은 2학년 3반 전체 정신교육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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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뻐쳐 뒤로 취침, 좌로 취침, 우로 취침, 전체 토끼뜀으로 운동장 한 바꾸! (학생들이 기합을 받는 중에 수업 종) 오늘은 종이 너희들을 살렸다. 다음에 보자.
학생들 지쳐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다
#3.
[경도] 야, 왜 그래?
[병태] 쫑이 저 자식! 아무래도 저 자식이 고자질 한 것 같애. 담탱이가 나더러 비디오방엘 갔다는거야. 어제 비디오방에서 나오다 쫑이 봤거든.
[경도] 그렇다고 꼭 쫑이가 고자질했다고 볼 순 없잖아.
[병태] 아니. 날 못 잡아먹어 안달이잖아. 두고보라지. 내가 말로 갚아 준다.
[기찬] 이게 학교냐 감옥이냐.
[시샘] 학교지.
[기찬] 조퇴도 맘대로 못하니.
[시샘] 그럼 학교를 그만두지?
[기찬] 나두 그랬으면 좋겠다. (삐삐 신호음) 야! 삐삐 왔다. 삐삐.
[소심] 신문 봤어? 옆에 학교에서 또 두 명이 자살을 했대.
[시샘] 그게 정말야?
[기찬] 자살이 무슨 유행이냐.
[시샘] 그러게 말야.
[소심] 하지만 얼마나 힘들면 죽으려고 할까.
[기찬] 힘들어? 힘들다고 다 죽으면 남아 있는 우리는 뭐야.
[소심] 그래도--- 희망이 없어서 죽으려는 거야.
희망! 그래. 하지만 우리가 밤낮 듣는 소리는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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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성적, 점수, 경쟁, 대학, 출세, 돈.
그래. 우리한텐 이런 게 전부야
(안무)
[소리] 공부, 성적, 점수, 경쟁, 대학, 출세, 돈.
공부 공부
한눈팔지 마
놀지도 마
너는 나의 경쟁자
네가 이기면 내가 지고
내가 이기면 네가 진다
보충 수업
자율 학습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 성적, 점수, 경쟁, 대학, 츨세, 돈, 일등---
#4.
아이들의 무거운 삶을 그린 춤을 김광 선생이 들어오다 본다. 한 학생이 김광을 발견한다.
[김광] 아직 멀었어? 그럼 더 있다 들어오고.
분위기는 긴장하고 빠르게 수업 준비를 한다. 김광 선생이 교단에 올라서자 학생들은 긴장한 듯 허리를 편다.
[김광] 그 놈의 시험 지옥. 우리 때도 마찬가지였어. 조금도 나아지질 않아.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구. 반장
[이일] (어딘지 어색하게 일어서서) 차렷. 경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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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최상!
[기찬] 선생님, 반갑습니다.
[김광] (망설이다가) 그래, 반갑다. 학교에 다니면서 지금까지, 군대에서도 늘 경례만 하다가 이렇게 경례를 받으니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걸.
[기찬] 선생님 기분이 좋으십니까?
[김광] 아니. 잘 모르겠다. 내가 여기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희들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런 행위를 통해 존경심을 만들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수근 거린다) 아무튼 우리 좋은 관계를 만들어 보자. 먼저 시에 대해서 공부하려는데,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이일] (참고서를 들고 일어서며) 시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운율과 음율, 그리고 비유와 같은 사항을 충분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의 대상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표현되고 있는가 이고 다음은 '대상은 얼마만큼 풍부한 것인가'이다. 하나는 시의 완성도를 꾀하는 것이고 둘은 그 중요도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김광] 그래? 시를 어떤 채점 방식에 따라 좋은 시와 나쁜 시 고상한 시와 저속한 시를 나눌 수 있단 말이군. 그런가?
[시샘]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시험을 보죠?
[김광] 시험을 보기 위해 시가 존재한다? 그런 참고서는 모두 찢어 버려라.
[학생들] 네?
[김광] 우리를 가두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너희는 시를 읽고 거기서 느끼기 전에 먼저 참고서를 보고 거기에 다 네 생각을 맞추고 있어. 그런 책은 모두 찢어 버려라. 찢어.
[순진] 정말로 찢어요?
[김광] 네 마음이지. 하지만 나라면 찢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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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찢어라 찢어
고정된 생각을 찢어 버리고
정해진 틀을 찢어 버려라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라
시는 로맨스, 자유, 사랑, 아름다움.
수없이 고뇌하는 모습이 담겨 있지
(함창) 찢어라 찢어
고정된 생각을 버리고
정해진 틀을 버려라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
후주가 이어지면서 교실이 무너지고 책상이 나간다
#5.
그러면 교사 휴게실 (또는 복도) 김광은 아이들의 춤을 흉내내다가 이현린과 마주친다.
[이현린] (차를 내밀며) 차 한잔하시겠어요.
[김광] 예!
[이현린] 소감이 어때서요?
[김광] 뭐요?
[이현린] 첫 수업을 하신?
[김강] 재미있어요. 선배님은요?
[이현린} 제가 무슨 선배예요. 1년밖에 안됐는데.
[김광] 1년이 어디예요?
[이현린] 그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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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 선생님은 어떠세요?
[이현린] 벌써 제 열성이 식은 건지, 아이들이 풀이 죽어 있어요.
[김광] 활기가 넘치던데요?
[이현린] 2학년하고 3학년 차이죠. 1년이 어찌나 다른지. 정말 세월을 실감할 수 있다니까요.
[김광] 시험 때문이겠죠.
[이현린] 그래요. 이제는 입시를 논술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국어 시간이 그만큼 부담스러우시겠어요?
[김광] (사랑에 관한 시를 암송한다) 아이들에게 시도 읽게 해주고, 좋은 책도 권해 주고 싶은데---
[이현린] 진도를 맞추다 보면 아무 것도 못해요.
[김광] 꼭 진도를 맞춰야 합니까?
[이현린] 시험을 보잖아요.
[김광] 특활 시간을 이용해 보죠.
[이현린] 글쎄요, 그게 무슨 특활 시간인가요. 아이들 자습시키는 시간이지.
[오신심] (오신심 등장) 안녕하세요, 김 선생님! 한번 뵐려구 선생님 자리에 몇 번이나 갔었다구요. 그런데, 그건 그렇구 이선생님! 지난주에 왜 교회에 안 왔어요. 주님 말씀 듣고 은혜 받아 천국 가는 길 동행하자니까. 내가 다 이선생 아끼니까 안타까움에 이러는 거야. 다음 주일에는 꼭 봅시다. 참, 김선생님은 교회에 다니시나? 우리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주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아이들이 바로 선다구요. 어쨌든 남자 선생님이 오셔서 정말 다행이예요. 여자 선생들이 많으면 아이들 잡기가 어렵거든요.
[김광] 잡아요?
[오신심] 아, 왜 이선생도 경험했겠지만 남자아이들이 좀 짓궂어 야죠. 매를 들려고 해도 그게 먹히나요, 요즘 세상에?
[김광] 그래도 아이들은 밝던데요.
[오신심] 밝다구요? 말썽꾸러기들이예요. 김선생님도 한 달만 지나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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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뜻을 아시고 절망감을 무릎을 치실꺼예요. 저 천사 같은 입으로 마귀의 언어를 뱉어 내고 주님이 금하신 온갖 일들을 저지르는 아이들을 볼 수가 있을 꺼예요. 술에 담배에 게다가 연애질까지, 이 모두가 주님 말씀대로 살지 않은 우리 선생들의 책임도 크다고 봐요. 우리 그런 의미에서 참회와 반성의 기도를 올립시다. 자, 사랑이 가득한 주님, 오늘 이 자리에 보내 주신 김광 선생님을 이해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또한 아직 어려서 주님의 사랑을 회피하는 이현린 선생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 말씀 받들어 살게 되는 그날이 속히 올 수 있도록 은혜를 내려 주시옵소서, 아멘 (조명. C. O)
#6. 검도 부실
기합 소리 - 검도 부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병태] 쉬었다 하자.
[경도] 시합이 얼마 안 남았어. 딴청 피우지 마.
[병태] 불안해서 연습이 안돼. 이번에도 성적이 안 좋으면 해체 될 지 모른다며?
[경도] 선배들이 있는데
[병태] 선배들? 자기들 앞 가름하기도 바쁜데 얼마나 돕겠어. 학교에 올라와 후원금이라도 내놓고 회식이라도 시켜 줘야지,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다가 해체를 막을 수 있겠어.
[경도] 그러니까 연습을 해!
[병태] 그래!
다시 연습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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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반대편. 이 일의 집. 무거운 기운이 짓누르고 있다. 일의 아버지가 축 늘어진 어깨로 들어온다
[이일모] 여보!
[이일부] --- (힘없이 웃옷을 벗는다)
[이일모] 어음이 안 돌아요?
[이일부] 내일까지 못 막으면 부도가 날 거야.
[이일모] 더 이상 친정에 손을 벌릴 수도 없고, 어쩌죠?
[이일부] 부동산에선 뭐래?
[이일모] 작자가 없대요. 매물은 많고 사자는 사람은 없고.
[이일부] 하늘에 맞기는 수밖에.
[이일모] 그래도 우리 회사는 이 고비만 넘기면 되잖아요.
[이일부] 그게 언제부터야. 지난겨울부터 매달 이 한 달만 잘 넘기면, 이 한 달만 잘 넘기면, 하고 지냈는데 - 이건 끝이 안보여.
[이일모] 빨리 경기가 풀려야 할텐데.
[이일부] 일이는?
[이일모] 금방 들어온다고 연락 왔어요.
[이일부] 뭐 하느라고 이렇게 늦는거야.
[이일모] 보충 수업하잖아요.
[이일부] 12까지 하는 보충 수업이 어디 있어. (초인종 소리. 어머니가 달려나간다)
[이일] 다녀왔습니다.
[이일부] 늦었구나.
[이일] 보충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잠깐---
[이일부] 잠깐이 12시야?
[이일] ---
[이일부] 쓸데없이 과외활동이 너무 많아. 교지 편집 일은 그만 둬.
[이일] 하지만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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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부] 뭐냐?
[이일] (더듬거리며) 전 부 편집장예요. 편집장형은 3학년이기 때문에 실제로 일은 제가 맡아서 해야 한다구요.
[이일부] 그러니까 그만두라는거야. 지금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는데 교지 편집? 이건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건지, 부려먹자는 건지.
[이일] 하지만---
[이일부] 대드는 거냐. 낮에 학교에 들려 담임 선생님을 뵙고 말씀드렸다.
[이일] 제 생각에는---
[이일부] 왜 자꾸 말대꾸하는 거냐. 앞으로는 절대로 말대꾸하지마. 알았어?
[이일] ---
#8. 교정의 한 공간.
김광과 이현린이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김광] 이 이야기 재미있지요?
[이현린] 네, 재미있어요. 시간 있으세요?
[김광] 물론이죠. 뭐 도와 드릴까요?
[이현린] 아니, 퇴근하고요.
[김광] 네, 저 시간 많아요. 무슨 걱정 있으세요?
[이현린] 아뇨. 풀리질 않아서요. 아이들하고의 관계가 잘 안 풀려요.
[김광] 남학생들이어서 그렇죠, 뭐.
[이현린] 작년엔 처음이지만 잘 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3학년을 맡기신 것 같은데.
[김광] 교육에도 2년 징크스가 있나 보죠.
[이현린] 2년 징크스?
[김광] 운동선수들이 2년 차에 들어서 잘 안 풀리는 것을 두고 하는 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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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린] 그런게 있어요?
[김광] 그럼요.
[이현린] 선수들은 어떻게 해요. 그럴 때? (수업 종)
[김광] 수업이 있어서요. 이따 수업 끝나고 봐요.
바삐 들어간다. 이현린, 뒤를 바라본다
#9. 교지 편집실
음악이 변하며 이일의 주제 음악이 깔린다. 이일과 기찬이가 앉아 지난 교지들을 하나씩 들추고 있다.
[기찬] 이제 와서 그만 둔다는 건 말이 안돼.
[이일] 나도 알아. 하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완강 하신지---
[기찬] 그건 네가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거야. 부모가 반대한다고 못하는 건, 의지가 약해서라구.
[이일] 그래, 나한텐 부모님을 거역할 의지가 없어.
[기찬] 누가 의지가 없다고 했냐. 그냥 조금 약하다 그랬지. 그나저나 네가 없으면 걱정이다.
[이일] 아냐, 너희들이 다 잘 하잖아. (그러다가) 이것 봐, 편집장 김광?
[기찬] 김광?
[이일] (교지를 빠르게 들춘다) 편집후기 - 여자의 허벅지를 사랑하는 남자?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
[편집부장] 하여튼 요즘 애들은 자기 희생이란 걸 모른다니까. 그래, 너 그렇게 공부해서 얼마나 잘 되는지 두고보자.
[이일] 부장님!
[편집부장] 꺼져! (이일 나간다)
[선배] 치워! (기찬 책상을 치운다)
#10. 패스트푸드점
연희가 앉아 경도를 기다리고 있다. 기찬과 순진 등이 들어온다.
[시샘] 죽인다.
[순진] 그러지 마.
[기찬] 왜? 전에 말한 애야?
[시샘] 용기를 내.
[기찬] 말을 붙여 볼까?
[순진] 그러지 말라니까. 아무래도 난 먼저 가야겠어.
[기찬] 가긴 어딜 가. 직접 말을 해 봐.
[시샘] 우리가 자리 피해 줄게 (기찬, 시샘 퇴장)
[순진] 나는 왜 이다지도 못난 놈일까
[노래] 좋아한다 말 한마디도 못하고
좋아한다 표시도 못하고
나는 왜 이다지도 용기가 없지
사랑하는 마음 순수하다고
사랑하는 마음 순결하다고 말하지만
설레이는 마음 어쩔 수 없어
용기를 내서 연희 쪽으로 간다. 이때, 경도 일행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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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오빠!
[경도] 연희야, 잘 있었어?
[연희] 응, 오빠 운동 잘하고 있지?
[순진] 경도 일행을 보고는 주눅이 들어 쭈삣 거리며 나간다
#11. 교정의 한 구석
[이일] (지난 교지를 꺼내며) 이게 뭔지 알아? 옛날 교지.
[기찬]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야.
[이일] 김광. 교지 편집부장'
[기찬] 여자의 허벅지를 사랑하는 남자, 죽은 시인의 사회---
[시샘] 여자의 허벅지를 사랑하는 남자라구? 김선생도 날나리였나? 그런데 죽은 시인의 사회는 뭐지?
[기찬] 무슨 암시가 있는 것 같지 않아?
[병태] 넌 교지 편집실에 있잖아. 죽은 시인이 사회에 대해서 아는 거 없어?
[이일] 없어.
[시샘] 교장이야. (아이들, 갑자기 점잖해진다)
[교장] 학교생활이 즐거운 모양이군.
[학생들] 네.
[교장] 공부 잘 되나?
[기찬] 네. 잘 됩니다.
[교장] 헌데, 김광 선생은 어떠냐, 재미있는 선생이지?
[기찬] 방금 선생님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장] 김광 선생은 일류 대학에 수석으로 입학을 해서 재학 시절엔 국비 장학금까지 받았다구. 너희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일류 대학에 들어가야지.
[아이들] 예. (교장,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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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일류 대학에 들어가야지.
한쪽에서 스포틱한 차림의 김 광 선생이 휘파람을 불며 나타난다
[이일] 선생님!
[김광] 고정관념을 버려라.
[이일] 죽은 시인의 사회가 뭐죠?
[김광] 어디서 들었지?
[이일] 옛날 교지에서 찾았어요.
[김광] 어떤 것이든 조사를 했다는 건 좋은 일이지.
[기찬] 선생님. 죽은 시인이 사회가 뭡니까?
[김광] 그건 비밀 조직야. 학교에서 생각할 지 모르지만, 아무튼 환영하지 않을꺼야.
[이일]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김광] 비밀을 지킬 수 있지?
[아이들] 네.
[김광] 그건 '삶의 정수를 흡족하게 맛보려는 조직'이야. 삶의 정수! 모여서 순서대로 시를 읽고 때로는 자작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병태] 남자들끼리만 시를 읽어요?
[김광] 남자들뿐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냥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혀끝에 벌꿀을 묻혀 놓은 것처럼 시를 낭송한 거야. 여자들은 꿈꾸는 듯한 도취경에 빠졌고 고양되며--- 그리고 그곳에는 신들도 나타났어.
[이일] 혹시 죽은 시인들의 작품만 읽나요?
[김광] 아니. 시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았어.
[시샘] 그럼 왜 죽은 시인이 사회라고 이름을 붙었죠?
[김광] 그 조직에 가입하려면 죽어야만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 네?
[김광] 기존의 모든 관습과 편견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다
[페이지] 024
시 태어나야 공인 받은 회원이 될 수 있지. 그리고 공인 받은 회원이 되려면 일생을 통해 견습 회원으로 지낼 의무가 지워지지.
[이일] 그럼 선생님은?
[김광] 난 그저 햇병아리 회원이었을 뿐야.
[순진] 아직도 견습 회원으로 계신가요?
[김광] 글세? (알 듯 모를 듯 한 미소를 짓고 나간다)
[이일] 우리도 동아리를 만드는 거야.
[순진] 불량 써클 만들면 정학이야.
[이일] 이건 불량 써클이 아니라 삶의 정수를 찾아가는 모임이라구. 여자아이들이 꿈꾸는 듯한 지경에 빠진다고 했잖아. 수업 종이 울린다.
[부장] (멀리서) 빨리 들어와. 이 놈들아.
#12. 교사의 휴게실
이현린이 책을 보고 있다. 오신심 흥분해서 들어온다.
[오신심] 망칙해요, 정말 망칙해.
[이현린] 무슨 일이세요?
[오신심] 우리 먼저 참회의 기도부터 합시다. 사랑이 가득하신 주여, 주님의 말씀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를 꾸짖어 주시고 이 어리석은 무리들을 온갖 음탕한 생각 속에서 구하시어 영육간의 강건함으로 악의 구렁이에서 구해 주시옵소서. 아멘 글세, 아이들이 공부 시간에 만화책을 보는 거예요.
[이현린] 만화책이요?
[오신심] 그것도, 에그 망칙해. 민망해서 볼 수가 없다니까요.
[이현린] 어떤데요?
[오신심] 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아이들이 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글세 옷을 다 벗은 불량 만화를--- 민망해서 입
[페이지] 025
에 올릴 수조차 없네요. 저는 무슨 책을 그렇게 열심히 읽나 잠깐 들여다봤는데--- 그건 아이들이 볼 책이 아녜요. 도대체가 어떻게 그런 책을 볼 생각을 하는지.
[이현린]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오신심] 내가 뺏을려니까 어찌나 빠르게 감추고 시치미를 떼던지, 그걸 뺏어 오지 못했어요. 그걸 뺏었어야 하는 건데. 오, 하나님. 저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여주십시오!
[이현린] 선생님. 이런거요?
#13. 교실
#12와 #13은 동시에 진행된다
[부장] 모두 눈을 감는다. 자기가 불량 만화책을 갖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으면 조용히 손을 든다. 지금 손을 들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 조용히 손을 들어. (아무 반응이 없다) 아직도 날 모른단 말이지. 누가 불량 만화책을 학교까지 가져왔는지 말하지 않겠다? 그래, 네 놈들은 모두 공범이야. 한 교실에서 그걸 돌려 봤으니. 눈 떠. 옆 사람과 마주보고 선다. 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너는 나쁜 놈이다' 하면서 따귀를 한 대씩 때린다. 실시! (학생들이 살짝 때린다) 애무하는 거야. 이렇게! (한 학생을 때려서 쓰러뜨린다) 자, 다시! 더 세게! 더 세게!
소심, 기절하여 쓰러진다
[페이지] 026
#14. 검도부
부원들이 검을 힘차게 내리치며, 우렁차게 기합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15. 교장실
교장과 소심 어머니
[교장] 요즘 아이들, 너무 나약해서 탈이라니까요.
[소심모]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가 워낙 약골이라서요--- 애가 내성적이라고 통 말이 없어요. 그래서 잘 몰라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친구들하고는 잘 사귀는지.
[교장] 그럼 이 문제는 학교하고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소심모] 이렇게 심려를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교장]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몽땅 다 책임을 지셔야겠습니다.
[소심모] 네. 아이가 계속 학교에 다니는데 지장은 없겠죠?
[교장] 이제부턴 선생님들이 더 신경을 써서 볼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심모]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교장]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소심모]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소심모,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가고 부장이 들어온다)
[부장] 잘 됐습니까?
[교장] 자넨 누구 간 떨어지게 할 일 있나.
[부장] 죄송합니다.
[교장] 이번 일은 내가 다 알아서 처리했으니 걱정은 알고
[부장] 고맙습니다.
[교장] 아버지가 없는 모양이야.
[페이지] 027
[부장] 네?
[교장] 계부하고 사나본데,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야.
[부장] 네---
[교장] 하여튼 문제는 가정에 있다니까. 결손 가정 아이들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고.
[부장] 가화만사성이죠. 헤헤헤---
#16. 다시 교실
아이들이 졸고 있다. 김광, 칠판에 무엇인가 적다가 졸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김광] 사람에게는 말이 있다. 모두들 알고 있지?
모두' 네.
[김광] 그것도 하나의 위대한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하나?
[이일] 네.
[김광] 그렇다면 그 말이 발명된 이유는 뭘까?
[이일] 사람들이 서로 의사 소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김광] 아니. 말이 무엇 때문에 발견되었는가. 그건 바로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이다.
[모두] 우아하하하---
[김광] 너희들이 어떤 여자를 꼬시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게을러선 안된다. 공부 시간에 졸아서도 안되고, 모두 잠이 달아났겠지?
[모두] 네.
[김광]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는 편견과 습관을 떨쳐 버릴 수 있겠나. 그것은, 새로운 견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교탁 위로 올라가) 자,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올라왔다고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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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 높은 곳을 좋아 하시니까요.
[김광] 아니다. 내가 이렇게 교탁 위로 올라간 이유는, 뭔가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마음을 쓸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믿을 수 없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너희들이 이 위로 올라와라. 자, 순서대로 이 위로 올라와서 세상을 보라구. 편견을 버려라. 습관을 떨처 버려, 그리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야. 어떤 것이든 확실하게 믿을 수 있다면, 그것을 또 다른 방향에서 보도록 생각하고 노력하라. (아이들이 하나씩 교탁에 오른다. 김광은 신들린 듯 말을 한다)
비록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더라도
바보스럽다는 것을 알더라도
책을 읽을 땐 정답만 찾지 말고
지은이의 생각만 찾지 말고
스스로 무슨 생각이 나는지
자신에게 떠오르는 것이 집중하라
너희들의 목표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데 있다.
자신의 목소리---
자, 이제 책상을 쌓아 두고 걸어 봐. 세상을 힘차게 걸어가는 거야.
아이들이 각자 걷는다. 김광 선생이 손뼉을 치자 차츰 발걸음이 맞기 시작한다. 차츰 음악에 맞춰 전체적으로 리듬감 있게 발전한다.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우리는 하나
하나 하나 작은 개체들로 이뤄진 커다란 무리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끌어 주며
[페이지] 029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자, 다리를 맞추며 활기차게 걷자
그렇지만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다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할 때
같은 틀 속에서도 우리는 자유롭다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김광과 아이들이 행진하면서 춤을 추며 나간다. 홀로 남은 이일
[이일] 나는 누구인가
지금까지 오직 앞 만보고 살았어
시험, 시험, 오직 일등
하나의 시험이 끝나면 또 다른 시험
과연 무엇을 쫓아 이렇게 사는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래, 나도 선생님처럼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드는 거야!
#17. 소심이가 병원 침대가 실려 급히 응급실로 옮기는 장면
#18. 아지트(동굴)
[이일] 그래서 '죽은 시인이 사회'를 결성하려는 거야.
[순진] 우리의 명예를 위해서!
[이일] 이제부터 죽은 시인이 사회 재 결성을 엄숙하게 선언한다. 회원은 여기 모인 사람들로 비밀과 우정, 그리고 삶의 정수를 찾고자 한다.
(책을 보며)
[페이지] 030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샛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모두 손을 잡는다.
[기찬] 우린 이제 더 진한 우정으로 뭉치는 거야. 어떤 어려움도 같이 이겨 나갈 것이고.
[시샘] 이 다음에 우리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이일] 선생?
[기찬] 아니, 죽어도 선생은 안될 꺼야.
[노래] 이 담에 우리 무엇이 되어 있을까
멋진 자동차 몰며 아리따운 여인을 아내로 맞을래
커다란 책상에 앉아 예쁜 비서를 들까
우리 이담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
지름은 큰 꿈을 꾸지만
아니, 그것은 허황 된 꿈
삶에 찌든 어른들을 닮아 가는 것이 우리 인생
그렇다면 나는 싫어
출세도 명예도 나는 싫어
나는 사랑하며 살 꺼야
누군가와 따뜻한 사랑을 나누며
어려울 때 함께 하고 기쁠 때 함께 할
그런 사랑
그런 사랑해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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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담에 무엇이 되어 있을까
세일즈맨? 부동산 중개업자?
그 무엇이 되어 있더라도 우리 우정은 변하지 않으리
#19. 공원 (or Cafe)
김광, 이현린
[이현린] 지난번에 도와주신 것 정말 고마워요.
[김광] 도움이라뇨.
[이현린] 확실히 선생님 방법대로 해봤더니 아이들이 훨씬 집중이 잘 되더라구요. 그런데, 오리지날이 아니어서 그런지 한 두 번 이상은 통하질 않아요.
[김광] 아이들은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기 때문이죠.
[이현린] 그렇다고 언제까지 아이들 기호에 맞추면서 갈 수는 없잖아요. 전 제 의지대로 끌고 가고 싶어요.
[김광] 그게 한계죠.
[이현린] 네?
[김광] 아이들에게 다가가겠다고 하면서도 한쪽으론 아이들 위에 군림하고 싶은 것.
[이현린] 그렇지 않아요. 제가 군림하고 싶어 한다구요?
[김광] 네?
[이현린] 저를 어떻게 그렇게 보세요.
[김광] 아닙니다. 전 다만--- 선생님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어른들이 갖는 공통점이죠.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죠. 이 차이는 엄청난 겁니다.
[이현린] 어려워요.
[김광] 그렇다고 포기하시렵니까?
[페이지] 032
[이현린] 모르겠어요.
[김광]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이현린] (안긴다)
#20. 교실
경도와 병태 등 검도 부원들이 서 있다.
[경도] 누구야, 이 편지를 쓴 놈이! 명진 여고 이연희 - 이 아이한테 접근하면 재미없다.
[아이들] ---
[병태] 지금 나타나면 빳다나 몇 대 맞겠지만 내가 찾아내면 가만두지 않겠다. 누구야?
[김광] (김광 지나가다 이들을 본다) 무슨 일인가?
[병태] 선생님은 모르셔도 됩니다.
[김광] 민병태. 무슨 일인가. 꼭 이래야 되겠나? 그렇다면 난 너희들 선배로서 부탁한다. 교내에서는 절대 이런 공포 분위기를 만들지 말아 줬으면 한다.
[병태] 저희들이 공포 분위기를 만든다고요?
[경도] 죄송합니다. (경도와 병태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이 자리에 앉는다)
[김광] 자, 오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용기'에 대해서 얘길 해볼까? 너희들은 진정 용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시샘] 선생님! 소심이가 이상해요.
[소심] 겁에 질려 상당히 떨고 자폐적인 행동과 발작을 한다.
[김광] 소심아, 떨고 있구나? 왜 그래?
[시샘] 아까 싸울 때부터 줄 때부터 그랬어요.
[김광] 소심아.
[페이지] 033
[소심] --- 무서워요.
[김광] 두려워하지 마라. 자, 앞으로 나와 봐. 왜 이렇게 떨고 있지?
[소심] 무서워요.
[김광] 뭐가?
[소심] 큰 막대기. 아버지가 막대기로 막 때려요.
[김광] 아냐, 아무도 널 해치지 않는다. 그래 소심아, 지금 말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마음 속 응어리를 다 뱉어 내는 거야.
그림자 극이 배경으로 펼쳐지고 아버지, 학생 부장, 선배들이 차례로 소심이와 이야기한다.
[소심]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 게요.
[소심부] 니가 공부를 안 하니까 그렇지.
[소심] 해요. 하지만 집중이 안 되는 걸요.
[소심부] 그럼 독서실에라도 가.
[소심] 거긴 답답해요. 숨을 쉴 수 없어요. 아이들하고 어울리기도 겁나구요.
[소심부] 아이들하고 어울리기가 겁난다고?
[소심] 막 담배를 피우라고 해요. 싫어요, 그런 거.
[소심부] 못난 놈.
[소심] 잘못했어요, 선생님.
[부장] 사내 녀석이 패기가 없어.
[소심] 잘못했어요.
[부장]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동작 보지.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 어깨를 편다. 야, 남자 녀석이 바느질 고리는 왜 넣고 다녀?
[소심] 옷이 찢어지면---
[부장] 계집애 같은 놈. 사내가 되려면 몽둥이맛도 봐야지. (야구 방망이를 든다)
[소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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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야! 너 돈 가진 거 좀 있냐?
[소심] 없어요. 정말 없어요.
[선배] 만약에 뒤져서 나오면 십 원에 10대다.
[소심] 으악! 여기--- 여기 천원이요. 오늘 점심 라면 값이에요.
[선배] 있는 데 없다 그래. 야! 벌로 너 내 가랭이 밑으로 기어
소심 가랭이 밑으로 기고 선배는 소심에게 소변을 본다. 소심이는 공포와 치욕에 운다.
[김광] (소심이를 안으며) 그래, 이제 괜찮아. 이제부터는 아무 일도 없을거야.
[소심] 선생님---
[김광] 그래, 이제 됐어. 소심이가 왜 힘들어하는지 친구들이 모두 알았다. 이제 우리 친구들이 도와서 소심이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줄 거야?
[아이들] 네. 그래야죠.
[기찬] 소심아, 너도 이제 우리하고 함께 가자. (소심 웃는다)
[합창] 용기 용기
우리에겐 용기가 있다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용기
폭력에 굴복하지 않는 용기가 있다
나를 돌아보고
새롭게 나를 바꿔 나 갈 용기가 있다
우리에겐 용기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고백 할 용기
서로의 어려움을 감싸안고 함께 할 용기
우리에겐 용기가 있다
#21.
검도 부원들의 기합 소리. 춤을 추듯 동작을 하며 지나간다. 위협적인 느낌이 든다.
[페이지] 035
#22. 다시 아지트
밤 안개인지 담배 연기인지 가늘게 피어오른다
[기찬] 소심이가 우리 회원이 된 것을 축하하며-
담배를 돌린다. 소심 쭈뼛거리다 받아 들고 한 모금 빤다. 기침을 한다. 기찬이 섹스폰을 연주한다. 그 사이에 순진이가 일어서 시를 낭송한다.
[순진] 내가 할게.
제목 - 별
너에게 가지 못하고
나는 서성인다
내 목소리 닿을 수 없는
먼 곳의 이름이여,
차마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다만 보고 싶었다고만 말하는 그대여
그대는 정녕 한 발짝도
내게 내려오지 않긴가요
[기찬] 자, 이 시를 봐.
[순진] 시를 보라구? (기찬, 외국 배우의 아슬아슬한 모습의 브로마이드를 펼친다.) 와!
[시샘] 기찬아, 정말 기차다.
[기찬] 이 여자 너 줄 수도 있어.
[시샘] 다른 여자도 구해줘.
[기찬] 물론이지.
내게 행운을 가르쳐 준 그녀,
그녀는 내게 사랑을 주었고
그 사랑은, 그렇게 큰 것이었네
섹스폰의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페이지] 036
[소심] 혼돈을 설계하고
혼돈을 꿈꾸고
울고
하늘을 향해 춤추고
할 만한 것은 더욱 많다!
더욱 많다!
기찬이 연주를 마친다
[소심] 언제 연습했어?
[기찬] 난 음악가가 되고 싶어. 부모님은 정치가가 되라고 하시지만, 얼마든지 뒷바라지하시겠다지만, 난 그런 거 싫어. 음악가가 되고 싶어.
[순진] 난 할꺼야.
[이일] 뭘?
[순진] 춤을 추고 싶어.
[시샘] 힙팝? 디스코?
[기찬] 지루박?
[순진] 아니. 우리 춤
순진이 한국 무용을 한다. 무용이 끝나면 아이들 환호와 함께 순진이에게 달려간다.
[순진] 난 지금 사랑을 고백할 거야.
[기찬] 진정해.
[순진] 난 지금까지 진정하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 고백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야.
[시샘] 야, 임마! 경도 애인이잖아.
[순진] 그게 무슨 상관야. 난 그녀를 사랑해.
[소심] 검도부 애들이 또 나타날 걸.
[순진] 겁나지 않아. 이렇게 마음으로 가슴만 태우고 살수는 없어. (달려나간다)
[페이지] 037
[시샘] 어떻게 하지?
[이일] 나둬. 저렇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다는 건 좋을 일 아냐?
기찬이 섹스폰을 연주한다. 아이들 모습이 실루엣으로 남는다.
#23. 연희의 집 근처 공원.
경도, 연희
[연희] 오빠, 왜 그래?
[경도] 시합이 얼마 안 남았어.
[연희] 그러니까 더 연습을 해야지.
[경도] 지금까지 했어. 너 다른 녀석들한테---
[연희] 벌써부터 나를 가둘려고 하지마.
[경도] 뭐야?
[연희] 오늘은 일찍 들어갈래.
[경도] 내가 힘들다고 했잖아.
[연희] 나도 힘들어. 힘들어 죽겠어.
[경도] 뭐가?
[연희] 오빠가 이러는 거. 난 오빠 좋아.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
[경도] 어디까지나?
[연희] 이웃에 사는 오빠야. 난 아직 오빠를 배우자로 생각할 나이가 아냐.
[경도] 그래, 나도 당장 너하고 결혼하겠다는 거 아냐.
[연희] 그런데 왜 자꾸 나를 구속 할려구 해.
[경도] 그건---
[연희] 미안해 오빠. 오빠 힘든데, 난 힘이 못되나 봐.
[경도] 그래, 대학에 들어가서 볼게. 그 때까지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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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대학에 못 갈까봐 그러는 거 아냐.
[경도] (연희를 바라보다 달려나간다)
[연희] --- (주저앉는다)
[순진] (언제 나타났는지 옆으로 다가서며) 괜찮아?
[연희] ?
[순진] 이걸 줄려고.
[연희] 뭔데?
[순진]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내가 지은 시야. 네게 주고 싶었어.
[연희] 죽은 시인의 사회?
[순진] 자.
[연희] 싫어.
[순진] 왜?
[연희] 지난번 편지처럼 또 오빠가 알면?
[순진] 혼나니?
[연희] 아니. 네가 곤란해질 지 몰라.
[순진] 그렇다면 괜찮아. 난 아무 곤란도 없으니까.
[연희] 그래도--- 경도 오빠가 알면 널 가만두지 않을거야.
[순진] 정말 날 위해 하는 소리야?
[연희] ---
[순진] 그렇다면 나도 가만두지 않을 걸. 난 죽은 시인의 사회 회원이거든.
[연희] 그게 뭐야?
[순진] 진정 용기 있는 사람들의 모임. 자!
[연희] (받는다) 고마워, 그럼 나중에 또 보자, 안녕! (나간다)
[순진] 야호!
아이들이 뛰어 들어 온다
[기찬] 정말 그 시를 줬어?
[순진] 응.
[페이지] 039
[기찬] 뭐래?
[순진] 고맙다고 했어. 나중에 다시 보자구 했구. (아이들 환호한다)
[소심] 다시 싸움을 걸어오면 어떻게 하지?
[순진] 이번에 내가 직접 나설 거야.
[기찬] 정말?
[순진] 난 누구 뭐라고 해도 자신 있어.
[시샘] 용기가 생겼다?
[순진] 물론 오늘 난 새로 태어날 거야.
[이일] (달려 들어오며) 드디어 내가 할 일을 찾았어.
[기찬] 뭘 하려고?
[이일] 연극을 하기로 했어.
[시샘] 어디서?
[이일] 구청 청소년 행사에서 연극이 있다는 거야.
[순진] 보충 수업 안해도 돼?
[이일] 구청에서 하는 일이니까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빠져야지, 뭐. 지도 교사두 우리 학교 이현린 선생님이십니까 어렵진 않을 꺼야.
[시샘] 나도 할까?
[소심]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남이 하니까 무조건 따라 할려구?
[시샘] 보충 수업 빠진다니까.
[기찬] 시샘아, 샘낼 걸 내라.
[시샘] 낼만 하잖아.
[이일]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담임 선생님께 허락을 받아야지.
나는 찾았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
마치 하늘이 열리고
땅이 춤을 추는 것 같아
나는 찾았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페이지] 040
#24. 교실.
교장과 김광 선생
[교장] 김광 선생!
[김광] 네. 교장 선생님.
[교장] 내가 처음 교단에 선 곳이 바로 이 교실이지. 어떤 일에서건 처음이란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지.
[김광] 무슨--- 다른 하실 말씀이 없으면---
[교장] 최근 수업 방법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있네. 또 자네가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도 알지.
[김광] 무슨 말씀이신지요?
[교장] 물론, 자네 수업 방식에 대해 경고를 하려는 건 아닐세.
[김광] 전 그냥 아이들을---
[교장] 지난번 그 광경이 뭔가? 학생들을 행진시킨 거 말야. 그것두 교실에서. 체육은 체육 선생에게, 교련은 선생한테 맡겨요.
[김광] 제겐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교장] 어떤 이유? 도대체 아이들이 교탁 위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가 뭔가?
[김광] 조직과 개체, 그리고 개성과 이해.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교장] 김선생! 당신은 아직 어려. 이 학교에는 분명한 목표가 있소. 바로 일류 대학이요.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일류 대학에 들어가게 해야 한단 말이요. 그것도 일류 대학에.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과 원칙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거요.
[페이지] 041
#25. 첫연습
(로미오와 줄리엣) 의 첫 만남 씬 Blocking 연습으로 설정한다. 로미오역을 일이 하고 여학생1이 줄리엣 역을 연습한다. 기타 학생은 둘러앉아 연습 장면을 지켜보다가 Reaction연기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서로를 발견하는 것부터 연습한다.
[이현린] 자! 로미오가 먼저 줄리엣을 발견하는 거야. 시선을 느낀 줄리엣, 로미오를 발견. 서로에게 이끌려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지, 천천히--- (두 배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긴 여운이 남아지는 만남을 만들어야 해. 서로 마주 섰어. 호흡은 가쁘고--- 로미結? 줄리엣의 손을 잡으려고 하고 줄리엣 같이 움직여. 그래. 잘했어. 손바닥으로 서로의 마음을 느껴야 해. 자 이제 떨리는 가슴으로 대사를 하는 거야--- 로미오?
[로미오] 천하디 천한 이 손, 당신의 거룩한 성전을 모독했다면 그 벌, 달게 받겠소.
[이현린] 시선은 떼지 말고---
[줄리엣] 그 고귀한 손 너무 경멸하지 말아.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대는 것이 거룩한 순례자의 키스라고 하잖아?
[로미오] 거룩한 순례자는 입술이 없었나? 오, 그럼 이 손이 하는 것을 입술로 대신하고, 신앙이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두 손 모아 기도해
[이현린] 이때 로미오 손을 내리려고 하면, 줄리엣이 로미오의 손을 다시 한번 잡으면서 대사를 한다.
[줄리엣] 움직이지 말아요. 내 기도의 효험을 받는 동안은. (줄리엣 잠시 멈뾵 하다가) 선생님 어떻게 해요. 진짜 키스해요?
[기찬] (앉아 있던 기찬 벌떡 일어나며) 선생님. 줄리엣이 로미오가 맘에 안 드는 모양입니다. 제가 로미오를 하면 훨씬 실감이 날 것 같은데요?
[이현린] (기찬을 보면서) 키스는 진짜 하지 않아도 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인드만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야. 자 잠깐만 (로미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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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시범 보인다) 어때 이렇게 고개를 약간 만 돌려줘도 관객석에서 보기엔 키스하는 것 같지 않아?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자.
[아이들] 감사합니다. (모든 연습에 임하는 사람들이 둘러앉는다)
[이현린] 연극이란 무엇일까?
[기찬] 희곡을 배우들이 무대에서 상연을 하는 거요.
[이현린] 아니, 그런 교과서적인 대답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답 말이야. 너희들이 생각하는 연극 말이다.
[이일] 꾸미는 거요.
[이현린] 꾸미는 거? 그리고?
[이일] 거짓말요.
[이현린] 왜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이일] 거짓말이잖아요. 사람이 죽는다고 진짜 죽는 게 아니고 아프다고 진짜 아픈 건 아니잖아요.
[이현린] 그래, 맞다. 그러나 그 거짓말은 진실된 거짓이라야 한다.
[이일] 진실된 거짓?
[이현린] 진실보다 더 진실된 거짓 - 배우들 생각과 몸짓이 진실하지 못했을 때 관객은 그 연극을 믿을 수 있을까. 관객이 믿을 수 없는 연극이 과연 존재할까?
[이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실된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현린] 그것을 배워야지. 무대에서 대사하고 움직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진실해지는 방법, 그것을 배우려고 해.
[이일] 신선한 충격. 진실과 거짓. 거짓속에 진실. 진실보다 더 진실한 거짓. 그 어떤 말도 내게는 충격
[이현린] 오답을 찾아라. 틀린 답 속에 진실이 있단다
[아이들] 오답을 찾아라
틀린 답 속에 진실이 獵?
상식의 틀을 깨라
창조의 자유로움을 위해
생각을 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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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 신선한 충격
매일 정답만 찾던 내게 오답을 찾으라는 말은
오답을 찾아라.
정답은 틀렸다?
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틀려도 된다?
#26.
검도 대회 - 경도가 예선에서 탈락한다. 침통한 표정의 부원들
[병태] 경도야!
[경도] 괜찮아.
[병태] 달리 방법이 있을거야. 누가 뭐래도 넌 실력이 돼.
[경도] 하지만 예선 탈락이야. 내가 모자란 거야.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병태] 대진 운이 없었던 거야.
[경도] 내 복이지.
[병태] 우린 모두 네가 결승까지 나갈 수 있을 거라구 믿었다구, 믿었어. 정말 해체할까?
[경도] 내가 특기자로 뽑히면 널 꼭 파트너로 데려가고 싶었는데 -
[병태] 알아 임마. 우린 모두 대학 문턱에도 못 가고. 이게 무슨 꼴이지.
[경도] 미안해.
[병태] 선배를 찾아가자.
[경도] 싫어. 술집에서 일하는 선배들 만나면 뭘 하겠니. 난 그 길로는 절대 안 갈거야. 깡패짓이나 하려고 운동한 거 아니라구. (뛰어나간다)
[병태] 경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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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일의 갈등 (리허설)
[이현린] 잘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심히 해 준 덕분에 막을 올리게 됐다. 몇 가지 지적을 할게. 꾸미는 연기로는 관객을 감동 시킬수 없어. 난 무대의 힘을 믿는다. 그건 재주가 판을 치는 곳이 아냐. 진실한 마음! 무대를 향한 겸허한 자세. 아무리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진실된 연기를 하지 않으면 감동은 없다. 감동이 없는 무대는 죽은 무대지. 재주 있는 배우의 짓거리만 보여진다면 그건 싸구려 시장판이 되는거야. 이제 내일 총 리허설을 마치면 바로 공연이다. 무대의 존엄성을 생각하고 자신의 연기에 진실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기 바라다.
[이일부] 넌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냐? 애비를 이렇게 실망시키다니.
[이일] ---
[이일부] 왜 거짓말을 했니? 연극 선생이 그렇게 가르치대? 연극은 거짓말을 하는 거라구.
[이일] 아니예요. 연극은 진실한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어요.
[이일부] 그런데 거짓말을 해. 넌 연극을 할 자격이 없어.
[이일] ---
[이일부] 당장 집어치워.
[이일] 네?
[이일부] 내일부터 당장.
[이일] 안돼요. 내일이 공연이라구요.
[이일부] 말대꾸하지 말랬지. 누구냐? 어떤 놈이 널 꼬드겨서 이 꼴로 만든거야. 김광인가 하는 그 선생놈이냐?
[이일] 아녜요, 아버지.
[이일부] 당장 그만 둬라.
[이일] 전 그 연극의 주연이란 말예요. 제가 나가지 않으면 공연을 할 수가 없어요. 공연도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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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부] (버럭) 니 맘대로 했던 일 아냐! 애비한테 반항할 생각이냐?
[이일]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한번만---
[이일부] 안돼. 당장 그만두는 거다, 알았지?
[이일] ---
[이일부] 알았지?
[이일] 네.
[이일부] 더 이상 아비를 실망시키지 마라! (아버지, 화가 나서 나간다)
#28. 순진과 연희의 만남
[순진] 연희야!
[연희]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아.
[순진] 경도 일은 정말 안됐어.
[연희] ---
[순진] 우리 시인 중에 하나가 연극을 해. 같이 가고 싶어.
[연희] 오빠가 힘들어.
[순진] 같이 가면 되잖아.
[연희] 같이?
[순진] 네 친구들도 다 같이.
[연희] 정말 경도 오빠하고 같이 가도 돼?
[순진] 경도만 좋다면.
[연희] 알았어. 오빠 만나서 얘기해 볼게.
[순진] 꼭 와. 꼭 와야 돼. (연희 나간다)
[순진] 사랑은 나누는 것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나는 행복하다
사랑은 나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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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을 나누고 고통을 나누고
아름다운 미래를 나누어 가는 것
나는 나눌 사랑이 있기에
행복하여라
#29. 공연
공연 장면은 발코니 씬과 무덤 장면 씬을 연속으로 한다.
#29-1.
줄리엣 집의 2층 창문이 보인다. 줄리엣, 파티가 끝난 뒤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嘗渼臼?나와 서 있다. 줄리엣은 무엇인가 생각에 사로 잡혀 있고 그 생각은 분명 행복한 생각 인듯 하다. 로미오, 등장하여 줄리엣의 모습을 발견하고---
[로미오] 가만! 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은 무얼까? 저 곳이 동쪽이지? 그렇다면 줄리엣은 태양이로구나. 솟아라 아름다운 태양아. 시샘하는 달을 없애라. 온 하늘에서 가장 아리따운 두 별이 그녀의 얼굴에서 반짝인다면 어떻게 될까? 그대의 빛나는 뺨에 별들은 빛을 잃고 말꺼야. 햇빛 속의 등불처럼 말야. 저것 봐, 손에 뺨을 대고 있네! 오 내가 저 손에 낀 장갑이라면---
[줄리엣] 아아---
[로미오] 말을 한다. 오, 다시 한번 빛나는 천사여
[줄리엣] 로미오, 로미오, 로미오--- 왜 당신이 로미오이어야만 하지? 아버지를 잊어 버려, 그 이름도 버려. 그럼 나도 캐플렛을 버릴게. 오! 제발 딴 이름이 되어줘. 도도Γ?몬테규가 뭐야? 그건 손도 아니잖아, 발도, 얼굴도, 아무 것도 아니잖아. 로미오란 이름이 아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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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 당신이 갖고 있는 완벽함은 언제나 그대로야. 로미오! 그 이름 버리고 대신 날 가져, 부디!
[로미오] (줄리엣에게) 그대 말대로 그대를 갖겠어. 날 연인이라고 불러 줘. 그게 내 새로운 세례명이지.
[줄리엣] (로미오를 발견하고, 발코니 위에서 로미오를 향해 대사) 로미오? (로미오에게 뛰어 내려와 로미오에게 안긴다. 떨어지면서) 어떻게 왔지?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들한테 들키면 죽어!
[로미오] 사랑의 날개가 나에게 이 담을 넘겨줬지. 돌담이 어찌 사랑을 막을 수 있겠어.
[줄리엣] 하지만 들키는 날엔 당신을 죽일꺼야.
[로미오] 난 그들의 칼 스무 자루보다 그대의 눈동자가 더 두렵다구. 당신만 반겨 준다면 난 그들 쯤 끄떡도 안해. 사랑은 내게 용기도 주었거든.
[줄리엣] 줄리엣은 그 말 믿어. 그렇지만 당신의 맹세가 물거품이 될지 누가 알아? 애인끼리의 거짓말은 쥬피터 신도 웃고 만다잖아? 날 너무 쉽게 가졌다고 생각하지? 그럼 난 앙탈부리고 얼굴 찡그리고 심통부리지. 그래두 로미오는 줄리엣 사랑하지?
[로미오] 이 밤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저 청순한 달에 걸고 맹세할게.
[줄리엣] 달한텐 안돼. 달님은 변덕장이잖아. 한달 내내 모습을 바꾸니까.
[로미오] 그럼 뭘 두고 맹세하지?
[줄리엣] 맹세는 필요 없어. 자기가 맹세보다 더 순결하고 영원하니까. (줄리엣 로미오에 달려가 포옹한다. 이때 멀리서 유모의 목소리로 줄리엣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곧, 갈게 유모! 사랑하는 님이여, 그럼 안녕. 내 가슴에 있는 달콤한 평온과 안식이 당신 가슴속에 깃들기
(줄리엣 아쉽게 돌아선다)
[로미오]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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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이일의 아버지 객석에서 등장. 조명은 아버지를 탑으로 보여주고, 이일의 공연 장면을 보고 몹시 화가 난 마임 연기를 한다. 연기가 끝나면서 공연은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29-3. 캐플렛 집안의 무덤.
줄리엣이 꽃으로 장식된 관 위에 누워 있다. 로미오 무덤 안으로 등장하고 벨더자 뒤따른다. 기타 등장 인물들은 의상을 차려 입고 마지막 인사를 할 때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로미오] (벨더자에게) 이 편지 아버지께 드려. 어서 가. (돈을 준다) 이 돈 갖고 너도 자유롭게 살아. (벨더자 퇴장) 아, 줄리엣, 저승길 가기 전에 화사한 옷 먼저 입는다더니. 줄리엣은 여전히 빛나고 있어. 아니, 아직도 자긴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줄리엣 어째서 아직도 그토록 아름다운거지? 혹시 죽음의 신도 자기에 반했나봐. 천하디 천한 이손, 당신의 거룩한 성전을 모독했눼摸?그 벌 달게 받을 거야. 이젠 내 입술의 죄 당신 입술로 씻겠소. (줄리엣에게 키스한다.) 줄리엣. 난 벌써 몬테규 버렸어. 이제 우리 같이 가. 캐플렛, 몬테규 버렸어. 이제 우리 같이 가. 캐플렛, 몬테규 다 버리고 우리 떠다는 거야. (독을 마신다. 로미오 무대 바닥으로 쓰러진다.)
[줄리엣] (꿈을 꾸고 있다. 꿈에서 깨어나며) 로미오, 로미오. (로미오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간다. 그러나 차갑게 식은 로미오를 발견하고 오열--- ) 이게 뭘까? 잔을 꼭 쥐고 있네. 독이 나보다 먼저 로미오를 가졌어. 로미오, 날 너무 쉽게 가졌다고 생각하지? 솔직하게 말해 줘? 나 까탈부리고 찡그리고 심통내두 로미오는 줄리엣 사랑하지? 그래도 사랑할꺼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몽땅 마셔 버렸네. 입술에 남았거든 줄리엣과 나눠, 로미오. (키스한다) 아직도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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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해! (로미오와 단검을 발견하고) 네가 로미오의 마지막 선물이구나. 로미오, 기다려. 나 곧 가. (단검으로 찌른다)
막이 내려지고 다시 올라갔을 때 등장 인물들 인사, 로미오와 줄리엣 인사를 한다. 이일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 관객에게 답례할 때 저 멀리 아버지를 발견한다. 이일 무대에서 내려와 아버지를 만난다
[이일부] 니가 이래도 되는거야? 이런 식으로 부모를 배반해도 되느냐고?
[이일] ---
[이일부] 가문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극장엔 온통 불량배들만 들끓고, 너는 꼭두각시 같은 짓거리나 하구 있구.
[이일] 전 지금까지 아버님 말씀을 누구보다 잘 들었어요. 그렇지만 제 인생을 아버지가 대신 사실 순 없잖아요.
[이일부] (뺨을 치며) 다 널 위해서 이러는거야. 널 위해서. 학생은 공부를 해야지 연극은 뭔 얼어죽을 연극. 그런 건 대학가서 해도 늦지 않아.
[이일] 아버지, 전 지금을 견딜 수 없어요.
[이일부] 지금 견디지 못하면 평생을 후회 한다구. 대학을 가야 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구
[이일] 그래야 출세를 하구요.
[이일부] 이 녀석이!
[이일] 다 알아요. 그렇지만 대학만 가면 정말 모든 게 해결되는 걸까요? 아버진 고등학교만 졸업해서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예요?
[이일부] (뺨을 때리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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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이일의 자살
괴로워하는 일은 다시 공연의 환상으로 빠진다. 관객이었던 사람들이 Apron과 무대까지 Floor를 바리케이트처럼 채우고 서 있다. 이일, 들려 오는 소리에 맞춰 괴로운 듯 이리 저리 부딪치면서 무대까지 흘러간다.
[소리] 로미오, 로미오, 로미오
[이일]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찾는 듯) 줄리엣, 줄리엣, 줄리엣? (줄리엣과의 만남으로 환상처럼 빠져든다) 가만, 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은 무엇일까? 저 곳이 동쪽이지? 그렇다면 줄리엣은 태양이로구나. 솟아라 아름다운 태양아. 시샘하는 달을 없애라, 그대 내님이여. 오! 그대 내 사랑.
[소리] 왜 당신이 일이어야만 하지? 그 이름 버리고 대신 날 가져, 부디.
[이일] 그대 말대로 그대를 갖겠어. 그게 내 새로운 세례명이지.
[소리] 어떻게 왔지? 아버지한테 들키면 죽어.
[이일] 사랑의 날개가 나에게 이 담을 넘게 해 줬지. 돌담이 어찌 사랑을 막을수 있겠어.
[소리] 하지만 들키는 날엔 일이를 죽일꺼야.
[이일] 당신만 반겨 준다면 난 그들쯤 끄떡도 안해. 사랑은 내게 용기도 주었거든.
[소리] 줄리엣은 그 말 믿어 (Echo처리) 쥴리엣은 그 말 믿어! (Echo소리 높여 주면서 마치 Tape가 늘어져 괴기스러운 소리처럼 들린다) 줄리엣은 그 말 믿어---
일은 소리를 찾아 이리저리 움직이다, 무대의 끝에 도착
[이일] 줄리엣, 줄리엣, 줄리엣? 줄리엣, 난 벌써 내 이름 이일을 버렸어. 이제 우리 같이 가. 전통, 명예, 규율, 최상 이런 거 다 버리고 우리 같이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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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춤을 춘다. 그 춤은 죽음을 준비하는 춤이다. 춤이 끝나면 투신. 무대 밖. 악!(소리) 사람들--- 앰브런스. 어지러운 무대 암전
#30-1. 교실.
이일의 책상에 국화 한 다발이 놓인다. 침울한 아이들. 이일의 책상을 돌아 자리에 앉는다. 부장, 오신심 선생이 들어온다.
[부장] 우리 학교에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그건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가 학생들에게 인기나 얻으려고 그들에게 허황된 꿈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오신심] 저는 처음부터 그런 교육 방법에 반대를 했어요. 내 말을 듣지 않더니.
[부장] 이번 사건은 교육적인 차원에서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다. 윤기찬부터 한 명씩 교장실로 가 봐라.
윤기찬 나간다. 이어 이현린, 침울하게 꽃을 놓고 나간다. 전체가 커다란 실루엣으로 보인다
#30-2. 교장실.
교장과 기찬 아버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찬이 무겁게 등장
[기찬] (놀라며) 아버지!
[기찬부]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교장] 그냥 두십시오. 우린 다 알고 있다. 아버님은 이 학교 육성 회장이시다.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게신 분이지. 그런 네가 못된 친구들을 만나서--- 아니, 선생의 잘못된 지도로 한 학생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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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기찬] 그렇지 않습니다.
[기찬부] 저 녀석이!
[교장] 아버님 얼굴을 봐서 이렇게 부드럽게 하는 것이다. 여기 서명을 해라.
[기찬] 뭔데요?
[교장] 다른 아이들도 다 했다. 우리는 너희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써클을 만든 것까지 알고 있어.
[기찬] 누가--- ?
[교장] 그건 중요하지 않아. 어서 서명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아버님이 계셔도 학칙대로 징계를 할 수밖에 없다.
[기찬부] (손을 잡아 지장을 찍으며) 망설이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네가 안해도 다른 애들이 다 한다구.
[기찬] 아버지!
[기찬부] 애비 얼굴에 먹칠을 해도 분수가 있지.
[교장] 아닙니다. 저희들이 잘못 가르친 죄가 큽니다.
[기찬부] 언제 식사라도 합시다. (기찬, 아버지에 이끌려 나간다)
이어 학생 부장에게 이끌려 학생들이 한 명씩 교장실로 들어와 서명을 강요받고 나간다.
#30-3. 다시 교실
학생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교장은 마지막 학생의 서명을 받고 교실로 들어온다.
[교장] 국어 선생님이 새로 오실 때까지 내가 수업을 하겠다. 시에 대해서 공부해 보겠다. (교과서를 펴며) 먼저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아이들] ---
[교장] (참고서를 펼치며) 시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운율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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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 그리고 비유와 같은 사항을 충분히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의 대상이 얼마나 예술적으로 표현되고 있는가 이고 다음은 '대상은 얼마만큼 풍부한 것인가'이다. 하나는 시의 완성도를 꽤하는 것이고 둘은 그 중요도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들] ---
[교장] 이것은 달리 설명하면--- 뭐해, 밑줄을 그어.
[이일] 없습니다.
[교장] 없다고?
[종이] 찢어 버렸습니다.
[교장] 학생이 책을 찢다니. 누가 책을 찢으라고 했지?
[종이] 김광 선생님입니다.
[교장] 뭐라구?
마침 이때, 창문에 김광이 나타난다 아이들이 술렁인다. 김광, 손에 국화를 들고 있다
[교장] 뭐요?
[김광]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천천히 들어와 이일의 책상에 국화를 놓는다) 아이들에게 뭔가---
첫댓글 등장인물이 좀 많은거 같네요..음..어릴적에 이 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던 기억이....
제목이 정말 맘에 드는데?오호 주연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