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제 20회 전국김소월백일장 입상자
- 고등부에서 많은 인원이 백일장에 참석, 수준 높은 작품으로 동점자가 많은 관계로 입상자가 늘어났습니다.
차상- 8명에서 12명, 차하-12명에서 18명입니다.
* 고등부 장원, 준장원은 10월 12일(예정) 중구구민회관에서 하반기 시상식 때 시상합니다.
고등부 차상, 차하는 6월말 상장을 학교로 보내드립니다.
대학‧일반부 운문 | 대학‧일반부 산문 |
대상 | 이순이(충북 보은) | 대상 | 김진희(충북 증평) |
장원 | 남광희(서울 광진구) | 이채하(울산 남구) | 장원 | 이향옥(용인시) | 김세정(화성시) |
준장원 | 김지현(서울 서초구) 강지효(제주시) | 김소연(서울 관악구) | 준장원 | 김용예(충북 증평) | 심교진(고양시) 강나미(부천시) |
차상 | 김영기(광주광역시) 김지현(서울 성동구) 이은희(용인시) | 최나연(양평) 백다예(대전) 신명호(서울 사당동) | 차상 | 강한조앤(서울송파구) 방성은(광주광역시) 안다은(고양시) | 임동원(고양시) 김선빈(서울 동대문구) 서진솔(하남시) |
차하 | 조은수(안양시) 민가영(서울 강동구) 여미경(울산시) 연선흠(송파구) | 김명선(경남 통영) 권숙자(서울 서초구) 권정아(광주광역시) 정광득(서울 강남구) | 차하 | 주성희(수원시) 송희경(경기 광주시) 안재연(청주시) 김정임(평택시) | 고은서(인천) 김도연(서울 서대문구) 배순원(화성시) 이나라(춘천시) |
고등부 운문 | 고등부 산문 |
장원 | 손정윤(안산 강서고) | 장원 | 김선호(고양예술고) |
준장원 | 박지효(별가람고) 옥수현(동원고) | 신희원(고양예술고) 송채은(경북외국어고) | 준장원 | 김나연(소하고) 지해인(안양예술고) | 윤지상(안산양지고) 백다은(용호고) |
차상 (12명) | 강수민(대지고) 김은별(혜원여고) 정윤찬(숙지고) 장윤서(덕성여고) 전세은(동화고) 권민정(안법고) | 한정윤(충주예성여고) 나현지(송현여고) 고하늘(동아여고) 한가영(조원고) 박재윤(광주학교밖청소년) 김영원(고양예술고) | 차상 (12명) | 이민지(등촌고) 권민선(안산디자인문화고) 정민경(울산신선여고) 김율(한서고) 이혜인(인천해원고) 김가은(창덕여고) | 이다연(고양예술고) 박지원(강릉시, 홈스쿨링) 이혜빈(해운대여고) 황예은(유봉여고) 김시연(창덕여고) 정예은(울산여고) |
차하 (18명) | 김진(가림고) 김나은(고양예술고) 이현서(가운고) 김도헌(효성고) 곽나림(태전고) 이지민(서울송곡여고) 김가은(인천외국어고) 정재훈(선린인터넷고) 김윤빈(정명고) | 김민주(효문고) 조서원(예당고) 박성은(저동고) 한채아(덕성여고) 최시은(고양예술고) 장상윤(풍산고) 서상욱(남한고) 김명신(잠신고) 김연수(고양시) | 차하 (18명) | 이윤하(해운대여고) 강수민(부산일과학고) 김예원(덕이고) 김지원(창원사파고) 오채호(둔촌고) 정현정(부산사직여고) 양지민(안양예술고) 이채원(하길고) 양선아(자양고) | 윤지영(호평고) 김재원(경안고) 문수정(천안업성고) 장연우(광명고) 조한비(광휘고) 김유경(상일여고) 김소이(서울덕원여고) 최혜연(정의여고) 송은채(광명고) |
<김소월백일장 심사평>
문학은 삶을 향기롭게 합니다
박혜숙(전국김소월백일장 심사위원장)
반갑습니다. 전국김소월백일장 심사위원장 박혜숙입니다. 릴케의 유명한 묘비명 ‘장미,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구절을 뇌이며 장미축제를 다녔지만 아직도 궁금합니다. 색깔과 모양에 따라 다른 향이 나는 아름다운 장미 아래 섬뜩한 가시 때문에 모순이라고 했을까요? 문학을 하다보면 왜 이렇게 모르는 것만 늘어나는지요.
계절의 여왕답게 장미향으로 진동하는 2024년 5월 11일, 중구 구민회관에서 우리나라 10대 백일장인 ‘김소월백일장’이 열렸습니다. 600여명이 참석한 백일장, 깊은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창의성 넘치는 글을 기대하며 글제를 냈는데 예상 밖의 제목이라고 곤혹스러워하며 원고지를 채우기도 했습니다. 실내에서 글을 쓰니 안정감이 있었는지 글이 긴 편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쓴 순서대로 글제를 나열하면 ‘이별’, ‘소나무’, ‘가을이여’, ‘된장’, ‘색소폰’ 순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펴는 유연함이 돋보이기도 했고, 죽음에 관한 글, 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글도 있었습니다.
색소폰을 불며 즐거웠던 추억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렸을 땐 소나무에서 소가 나오는 줄 알았다는 유머감각 넘치는 글이 심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고, ‘된장’은 토속적인 전통성을 잘 나타냈습니다. 상큼한 시와 다양한 일화들을 만나며 작품을 읽어나갔습니다.
대학·일반부에서 ‘가을이여’로 대상을 수상한 이순이(충북 보은군)님은 과학자처럼 자연을 관찰하는지, 산책하며 꽃을 피우는 것도, 열매를 맺는 것도 삼라만상이 함께 키우고 있는 자연의 섭리임을 형상화했습니다. 풍요로운 자연의 품에 안겨 소월 · 경암 시인처럼 노래하듯이 아름다운 시를 썼습니다.
세상은 경험한 만큼 보이는 법, 글 쓰는 사람들의 인생관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리듬이 살아나는 쉽지만 메타포가 강한 시어가 계절이 바뀌며 건네주는 산과 강과 풀들의 비밀에 귀 기울이게 합니다.
장원엔 남광희(서울 광진구)님이 ‘소나무’가 눈 속에서도 푸른 절개를 드러내는 기상을 노래했습니다. 소나무가 보여주는 덕성을 충분히 느끼며 개성적인 표현을 통해 주제가 살아나는 시를 썼습니다.
이채하(울산광역시 남구)님은 ‘된장’에 대해 발효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형상화하고 곰팡이가 피어나는 것을 세세히 묘사했습니다. 비유와 상징이 돋보이는 시들로 운율이 잘 살아나고 있습니다.
대학·일반부에서 ‘이별’로 대상을 수상한 김진희(충북 증평군)님은 삶과 죽음에 대해 숙명적인 자전적인 체험을 깊은 사유를 통해 보여줍니다. 사별을 통한 아픔을 어떻게 승화하는지 방황하다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가는지 그 과정이 잘 드러나며 철학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늘 옆에 있을 것 같은 어머니가 제대로 인사도 못했는데 떠나가고, 차가운 땅에다 묻어놓고 돌아서는 아픔이 절절하게 드러납니다.
생각에 논리와 윤기를 더하며 인생길을 통찰하는 심리가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읽는 이의 아픔까지도 치유하는 완성도 높은 글을 썼습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수필로 끝부분에서 나는 누구인가. 엄마를 끌어안고 울부짖으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부분이 감동적입니다.
산문부 장원은 ‘된장’을 쓴 이향옥(경기도 용인시)님이 받았습니다. 쉽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태 속에서도 전통적인 된장 간장을 담그는 과정이 잘 드러난 수필로 독자들에게 각 가정이 갖고 있는 장맛의 보존이 얼마나 가치 있는 지를 말하고 있고 장을 만드는 과정도 배울 수 있는 글입니다.
‘이별’에 대해 예의 있게 헤어지는 덕수궁 돌담길에서의 마지막 데이트가 흥미를 가지고 읽게 한 장원 작품은 김세정(경기도 화성시)님에게 돌아갔습니다. 헤어지기로 하고 만난 자리, 끝 인상을 깔끔하게 남기려고 무너지는 마음을 추스르는 심리묘사가 잘 드러나고, 솔직성의 고백이라는 수필의 특성이 예술성을 높여주며 아름답게 이별합니다.
고등부 운문 부문에서 ‘가을이여’로 장원을 한 손정윤(안산 강서고 3학년)님은 도자기를 빚는 아버지를 면밀히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매일 밟고 다니는 흙이 정성으로 다듬으면 도자기가 되는 것처럼 사람도 정성을 다하여 살다보면 훌륭한 사람으로 된다는 이치를 보여줍니다.
봄에 개최하는 백일장에 나온 ‘가을이여’ 글제는 ‘가을’과는 다른 깊은 사색을 통해 길어 올린 삶의 존재론적인 접근이 있어야 합니다. 갈라진 계절의 틈을 메우는 장인의 손길을 따라가며 삶을 가꾸는 방법을 찾아보게 하는 시입니다.
준장원에는 ‘된장’에 대한 시를 쓴 신희원(고양예술고 3학년)님이 수상하였습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된장 간장의 재료 메주의 생존방식을 닮아갑니다 줄 하나에 매달려 수분을 짜내어 발효되는 메주에 대해 전통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를 시로 잘 풀었습니다.
‘이별’에 대해 시를 써 준장원한 송채은(경북외국어고 3학년)님의 시에는 이별한 할머니의 모습이 회화적인 기법으로 그림 그리듯 보여 줍니다. 옷을 수선하는 삶이 추억 속에 녹아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합니다. 떠날 것들에 정성을 다하여 옷을 수선하고, 단골손님에게 가장 편안한 옷으로 고쳐서 입히는 기술이 할머니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곧 떠날 손녀를 위해 밥상의 반찬이 늘어나며 보내더니 그 길을 따라 할머니도 다시 못 올 길을 떠난 것이지요.
‘소나무’에 대해 시를 쓴 박지효(별가람고 3학년)님도 준장원을 하였습니다. 한 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틀니처럼 자꾸만 어긋나는 문이 달린 낡은 가게, 쉽게 가빠오는 호흡에도 연중무휴로 일을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시로 승화시켰습니다.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 사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일 하는 모습을 도시의 소나무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들 눈에는 낡고 비좁은 곳에서 오랫동안 숙련된 일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애상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들의 삶이 진정한 사랑이 담긴 세상을 지키는 버팀목이라고 해서 감동을 받습니다.
아버지와의 ‘이별’을 시로 준장원을 한 옥수현 (동원고 3학년)님은 방황하며 길가에 핀 무명처럼 살아가던 아버지가 낡은 수첩에 빼곡히 쓴 내 이름을 보며 부성애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며 이별하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자신을 향한 사랑을 온몸으로 느낄 줄 아는 청소년들의 깊은 마음이 형상화한 글들이 많았습니다.
산문 부문에서 ‘소나무’로 장원을 한 김선호(고양예술고 3학년)님은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네 시골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느끼는 인생사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합니다. 외로운 그는 소나무와 친구가 되었고, 소나무가 점점 할머니를 닮아가는 것을 보며 동일시합니다.
결국 요양원에 계시던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정처를 잃은 그는 시골에서 소나무를 통해 위로를 받습니다. 소나무는 몇 백 년씩 살면서 자라는데, 할머니는 점점 노쇠하더니 그의 곁을 떠나는 존재론적인 사유가 깊이 있게 전개되고 그 과정의 치밀한 심리묘사가 문학성을 더합니다. 독백조로 밀도 있게 써내려간 전개와 대상에 대한 묘사가 돋보여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수작입니다.
고등부 준장원에는 세월호 10주년 팽목항에서 언니와 사별한 아픔을 노래한‘이별’에 김나연(소하고 3학년)님이 받았습니다. 그 날의 아픔이 우리에게도 생생한데 가슴에 묻고 있는 가족들의 아픔은 어떠할까를 생각합니다. 직접 팽목항에 가서 어이없이 희생된 현장을 보고 온 사람들은 이 글이 피로써 쓴 글임을 절절히 알기에 추모하는 절절한 마음을 보냅니다.
‘이별’에 대해 수필을 써 준장원을 한 지해인(안양예술고 2학년)님은 고모와 반려견과의 이별에 대해 썼습니다. 고모가 부르던 김소월 작사의 노래 「개여울」에서 화자가 그리워하던 ‘당신’은 타인이 아닌 화자 자신이라고 합니다. 김소월 백일장다운 개여울 언급이 인상 깊었습니다. 건강한 이별에 대해 웃으며 떠나보내는 이별만이 건강한 것인지 진지하게 사유하는 모습이 잘 드러난 글입니다.
‘소나무’를 글제로 써 준장원한 그를 위로해주던 심리가 잘 드러난 윤지상(안산양지고 1학년)님은 어렸을 때부터 계절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상록수 소나무를 사랑했습니다. 맨 위로 올라가면 밤하늘의 별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큰 소나무는 쉼터이자, 친구이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열매를 떨어트려 숫자도 알려주며 같이 외로움을 달래고 안산으로 와서 청소년기를 보낼 때, 게임에 빠진 그를 바로 세우는 소나무 친구, 독서를 많이 한 듯 사물에 대한 깊고 다양한 이해가 좋은 글을 쓰게 된 글입니다.
준장원한 백다은(용호고 3학년)님도 ‘소나무’에 대해 썼는데 개교 이후 걸림돌이 되어 지각하는 학생들을 넘어뜨리곤 하는 소나무를 뽑아버리겠다는 전교회장 선거공약까지 나와 당선되었습니다. 하지만 건재하게 정문 앞을 지키는 지조 높은 교목인 소나무는 구령대 옆에도 있어 송진가루가 들어가 반쯤 뜬 눈과 앙 다문 입으로 앨범 촬영을 하는 애환들을 재치 있게 소개한 재미있는 글입니다.
실내에서 차분하게 글을 써서 그런지 예년에 비해 작품 수준이 높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글을 쓰는 열정은 삶을 풍요롭고 윤기 있게 할 것입니다. 깊이 사색하며 글을 쓰다보면 안보이던 세상의 이치도 보이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내재되며 체험을 통해 얻은 신뢰에 상상을 가미하다 보면 개연성이 생기고 핍진성 높은 글이 됩니다.
문학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며 자유롭게 상상을 펼치며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힘과 지식도 생겨납니다. 논리와 감각을 유지하는 힘을 키우며 독서를 하고, 필력을 계속 키워나가는 계기가 되길 빕니다. 이번에 수상권에 들진 못했지만 가능성이 높은 글들이 많았습니다. 장미 향기가 또 다시 진동하는 계절이 오면 다시 만나 글쓰기를 기원합니다.