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고 선후배에 유난히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많다. 유독 울 동기에만 없더니, 최근 등장할 모양이다.
그래서 옛날 봐둔 그림하나 소개한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잘그렷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
울동기 그림쟁이가 누구냐구요? 이건 비밀이다. 본인이 밝힐 때까지, 아시고 싶으면 facebook 에 등록하면 알게 된다.
심환지의 초상화를 그린 이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저자 조선미는 이 초상화에는 “노론계의 거두로서 붕당정치와 세도정치를 잇는 역사적 격동기에 살았던 노학자이자 정치가의 내면이 잘 표현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런 표현이 가능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 “정교한 준찰법과 운염법이 발달하여, 거듭된 붓처리를 통해 복잡한 내면세계가 하나하나 화면 위로 끌어올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둥글게 움푹 들어가 꺼진 눈매’와 지그시 바라보는 노회한 눈빛은 문제적 인물 심환지를 그대로 대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초상화들은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의 10세의 초상화’(1650)처럼 쉽게 파악되지 않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상들을 그려내는 데 성공한 작품들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유교적 예치 국가였던 조선은 풍성한 초상화의 시대였다. 조상 추모와 숭현사상은 사당묘우에 안치할 초상화의 수요를 만들어냈다. 또 존경받을 만한 인물들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은 통치 이념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왕의 모습을 그린 어진,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에게 공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내린 공신상, 학덕과 인품이 뛰어난 사대부초상, 존경스러운 원로들을 그린 기로도상 등 다양한 유형의 초상화들이 그려졌다. 이외에도 유명한 승려들의 진영과 여인 초상화들이 몇 점 있다. 책은 한국적 초상화에 대한 개론과 더불어 70여 점이 넘는 개별 작품들에 대한 충실한 해제를 담고 있다. 수많은 실천 속에서 중요한 원리가 발전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조선시대 초상화에는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전신사조(傳神寫照)의 정신과 “터럭 하나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는 핍진성의 원리가 그것이다.
전신사조는 “형상을 통하여 정신을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받을 만한 위대한 인물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초상화의 주요한 과제다. 그런데 유교 사회인 조선에서는 본받을 만한 선비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미 존재했다. 초상화 인물들이 모두 비슷비슷하게 “담담하고 절제된 군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다. 인물들의 정신을 전하려는 전신사조의 원리는 핍진성의 원리를 만나면서 인물들의 더 깊은 내면의 세계를 보여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선의 초상화는 얼굴에 난 흉터로 병력을 추적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졌다. 인물을 이상화시키지도 과장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실제 인물에 근접하기 위한 사실적 노력”에 충실했다. 저자는 “한국 초상화의 묘는 바로 이런 재현의 극으로부터 오는 표현력”에 있다고 강조한다. 정해진 틀 속에서 인물들의 개성적인 풍모가 담길 수 있는 근거이며 우리가 앞서 보았던 인물의 모순적인 내면을 끌어올린 명작을 만드는 원리가 되는 것이다.
- 사진은 얼굴부분만, 요게 젤 중요하거든. 얼마나 잘 그렸나. 요즘 초상화가들 이만큼 못그려요.
첫댓글 바쁜 와중에도 좋은 글 찾아 소개해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글쓴이는 화가와 모델과 사회와 당대의 가치관을 읽어내고,
풍백님은 그 모든 것을 읽어 알려주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