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보면 나를 볼 수 있다.
-라비린스(labyrinth)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성공회 캘리포니아교구 그레이스 주교좌성당 바닥에는 라비린스라고 불리는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라비린스는 미궁이나 미로라는 뜻입니다. 바닥에 그려진 미로의 길을 따라 기도를 바치며 쭉 걸으면, 마지막에 중심에 도착하게 되도록 그려진 도상입니다. 프랑스의 싸르뜨르 대성당 바닥의 라비린스가 유명합니다. 미국에서는 교회는 물론 여러 공공시설, 광장, 병원에서도 라비린스가 많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라비린스는 나선형으로 된 걷기코스입니다.
바닥에 그려진 길을 따라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 중심에 멈춰 서서 다시 되돌아 나오는 것으로 움직이는 기도의 공간이 됩니다.
복잡한 나를 잠시라도 잊고, 침묵 가운데 천천히 걸어 들어가다 보면, 분석, 실험, 생각이라는 단어보다는 성찰, 비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려 지게 됩니다.
흔히 우리가 목표를 정한다고 할 때 그 목표는 앞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을 보고 걷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잠시 성찰해 보면, 직선은 절대 뒤를 돌아 볼 수가 없습니다. 직선적 사고에서 뒤를 돌아본다는 것은 뒤처지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흐르는 강물도 직선은 자연의 이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자기가 지나 온 길을 돌아본다는 것, 앞만이 아니라 옆 혹은 뒤를 보면서 가는 것, 혹여 늦더라도 그렇게 가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것이 기도입니다.
라비린스는 이렇게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서서, 옆에 계신 주님을 느끼며 천천히 돌아 돌아 가도록 이끌어 주는 기도의 한 형태입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라는 책에서 이 라비린스가 소개된 덕분에 더욱 유명해 졌습니다. 기업의 CEO, 기관의 장이나 중견 직급의 사람들이 한 번쯤을 읽었을 이 책에서도 결국 라비린스의 방법으로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연산, 분석의 좌 뇌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디자인과 공감, 놀이와 스토리, 의미를 추구하는 우뇌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논리인데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이 논리를 신앙의 언어로 바꾸면 결국 ‘우리 삶의 목표는 내 뒤에 있다.’ 라는 명제에 다다르게 됩니다.
함께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 만큼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합니다.
결국 자기를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구불구불 곡선을 통해 버림과 기다림, 비움의 성찰을 갖도록 노력하면서 끊임없이 하느님 앞에 서 있는 내가 누구인지를 묻고 또 들여다보는 사람이 미래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 일 것입니다.
자기를 돌아보는 것,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미국 어느 대학 채플에 있는 라비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