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F 화요모임에서 C.S루이스의 동화 나니아연대기를 테마로 발표하셨던
신학생이자 동화작가이신 김진성님과
카툰일러스트를 하시는 갸르송(김경송님)이 공동작업한 내용입니다.
즐감하세요~~~


빨강 튜브
글: 김진성 그림:김경송
한강 둔치에 오래전부터 나무 위에 빨강튜브가 있었습니다. 비 바람에 빨강튜브의 몸은 페인트가 이곳 저곳 벗겨졌습니다. 한 낮의 뜨거운 열기에도 빨강튜브는 계속 그 자리에 묶여 있었습니다.
심심해진 빨강튜브가 말했습니다. "아~ 너무 심심해" 구름 한 점 없고 햇살이 강렬하게 한강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덥고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려니까 몸이 쑤셔 죽겠군" 빨강튜브는 눈이 부셔 햇빛을 바로 보지 못했습니다. 햇빛이 말을 합니다. "빨강튜브 그렇게 심심하니?" "그래, 너무 심심하다. 나는 왜? 매일 이곳에 묶여 있는지 모르겠다. 너는 아니 누가 나를 이곳에 묶어 놓았는지" 햇빛이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네가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거야" 햇빛과 빨강튜브의 대화에 날이 저물었습니다.
빨강튜브는 혼자서 밤을 지새야 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강바람이 세차게 불어왔습니다. 강바람이 빨강튜브의 몸을 들썩들썩 거리게 했습니다. 나무에 밧줄로 묶여 있던 빨강튜브는 강바람에 날아 갈까봐 무서웠습니다. "강바람이 너무 세구나 이러다간 날아가겠다." 강바람이 거셀수록 빨강튜브는 밧줄을 꽉 붙잡았습니다. "날 좀 누가 구해 주었으면 좋겠다. 누구 없어요 날 좀 구해 주세요?" 바람 때문에 빨강튜브 목소리는 바람 속에 잠겼습니다. 강바람이 점점 약해졌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하늘의 별은 반짝반짝 거렸습니다. 빨강튜브의 몸은 지쳐있었습니다. 강바람 때문에 너무 긴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피곤한 상태로 빨강튜브는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한강은 고요했습니다. 강물도 잔잔하고 가끔씩 날아가는 비둘기만 있을 뿐 빨강튜브는 고요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새벽이 되어 빨강튜브위로 이슬이 내려 않았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 방울이 풀잎 위에 생글생글 맺혀 있었습니다. 부지런한 작은 곤충들은 새벽이슬을 먹고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청개구리 한 마리가 빨강튜브 위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빨강튜브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 ~ 함 너무 잘 잤다." 기지개를 활짝 펴고 주위를 돌아보았을 때 청개구리가 자신 위에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청개구리야 안녕" "잘잤니 빨강튜브야 피곤 했나보구나?" "너도 알지 지난밤에 거센 바람 때문에 날아가는 줄 알았다." "나도 알아 강바람이 숲을 덮자 풀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꼭 숨어 있었어" "그래, 다치지 않았다니 안심이구나, 그런데 어딜 가려고 아침 일찍부터 나온거니?" "으응, 어제 강바람 때문에 안전한 곳으로 가려고 아침부터 서둘렀어" "어딜 가는데?" "저기 보이는 산속 말이야 그곳에 가면 동굴이 있는데, 동굴에 들어가면 아무리 거센 바람과 폭풍에도 끄떡없고 안전하다고 하더라 너도 같이 갈래?" "그런곳이 있구나, 넌 좋겠다. 그러나 나는 이 밧줄에 매여 있어서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그러니 같이 가면 좋을텐데 안됐구나 어쩌지 그럼 난, 가봐야 겠다. 잘지내 빨강튜브야" "그래, 잘가라 청개구리야 꼭 동굴을 찾기를 바랄게"
청개구리가 떠나자 빨강튜브는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난 이게 뭐야 청개구리는 어디든 갈 수 있는 다리가 있는데, 난 다리도 없고, 밧줄에 꼭꼭 매여 있잖아,
난, 자유가 없어 누가 나를 만들었지 더 이상 이렇게 살고싶지 않아,
청개구리처럼, 비둘기처럼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몸이 되고싶어" 빨강튜브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며 엉엉 울었습니다.
한강을 유유히 날아가던 비둘기가 날개를 접고, 빨강튜브 위에 않았습니다. 비둘기는 빨강튜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빨강튜브야 아침부터 왜우니?" "비둘기야 나는 어떻게 하니 난 아무데도 갈 수 없어서 슬퍼.
항상 밧줄에 매여 있기 때문에 너처럼 자유로이 날아가지도 못하잖아....." "그렇겠구나, 너를 이해한다." "아니, 너는 이해 못해 내가 얼마나 힘든지 고독한지를" "그래, 네 말이 맞을 거야 난 이해 못하지 너와 같지 않으니까 내가 보니 세상은 너무 넓고 다양한 것 같에. 그러나 각자가 할일이 있는거야" "너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않니?
사람들은 너를 아껴주고, 사랑해서 먹을 것도 주고 보살펴주지" "그렇지, 사람들은 날 아껴주고 음식도 주지" "그것봐라 그것만 보아도 나와 너는 너무나 틀리잖아,
너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데 나는 아무도 찾아 주지않아" "그러나 사람들은 너를 언젠가는 알아 줄거야" "정말 그럴까?" "그럴거야 걱정말고 즐겁게 지내라" 비둘기의 말에 빨강튜브는 마음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날씨는 청명했고, 가끔씩 구름이 한강을 지나갔습니다. 선선한 바람에 한강 둔치의 갈대가 출렁출렁 거리고 잠자리가 날아다녔습니다. 밤이 되어 낮과는 다르게 하늘은 흐려지고, 비가 내렸습니다. 비는 무겁게 내렸고, 바람도 불어왔습니다. 날씨가 더욱 사나워져서 비 바람은 폭풍같이 한강을 뒤흔들었습니다. 한강의 풀은 바람에 허리를 낮추고, 갈대도 땅 바닦에 머리를 박고 있었습니다. 나무 위에 매달려있던 빨강튜브는 세찬 폭풍에 흔들흔들 거렸습니다. 다시 바람이 불어오자 빨강튜브는 나무에서 떨어졌습니다. 몸은 밧줄과 나무에 매여 있었습니다. 바람에 빨강튜브는 날아가 한강으로 떨어졌습니다. 몸은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물위로 올라왔습니다. 빨강튜브는 한강이 흐르는 쪽으로 떠내려가다가 더 이상 갈 수 없었습니다. 나무에 매여있던 밧줄 때문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폭풍은 서서히 약해졌고, 비바람도 그쳤습니다. 빨강튜브는 강물 위에 떠있었습니다. "이곳이 어딜까? 물이잖아! 난 이제 어떻게 물속에 빠질 거야" 빨강튜브는 절망적으로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밤이라 아무도 없었습니다. 폭풍 때문에 한강에 빠져버린 나무와 쓰레기 들이 물위로 떠내려 왔습니다. 빨강튜브 옆으로 여러 가지 물건들이 떠내려 갔습니다. 그런데 닭도 떠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빨강튜브는 다급한 목소리로 "닭아 닭아 어떻게 된거니?" "나좀 구해줘 튜브야" "그래, 내 위에 올라타라" 닭은 빨강튜브 위에 올라 탔습니다. 그러자 더 이상 닭은 물에 떠내려 가지 않았습니다. 닭은 헐떡거리며 "너 때문에 살았다. 너 아니었으면 난 물에 계속 떠내려 갔을거야. 네가 날 구해주었어" 닭의 말에 빨강튜브 행복해졌습니다. "그러니, 그랬다니 기쁘구나! 너도 폭풍 때문에 물에 빠졌구나" "그래, 밤에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와서
강 가까이에 있는 집이 물에 떠내려 가게 되었고 나도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가
널 만나 살게 된거지 정말 고맙다."
"그럼 계속 이러고 있을거니" "아니, 여기서 땅과 가까우니 날개를 힘차게 움직으면 저쯤 거리는 날아갈 수 있을거야" "날개가 있으니까 할 수 있을거야 행운을 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튜브야 그럼 잘 있어" 닭은 날개를 힘차게 내 젖고 공중에 한번 올라가더니 땅에 떨어졌습니다. 안전하게 떨어진 다음 닭은 사라졌습니다.
물위에 계속 떠있던 빨강튜브는 닭이 땅에 떨어졌을 때 기뻐했습니다. 짧은 인사와 함께 닭이 사라지자 빨강튜브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해 보였습니다. 자신 때문에 닭은 물에서 빠져 나왔는데 자신은 아직도 물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계속 이렇게 있는걸까? 누가 날 구해주지 않을까?" 이러고 있는데 물위에 허우적 거리는 강아지가 물속으로 떠내려 갔습니다. 강아지는 물살이 빨라서 헤엄을 칠 수 없었습니다. 물이 강아지를 휩쓸어 갔습니다. 그런데 물위에 빨강튜브가 떠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강아지는 빨강튜브에게 소리쳤습니다. "날 좀 살려줘!" 강아지의 외침에 빨강튜브는 강아지를 보고 소리쳤습니다. "강아지야! 강아지야! 내 위로 올라 보겠니?" 강아지는 빨강튜브의 말을 듣고, 빨강튜브 위에 올라 앉았습니다. 강아지는 한 숨을 내쉬며 "아! 살았다. 너무 끔찍했어 이대로 죽는줄 알았는데, 너를 만나서 살았다. 정말 고마워" 강아지는 혓바닥을 내밀며 활짝 웃었습니다." "정말 잘되었다. 강아지야 그런데 어디서 오는거니?" "주인과 같이 다리를 건너다가 갑자기 불어오는 비바람 때문에
강물에 빠졌거든 주인이 내가 강물에 빠지자 몸부림 쳤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 후 주인과 헤어졌지 나의 주인이 몹시 걱정할거야" "너의 주인이 어디 사는지 알고있니?" "이 강을 따라 위로 올라 가다 보면 큰 다리가 보일 거야. 그곳에서 주인 집이 가깝거든" "그래, 주인을 꼭 찾기를 바란다. 강아지 그런데 저쪽 강뚝으로 헤엄쳐 갈 수 있니?" "응, 그 정도는 갈 수 있어 아까는 강물이 너무 세차게 흘러가서
헤엄칠 수 없었거든 밧줄을 입에 물고 헤엄치면 강뚝까지 갈 수 있을 거야" "그래, 내 밧줄을 입에 물고 천천히 가렴" "고맙다. 튜브야" 강아지는 입으로 밧줄을 물면서 앞으로 헤엄쳐서 강뚝까지 올라 갔습니다.
땅에 오르자 강아지는 머리를 흔들어 젖은 몸을 털자. 몸이 조금은 가벼워졌습니다. 강아지는 물위에 떠있는 빨강튜브를 향해 크게 소리쳤습니다. "튜브야! 고마워 잘지내 결코 너의 도움 잊지 않을거야" "잘가라 강아지야 꼭 너의 주인을 찾길 바랄게" 강아지는 빨강튜브와 작별인사하고 강뚝을 따라 위로 달려갔습니다. 강아지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빨강튜브는 행복하면서도 슬펐습니다.
자신은 아직도 물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물위에 아직도 쓰레기가 떠내려 왔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사람의 모습 같은 것이 떠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모습을 보니 어린아이 였습니다. 빨강튜브는 아이에게 소리쳤습니다. "아이야! 아이야! 날 좀 봐 내가 여기 있다. 날 잡아라" 그러나 아이는 물속에서 허우적 거릴 뿐 빨강튜브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아이는 물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머리만 물위에 내놓고 떠내려 오고 있었습니다. 빨강튜브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 튜브를 이리저리 흔들어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어떻게 해야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빨강튜브 앞쪽으로 떠내려 왔습니다. 빨강튜브는 몸을 던져 아이의 머리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의 머리를 통과한 빨강튜브는 아이의 몸을 힘껏 잡아 당겼습니다. 아이의 몸은 빨강튜브 때문에 더 이상 떠내려 가지 않았습니다. "아 ~ 휴 큰일 날뻔 했다." 아이의 몸은 빨강튜브에 의해 단단히 매여 있어서 안전했습니다. "정말 하늘이 도와서 아이를 붙잡을 수 있어서" 빨강튜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아이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날씨가 환해졌습니다. 아침마다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한강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빨강튜브에 걸린 아이를 발견하고 한강 둔치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저씨는 빨강튜브에 매달린 밧줄을 살살 끌어 올렸습니다. 빨강튜브에 끌려 아이가 밖으로 올려졌습니다. 아저씨는 아이를 빨강튜브 안에서 아이를 꺼냈습니다. 아이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아저씨가 아이를 땅에 눕히더니 인공호흡을 했습니다. 아이는 기침을 했고, 조금 있다가 깨어났습니다. 눈을 뜬 아이는 무섭고 놀랐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몰랐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자 사람들은 너무 좋아 했습니다. 빨강튜브도 아이가 깨어나자 환한 웃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이가 살았구나"
사람들은 아이를 데리고 갔고, 한강을 관리하는 사람이 왔습니다. 그는 아이를 살린 것이 빨강튜브였다는 것을 사람들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리고 빨강튜브를 가지고 가더니 벗겨진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낡은 밧줄을 새로 바꾼 다음 빨강튜브를 한강 둔치에 갔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이런 글을 기록했습니다. '빨강튜브가 아이를 구하다'
빨강튜브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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