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0월 11일은 하이텍 알씨디 코리아(이하 하이텍) 지회 13명의 여성노동자들 투쟁이 어느새 벌써 2천일 째였습니다.
2002년 4월, 한달에 백만원도 안되는 임금으로는 생활할 수 없어서, 임금 좀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하이텍은 독일, 필리핀, 일본에 공장을 짓거나 인수해가면서도 최대주주인 대표이사 일가족이 수십억을 현금 배당받아가는데도, 월 백만원이 안되는 임금 좀 올려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여기는 회사였습니다.
하이텍은 노동조합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공격적 직장폐쇄를 서슴지 않는 회사였습니다. 조합원들을 모아 '왕따'라인을 만들고, 그 라인 앞에, 노동조합 사무실 앞에, 공장 안마당에 불법으로 CCTV를 설치하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회사였습니다. 여성 조합원 모두를 우울증을 동반한 적응장애라는 직업병에 걸리게 만든 회사입니다.
하이텍은 노동조합의 선전물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여기에 항의하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회사였습니다. 조합원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는데도 일주일 뒤에 승진시켜주는, 아니 조합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른 공으로 승진할 수 있는 회사였습니다.
하이텍은 해고자 전원에 대한 부당해고를 철회하고 복직시키라는 지방노동위원회와 고등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대법원까지 상고하는 조합원들의 생계 자체를 고사시켜온 회사였습니다.
하이텍은 아무리 탄압하고 아무리 짓눌러도 노동조합이 굴하지 않자, 조합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주말을 틈타 서울 구로에서 충북 오창으로 야반도주한 회사였습니다. 급기야 구로 공장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어 조합원들을 포함한 생산직 노동자 전체를 정리해버리겠다고 나서는 회사였습니다.
지난 2천일간의 투쟁에서 우리는 하이텍 자본의 실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거침없이 짓밟으며 성장하는 자본의 실체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2천일의 투쟁은 하이텍 자본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확인시켜주었을 뿐 아니라, 그에 맞서 저항하는 노동자의 저력과 희망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이텍 노동자의 투쟁은 정당한 노동자의 절박한 생존권를 지키려는 노동자의 자존심입니다. 이윤을 뽑아내는 임금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노동자의 인간 선언입니다.
하이텍 노동자의 투쟁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는 폭력과 감시, 차별로 '우울증을 수반한 만성 적응장애'라는 질환을 얻을지언정, 결코 이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인권 쟁취투쟁입니다.
하이텍 노동자의 투쟁은 돈과 폭력으로 무장한 자본에 맞설 수 있는 노동자의 무기는 단결이라는 믿음으로, 서울에서, 오창에서, 그리고 저항하는 모든 곳에 눈길을 보내고 발길을 옮겨가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나누려는 연대의 모범입니다.
하이텍 노동자의 투쟁은 그 믿음을 실천으로 확인하고, 또 다른 연대와 실천을 낳는 것만이 진정한 금속산별노조를 건설하고 민주노조운동을 지키는 노동자의 길이라는 작지만 귀기울여야 할 외침입니다.
하이텍 노동자의 투쟁은 자본에게 착취당해온 것이 비단 임금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각과 감정, 시간과 삶 전체라는 것을 깨달아가면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노동과 문화, 일상 전체의 해방을 위해 한발 한발 내딛어가는 소중한 발걸음입니다.
멈출 수 없는 노동자의 생존권 쟁취를 향한 하이텍 여성노동자들의 의연한 저항은 지금도 전국각지 일터에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투쟁의 일부이자 전부입니다. 2000일을 탄압으로 일관해온 하이텍 자본이 최근에는 법인분리를 통한 구로공장 폐쇄음모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법원과 인권위 그리고 노동부의 판결과 권고조차 개무시하면서, 급기야 10월 16일에는 구로공장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택도없는 조건과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희망퇴직서를 받아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하이텍 자본의 노동자 죽이기 시도에 다름 아닌 법인분리를 위한 희망퇴직서 수령획책은 2000일 투쟁과정에서 확인했듯이 노동자 단결투쟁으로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일 따름입니다. 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위한 일하는 이들의 저항은 너무나도 정당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탄압과 회유에도 굴할 수 없습니다.
하이텍 지회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 쟁취를 향한 법인분리 구로공장 폐쇄 분쇄를 위한 의연한 저항,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거침없는 투쟁, 꺾을 수 없는 해고자 원직복직 쟁취투쟁, 멈출 수 없는 건강권 쟁취투쟁은 일하는 이들의 너무나도 절박하고 정당한 요구이자 권리입니다. 노동자 단결투쟁의 모범을 만들고, 노동자 생존권 쟁취를 향한 투쟁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과 전국의 일하는 모든 이들이 몸과 맘을 쏟아나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끝내 자본의 이윤보다는 일하는 이들이 소중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디딤돌을 놓아 나가야 할 터입니다.
끝으로 노동부와 청주지청에게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내일을 위한 노동부”라는 기치는 2000일 넘게 지난한 저항을 해온 하이텍 지회 여성노동자들이 겪어있는 오늘의 현실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야만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불법부당하게 노동자 탄압을 일삼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는 하이텍 자본을 엄정 조사하여 즉각 사법처리 하는 것은 너무나도 온당한 처사이고,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복무해야 할 노동부의 본연의 책임입니다. 청주지청장의 인사말처럼 신속하고 정확한 일처리로 신뢰받고 봉사하는 행정기관의 소임을 다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장학재단 설립시 도지사와 함께 있던 행사장에 사장이름표를 달고 있었던 박천서는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실제 사용주가 명확합니다. 불법부당하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생존권을 짓밟는 하이텍 실제 사용주 박천서를 엄정조사하여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